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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에 관한 시모음<1> [2월 시] [이월 시]... 2월 / 오세영
    시모음/계절 2023. 1. 31. 10:16

     

     

    2월에 관한 시모음<1> [2월 시] [이월 시]... 2월 / 오세영 

     

    2월 / 목필균

     

    저만치

    산모퉁이 돌아가는

    겨울바람

     

    산비탈 쌓인 눈

    스르르 녹아내리고

     

    꽃눈 비비며

    산수유 기지개 편다

     

     

    2월의 기다림 / 이채

     

    내 당신 기다림에 얼음이 되었어도

    내 가슴 벌써 분홍꽃이 피었어요

    아침 햇살에 작은 가슴 열었더니

    소복이 꽃망울이 맺혔는데

    당신을 기다리는 내 뜰은

    벌써부터 향기로운 봄꽃이에요

     

    봄보다 마음 먼저 실려 오는

    2월의 기다림

    눈꽃이 흩날리던 긴 겨울도

    내 창을 햇살에게 내어주고

    하얀 손을 흔들고 떠나가요

    잘 가요. 하얀 아가씨

     

    지난밤 아무도 없는 그 뜰에도

    여전히 달빛 고운 그리움 내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별들의 미소에

    간절한 마음 작은 소망 실었더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봐요

    어서 와요. 예쁜 아가씨

     

     

    그렇게 2월은 간다 /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월의 다짐 / 윤보영

     

    1.

    2월입니다

    1년 중에 가장 짧은 2월입니다

    짧아도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면

    1년 중 가장 행복할 2월!

    제가 행복한 2월을 만들겠습니다.

     

    2.

    3월에 필 꽃이 우리 가슴에 피어

    향기 나는 2월입니다

    가슴을 열고 향기를 나누면서

    내 행복으로 더하겠습니다.

     

    3.

    내가 나에게

    행복하다고 마술을 걸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2월입니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벌써부터 따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4.

    어때요, 2월에는

    걱정부터 하지 말고

    우리 한 번 도전해보는 것!

    그래요, 2월에는

    우리 한 번 같이 도전 해요

    2월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니까요.

     

    5.

    2월이 짧아서 싫다고요?

    그럼 1년에서 2월을 지우면 어떨까요?

    아니죠, 나머지 11개월에게

    시간을 내어 주고

    그 마음 드러내지 않는

    박수받을 2월 이지요.

     

    6.

    지난해 2월에는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올해 2월 마지막 날은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혹시라도 한 달 내내 행복해서

    지난해처럼 잊고 보내면

    내년에는 두 배로 하겠습니다.

     

    7.

    짧다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2월입니다

    하지만 3월을 만드는 2월입니다

    아름다운 봄을 만드는 내 2월입니다.

     

    8.

    세요?

    2월이 있어야 3월이 있듯

    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는 것!

    그래서 고맙습니다

    그러니까 고맙습니다.

     

    9.

    행복하고 싶으세요?

    그러면 가슴을 열어 보세요

    3월보다 먼저 꽃을 피운

    내 2월을 만날 테니까요.

    10.

    내가 2월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말

    "사랑합니다!"

    내가 2월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

    "고맙습니다!"

     

    11.

    3월에게 꽃을 선물하는 2월처럼

    나도 당신에게 미소를 선물하겠습니다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짧아도 행복한 한 달이 맞습니다.

     

    12.

    2월에는

    내가 더 사랑하며 보내겠습니다

    사랑한 만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웃으면서 보내겠습니다.

     

    13.

    2월에는 모두가 주인이 되어

    나처럼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웃음으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2월에는

    내 2월에는

     

     

    2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모든 것이 순탄하리라고 믿기로 한다

    꼭 그럴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고 푸릇푸릇 잎이 자랄 때

    나의 하루하루도 그러하리라고

    햇살이 따뜻하니 바람도 곱고 아늑하리라고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이 넓은 세상에 새로운 길 하나 내어 보기로 한다

    길이라 함은 누군가 걸었기에 길이 된 것이리

    아무도 걷지 않았다면 길이 될 수 없겠지

    큰길에는 분명 수많은 발자욱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눈물과 고뇌가

    흐르고 흘러 강물 같은 길이 되었을 것이다

    바람에 가지가 휘어지고 잎새 우는소리 들려와도

    담담한 용기를 가져보기로 한다

     

    봄은 그리 길지 않고 하루의 절반도 어둠이지 않던가

    새들의 노랫소리가 위안이 되고

    그 길에서 이름 모를 풀꽃들이 나를 반겨줄 때

    더러 힘겨워도 견뎌낼 수 있으리라

    조금은 쓸쓸해도 웃을 수 있으리라

    풀잎 스치는 바람에도 나 행복하리라

    하루의 끝에는 늘 밤을 기다리는 노을이 붉지

    먼 훗날 나 노을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때를 알고 자리를 내어주는 낙엽처럼

    그렇게 고요하게 순응할 수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면

    한 알의 씨앗으로 흙 속에 묻힐 수 있을까

    사람이여!

     

     

    2월 / 정연복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2월 / 김용택

     

    방을 바꿨다

    한 개의 산봉우리는 내 눈에 차고

    그 산봉우리와 이어진 산은 어깨만 보인다.

    강과 강 건너 마을이 사라진 대신

    사람이 살지 않은 낡은 농가가 코앞에 엎드려 있다.

     

    텅 빈 헛간과 외양간, 분명하게 금이 간 슬레이트 지붕,

    봄이 오지 않은 시멘트 마당에

    탱자나무 감나무 밤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뒤엉킨다.

     

    봄이 아직 멀었다.

