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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비에 관한 시모음<2> [겨울비]
    시모음 2022. 11. 28. 19:09

    겨울비에 관한 시모음<2> [겨울비]

     


    초겨울 비 / 박인걸

     

    가을이 떠난 자리에

    뒷마무리를 하고 있다.

    눌어붙은 앙금과

    너절한 추억들도 지운다.

    떠날 때는 깨끗이

    한 점 미련도 두지 말고

    새 세상을 꿈꾸려면

    마침표를 찍어야 하리 뼛

    속까지 씻어 내리는

    차디찬 빗줄기는

    헝클어진 감정도 추슬러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지난날은 모두 잊어야지

    그리고 맞이해야 하리

    酷寒의 시련이 덤벼들어도

    온 몸으로 이겨 내면서

     


    겨울비 / 서지월

     

    참 좋은 사람들 다 떠나가고
    추적추적 겨울비 내린다

    참 좋은 사람들 다 떠나 있는
    천리 밖 숲에는 보송보송 흰눈이 내릴까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고
    지금 내 곁에는 흐르지 않는 물

    물대접을 마주하고 시를 쓴다

     


    겨울비 / 정양

     

    질퍽거리는 고샅길에

    얼어죽는 지렁이들이 비를 맞는다.

    상피난 양지뜸 우물물이 뒤집혀

    어제도 오늘도 자꾸만 오는 비.

    캄캄한 힘으로 입틀어 막고

    살 속으로 살 속으로 뒤집히는 힘

    죽고 싶은 피 흘리는 무너지는 힘.

    살 속으로 자꾸만 무너지는 비.

    비가 온다.

    텃논에 텃밭에 산자락에

    絶糧의 저녁연기가 쓰러진다.

    얼어죽는 지렁이를 찍어먹으며

    비에 젖은 햇닭이 운다.

     


    기다리는 겨울비 / 오정방

     

    어디쯤 오고 있을까

    기다리는 겨울비

    수목은 겨울에도

    목이 마르다

    비 대신

    흰눈이 온들 어떻랴

    그것도

    우리에겐 은혜인 것을

    그것도

    우리에겐 감사인 것을

     


    겨울비 내리는 날에는 / 양광모

    겨울비 내리는 날에는
    낯선 이름의 여자를 만나
    낯선 이야기 나누고 싶네

    내가 먼저 말해야 하리
    바람은 허공에 몸을 누이지 않아요
    꽃은 허공에 뿌리를 내리지 않아요
    새는 허공에 둥지를 짓지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그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네
    별은 허공에 별의 무리를 지어요
    꽃은 허공에 꽃의 무리를 지어요
    새는 허공에 새의 무리를 지어요
    그러니 우리의 사랑도
    허공에서부터 무리지어야 해요

    겨울비 내리는 저녁에는
    낯선 이름의 여자를 만나
    낯선 허공에 사랑무리 가득
    지어보고 싶네

     


    겨울비의 뜰 / 이원문
     
    늦 가을 끝자락에 초겨울이라
    징검다리 건너 가면 눈이 될 것인데
    무엇이 아쉬워 눈 아닌 비가 됐나
    더러는 섞인 우박 여기 저기 나뒹굴고
    쓸쓸하니 추운 비에 바람까지 불어댄다
     
    남은 나뭇가지의 낙엽들 밤이면 떨어질까           
    떨어진 낙엽 비에 젖어 잠들고
    몇 차례로 쏱는 우박 두들겨 깨운다
    이 비 멎고 바람 불면 다시 구를 것인데
    초라하니 엎어져 무엇을 기다리는지

     


    겨울비 내리는 날 / 권영민

     

    비가 내린다

    겨울비가 내린다

    눈이 내리면 좋으련만

    즈믄날 하냥 비가 내린다

    서연히 비가 내리면

    구름처럼 가만히 다가와서

    바람처럼 말없이 떠나가버린

    그리운 그사람 생각이난다

    사랑이여,너는 어디 있는가

    사랑이여,너는 돌아올 수 없나

    너의 뒷모습 바라보며

    애타게 부르며 애원했건만

    부르는 소리는 속절없이

    허공을 배회하며 돌아오누나

    겨울비 내리는 날

    그리운 그 사랑을 돌아본다

    그리운 그 사랑을 외쳐본다

    겨울비 내리는 날

    내가 울고 있다.

     


    겨울비 / ​도지현
     
    시계視界가 어둡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는 곳
    모든 것이 질척인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보다
    더 싸늘해진 가슴
    이제 가슴에까지
    싸늘한 비가 내린다
     
    시계時計의 똑딱하는
    그 소리마저 공허하고
    차가운 공명으로 울리는
    긴 한숨 소리
    겨울비와 함께 동행하는데

     


    겨울비 / 권오범

     

    애먼 날 서슬이 시퍼렇게 설치던 동장군이
    하필 제 기념일인 대한도 모른 채
    세상이 호졸근하게 젖도록 글썽대고 있으니
    무엇이 못마땅한 것이냐

     

    그러잖아도 허술해
    눅눅하기 그지없는 바람벽안
    간댕거리던 노루잠마저
    파도소리 따라 가출해버리게

     

    탁상시계가 또박또박 쏘삭거려
    한밤중이던 그리움들이
    벌 떼 같이 깨어나
    귀살쩍게 톰방대고 있다

     


    겨울비 그 외로움 / 고은영

     

    나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으로부터의 단절을 원했든 가
    칠흑 같은 어둠에 겨울비 사방에 넘실댄다
    범람하여 밀물로 가득한 그리움
    믹서 되어 혼돈의 블랙홀로 흐르는
    비의 얼굴, 얼굴들

