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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보내는 송년 시모음<3> [송년 시] [년말 시]카테고리 없음 2022. 12. 26. 13:19
한해를 보내는 송년 시모음<3> [송년 시] [년말 시]
12월 끝자락에서 / 윤보영
12월 끝자락입니다.
올해 마지막 달이 되었다고
인사 나누며 반갑게 맞이했는데
송년모임과 한 해 마무리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솔직히
12월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앞으로만 걷고 있는 12월처럼
우리 일상도, 막힘없이
앞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12월이
세월 속으로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한 해가 다가서듯
한 살이 많아지면
더 성숙된 나를 만나게 되겠지요.
성숙된 내가 올해처럼
웃으며 12월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남은 시간
아름다운 마음으로 채우겠습니다.
송년유감 / 임영준
모두 데리고 가야 하는가
따라가기 싫은 자들도 많은데
몇몇을 흘리고 가면 어떤가
무례한 검버섯도 억울한데
굳이 다 끌고 가야만 하는가
송년의 밤 / 권오범
평소 술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치스 같은 노라리들 냄새 맡지 못하도록
통하는 마음 셋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두 골목 지나 막바지 판잣집으로 피란해
과메기 김에 싸, 지는 해 깔끔하게 갈무리하던 시간
두꺼비 두 마리 째 모가지 비트는데
귀신같이 들이닥친 개 코들
허리띠 붙잡혀 끌려간 징글징글한 나이트클럽
저승사자가 여남은이나 될 줄이야
(도망가 봤자 회 아니면 삼겹살이지
잘 걸렸다, 배신자들 같으니라고 회오리 주 후래삼배다)
영양가 있는 치즈 햄은 즈덜이 다 처먹고
양팔 뒤로 비틀어 소에 물먹이듯
양주 맥주 들이붓고 밍밍한 후르츠칵테일 떠먹이지요
오이 쪼가리 멀뚱멀뚱 씹어 삼킨 생지옥
평생 만삭인 김 사장 육탄 저지에 번번이 탈출 실패한 뒤
낯선 섬섬옥수까지 끼어들어
낙지처럼 위험지구 넘나들며 조몰락조몰락
들숨 날숨 없게 거들었던 것 같은데,
자리끼 찾다보니
구두가 왜 냉장고에서 나오는지
완전 절단 난 엊저녁 필름, 복원이 불가능하다
송년의 밤 / 손병흥
몇시간 남지 않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 뒤돌아보며
늘 희망 품고 밝은 세상 꿈꾸어 보았던 나날들
꿈과 희망 간직한 채 진정한 행복 추구했던 시간들이
밤새 눈으로 변해 소복하게 쌓여진 회색빛 하늘 아래
가슴 깊숙이 사랑과 격려 감동의 물결 그칠 새 없이
잠시 머물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임을 떠올리고
꿈같고 환상이나 거품과 그림자와 같음을 되새겨 보던
올 한해동안 관점바꿔 세상 바라다 보았던 순간들이
송구영신 아쉬움 염원 담아 기원해 보는 경건함으로
나홀로 조용히 갈무리하는 송년 명상하기 좋은 계절
다양한 삶의 숭고함 좋은 마음 새해 맞이하고픈 송년의 밤.
송년 엽서 / 목필균
함박눈 내리는 날
숫눈 밟으며
너를 생각해
순결의 눈부심
티 한 점 없는 마음으로
잡았던 손
그 예쁜 추억이
한 해 더 멀리 밀려가는
이즈음
아직도
스무 살 그 언저리
어제처럼 생생해
송년送年 / 오보영
너는 떠나가도
난
그대로 있단다
내 자리에서
내 모습 지켜 가면서
달라짐 없이
여전히
머물러 있단다
해가 바뀐다고
비록 네가 야단법석을 떨면서
내게로 향했던 맘 안면까지 바꾸어가며
그럴듯하게 치장을 한 숫자
뒤꽁무니 허상을 좇아 달려 나갈지라도
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나로
원래의 나로
남아 있을 거란다
송구영신(送舊迎新) / 조한직
가지 끝에서 달랑거리는
마지막 잎새가 지듯
12월의 마지막 숫자를
댕그랑 떨구어내는 것이 세월이런가.
