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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날에 관한 시모음<1> [설날 시]
    시모음/계절 2023. 1. 18. 22:02

     

    설날에 관한 시모음<1> [설날 시]

     

    설날 가는 고향 길 / 오광수

     

    내 어머니의 체온이

    동구 밖까지 손짓이 되고

     

    내 아버지의 소망이

    먼 길까지 마중을 나오는 곳

     

    마당 가운데

    수 없이 찍혀 있을 종종걸음들은

    먹음직하거나 보암직만 해도

    목에 걸리셨을 어머니의 흔적

     

    온 세상이 모두 하얗게 되어도

    쓸고 또 쓴 이 길은

    겉으로 내색하진 않아도

    종일 기다렸을 아버지의 숨결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시고요

    자주 오도록 할게요

    그냥 그냥 좋아하시던 내 부모님. . .

     

    언제 다시 뵐 수 있을까요

    내 어머니, 내 아버지. . .

     

     이젠 치울 이 없어

    눈 쌓인 길을 보고픔에

    눈물로 녹이며 갑니다.

     

     

    설날 / 오세영

     

    새해 첫 날은

    빈 노트의 안 표지 같은 것

    쓸 말은 많아도

    아까워 소중히 접어둔

    여백이다.

     

    가장 순결한 한 음절의 모국어를 기다리며

    홀로 견디는 그의 고독

    백지는 순수한 까닭에 그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

     

    새해 첫 날 새벽

    창을 열고 밖을 보아라

    눈에 덮혀 하이안 산과 들

    그리고 물상들의 눈부신 고요는

    신의 비어있는 화폭 같지 않은가

     

    아직 채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눈길에

    문득 모국어로 우짖는

    까치 한마리.

     

     

    설날아침 / 이해인

     

    햇빛 한 접시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 더 먹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아빠도 엄마도

    하늘에 가고

     

    안 계신 이 세상

    우리 집은 어디일까요

     

    일 년 내내

    꼬까옷 입고 살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 집으로

    다시 가고 싶네요

     

    식구들 모두

    패랭이꽃처럼 환히 웃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네요

     

     

    설날 / 오탁번

     

    설날 차례 지내고

    음복 한 잔 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재 볼 물들이며 떠오른다.

     

    설날 아침

    막내 손 시릴까 봐

    아득한 저승의 숨결로

    벙어리장갑을 뜨고 계신

    나의 어머니

     

     

    설날 / 박성렬

     

    함박눈 내리는 마을 어귀에

    반가운 자식들 미소로 반기며

     

    조용하던 집안은 손주들 재롱에

    왁자지껄 웃음바다

    할머니 품에 안기고

     

    형제들 이야기 꽃피우며

    고부간 정겨운 옛이야기

    시간은 시냇물처럼 흘러가는데

     

    귀경길에 눈물 훔치며 쌈짓돈

    손주들 건네주면서

    두 손 꼭 붙잡고 놓지 못하는 할머니

    처가집 마당은 조용하고 창밖은 다시

    찬 기운이 감돈다.

     

     

    설날은 / 윤보영

     

    설날

    오늘은

    세뱃돈을 받고요.

     

    설날

    오늘은

    새로운 각오를 하고요.

     

    설날

    오늘은

    새로운 계획을 세워요.

     

    설날은

    내가 주인공

    내가 가장 행복한 날!

     

     

    설날 아침에 / 김남주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 가고 이빨 빠진 옹기그릇에도 내리고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아침 아침이라 그런지

    까치도 한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뭐하러 왔냐

    때때옷도 없고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 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나이 마흔에 시집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우리 아우 덕종이한테는

    행여 주눅이 들지 않도록

    사랑의 노래나 하나 남겨두고 가렴

     

     

    복주머니 / 함동진

     

    설날 아침

    엄마 아빠께서 주신 덕담

    네 마음 속에

    평생 사랑주머니 달고 다녀라

    언제나 따스한 사랑 가득 채우고

    사랑에 주린 사람 만나거든

    나누어주거라

    어디서든.

     

     

    설날의  설레임 / 신경희

     

    밤이 깊도록 한입 가득

    만두 속을 채우며 만두를 빚으시던

    이른 새벽부터 마음은 벌써

    동구밖에 나와 서 계실 어머니

     

    주름진 얼굴위에 엷은미소

    설레이는 마음

    기다림이 익숙한 날 속에

    설날만큼은 기다림이 즐거워라.