    어둠을 부유하며 밤새 시달린 그리움
    빗물로 나부끼며 춤추는 동안 빛은
    빗물에 몸 풀고 통과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 흐느낀다

    그대 보고파 속절없이 머무는 시간
    버리지 못하는
    지독한 고질병의 염병할 감수성
    나는 버림받은 기분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았고 또, 너를 보았다

    일상에서도 다가설 수 없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이 예민한 내 안에
    무수한 꽃은 피었다 시들어 가고
    가슴엔 언제나 검푸른 네가 있었다

    온몸을 적시며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는저 빗물처럼
    내 안엔 분신 같은 그리운 네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일렁인다

    우리가 등을 보이고 뒤돌아서
    각자의 삶의 터전을 향하여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리움에 대한 회포도 풀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겨울비 / 이채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빗소리에 창을 열고
    빈 가지 적시는 아픔이 되면

    외로운 가로등마저 비어 젖어
    거리의 이방인처럼 서있습니다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가
    바람에 흩어지고

    가슴에 떠 다니던
    눈물도 흩어지고

    비거리에
    그대와 내가 흩어집니다

    그대 떠난던 날
    겨울비가 아프게 내렸습니다
    오늘처럼

     


    겨울비 / 장수남

     

    홀로 내리는 겨울비 긴 기다림일까

    한 잔 술에 취해 내가 쓰러지면

    하얀 겨울 꿈 비에 젖습니다.

     

    서러운 별빛 눈물로 노래하고 

    홀로내리는 찬 겨울비 가슴 무너져 

    한 맺힌 그리움 노을빛 흘러가면 

    뜨거운 엄마의 자장가 겨울비 넘칩니다.

     


    겨울비는 내리고 / 전병조

     

    겨울비는 내리고
    그대 홀로 서 있는데
    창 밖에는 흰그림자
    어른대는 빗줄기들

    처마끝에 와 닿는 바람소린
    겨울에의 자존심을 포기한 채
    돌각담을 돌아오다 우연히 마주친 안식처에
    등어리를 부벼대고

    비겁한 삽살개의 엉덩이에
    부슬부슬 피어오르는 벼룩이
    비듬 부스럼딱정이들
    봄이라 소리치며 좋아들 했지만

    여전히 겨울비는 내리고
    그대 홀로 서 있는데
    창 밖에는 흰그림자
    어른대는 빗줄기들

    그래
    글자 하나만 비뚤어져도
    비웃음을 사는 세상
    누가 나와 함께 이 비를 맞아 줄까

     


    겨울비는 눈물처럼 나리는데 / 이복란
      

     

    삭풍에 뿌리 뽑혀 웅크린 나무 뒤로

    둥지 잃은 새의 비애가 클로즈업 되면서

    삼류영화의 막은 이렇게 내려지고

    부스러진 둥지 속으로

    겨울비는 눈물처럼 고여드는데

    정작,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는

    마른 가슴에선 모래바람 서걱이는 소리  

     

    여전히 비는 듣고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마다

    푸르렀던 잎새의 애상이

    파편처럼 박혀들어

    괭한 눈빛에 가물대던 촛불도

    하염없이

    눈물만 똑똑 흘리던 날 밤

    겨울비는 눈물처럼 고여드는데......

     


    겨울비는 당신의 눈물인가요 / 김철현

     

    당신의 슬픔이라 여기겠습니다.
    눈이 비되어 내리는 슬픈 사연을

    먼저 돌아서는 뒷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을 거라던 그 약속이
    헛되어 버리던 날
    씁쓸한 미소 속에 남아 있던
    그 눈물이라 여기겠습니다.

    나이 들어 기력이 쇠할지라도
    그저 함께만 있어주면 좋겠다던
    어렵지 않은 부탁을 남기고
    미처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는데 
    떠나야 했던 그 아픔이라 여기겠습니다.

    당신의 눈물이라 여기겠습니다.
    나를 잊지 않으려 눈이 비되어 내리는 사연을

     


    겨울비와 자작나무 / 이재현

     

    낙숫물 듣는 소리가 푸르게 묻어나는
    새벽 창가로 서성거리는 자작나무 하나
    잎 떨어진 가지 위로 맺힌 물방울들이
    미처 못 깬 내 꿈자리를 적시고 든다
    미완성 꿈의 편린들이 물방울에 갇혀 구르고
    자작나무는 발등이 시린지 젖은 발가락을
    내 겨드랑이로 밀어 넣고는 멋쩍은지
    벽을 향해 등을 돌린 채 살비늘을 접는다
    등 쪽으로 다가가 가만히 안아 본다
    까칠하니 한 달이 족히 넘었으리라
    이렇게 거리낌 없이 안아 체온을 교감하는 거
    얼마간 달아오른 가슴을 식히려는지
    걷어붙인 속옷을 적시며 빗물이 스며
    돌아눕는 베갯머리로 흥건하게 고인다

    젖는다는 것은 또 다른 그 누구를 적시는 일이다
    자작나무가 수액을 건네는 갈증의 새벽을

     


    가을비 / 임영준

     

    냉정한 바람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억장이 무너져 피눈물을 짜내는지

    섬뜩한 풍경소리마저 내일을 경고한다

    뒤틀린 겨울이라

    눈보다는 비를 부른다

     

     

    겨울비 / 공석진    

     

    그대여

    지난 가을

    이별의 한을 토해  

     

    먹구름

    땅바닥으로

    찍어 누르고  

     

    내 살 베는

    칼바람을

    핓빛으로 불어댑니다  

     

    한꺼번에

    참았던 울음처럼

    간담 서늘하게 몰아쳐  

     

    어느새

    추적추적

    겨울비는 지쳐갑니다  

     

    그대여

    애써

    외면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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