스러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숫자는 어느 새가 되어
달랑달랑 가슴을 치며 날아간다
덜컹덜컹 깔딱고개 너머로
혼돈의 경자년이 저물고
새로운 신축년이 환하게 밝아온다
신축년에는
코로나19의 팬데믹에 잠겨버린 세상을
밝고 푸른 희망으로 활짝 열어젖히자
새로 밝아올
신축년의 하얀 목에
새 꿈을 펼칠 푸른 멍에를 단단히 걸고
왕방울 울리며 힘차게 달려보자.
송년의 詩 2 / 임영준
겨우 한 걸음만 떼었을 뿐인데
외롭고 고단한 별똥별일수록
짙은 음영이 스며들어
한없이 늘어지는 것이다
속히 어둠을 잘라내고
본연을 찾아
숭고한 신성에라도 기대어
가까이 다가가야 하리라
올 한해
사랑했다는 무게보다
행복했다는 부피보다
더욱더 부풀어 올라 존재했다는
그것만으로도 흐뭇하였어라
씁쓸한 만큼 화사하기도 하였어라
송년의 詩-오름이야기 / 임영준
언제 우리가 버둥거린다 해서
잠시라도 손 놓은 적 있었던가
숨 가쁘게 달려간다고
순풍에 돛 달린 적 있었나
누구는 순조롭게 다 이루어
환호성을 올리고 있을 것이고
누구는 상실과 낙망으로
분루를 삼키고 있을 것이지만
이쯤에서 모두 매듭짓지 않으면
가뿐이 싹트지도 않을 것
그래서 이런 마침표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니겠나
어차피 저물어 가는 이 한해
안타까워도 보내야 하고
아쉬워도 잡을 수 없는 것
무척 다행스럽게도 번듯한 무대가
또다시 떡하니 펼쳐진다는 것
느낌표 몇 개 찍어버리고 나서
열정적으로 써내려갈 것들을
퇴고하고 조율하면 된다는 것
출구가 보이지 않아도 막연히
무언가 열릴 것이란 것만으로도
과감하게 닫아버릴 수 있지 않을까
송년의 달 / 김성진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하더니...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어느덧, 다 지나가는 듯
12월, 송년의 달을 맞이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모두 보내고
겨울 초입에 들어서고 보니
세월이 유수 같다고 하는 말이
실감하게 되는 듯...
낙엽이 떨어져 쌓이고
강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게 되니
마음이 찌르르 하며
냉기서린 세월 앞에 서서
주마등처럼 흘러간 한해의 흔적을
아련한 그리움 속에 추억해 봅니다
이제, 한 달도 남지않은 송년의 시간들,
부디 알차게 보내기를...
묵은 한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으나
새로운 내일의 비전 속에서
더욱 보람된 송년의 시간들이 되기를...
그동안 어두웠던 마음,
쌓였던 우울한 많은 날들, 모두
저무는 세월의 강물 속에 씻어버리고
새 희망이 움터 오는 앞날을 바라보며
더 많은 웃음 꽃이 피어나기를...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처럼
늘 좋은 일이 많아지기를...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리라"
이 명언이요, 이 진리이듯
새로운 목표와 꿈이 계속 피어오르고
행복이 가득가득 쌓이는 송년을,
늘 쉬임 없이 기쁨이 샘솟아 흐르는
송년의 시간들로 보내기를...
이땅 모두에게 새 희망의 햇살,
광휘의 빛 비춰지기를 소망하며...
송년 기도 / 정연복
주님!
