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설날에 관한 시모음<2> [설날 시]
    시모음/계절 2023. 1. 19. 15:01

     

    설날에 관한 시모음<2> [설날 시]

     

    설날 떡국 / 정연복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한 살 더 먹는다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한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하루하루 전혀조급함 없이 살면서도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겁먹거나 허둥대지 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좋은 사람 쪽으로 변화하면서

    내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살도록 하자.

     

     

    설날 / 윤제림

     

    부산 고모가 안고 온 갓난아기는

    세배도 안 하고 잠만 잡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시끄러운데

    세상모르고 잠만 잡니다

     

    먹을 것도 많은데

    잠만 잡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잠만 잡니다

     

     

    하뿔싸 / 오탁번

     

    까치설날 아침
    두 돌잡이 외손녀가
    두 손을 배꼽에 대고
    하버지 하버지 하며
    배꼽세배를 한다
    5
    만원이 날아갔다

    외손녀가
    스무 살이 되어
    멍게빛 배꼽 다 보이는
    배꼽티 입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며
     

    세배를 하면
    5
    만원이 또 몇 장?

    아니, 그때까지 내가 산다고?
    하뿔싸!
     

     

     

    연하장 /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 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彩色으로 무늬 놓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떡국 한 그릇 / 박남준

     

    섣달 그믐어머니의 한숨처럼 눈발은 그치지 않고

    대목장이 섰다는 면소재지로 어머니는

    돈 몇 푼 쥐어 들고 집을 나서셨다

    사고 싶은 것이야 많았겠지요,

    가슴 아팠겠지요 섣달 그믐 대목장날

    푸줏간도 큰 상점도 먼발치로 구경하고

    사과며 동태 둬 마리 대목장을 봐오시네

    집에 다들 있는 것인디 돈 들일 것 있느냐고

    못난 아들 눈치보며

    두부전, 명태전을 부치신다

    큰형이 내려오면 맛보이신다고

    땅 속에 묻어 뒀던 감을 내어 오시고

    밤도 내어 오신다.

    배도 내어 오신다

    형님의 방에는 뜨근뜨근 불이 지펴지고

    이불 호청도 빨아서 곱게 풀을 멕이셨다

    이번 설에는 내려 오것제

    토방 앞 처마끝에 불을 걸어 밝히시고

    오는 잠 쫓으시며 떡대를 곱게 써신다

    늬 형은 떡국을 참 잘 먹었어야지

    나는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에 가는 귀 세우시며

    게 누구여, 아범이냐

    못난 것 같으니라고

    에미가 언제 돈보따리 싸들고 오길 바랬었나

    일년에 몇 번 있는 것도 아니고

    설날에 다들 모여 떡국이나 한 그릇 하자고 했더니

    새끼들 허고 떡국이나 해먹고 있는지

    밥상 한편에 식어가는 떡국 한 그릇

    어머니는 설날 아침떡국을 뜨다

    목이 메이신다 목이 메이신다

     

     

    잃어버린 정情 / 김덕성

    오려낼 듯 추위도
    이제 그만 봄내음 코끝에 머물고
    친근감을 느끼는 정情이 흐르며
    사랑의 향기 내린다

    설 명절 아쉽게 지나가고
    온기가 느껴지는 봄이 오는 듯
    새 움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소식이 전해 온다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情으로 모여 사는 단일의 우리
    상처 받으면 함께 아파하며
    끈끈하게 살아온다

    부모님께 세배 올리는 
    예부터 내려오는 설날 어디 갔는고 
    코로나로 여행을 떠나가니
    이러다 설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축복 / 이문조

     

    까치설날

    한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내려준

    신의 은총

     

    헐벗은 착한

    나무들에게

    입혀준

    눈부신 새하얀

    설빔.

     

     

    노인의 설날 / 박인걸  

     

    이제는 하나도 기다려지지 않는다.

    나에게 설은 많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떡국 한 그릇에 한 살을 강매당할 때

    몇 개 남은 곶감이 꽂이에서 사라지듯

    바들바들 남은 나이를 붙잡는다.

