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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날에 관한 시모음<4> [설날 시] [구정]
    시모음/계절 2023. 1. 20. 11:34

     

    설날에 관한 시모음<4> [설날 시] [구정]

     

     

    설(까치 까치 설날은) / 윤극영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 하셔요

     

    우리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리 우리 내동생 울지 않아요

    이집 저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정말 좋아요

     

     

     

    설날 아침에 / 홍해리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잤더니

    눈썹이 하이얗게 세어 버렸네

    창 밖엔 흰눈이 세상을 덮고

    새소리 바람소리도 얼어붙었네.

     

     

    설날 / 양광모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이 세상 가장 신명나는 축제

    삼천리 방방곡곡

    온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고 세배를 하고

    윷놀이를 벌이면

    눈은 차가웁게 쌓여 있어도

    마음에는 성큼 봄이 찾아와

    새해에는 더욱 아름다우세요

    새해에는 더욱 활짝 피어나거라

    이 세상 가장 따뜻한 기도를

    주고 받는다

     

     

    설날 떡국 앞에서 / 차영섭

     

    보이지도 않는 부모님 얼굴 뵙고

    명절 상 앞에서

    떡국을 먹는다

     

    우리 부모님!

    보지도 못한 당신의 며느리 정성

    깃든 그때 그 떡국을 드신다

     

    세월 먹은 떡국 앞에 앉으면

    끊긴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 나는 10대 소년으로 돌아가

    아, 생생하게 어머님 아버님 만난다

    아, 세월 지우니 이렇게 눈물겹다.

     

     

    돈 벌기 쉬운 설날이 왔다 / 정영숙

     

    여동생의 아들이 결혼 한지 7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

     

    얼마나 기다리든 손자인지 말로다 글로다 표현할 수

    없이 자랑스러운데, 그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아들은 수의사인데 요즘 구제역으로 인하여 바빠서

    힘이 들고 피곤하여 죽을 지경이다. 그래도 설은 왔다.

    손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절 한 번하면 만원을 받았다.

    설 다음 날, 여동생의 손을 잡고 슈퍼에 간 손자가

    놀이 카드를 살려고 하니까 손자보고 말하기를“집에

    카드가  많이 있는데  왜 또 살려고 하느냐 요즘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아빠를 봐라!”고했다. 손자가

    조르며 대답하기를 “할머니, 요즘은 돈 벌기가 파리 한

    마리 잡는 것 보다 쉬워요. 파리는 잡으려고 하면 금방

    도망을 가는데 돈은 절만 한번 예쁘게 하면 주는데 뭐가

    그리 어려워요”라고-. 아침에 전화로 그이야기를 들으며,

    작년에는 시집에 금년에는 친정에 가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외손자 이야기도 하며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했다.

    아이들에게 설은  1년 중 돈 벌기 가장 쉬운 날이다.

    이렇게 순진난만한 아이도 철들면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을 날이 올 것이지만, 세뱃돈 받는 이 때가 행복이요

    미래의 추억거리다.

    우리도 어릴 적 그랬으니까 하! 하하하!

     

     

    설날 / 박동성

     

    내가 그리워하는 설날은

    아이들 웃음소리

    꽃처럼 피어나는

    페리도트빛 하늘.

     

    날 그리워하는

    너의 그리움과,

     

    널 그리워하는

    나의 그리움이

     

    눈처럼

    쌓이나니,

     

    설날오는 날에

    너와 나, 안녕! 

     

     

    구정 즈음에 / 백원기

     

    삼백육십오일 조용히 놓인

    옛날 사진을 들여다본다

    옛날 울 엄마가 우리들 사진 들여다보듯

     

    엄마 아빠 사내아이 둘

    관악산 기슭에서 찍었던 사진

    천연스럽게 웃는 웃음 천사의 웃음

    그때 입힌 옷이 생각난다

     

    말썽 피우고 웃음도 안겨주던 아이들

    다시 돌아와 조몰락거릴 수 있었으면

     

    어느 틈에 자란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

    참새 가족처럼 한 둥지 틀어

    짹짹 이며 귀엽게 살고 있는 모습

    언제 돌아와 제 자식처럼 보여주려나

     

    흑백이 아닌 화려한 칼라 사진

    꽃처럼 예쁘게 살고 있는 아이들

    분신의 분신까지 돌아와

    한바탕 웃음잔치 벌렸으면

     

     

    구정 전날 밤 / 김종석

      

    그 해 겨울

    가장 추웠던

    구정 전 날 밤

     

    조각조각

    부서진 영혼은

    집 주위를 맴돌며

     

    온 방 불 꺼지고

    노란 불 따뜻할 것 같았지

    미련 없이 돌아 섰다

     

    마음은 봄바람처럼 따스했다

    나비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추위를 감쌌나 보다

     

    나비들은 따스했고

    온갖 색깔들로

    치장하고 있었다

     

    따스한 봄날처럼 잔디밭에 누워

    나비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따스하게 느껴졌던

    노란 불빛은 그리움 되고

     

    눈물은 금방 바닥 났지만. 