올 한 해도
정말 꿈결처럼 흘러갔습니다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
삶의 참된 의미를 묵상하게 하소서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겸손히 헤아리게 하소서
삼백예순다섯 날 동안
사랑의 키는 얼마나 자랐는지
믿음의 뿌리는 얼마만큼 깊어졌는지
소망의 탑은 얼마쯤 높아졌는지
조용히 살펴보게 하소서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과 격려를 보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게 하소서
잠시라도 미운 마음을 품었던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말을 전하게 하소서
년말 / 윤고영
말기암 선고를 받고 때를 기다리는
친구를 만나 점심을 하고 돌아 오는길
끝날의 분주함이 일고있는
테헤란로를 걷는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지하도를 오르내리며
목숨에 관하여 생각했다
우리동네 앞 네거리에
겨울 오면 어김없던
군고구마장수 할머니가
겨울 한복판이 되어도 보이질 않는다
지난세월 무수히 교차했던
옷깃의 인연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오고 가는것에 무심한
사거리를 관통하는 겨울 언 바람은
몇천년간 불어오던 행색으로
또 한줄의 과거를 만들어 놓고
비행접시처럼 눈깜빡속으로 간다
욕구불만 송년 / 권오범
해넘이부터 자음자작한 알코올 수위 범람으로
침대에 동댕이쳐진 채 우주 헤매다
되모시 친구에게 생시같이 이끌려
전철타고 하염없이 잠수한 태평양 심해
짝사랑하다 놓쳐버린 약관의 내 또래들이
무슨 일로 여기 다 모였을까
폭탄주에 흐무러진 별천지
나마저 누드바람으로 살판났다
체면이 만취와 얼싸절싸하는 사이
끄트머리에 귤 하나 잉태한 스타킹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뒤집어쓰고
탁자 위에 올라 상쇠처럼 돌리다, 꽈당
꼴값 떠는 잠꼬대 침대가 아니꼬웠는지
하필 먹다 만 삼겹살위에 부려버려
석쇠 베고 비몽사몽 듣는
티브이 속, 제야의 종소리
자리끼 찾다 거울로 들어간 허깨비
흐리멍덩한 동공 씀벅거려 들여다보니
침은 허연 오솔길 되어 수염 숲 가로 질렀지요
눈곱 떨어지면 발등 깨질 것 같은 저 처참한 몰골
송년에 띄우는 안부 / 고은영
살다 지고 그래도 살아지고 살아지고
어느 무명으로 와 부딪혔던 한 해여
혼을 열었으면 잎 진 나무처럼 쓸쓸했으랴
너의 말미에 선 내 모습은 다만, 부끄러움이라
오라 하지 않아도 많은 날이 오가고
단절로 고인 외로움을 몰래 접어 살았나니
저 들판을 달려오는 무수한 소리
저물어가는 신작로에서
뻔뻔한 수식어로 피던 욕망의 잣대를 들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어떤 소망을 꿈꾸었기에
한 해를 무감동으로 건너려는 것이냐
동짓달 서러움도 깊어졌나니
성에만 가득한 나의 뜨락에
궁핍한 아픔을 젖히고
은수(銀水) 같은 강물로 2009년이여 오라
백 년인들 견딜 수 없는 인생임에랴
초라한 가슴을 일으켜 거룩한 깃발로
어느 해보다 짙은 사랑과 감격을 들고 오라
송년의 시 / 김사랑
고생많으셨습니다
일년 삼백 예순날
세상 한복판에서
숨차게 달려온 시간도
지는 해와 함께 저물어 갑니다.
삶을 산다는 건
거친 파도와 싸워 이겨내는 것
진정 올 한해도
뜻한바 이루지 못했어서도
아쉬움은 그만 접기로 합시다.
수고 많았습니다
흘린 땀방울은 세월에 씻기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인생의 보석이 되어
앞날에 찬란한 빛이 되겠지요.
한해의 끝자락에서 뒤돌아보면
크나 큰 희망 있던만큼
삭이지 못한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하여
우리 새날을 기약 합시다.
송년 / 피천득
'또 한 해가 갔구나.'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새색시가 김장 삼십 번만 담그면 할머니가 되는 인생.
우리가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그다지 애석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세모의 정은 늙어가는 사람이 더 느끼게 된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1년은 더 빠른 것이다.
나는 반세기를 헛되이 보내었다.
그것도 호탕하게 낭비하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일주일 일주일을 한해 한해를 젖은 짚단을 태우듯 살았다.
민족과 사회를 위하여 보람 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
불의와 부정에 항거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학구에 충실치도 못했다.
가끔 한숨을 쉬면서 뒷골목을 걸어오며 늙었다.
