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 박세현

하늘과호수 2022. 12. 8. 20:14

겨울편지 / 박세현

첫 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 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