     

    묵묵히 마당 한가운데를

    싸리비질 하시며 헛기침 하시는

    벌써부터 마음은

    동구밖으로 달리고 계실 아버지

     

    뿔뿔이 흩허져 살아가는 자식들

    그저, 무언의 바램은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기를 기원하는 마음

    까치가 울어대는 아침이면

     

    행여 출가한 자식에게 소식이 있을까

    사랑 긴 마음 동구밖을 달린다.

    얼굴만 보아도 행복한 

     

    나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날의 설레임.

     

     

    어머니의 설날 / 이효녕

     

    유년의 세월 앞에 두고 떠나온 고향

    귀향 열차 기적소리 들길 걸어오면

    마음으로 타오르는 그리움 불길 지펴

    객지로 떠나보낸 자식 기다리시는 어머니

    이마의 주름은 세월의 강입니다

     

    삶의 변방에서 자식들 돌아온다는

    설레는 마음에 며칠 밤 지새우며

    세월로 스쳐간 기억만큼 풍성하게 차린

    자식들 많이 먹이려 마련한 설날음식

    돌아보는 기쁨이 마음을 흔들던 어제의 설날

    그러나 이제는 숨 쉬는 것마저 힘든

    어머니 몸에 엉킨 매듭입니다

     

    가벼워진 몸 이불자락에 의지하면서

    물끄러미 물밑 내려다보시는 어머니

    자식들 얼굴조차 희미하기에

    이제 바깥 거동은 조금도 못하시지만

    내 사랑의 자리는 삶의 강물로 흐르다가

    설 차림 상위에 올라 앉아 계시는 어머니

    아직 생전에 계신 얼굴 들어

    앞으로 떠나가실 하늘 바라보는 모습

    빨래하시던 강을 건너려

    강가의 매어 놓은 작은 나릇배입니다.

     

     

    설날 아침에 / 김설하

     

    동녘이 환해지며

    먼동이 터오는 설날 아침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와

    웃음꽃 활짝 피는 복된 새해 새날입니다

     

    소복소복 쌓여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눈처럼

    우리 가슴에도 순백의 폭설이 내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순한 마음으로

    따뜻하고 정답게 살 것을 약속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을 만나도

    아름다운 이웃으로 지내며

    즐겁고 활기차게 살겠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 가득하시고

    올해는 웃는 일 많이 생기시고

    올해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불끈 솟아오르는 저 붉은 태양의

    열렬한 기운을 모두 받으셔서 부자 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날에 대한 소묘 / 송용일

     

    달을 우러러

    여백을 찾는 가파른 생의 숨 고르기

    뿌리에 情을 두르는 하루입니다

     

    지난 사람에게도 삶의 무게를 아뢰고

    음덕을 빌어

    무게를 나누고 싶은 날입니다

     

    너를 보고 나를 보이고

    우리들을 보는

    삶을 다독이는 교차로입니다

     

    모천이 주는 활력을 느껴

    하늘 높이 鳶을 날려氣를 세우며

    우주를 유영하는 윷말, 별을 해입니다

     

    삶의 매듭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니

    오늘의 회귀는 歸天의 나들목입니다

     

     

    설 날 / 손광수

     

    어흠

    손주 놈 등짝에 둘러 붙이고 읍내는 도착했으리

    아니야 고개를 넘어 오고 있으리라

     

    몇 번이고 쌈지 돈을 세고 또 세고

    어정어정 마당을 쓸고 또 쓸며

    시집간 딸년이야 설이라도 지나야 올 거제

     

    아침나절부터 들락거린 기다림에

    고갯마루는 벌써 평지가 되고있다

     

    일이 있어 못 뵐 것 같아요

    지난해처럼 설 장보따리 못 풀까

    시커먼 전화통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 보시던 어머님

     

    빈 방 아궁이에 타고있는 장작불 너머로

    자망 자망 걸어오는 손주 놈을 품고 있다

     

     

    설날 / 이상례

     

    어떤 이는

    대학에 붙어

    부모님 효도하고

     

    어떤 이는

    취직 하여

    부모님 효도하고

     

    어떤 이는

    시집 장가 들어

    부모님 효도하고

     

    어떤 이는

    용돈 두둑

    부모님 효도하고

     

    이도 저도 아닌 나는

    가슴으로

    효도할수 밖에는

     

     

    설 날 / 박해옥

     

    (1) 바람이 쿨룩대며

    골목을 쓸고 다니는 설 밑

    가장 깊은 곳에 똬리 한

    고만고만한 그리움들이

    노랗게 싹을 틔워 마움 설렐 때

    조그맣게 울고 웃던 아이들이

    집짓기를 익혀 돌아드는 고향

    쥐불 맞은논둑같은 얼굴로

    어머니,"춥지야" 하시며 손 안아 주시는곳

     

