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북천에 두고온 가을 / 이상국

하늘과호수 2023. 12. 11. 15:13

 

북천에 두고온 가을 / 이상국

 

마가목을 두고 온 지 십년이 넘었다

돌배나무집 묵은 된장은 잘 있는지

이름은 북천인데 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강바람에 불조심 깃발들이 불꽃처럼 타오르던 곳,

마가목 열매는 술처럼, 지는 해처럼 붉었지

내 허리를 살포시 안은 여자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마가목 꽃 속을 드나들던 시절,

꽃보다 열매가 더 좋다고 하면

가던 봄이 돌아보고는 했으나

어느해나 같은 가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