    노란 잔디 위에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계절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늘 햇살을 한 짐 씩 짊어지고 뛰어다닌다.

     

    방을 바꿨다.

    방을 바꾼다고 금세 삶이 바뀌지 않듯

    풍경이 바뀐다고 생각이 금방 달라지진 않는다.

    눈에 익은 것들이 점점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것들이 어디서 본 듯 나를 새로 보리라.

     

    날이 흐려진다.

    비 아니면 눈이 오겠지만

    아직은 비도 눈으로 바뀔 때,

    나는 어제의 방과 이별을 하고

    다른 방에 앉아

    이것저것 다른 풍경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제 낡고 싶고 늙고 싶다.

    어떤 이별도 이제 그다지 슬프지 않다.

    덤덤하게, 그러나 지금 나는 조금은 애틋하게도, 쓸쓸하게

    새 방에 앉아 있다.

    산동백이 피는지 문득, 저쪽 산 한쪽이 환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

     

     

    2월 / 안도현

     

    진눈깨비 속에서 졸업식이다

    붉고 큰 꽃다발 가슴으로 슬프고 기쁜 기념사진을 찍는다

    식구들과 한 판 벗들과도 한 판 그리고 독사진도 한 판

    발등에서 머리끝까지 밀가루 하얗게 뒤집어 쓰고

    눈발처럼 키득거리는 놈도 있다 평소에 밥 먹듯이 매맞던 녀석이다

    그래도 장차 시대구분할 임자는

    이 흥청대는 아이들 중에 있다

    내 눈에는 이 튼튼한 장정들의 아침의 나라가 보인다

     

     

    2월 / 천양희

     

    헐벗은 산속 소나무만 푸르다 늘푸른 소나무!

    그 사이로 까치가 날아다닌다 살아 있는 것들이 이렇게 좋다

    이곳에서 내 하루가 다 끝날 것 같다 사람은 끝이 좋아야 ...

    쌓인 낙엽들 벌써 거름 되었다 누굴 위해 날 무릅쓴 적

    아! 하늘이 날 내려다본다 내가 날 내려다본다 내 몸 끝이

    벼랑이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 산길도 끝이 있어 주저앉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까치가 覺覺覺 깨우친다

    언제나 나는 늦게 깨닫는다 늦은 겨울 한줄기 바람이 능선

    따라 올라온다 조심할 건 저 늦바람! 지금은 꽃샘바람이

    꽃을 시샘하고 있는 중 아마도 立春大吉할

     

     

    2월의 꽃 / 나호열

     

    새살이 돋아 오르나보다

    따갑고 아린 상처 위로

    새순이 올라 뾰족한 느낌

    그럴수록 바람을 빼고

    이렇게 낮은 자세로 하루를 보내면

    몇 개의 못들이 더 깊이 박히거나

    떨어져버린다

    조금씩 삐걱거리며 헐거워져 가는

    마른 몸매의 시간이

    화장 고치듯 상처의 흔적을 지워가도

    옹골찬 돌멩이

    비난하며 던진 말의 뼈들은

    온전히 체증으로 남아 있다

    더 멀리

    헤어지지 않으면 바라볼 수 없는

    별 빛

    함께 있으므로 불편해 하며

    단식과 눈물로 아프게 주고 받는

    초와

    불처럼

     

     

    2월은 / 최영희

     

    2월,

    창문을 여니

    어느새 봄빛이 보이네요

    참 맑고 산뜻해요

    청량해요

     

    2월 속에 숨은 봄빛을 보세요

    우리 소녀적 그때처럼

    부끄러워하는 듯도 하고

    설레고 있는 듯도 하고

    몰래 혼자,

    짧은 치마를 입고

    아지랑이 사이를 오가며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봄빛 안은

    2월은 늘 그래요

    참 맑고 산뜻해요

    우리 그때처럼.

     

     

    ​2월이 가네 / 김안로

     

    겨울 꽁무니 따라 짧은 2월이 가네!

     

    추위를 타는 사람들

    재촉하지 않아도 보폭은 넓어

    걸음 빠르더니, 두고 가는 것 없이

    겨울 떠나네!

     

    그래서인가

    겨울은 그리움만 길다.

     

    거칠고 차갑더라도 순간

    한 이틀 따뜻하거나 눈이라도 내리면

    마른 겨울

    대지가 목말랐는데도

    죽은 것처럼

    참고 있던 잎눈도 꽃눈도

    어둠을 헤집고 나오는 별처럼

    앞 다투어 빛을 발하니

     

    2월, 저만치 멀어지네!

     

     

    2월 / 박동수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의

    틈을 채우며

    이별의 아픔과

    만남의 즐거움의 사이에서

    기다림의 미덕을

    익혀가는 2월

     

    꽃을 실은 봄은

    아름다운 2월의 등을 딛고

    환한 봄의 가슴을 열어

    봄을위해 남겨둔

    곱고 고운 배려할 줄 아는 땅

    2월의 가슴에

    씨앗을 심게 되는 줄은

     

     

    2월 / 박인걸

     

    얼어붙은 땅속에서

    깊이 박힌 나무뿌리들이 꼼지락거리며

    생수병에 꽂힌 빨대처럼

    물기를 주워 모으는 소리가 들린다.

     

    꽃망울은 깊이 잠들었어도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해마다 이맘때면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그대 생각에 설렌다.

     

    동구 밖 길을 걸어

    사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가지런한 이빨을 곱게 내비치며

    다소곳이 서 있는 너를 떠올린다.

     

    잔설이 응달에 자리를 깔고

    아직은 매몰차게 대하지만

    얼음장을 헤집고 올라는 복수 초에

    머잖아 자리를 뜨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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