    (2) 설이 돌아오면

    소라고동처럼 귀가 길어져

    먼뎃소리도 다아 들린다

    눈감고도 뛰 다니던 마을 길도 훤하고

    마음을 건너 질러검게 출렁거리며 강물이 흐른다

    그러다간 하 기막혀 내 설움에 울고 나면

    생피를 다쏟아 낸 심장이

    몇 날 몇 일

    침묵의 드라마를 쓰면서...설날이면

     

     

    설날 / 채린(綵璘)

     

    예쁘게 머리빗고 할머니댁 갑니다

    아이구 내새끼 부둥켜 입맞추어요

    삣쭉삣쭉 만두 오빠가 만들고

    동글동글 만두 내가 만들어요

     

    주머니 세뱃돈 만지작거리고

    집앞 저수지 알록달록 웃음꽃

    아아 오늘은 설날이래요

    까치야 너도 오렴 썰매 타자구나

     

     

    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설날에는 / 전숙

                                   

    무장 무장 뜨거워지는 것이다

    양팔에 출렁 그리움을 안고

    오매불망 당신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곰팡이 하얗게 핀 메주냄새,

    골방에 엎어져 후욱 들이키고

    정자나무 헐벗은 등짝도 투욱 건드려보고

    굴뚝에서 폴폴거리는 매콤한 연기와

    샅바매고 엎어져 질금거리는 눈물자국

    손등으로 쓰윽 닦고 싶은 것이다

     

    소꿉동무 얼싸안고

    ‘이놈아 잘 살았더냐’욕깨나 퍼주고 싶은 것이다

    빙글빙글 휘어 도는

    고샅 막바지의 당숙 댁에도 덕담 올리고

    선산에서 기도 중인

    봉분들께도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은 것이다

     

    때때옷 지어 입혀주던

    여윈 그 몸에 때때옷 입혀드리고

    맛난 음식 해주던

    합죽한 그 입에 맛난 음식 올리고 싶은 것이다

     

    마이너스통장도, 대출이자도

    깨진 장독에 숨겨두고

    '으앙'하고 나 첫울음 울 때처럼

    천둥벌거숭이로 달려오는 햇덩이를

    빈 가슴에 꼬옥 껴안으면

    발가락마다 얼음 든 차디찬 세상도

    구들장 눌어붙은 안방처럼 뜨거워지리라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설날에는.

     

     

    설날의 애상 / 김덕성

     

    설날 자식들이 돌아간

    후 떵 빈 거실에 앉아 있노라니

     

    세배를 받으면서 떠올랐던

    어머니 문득 떠오른다

     

    공간을 뚫고 오시는 어머니

    나는 두뇌에서 지워지지 않기 위해

     

    자주 하얀 백지장에

    그 고운 얼굴을 그린다

     

    그 그림은 지금까지도

    어느 여인에서도찾아보지 못한

    잔잔한 호수처럼 사랑을 띄운 미소

     

    잘못 투성인

    나를 따뜻하게 손잡아 주시며

     

    기도해 주시던 인자하신 어머니

    너무 그리워 눈물 흘릴 뿐이다

     

     

    설날 / 오보영

     

    집집마다

    마을마다

    온 나라 방방곡곡에

    가족사랑 훈훈하게 넘치고 있네

    자식은 부모에게

    감사하며 효도하고

    부모는 자식들이

    대견해서 품어주고

    사랑합니다!

    사랑한단다!

    당신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너희들이 있어서

    든든하단다

    데워진 사랑 열기

    추위를 녹여

    먼 데 있는 봄기운

    서둘도록 재촉하네

    훈훈한 사랑의 열기로

    한 겨울 추위도 녹이며

    먼 데 있는 봄기운을 서둘러 재촉하는

    민족의 명절,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설 연휴, 가족들과 함께 따뜻하고 풍성하게

    보내시길 소망하며

     

    올해에도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하루'가 되겠습니다

     

     

    설날의 기도 / 김덕성

     

    우리 고유의 설날

    새 아침 태양은 솟는다

    근엄하게 떠오르는 태양 빛

    이제 마음에서 빛나게 하소서

    구태를 벗어버리고

    악한 것은 모양이라도 버리고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수정 같이 삶이 되게 하소서

    어떤 일에도 비굴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며

    살아 있음을 감사하면서 사는

    건강한 삶이 되게 하소서

    사랑으로 여는 희망의 해

    알차고 보람 있는 삶으로

    큰 뜻을 품고 떠나게 하시고

    유종의 미를 걷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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