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울지 마라 / 정용주

하늘과호수 2022. 12. 9. 17:46

 

혼자 울지 마라 / 정용주

하늘 아래 
어떤 슬픔도 
온전히 한 존재의 몫으로 
주어진 것은 없다 

먼 단풍도 
홀로 붉지 않는다 

한 바람이 
서늘한 능선의 가슴을 쓸면 
마침내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물들어 

가난한 영혼의 연대가 
온 산에 붉다 

들꽃을 바라볼 때 
꽃의 귀는 
너를 듣는다 

홀로 슬퍼 자기를 연민할 때도 
꽃은 피고 사랑은 간다 

한 마음 괴롭히는 
그 까닭으로 
모든 영혼이 운다 

우리는 모두 
물들어 간다 
혼자 울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