송년의 허그 / 박미리
마법 같은 사계 속으로
희노애락 꽃 피우며 넘어온
아득한 열두 고개,
참 애썼구나
잘 견뎠구나 토닥토닥
내 안의 나를 안아줘 보네
참 고마웠어요
참 따뜻했어요 그대
내 곁의 인연들 허그해 보네
당연한 일상들이
당연치 못해 힘겹던
새장 같은 숨 막힘 속을
그대도 나도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어요
새해엔 더 좋은 날 오겠지요
목젖 보이게 웃던 꽃 봄 속으로
마법처럼 다시 웃을 날
스마일 스마일 할 날 꼭 오겠지요
우리 꼭 건강만 합시다
마음껏 안고 웃고 웅비할
우리의 새날을 위해
송년의 시 / 이명희
가진 것 없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게
눈치 없어 우둔하여 유순하게 살았습니다
정제되지 못한 것들의 균열 심하게 범람해도
뜨거운 입김 토해내며 견디고 살았습니다
내려놓지 못한 삶의 무게 수많은 시간의 결을 거처
무의식의 심연에 도달한 가벼움 얻기까지
무거웠던 그 세월
이젠 아름답게 곧추세우는 무한함을 우러러
배려와 사랑의 감성으로
시린 무릎 쓸어주어야 하겠습니다
송년 즈음에 / 이명희
눈물 속
깊은 강에
날갯죽지 흠뻑 젖어
한없이 뒤척거린
후회로움 달래며
접혀져
닳고 닳아 터진
넝마 같은 나를 본다.
송년 즈음에 / 이명희
옳고 그름의 경계는
마음 속에 있다고
남루[襤褸]한 새 한마리
어르고 구슬리며
바람의
사슬에 걸린
매듭을 풀고 있다
2012년 송년의 기도 / 박동수
평화를 향해 염원 하지만
가슴은 점점 더 찔림처럼 아픕니다.
화목의 길은 이리도 먼가요
내가 부셔지고
네가 쓸어 진다해도
어둠은 더 진해져
빛 한줄기 비추어질 자리 없는
안타까운 내 안의 나
돌아보며 용서를 빕니다
자비 없는 말들
절제 못한 욕망들
사랑 없는 만남들
허비해버린 시간들
돌아서서 용서를 빕니다
습관처럼 남을 탓하던 말들
돌이켜 참회의 기도로
화살처럼 바쁘기만 하던 성정들
이제 기다림의 미덕으로
기도하며 사랑하려 합니다
이 길이 멀고 험해도
가시관에 찔림으로 내려주신
당신의 은총으로
또 한해를 보내는 날
기도의 제목으로 하려 합니다
주여 !
내게 힘을 주소서
송년모임 / 박숙이
송년모임에 나갔다
어느 친구는 다이아 반지를
어느 친구는 몇 백만 원짜리 모피를
어느 친구는 버버리 핸드백이라나, 벙어리 핸드백이라나
어쨋든,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와
나와는 먼 세상에서
샹들리에 불빛처럼 번쩍이며 한해의 끝을 풀어놓고 있었다
밥 한 그릇을 허탈하게 비우고
월 회비 이만 원을 가방에서 씁쓸히 내 놓을 때
그나마, 밤새워가며 쓴 아직 발표 안 된 詩 한 편
가방 속에 따끈히 있다는 생각에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고
혼자 히죽히죽 웃음을 끝내 참지를 못 했는데
그 때 어느 친구가 느닷없이 내게 물었다
너, 애인 생겼지?
송년에 띄우는 편지 / 김설하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서서히 역사의 뒤편으로 저물고
이제 우리는
한 장 남은 달력을 벽에서 떼어내며
좋은 기억만 가슴속에 간직한 채
행복하게 떠나보냅니다
기쁜 일, 슬픈 일 저울위에 올려놓고
후자의 일이 더 많았다는 자책보다
살다보면 크게 웃는 날 기필코 올 거라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이웃으로
나쁜 기억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기억으로 이 해를 마감하면서
새해에는 더욱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더욱 소중한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의 행운을 서로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다가오는 새해 행복과 영광이 가정에 충만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호랑이를 떠나보내며 / 전숙
세상의 모든 꿈을 입고 성장한 채로 달려온 그는
도루묵 같은 껍질을 우리 곁에 벗어두고 돌아갔다
그의 온 생이 지도처럼 무늬진 검은 등허리를 더듬어본다
그가 노심초사 올려다본 생의 바위등성이
한달음에 뛰어내리던 아스라한 벼랑
도약을 위해 웅크리던 잡초투성이 샛길이
점자처럼 돋을새김이 되어있다
그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뜨거운 찻잔처럼 건너오던
빛나던 눈빛은 어디에 새겨졌을까
벅차오르듯 곤두서던 그의 황갈색 갈기는
어느덧 불이 들어온 저녁놀신호등에 속도를 늦추고
나는 또 회한의 강을 건넌다
다시는 정처 없이 보내지 않으리라
그를 반겼던 첫 눈길처럼
불룩한 고봉밥을 지어서 배불리 먹여 보내리라
결단코 부끄러운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으리라
촛불 되어 타오르던 다짐의 불꽃이 한줌 재로 잦아드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겨울강에 맨발로 서계시고
바람은 꺾이고 꺾여 미련처럼 뒷걸음질이다
무성하던 시간의 잎새는
꼭 그러쥔 발톱 사이로 낙엽처럼 흩어지고
때에 이르러서
입고 온 모든 꿈을 우리에게 남겨둔 채
벌거벗은 나무가 된 그는 이제 어디로 떠나는가.