     

     

    까치 설날 / 박해옥

     

    민들레 풀씨로 갔던 자식들이

    꽃 몇 송이 환하게 피워 앞장세우고

    마당귀로 들어서는 까치 설날

     

    아픈 다리 같은

    막내딸도 이름자 큼지막한 아들도

    구두를 벗고 고향집 아랫목에 들면

     

    모두 아이가 된다

    마당 쪽에서 어무니 삐삐

    부엌 쪽에서도 어무니 삐삐

    예제서 천세나게 불리니

    하아! 날개가 돋친 구순의 어머니

    놀부가 흥부네 화초장 뺏어지고 가는 걸음새다

     

    고방채 추녀 끝에 한 풍경 내걸렸다

    명문세도가 조 아무개 후손들이

    대꼬챙이에 아가미가 꿰어서도 꼿꼿한 저 기품

    바람이 지날 적마다 비릿한 파도 소리를 낸다

     

    현관식구도 대만원이다

    문수가 없는 꼬까신부터

    보트만한 운동화에 구두까지

    몇몇은 모로 눕고 몇몇은 업어져서

    한품의 형제답게 잠든 모양새 정겹다

     

    청랑한 밤기운에 불려나가

    식혜 한 대접 들고 장간에 서니

    볍씨 같은 밤별이 내려와 밥알로 동동 뜨는

    섣달 그믐 밤~~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1 /이동순

     

    새해가 왔는가

    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

    들이닥친 길손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

     

    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

    내 서가의 해방 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

    그 위를 번져 가는 곰팡도 아직 못 쓸고 있는데

    새해는 불현듯 와 버렸는가

     

    파헤쳐 놓은 수도공사도 끝내지 못했는데

    태어나리라던 아기예수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여지껏 나무에 대룽대룽 매달려

    애잔한 잎들은 팔랑이는데

    못다 쓴 원고뭉치는 그대로 밀려 있는데

    미처 남쪽으로 떠나지 못한 새들도 있는데

    불현듯 불현듯 새해는 왔는가

     

    기다리던 첫눈도 나리지 않고

    적적한 마당귀를 덮고 있는 김장독 이엉 사이로

    시궁쥐만 분주히 쏘다니는데

     

    새해는 왔는가

    헛꿈을 잔뜩 안고 돌아와 저 혼자 설레이는

    놈팡이처럼 새해는 왔는가 와서 무얼 하려는가

     

    모듬판에서 돌아오는 밤

    이미 자정을 넘겨 볼에 스미는 찬 기운

    텅 빈 호주머니와 마음 속으로

    아무거나 새것이라면 마구 채워야 하는 걸까

     

    해마다 와서 속절없이 가 버리는 것이

    새해일까 나라는 깨어지고 깨진 틈서리는

    서로 붙을 생각조차 품지 않는데

    보리싹 파릇파릇 움 틔우는 저 들판이

    후루룩 겨울참새를 허공에 뿌리는 그 속마음은

    무엇일까

     

     

    설날에 / 허윤정

     

    설날 가족이 다 모여서 차례를 지났다

    남자들만 한복을 차려입고 며느리 들이

    준비해 온 음식으로 제사를 모신다.

     

    서로 건강히 만나 아이들 세배 돈도 주고

    세배 돈도 받고 받은 세배 돈으로

    두 며느리에게 세배 돈 인심도 쓰고 우리의

    초하루 설날은 행복하게 지나간 셈이다

     

    밀물처럼 밀려와 북적대던 가족은 모두가

    떠나고 집안은 겨울바다 빈 모래밭처럼

    썰렁하다. 곧바로 대구 아들은 떠나가는

    귀가 길에 남양주 자기 아빠 묘소로 가서

    참배를 했다.

