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한(大寒)에 관한 시모음<1> [계절 시] [대한 시]
    시모음/계절 2023. 1. 19. 22:48

     

    대한(大寒)아침 비오는 소리 / 허세광
     
    아름다운 24절기 대한(大寒)
    가장 춥다고 하는 절기(節氣)지
    보슬보슬 겨울비 내려
    내 마음을 스르르 녹이는듯
    이제 겨울을 매듭지으려하네.
     
    유별나게 맹추위가 엄습한 해
    지구를 한(寒:한파)과 서(暑:무더위)로
    만물을 힘들게 한 겨울
    24절기 마지막 날 끝자락
    함초롬히 봄을 재촉하는 비
      
    산새들이 날개 펼치며
    얼었던 입을 떼고
    반가워 하는 지저귐
    겨우내 추위에 떨던 나뭇가지
    새소리에 기지개를 켠다.
      
    이제 봄이 오면
    호미 메고 터밭에
    냉이 달래 부추 돌나물 머위 캐고
    상추 봄배추 씨앗뿌려야지
    벌써 마음이 봄 문턱에 와 있네.

     

     

    깊은 겨울 / 박인걸

     

    대한 추위가 사납던 날

    힘 있는 새들은 어디론가 숨고

    병든 비둘기만 거리를 헤매다

    어느 골목길에서 동사를 했단다.

     

    들꽃이 곱게 피던 들판과

    새들이 노닐던 숲과

    물고기 떼 지어 다니던 냇물도

    매서운 칼바람에 떨고 있다.

     

    평화로운 꽃들은 언제 피려나.

    어울리는 새의 노래와

    풀잎에 내리는 빗소리는

    어느 때에야 들을 수 있으려나

     

    휴전선을 함부로 넘어온

    초대하지 않은 한랭전선이

    탐라도 까지 길게 뻗어

    길목이 가로막힌 봄은 물러섰다.

     

     

    새 아침 / 백원기

     

    잠잠하던 추위

    대한 추위 제치고 또 오나보다

    바람에 눈비 섯거 치다

    영하 깊숙이 떨어지면

    단단히 무장하고

    맞서야 하겠다

     

    불꽃 튀는 눈빛과

    칼날 부딪는 말소리

    끊이지 않는 교통 소음

     

    낮과 밤을 거느리던

    어제의 시간이 가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

     

    신선한 새 아침에

    오늘 하루 발걸음이

    보람차고 값진 삶이 되게

    두 손 모아 간절한 마음

    품어본다

     

     

    깊어가는 겨울 / 백원기

     

    점점 더해가는 추위

    소한 지나 대한으로 가고

    하얀 눈이 오다 바람에 어니

    미끄러운 빙판길

     

    서둘러 서산에 해지고

    겨울 달은 싸느란데

    성에꽃 들창 너머로

    보일 듯 말듯한 손짓

    옛 기억에 그리움이 싹터

    추억 열매를 매만진다

     

    찬바람이 심술궂게

    전깃줄을 건드리면

    주고받던 사랑의 밀어 들리는 듯

    어디서 무얼 하는지

    만났다 헤어진 사람

     

    밤공기가 차가워

    따뜻한 이불 뒤집어쓰고

    잠긴 상념의 문을 연다

     

     

    화력(花曆) / 임백령

     

    대한 지나 설을 앞둔 쌀쌀한 날

    달력 한 장이 미리 넘어가 있다.

    입춘 보내고 삼월에 가 있는 땅

    윙윙대는 벌떼 소리 품은 듯하다.

    고샅길 오종종 모인 개불알꽃

    가녀린 줄기 얼어붙는 겨울 결정을

    붉은 불길 담금질로 매단 잎사귀

    영하의 추위에 식혀 붉은 듯 푸르다.

    , 그들의 월력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희미한 햇살 엮어낸 당초무늬

    매듭 문자로 날수 헤아리며

    해시계 줄기 그림자 손꼽은 날

    때맞춰 파란 꽃 터뜨렸다.

    길 옆 언 땅에 햇살 병풍 두르고

    탱탱한 바람의 날 선 붓끝

    건너편 언덕 세한도 걷어 내고서

    인동의 불길 수놓아 건너온 한철

    땅 아래 잠자는 숨결 속으로

    눈부시게 내리는 자리가 있다.

     

     

    봄이 곧 오리라 / 박종영

     

    소한 대한 추위

    모두 이겨내고 나면

    화사한 입춘 절이 얼마 안 남았다

     

    봄의 기척을 알아차린

    매화나무 가지 끝엔 어느새

    녹두알 만한 꽃봉오리가

    키를 재며 서둘러 봄기운을 재촉하고

     

    풋풋한 산의 가슴이

    연둣빛 설렘으로 물들어 가면

    산골 물은 봄의 자장가로 흘러가고

     

    겨울 동백은 붉은 옷고름 풀어

    어두운 땅을 흔들의 깨운다

     

    봄기운 강산에 고루 퍼지는 날

    훈훈한 바람은 솔솔 피는 봄꽃 이끌고

    산자락에 보름달로 뜬다

     

    그 보름달을 훔쳐 파릇한

    동백나무 가지마다 촐싹대며

    꽃등을 매다는 노랑 부리 동박새

     

    <20>

    겨울 양수리에 가서 / 권달웅

     

    대한추위에 맞선 강이

    쩡 쩡 소리를 내며

    얼어터지고 있었다.

     

    밑바닥까지 언 두 강이

    얼음 밑바닥으로

    강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엄동설한 날아온 철새들이

    날개에 부리를 파묻고

    새까맣게 몰려 앉아 있었다.

     

    앉을 자리를 잃은 철새들이

    얼음판 위에 발을 오므리고

    와글거리고 있었다.

     

    일자리를 잃고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노숙자들처럼,

    헤매는 실직자들처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