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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에 관한 시모음<2> [2월 시] [이월 시]
    시모음/계절 2023. 1. 31. 10:36

     

     

    2월에 관한 시모음<2> [2월 시] [이월 시] 

     

     

    2 / 성백군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러나 아직은 서투른 미동들뿐입니다

     

    좀 모자라는

    일 년 중 가장 날수가 적은

    허약한 달, 그래서 하찮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러기에

    설이 있고, 정월 대보름이 있고

    사람들이 힘을 보태는 내공이 쌓인 달이지요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느라

    기지개를 켜는 걸까요

    뜰앞 나목이

    빈 가지에 싹을 틔우느라

    붓질을 하는 걸까요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꾸 귀를 후비게 되고

    살갗이 터지는 것처럼 가려워

    몸 구석구석을 긁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가 시작되나 봅니다

    봄이 어떻게 올지, 무엇을 해야 할지,

    2월은 소망을 품고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몰래

    생명을 잉태하는 영양가 있는 달이지요

     

     

    2월에 내리는 비 / 한승수

     

    쌓인 눈 위에

    비가 내립니다

     

    이제 봄이 왔다고

    마음을 풀고 함께 녹아 흐르자며

    토닥토닥

    하얗게 언 가슴을 다독이네요

     

    하지만, 긴 긴 겨울

    켜켜이 쌓여 눌린 서러움의 무게가

    그리 쉽게 스르르 녹을 수 있나요

     

    아직 당신의 체온에서

    봄이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2 / 김대식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춥다.

    겨울이라 하려니 매화꽃이 웃고 있네.

     

    찬바람이 매섭게 옷깃을 스쳐도

    슬그머니 봄바람 훈훈하게 불어오고

     

    눈이 내려도 얼음이 얼어도

    봄기운은 하루하루 꽃망울에 스며드네.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춥다.

    겨울이라 하려니 복수초 꽃 피웠네.

     

    훈훈한 봄바람은 남에서 불어오고

    양지마다 파란 싹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영하의 날씨에 손발이 시려도

    마음은 어느새 봄 마중 가네.

     

     

    2월의 봄날 / 김덕성

     

    기다림

    너무 지루해 지쳐버렸나

    어린 아이처럼 손꼽나 기다리다

    봄 구경을 나섰더니

     

    임의 행차가 더디지만

    고운 햇살은 안간힘을 다해

    제법 따갑게 내려앉으며

    봄을 안겨준다

     

    바람결이 부드럽고

    어린 들꽃 잎에 선 나

    봄을 주우며 시를 담으니

    한 아름

     

    2월인데

    봄이 내린다

    순결한 겨레의 가슴에

    축복처럼

     

     

    2월 봄기운 / 오보영

     

    세상 다 얼음 얼려 뒤덮을 것처럼

    그리도 안하무인 극성을 부리더니..

     

    님 켜는 기지개

    작은 기척에도 놀라

     

    한순간에 멀찌감치

     

    밀려나누나

     

    포근한 님 덕분에

    움츠러진 몸

     

    활짝 펴고

    모처럼

     

    생기 돋운다

     

     

    2월의 동행 / 손상호

     

    2, 가야의 산에 눈이 내린다

    종일 누워 있어도 등이 하나도 시리지 않다는 듯

    와송은 느긋이 허리로 눈을 받아내지만

    바위틈에서 늦자란 졸참나무는 파묻히지 않으려 발버둥이다

    살다보면 한번은 폭설이 내리고 그런 날은

    당신이 나오는 소설 속에도

    밤이 더 일찍 찾아올 것이다

    하얀 밤에 취해

    마른 잎만 흔들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무들처럼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날도 한 번은 올 것이다

    눈발 가르며 산길을 오르면서

    돌처럼 굴러내려 세상에서 멀어지고 싶다던 두 사람,

    밤이 한참을 깊었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시린 갈참나무 손끝을 비집고 햇살이 올라오면

    밤새 눈에 파묻혀있던 가야의 산이 솟아오를 것이고

    힘들게 산을 뽑아올린 햇살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당신의 집에 무사히 닿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당신과 더불어 맞이했던 봄이

    한 번도 지나가지 않아서

    봄에 핀 꽃들이

    봄이 다 가기도 전에 떨어지는 이유를

    나는 여전히 모른다 몰라서, 올봄엔

    꽃을 따라 한번은 울면서 피어볼 것이지만

    소설의 끝에서 만난 그들처럼

    2월이 끝나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2 / 이일영

     

    여적 차가운 바람 속

    응달진 잔설(殘雪)

    볕 잘드는 밭고랑의

    아지랑이 사이에서

     

    눈 꽃(雪花) 연가(戀歌)

    저민 끝자락 잡아보다가

    꽃 소식 실려오는

    봄바람 미소에

    눈길가는 스카프처럼

     

    겨울 끝 초 봄의 길목에서

    팔랑이는 여심(女心)

     

     

    2월의 산통 / 온기은

     

    때 이른

    봄의 문을 열었더니

     

    남새 밭에

    움틀 거리는

    초록 생명의 꿈틀 거림

     

    만삭 되지 못한

    산모가 출산 하듯이

    서툴고 어설픈 날갯짓으로

     

    기나 긴 겨울울

    하얀 깃털로 씻어 내려

    생명의 계절을 잉태 하려는

    진통의 소리

     

    꽃샘 바람에

    온 대지가 얼어붙은 심장으로

    눈치를 보며

    2월의 산통을 격는다..