     

    그곳 남양주 양지바른 계곡의 잔디 위에

    놓아둔 임종의 새가 그대로 있다고

    연락이 왔다. 아이들은 그 새를 차 거운 땅속에

    묻어주겠다고 한다. 그곳 통나무집의 문 위

    지난봄에 새끼를 부화해간 새의 오두막이

    비어 있으니 그 곳에  놓아 주고 가라고 했더니 

    무슨 이유인지 엄마 말을 안 들어준다

     

    저 예쁜 새는 할아버지 생전 아침마다 새들을 불러

    모이를 주실 때 그 모이를 먹고 자란 새일지도 몰라!

    그래서 그 먼 곳까지 할아버지를 찾아온 새가

    아닌지 손녀딸 소영이가 의문을 제기한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 편히 그곳에 묻어주어야

    한다고 아이들은 우긴다.  임종의 새는

    큰 나무 밑에 수목 장을 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 슬픈 설날 이다.  

     

     

    설날 아침 / 김복수

     

    개다리소반이 놓여 있던 자리

    두레밥상이 놓이고

     

    기침소리 들리던 곳에

    아이들 웃음소리 때굴때굴 굴러다닌다

     

    눈 비빈 아침 해가

    오두막 봉창을 기웃거리고

     

    오랜만에 오두막이 쌈지를 끌러놓고

    부처처럼 앉아서 넙죽넙죽 세배 공양을 받는다

     

    참! 아름다운 새날 새 아침이다

     

     

    설날 아침에 / 김득수

     

    정월을 맞는

    둥근 해는 소망으로 가득하고

     

    때때옷에

    꼬까 신 신고 눈길 나들이는

    뽀드득 대고 설날 아침은

    세상 모두 즐겁다.

     

    공주님들

    색동저고리에 예쁜 댕기 머리

    흔들대고 깔깔거리는

    모습은 참으로

    귀엽다.

     

    세배 가는

    마을 길목에 까치 노랫소리

    정겹게 들리고 오고 가는

    가족들 모습은

    밝기만 하다.

     

     

    민속 큰 명절 설날 찬가 / 정행호

     

    덩더꿍 덩더꿍 두메산골

    마을마다 집집이

    떡방아 찧는 소리가 그윽하다

     

    힘겨운 몸동작에 심박 수가

    턱 끝을 향하여 뜀박질하건만

    절구 대를 높이 치켜들어

    절구통 속의 찹쌀을 향하여

    냅다 내려치시던 어머님 모습을

    어디에서 찾을거나

     

    두 발을 모아 종종거리며 걷는

    까치의 축가에 설레는 마음으로

    형제자매들을 기다린다

     

    아름다운 미풍양속

    큰 명절 설날이 주는

    그지없는 교훈에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던 유년기를 그려본다.

     

     

    고유명절 설날 아침에 / 허윤정

     

    뜨락의 새소리에 봄이 오는 기척이 선연하다 

    낯선 그리움의 시간은 흘러와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인 음력 설날의 1월1일 아침 이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반가운 마음으로

    모였다  선조의 차례도 지내고 삶의 본원인

    가정과 가족을 만나는 시간은 반갑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다

     

    큰 며느리는 종일 자기 집에서 제사 음식을

    만드느라 고생을 하고 작은 며느리는 대구서

    올라왔다. 함께 준비해서 커피까지 타 와

    소리 없이 아버지 차례 상은  준비 끝이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남양주 아버지

    묘소에 먼저 절을 올리고 왔다 

    어머니인 나에게 모두 함께 세배를 한다.

    그리고 차례를 지났다.

     

    누가 정해준 법도도 아닌데 그렇게 진행되는

    우리 집의 새해맞이 절차다. 그러면서 작은

    일까지의 예도도 공부를 해서 가정의

    차례문화를 정립하자는 아이들의 제안이다. 

     

    제일 우선은 가족 간의 사랑이다. 

    가족 간의 사랑과 배례가 최우선 순위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과 사랑으로 새해라는

    첫날을 웃음으로 맞는 것이다.

     

    이웃에 가까이 살기에 딸네 가족도 저의

    차례를 마치고 모였다

    현대판 TV 영상으로 가족 촬영도 하고

    즐거운 덕담의 시간을 잠시 나누고

    모두 뿔뿔이 헤어졌다.

     

    그들의 처가댁 세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남의 아쉬움을 남긴 채 모두 떠나고 다시

    빈집이다. 밤이 깊었다 다시 아들은 엄마와

    함께 잔다고 왔다.

     

    '설날' 이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설다

    낯설다 라 는 설에서 대강 그 유래라고 한다. 