송년의 기도 / 백덕순
설레이는 가슴 열고
맞이했던 새날이 기울어
기쁨과 슬픔 내려놓고
먼 길 떠나려나 봅니다
아프게 했던 날들은
타는 노을빛으로 태워버리고
온유한 성품이 선하게 자라
성숙한 여인의 길
걸어가는 소박한 발자국마다
풍성한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 봅니다
평생을 살아도
깊이를 몰라 흔들리는 영혼
넓고 깊은 마음으로
감사와 사랑을 알게 하시고
꽃신 싣고 오시는 새날
포근히 앉힐 자리 닦아놓고
새해 소망하나 그려 봅니다
송년단상 (送年斷想) / 이유미
노을빛 바다로 깃드는
묵은 해
여운이 긴 그림자 바라보며
촉촉해지는 눈가장자리
지천명의 세월도
어느 덧
고갯마루 넘어서
비탈길로 내닫습니다
가슴을 밟고 지나가는
육신의 질병
성큼 다가서는 죽음
하나 둘......
곁을 떠나는 벗님들
남겨진 우리들의 시간이
누군가의 삶에 불쏘시개가 되는
마지막 잎새이기를
소망합니다
한해가 지나 가는 길목/ 오애숙
연말 연시가 되어선지
모두 분주한 나날이다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숨막히던 것 내려 놓고
맘 활짝 열어 놔야겠다
계획하던 것들 다 못해
아쉬움 남아 있다 해도
끝까지 마무리 해야지
남들을 넘어뜨리고서
즐거워 하던 이들에게
연말은 어떤 나날 인지
한해가 지나가는 길목
혹 타인에게 그런자는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스쳐가는 바람결 속에
스미는 별빛 녹여 본다
한해가 가는 길목 / 배종대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틀고
한 해의 소식을 전해주던 까치는
매화 나무 가지에 자리를 옮기고
삼월 사쿠라 만발 할 때쯤
내 가슴 깊숙히 간직한 사랑이 꿈틀거렸지
싸리 나무로 바지게 만들어 거름지고
밭에 나가시는 아버지 어깨위에
종달새도 함께한 그날
난초처럼 가지런한 자태로
광목에 풀먹이던 나의 어머님은
목단 꽃 활짝피는 저녁 까지 모심기 한 세월
언제나 언제나 홍돼지 한마리 집으로 몰고와
배고픔 잊어 볼까 밝은 달 쳐다보며 한숨 지우나
옥도끼 금도끼는 그림같구나
아 ~아~
국화 향 만발한 어느날 저녁
물레방아 도는 우물가
순이와 사랑의 추억은
한 마리 길 잃은 사슴이 되고
싸립 문앞 오동잎 떨어질때
세월 잡을수 없어
떠나가는 겨울 나그네
가는 해 오는 해 / 윤덕명
부단히 몸부림쳤던 날들
지난간 한 해의 모든 일
차분히 되새겨 반추하며
뿌린 업보를 갈무리한다
알게 모르게 저지런 죄악
양심의 거울에 투영하며
자신의 저울에 달아보고
대차대조표 만들어본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우리는 적자인생 되기에
근검 절약을 미덕 삼아서
차곡차곡 알차게 살으리
풍요 속에 자라는 독버섯
무사와 이기와 안일의 독
절제와 인내와 사랑으로
맘끔히 해독하여야 하리
동트는 여명의 새아침에
높푸른 우리들 기상으로
찬란한 태양의 기운으로
희망찬 내일을 열어가리
밝아오는 병술년 개띠 해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
충견의 모델을 닮아가며
광명과 환희의 불 밝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