     

     

    2 / 나상국

     

    끈적끈적 찰거머리처럼 온몸에 엉겨붙은 세월

    몸조차 가늘 수 없이 숨이 턱턱 막혀오던 햇살부치

    무더운 여름날 한 평 땅도 되지 않는 나무그늘에 기대어

    달빛 스치는 창가에 헉 ~헉 긴 혀 매달아 놓고

    먼 고향을 그리듯 마음속으로 그려본 세한도

     

    발목의 깊이로 쌓이던 눈

    턱밑 높이까지 빠져 허우적 되는 긴 겨울의 늪

    소한 대한을 밀어내며 짧은 다리로 종종 걸음 질 쳐

    아지랑이 피어오를 봄 마중 가려는지

     

     

    2월이 짧은 이유는 / 민경대

     

    2월은 가고

     

    지금 2월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황토밭

    자갈밭으로 밀려

    오늘도 몇잎 남은 낙엽처럼

    무늬만 남기고 간다

     

     

    2 / 박인걸

     

    지긋지긋한 한파(寒波)

    더 이상 시달릴 수 없어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엷은 바람이 시위를 한다.

    붉은 띠와 함성도 없이

    조용한 혁명으로

    양지쪽을 점령하고

    서서히 영역을 넓힌다.

    도시를 장악했던 빙판(氷板)

    들판을 차지했던 눈은

    기세를 잃은 듯

    슬금슬금 자리를 비우고

    숨죽이던 시냇물과

    움츠렸던 뱁새도

    조금씩 입술을 열어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폭력과 무질서를 거부하고

    오직 훈풍(薰風)으로

    하지만 결코 쉽지 않게

    세상엔 또 봄이 오고 있다.

     

     

    2 / 박얼서

     

    하늘 아래 첫 동네

    산기슭 구석진

    응달에 웅크린 잔설(殘雪)

    아직 살아

    거친 숨 몰아쉬는데

    남은 겨울

    어떡하라고

    당신 홀로 서둘러

    길 떠나시는가?

     

     

    2월의 입춘 / 최홍윤

     

    봄은 오는데

    살가워야 할 2월이 매섭기만 하다

     

    배우고 익히다

    이별 아닌 이별로 서러워진 마음

    그 마음들 때문에

    이틀이나 짧아진 2월인가 보다

     

    꿈 찾아

    꿈을 키우려

    이리저리 떠나는 나그네 인생길도

    2월에 시작되고

     

    얼어붙은

    천지간에서

    복록이라도 불러들이려는 내 심사

    나도 이미 입춘대길을 부르짖었다.

     

    버들강아지

    방그레 웃는 산골짝 어디선가

    졸졸 흐르며 뒷물 훔치는 소리

     

    반세기 전에

    마지막 학교 문턱을 나서던

    이 땅의 누이들의

    눈물 훔치는 소리가,

     

    더는 오갈 데가 없던

    누이들의 서러움이,

    아직도 내 가슴을 적신다.

     

     

    2월 그리움 / 오보영

     

    그 매서운 추위에도

    마구 퍼부어 내리던 폭설에도

    내가 이처럼

    잘 참고 견디어낼 수 있는 건 오직

    님이 있어서다

     

    늘 품안에서

    가슴 훈훈하게 데워주고

    가득 머릿속 메워

    맘 든든하게 매어주던 님

     

    사랑하는 내 님을

    머지않아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어서다

    아련히 그려만보던 님을

    한껏 가까이 옆에서 지켜보며 내내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2월 설야 (雪夜) / 고은영

     

    창 넘어 하이얀 눈송이들이

    시린 얼굴로 밤을 부르고 있다

    어김없이 올해도 봄을 시샘하는 눈발이

    밤새 온 세상을 덮었다

    봄의 화려한 유혹에도

    나의 냉골엔 아픔만 서성대고

    군불조차 지필 수 없는 얼룩진 가슴으로

    희미한 그리움이 마지막 기차처럼

    저 눈길을 헤치며 어디론가 달리고 있다

     

    은둔했던 가난한 날들의 시름겨운 눈동자가

    어두운 창가로부터 추억의 토막들을 실어 나르며

    발기된 성기처럼 투영됐다 사라져 간다

    , 나는 이 더러운 질병의 범주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어느 겨울의 골목 아직도 밤길을 헤매이며

    내리는 눈에 고립된 채 까부라지고 있나

     

    정적에 사로잡힌 침묵의 새벽

    희뿌옇게 밝아오는 창가를 응시한다

    이제야 말로 나는 희망을 노래 불러야 한다

    그런데 유리창은 왜 저렇게

    지저분해져만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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