    수명(壽命)이 귀한 것을 이전엔 잘 몰랐다.

    뭉텅이 돈을 빼내 쓰듯 허비했다.

    화장터로 죽마고우들이 불려가던 날

    내 차례가 온다는 것을 의식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설날을 기다리며

    눈썹이 샐까봐 날밤을 지새우고

    세뱃돈 받을 꿈에 가슴 설레던

    동심(童心) 시절이 천국이었다.

    새파랗던 시절 동행서주(東行西走)로

    오직 꿈을 위하여 앞만 보며 달렸다.

    어느 날 존재를 의식하던 날

    생(生)의 종착역이 저기 보인다.

    당장 불려가도 아쉬움은 없지만

    추한 모습으로 끌려가는 건 아주 싫다.

    당당하게 내 발로 걸어가고 싶다.

    설날이 싫지만 멈추게 할 순 없으니

    오늘부터는 남은 설날을 계수(計數)하련다.

     

     

    우리우리 설날은 / 이영지

     

    아가야 손잡아라

    사랑아 우리 설날

     

    때때옷 곱게 입고 사랑가 불러보자

    얼씨구 지화자차차 어기여차 차차차

     

    떡국을 먹어보렴 어얼싸 맛도좋다

    심 쎄네 빙글빙글 빙그르 잘도돈다

    얼씨구 일어서는 날 쿵더쿠웅 얼씨구

     

    이이잉 우리우리 설날은 내가 좋아

    봄 가슴 찰랑찰랑 너만큼 나도 좋아

    아가야 내 손 잡아라 덩실덩실 쿵더쿵

     

    아가야 하늘 높이 올라라 연 띄워라

    꽃댕기 날아올라 꿈덩이 보이는 날

    내 속에 자주꽃댕기 나폴나폴 좋다아

     

     

    설날 성묘 / 박인걸

     

    설날 찾은 부모님 묘지위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

    오래간만에 찾아 온 자식은

    송구(悚懼)하기 그지없다.

     

    질곡의 가시밭길을 걷고

    황량한 들판에서 방황하며

    음침한 계곡을 걸어 나와

    힘겹게 가파른 언덕을 오르셨는데

     

    양지바른 뒷산 언덕에

    영면의 터를 잘 잡고

    고달픈 세상 시름을 잊으시니

    지금쯤은 눈물이 멈추었으려나.

     

    시대를 잘 못 만나

    떠밀리며 걸어야 한 세월

    누굴 원망하리오만은

    살아 온 삶이 가엾어라.

     

    백골이 한 줌 흙이 되어

    가지런하게 누워계신

    나지막한 묘소위로

    긴긴 침묵만 흐르고 있다.

     

     

    설날 / 송정숙

     

    귀가 가렵다

    누가 내 말을하나

    귀가 은근히 가려우면

    내 칭찬을 하는거고

    갑자기 미치게 가려우면

    내 흉을 보는거다

    내일이면 설날

    이 새벽 귀가 가렵다

    세뱃돈을 두둑히

    준비하라는 무언의 암시

     

    설이면 방앗간에

    줄줄이 선 고무다라

    가래떡 한말뽑아

    구워먹고 끓여먹고

    북적거리던 시장서 사온

    새신과 새옷을

    보고 또 보며

    세뱃돈은 언감생심

    그저 풍족한 먹거리에

    신나서 폴짝 거렸다

     

    잊혀진 노래지만

    얼마나 신이나면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딱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요놈 조놈 생각하며

    봉투를 준비하니

    가렵던 귀가 가라앉았다 

     

     

    설날과 윷놀이 / 오애숙

     

    설날은 고유 명절로 음력 1 1일 이며 설 이라고 한다

    아침에 조상에 차례 지내고 어른께 세배 하는 고유 풍습이 있으며

    그믐 밤에  잠 자면 눈썹 하얗게 샌다고 하여 날 밤 지새우기도 했다

     