    설 역시 처음 맞이하는 낯설 은 말로 서럽다는

    뜻의 섧다 에서 왔다고도 한다. 한 해가 지남으로써

    세상의 부모들은 점차 늙어가는 처지가 가끔

    서글퍼하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이라는 우리 고유

    명절의 설날, 그렇게 새해맞이 큰 행사는 끝났다

    창밖의 새소리가 나의 아침을 화답하네

     

     

    설날 / 권영우

    뒤뜰 청솔 더미에서 목욕한 해묵은 석양이

    동쪽 하늘 붉은 때때옷으로 치장하고

    대청마루에 새해 복(福), 한 광주리 걸어 놓는다

    날마다 맞이하는 무덤덤한 햇살이

    오늘 아침은

    가난한 가슴에 부푼 꿈을 가득가득 안겨온다

    섣달그믐 묵은 때를 열심히도 벗기시던

    어머니는

    밤새도록 지극 정성 차례상을 준비하셨다

    설빔하는 어머니 무릎에 누워

    자지 않으려 용쓰다 깜박 잠든

    새해 새 아침 설날 어둑새벽

    개구쟁이 동생이 찬물에 세수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넙죽 세배를 드린다

    큰누나가 지어준 색동 주머니에

    깜박깜박하시는 할머니의

    손때 묻은 무지개 알사탕이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는 오늘은 설날이다

    소식 없는 대처의 둘째형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애끓는 정성이 담긴

    떡국 한 그릇

    삼신할미에게 공양되는 오늘은 설날이다

    동네 어귀를 들어오지 못해 망설이던

    떠돌이새가

    하얀 눈밭에 걸린 청솔가지에서 밤새 울다가,

    일 년 365일 눈물로 지새운

    어머니 치마폭에 용서를 비는 오늘은 설날이다

    그렇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모든 걸 용서해주고 용서받고

    그리운 가족 사랑을 주고받으며

    정겨운 희망의 닻을 올리는 오늘은 설날이다

     

     

    나룻목의 설날 / 서정주

     

    바다는 
    얼지도 늙지도 않는
    울 너머 누님 손처럼
    오늘도 또 뻗쳐 들어와서,
     
    동지 보리 자라는
    포구 나룻목.
     
    두 달 전의 종달새
    석 달 뒤의 진달래 불러
    보조석공 아이는
    돌막을 빻고
     
    배 팔아 도야지를 기르던 사공
    나그네의 성화에 또 불려 나와
    쇠코잠방이로
    설날 나그네를 업어 건넨다.
     
    십 원이 있느냐고
    인제는 더 묻지도 않고
    나그네 배때기에
    등줄기 뜨시하여
    이 시린 물 또 한 번 업어 건넨다.

     

     

    떡국을 먹으며 / 양광모

     

    먹기 위해 사는 게 인생은 아니라지만

    먹고 사는 일만큼 중요한 일 어디 또 있으랴

    지난 한 해의 땀으로

    오늘 한 그릇의 떡국이 마련되었고

    오늘 한 그릇의 떡국은

    새로운 한 해를 힘차게 달려갈 든든함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설날 떡국을 먹으면

    희망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아물지 않은 상처마다 뽀얗게 새살이 돋아난다

     

     

     

    설이다 / 윤보영

     

    설설설설

    행복이 다가오는 설이다

     

    기쁨이 다가오고

    웃음이 나오는 설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되돌아보며

    미소 짓는 설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리에도 설설설

    집안에도 설설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얼굴마다 설설설

    마음 가득 설설설

     

    설이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설이다

     

     

    설날의 추억 / 강순구

    뽀얗게 모락모락 오르는 굴뚝 연기
    쿵덕쿵 떡메치던 장단이 들려오고
    삐그덕 싸릿문짝을 밀치고서 들어선다

    깡통을 잘라만든 이동식 아궁이에
    솥뚜껑 올려놓고 배추전 부치는 엄마
    고소한 기름냄새에 침이 괴어 흐른다

    마루에 큰상 펴고 콩고물 묻혀 가며
    인절미 만드시며 쫄깃쫄깃 웃으시는
    할머니 따스한 사랑 배어든다 가슴속

    따뜻한 어머님 품 같았던 고향뜨락
    아릿한 풍경들이 세월에 흘러가고
    할머니 떠나신 자리 내가 부모 되었구나

    그리워 눈속가득 담겨진 설날풍경
    그추억 마냥 어린 내모습도 변했구나
    세월은 흘러서 간다 훠이훠이 빨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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