    가정마다 거의 차례 지내고 세배 한 후 민속놀이 하며 즐겼다.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의 15일 동안을 정초라 했고 세배 한 후에

    대표적인 민속놀이  윷놀이·널뛰기·연날리기로 설을 행복하게 보냈다

     

    민속놀이 윷놀이는 지금도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모이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 장려하고 싶은 우리네 민속놀이다

    윷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말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좌우되기에  흥겹다

     

    교회에서도 신년이 되기 전에 송구영신 예배 바로 전에 윷놀이 해

    흥겨움을 더하고 떡국도 한 사발 먹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이역만리에서도 새해가 되기 전 빼 놓을 수 없는 민속 윷놀이라 정이 간다

     

     

    설날 결의 / 박인걸

     

    그 사이 한 해는 가고

    새해를 시작하는 정월 초하루

    연력의 첫 날에는

    새 마음을 決意하련다.

     

    나뭇결처럼 쌓여가는

    짧지 않은 연륜의 무게만큼

    경망한 행위를 뉘우치고

    몸가짐을 신중히 하련다.

     

    격조 있는 언어와

    바르게 판단하는 지혜로

    상식을 벗어나지 않아

    면안을 돋보이게 하리라.

     

    눈에는 사랑을 가득 담고

    가슴에는 영롱한 별을 달고

    영혼을 맑은 숲으로 가꿔

    흠모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순리가 일상이 되고

    비우고 내려앉음으로

    속사람을 강건하게 하리라.

     

     

    설날엔 / 김덕성

     

    사랑을 만나

    사랑을 나누러 가는 설 귀성길은

    편하고 안전하고

    복된 사랑의 길이 되어

     

    부모님께 세배하고

    한자리 모여

    설음식 나누면서

    웃음꽃이 활짝 피게 하시고

     

    동네 어른께도 세배하고

    옛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어

    끈끈한 정이 강같이 흘러

     

    행복하고 즐거운

    고향의 아름다운 추억을

    한 아름 안은

    사랑의 귀성길이 되게 하소서

     

     

    고향의 설날 / 박인걸

     

    객지 살던 자식들이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향집 굴뚝에는

    연실 연기가 오르고

     

    가래떡과 만둣국

    가득 차린 음식상에

    활짝 핀 얼굴들이

    다정하게 웃는다.

     

    허리 굽은 어머니와

    주름 깊은 아버지

    삼촌 사촌까지

    살가운 피붙이들이다.

     

    전화 한 번 서로 없던

    생소한 얼굴에도

    어딘가 닮은꼴이

    영락없는 가족이다.

     

    제 둥지를 찾아온

    동물들의 본능처럼

    고향집의 설날은

    더없이 행복하다.

     

     

    그해 그 겨울 설날 / 나상국

     

    그해

    그 겨울

    아마도 설 즈음이었을 게다

    영기의 큰 누이 미경이가

    콧등까지 얼얼하게 꽁꽁 얼게 하는

    강추위 속에

    탯줄이 잘린 아기처럼

    울음을 토하고

    집을 떠난 게

     

    가지 않겠다는 발걸음을

    돌려세운 건

    잘 먹여주고 잘 입혀주고

    공부시켜 주겠다는

    등 떠밂과

    밑밥을 제대로 던진

    낚싯바늘에 코 꿰어

    더부살이 식모가

    뭔지도 모른 채

    길을 따라나섰다

     

    한 해

    두 해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이 흘러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알지를 못했다

     

    그녀가 돌아온 건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몇 년이 지난

    설날이었다

    혼자가 아닌

    남산만 한 보름달을 배속에 품고 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라더니

    돈 벌어서 부쳐주길 바랐는데

    돈은커녕

    서울의 그 집에서 뛰쳐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 한 장 없더니

    이게 웬일인가 싶게

    가족들 기겁을 하니

    죄인인 양 말도 못 한 그녀

    뭐가 그렇게도 야속 했는지

    다음날

    새벽 첫닭이 울기 전에

    퉁퉁 부은 눈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서

    영영 자취를 감추었단다

     

     

    까치설날 밤엔 / 윤갑수

     

    어릴 적 까치설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지

    엄니가 사주신 새 신발을 마루에

    올려놓고 누가 가지 갈까 잠을

    설치던 추억

    바람에 문풍지 우는 소리만 들려도 

    벌떡 일어나 어둠 깔린 문밖을

    바라보다 밤을 새우던 설날에

    아버지는 뒤척이는 날 깨우신다.

    큰댁에 차례 지내려 동생 손잡고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걸어갈 때

    질기고 질긴 기차표 통고무신이

    눈 위에 도장을 꾹꾹 찍어놓고

    기찻길을 만든다.

    칙칙 폭폭 기차가 네일 위로

    뿌연 연기를 내품으며 달려간다.

    마음의 고향으로…….

     

     

    설날아침 / 윤주영

     

    식구들과

    떡국을 먹던 설날아침

     

    설음식상위로 덕담들이 푸짐하게 오가는데

    울타리 헐린 빈집처럼

    등허리가 허전한 것은

     

    세월이 움켜간

    헐렁한 머리숱 때문도 아니고

    뽀얀 국물,

    평생 자신의 등골을 진국처럼 울쿼 낸

    지금은 계시지 않는

    어머니 같아서도 아니고

     

    올챙이 적 꼬리를 끊고

    달리던 열차를 쫒고 싶던

    개구리의 오금을

    이제는 하나 둘 버려야하는

     

    그것들 때문인가

     

     

    설날 / 박인걸

     

    반갑지 않은 설날이

    영업사원처럼 찾아와

    떡국 한 그릇에

    나이를 강매하니 불쾌하다.                   

                       

    이마에 주름살은

    밭이랑처럼 깊어만 가고 

    이팝나무 꽃잎은

    정수리까지 활짝 폈다.

     

    해와 달도 여전하고

    까치 목소리도 쉬지 않았는데

    두꺼운 안경에는 안개가 끼고

    속내의를 입어도 무릎이 시리다.

     

    시간의 태엽을 거꾸로 감아

    첫 설날로 돌아간다면

    정밀한 프로그램으로         

    후회 없는 설을 맞이하고 싶다. 

     

     

    설날 명절 / 손병흥

     

    모처럼 온가족을 반갑게 만나보게 될

    새로이 한해를 맞는 우리민족 최대명절

    새해 새달 시작되는 첫날 음력정월초하루

     

    조상들께 차례지낸 뒤 친지웃어른 찾아뵙거나

    공손히 세배한 뒤에 내어놓는 세찬과 세주마시고

    문안인사 들춰가며 하례하고서 덕담도 나누는 설날

     

    함께 어울려 윷놀이 널뛰기와 연날리기를 한다거나

    아득한 고향산천 성묘나들이길 정경 속에 파묻히고픈

    정겨움 듬뿍 느껴볼 수 있는 뜻 깊은 명절 연휴나들이

     

     

    설날 / 이진기

     

    설날이 다가오고

    원하지 않는 외로움은 나를

    벗으로 삼고

     

    나는

    그 깊은 속으로 점점

    자신을 묻는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거부할 수 없는

    핏빛 그리움일까

     

    애틋한 혈연의 기억들은

    시간을 거슬러

    작은 가슴속에 둥지를 튼다.

     

     

    설날이 되면 / 이영지

     

    2월의 요맘때야

    설날의 요맘때야 

    고향에 두고나온 가슴이 보고싶어

    어떻게 가보면 되나 두 눈으로 보려면

     

    새싹이 날 보네요

    가슴을 내미네요

    아들을 안아보라

    두 번씩 곱빼기로

    이파리 쭈우욱 나온 고향땅에 왔네요

     

    맨얼굴 들이밀어

    민낯을 부비대어

    갈팡을 털어내야

    질팡을 빠져나야 

    꽃잎이 되기로 하는 아들 나와 있네요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