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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관한 시모음 24편시 2024. 12. 26. 16:13
새해에 관한 시모음 24편 1. 새해의 노래 / 정인보 온 겨레 정성덩이 해돼 오르니올 설날 이 아침야 더 찬란하다뉘라서 겨울더러 춥다더냐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 깃발에 바람 세니 하늘 뜻이다따르자 옳은길로 물에나 불에뉘라서 겨울더러 흐른다더냐한이 없는 우리 할 일은 맘껏 펼쳐 보리라. 2. 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오늘은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건너 뛰듯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널뛰듯널뛰듯이쪽과 저쪽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발굴러라 발굴러라.춤추어라 춤추어라. 3.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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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 관한 시모음 30시 2024. 12. 21. 07:25
1) 오늘은 동지(冬至)날 / 박노해 오늘은 동지冬至날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차가운 어둠에 얼어붙은 태양이활기를 되찾아 봄이 시작되는 날 나는 눈 내리는 산길을 걸어찢겨진 설해목 가지 하나를 들고 와방안 빈 벽에 성탄절 트리를 세운다그 죽은 생 나뭇가지에 오늘 이 지상의 춥고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걸어둔다 해가 짧아지고, 해가 길어지고,모든 것은 변화한다모든 것은 순환한다 절정에 달한 음은 양을 위해 물러난다 오늘은 동지冬至날신생의 태양이 다시 밝아오는 날숨죽이고 억눌리고 죽어있던모든 것들이 새롭게 살아나는 날 2) 동지(冬天)의 별 하나 / 양채영미당의 동지 섣달 매서운 새는冬天의 밤하늘을 비끼어 갔다그 막막한 빈 자리에아득한 별 하나불덩이 같다가도꽃덩이 같이 환한 별별의 이름을 내가 지어줄까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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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관한 시모음시 2024. 12. 18. 19:27
1월에 관한 시모음 《1》1월의 기도 작자 미상 시작은 모름지기 완성에 이르는첫 번째 작업임을 알게 하시고그 결연했던 첫 마음이 변함 없게 해주시고모든 좋은 결과는 좋은 계획에서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2》1월의 기상 작자미상 시작은 모름지기 완성에 이르는첫번째 작업임을 알게 하시고그결연했던 첫마음이 변함없게 해주시고모든 좋은 결과는 좋은 계획에서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3》1월의 그리움 고은영 방패연을 날리던 종순 이 뒷꼬랑지에작은 행복이 히죽 웃으면복사뼈 드러난 가는 발목이 유난히 추워 보이던 방죽1월에는 나무 팽이가 골목마다 팽팽 돌았지 바람 한 줄기 돌아내리는 자락배고픔에 매몰되던 시간이저 단층의 허름한 목조 집 대문에 이르기까지하루종일 허리가 휘도록 걷다 보면 어슴푸레 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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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얼굴 / 안국훈시 2023. 12. 16. 22:24
싸가지 없는 얼굴 / 안국훈 누구나 인의예지 네 가지 필요하고 인생에서 소중한 게 돈 건강 친구 세 가지 있는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면 행복하지 못하다 싸가지 없는 얼굴 만나면 한두 번도 아니라 양심까지 없어서 보기조차 안쓰럽지만 종종 그런 사람과 함께 하려니 복장 터진다 같은 말을 해도 버릇 없이 말하고 하는 행동도 염치가 없는 사람 애초부터 싹수가 노랗거나 뿌리가 물컹하니 썩은 게 틀림없다 소중한 가치를 안다면 말이 바뀌거나 행동이 바뀌지 않거늘 살다 보니 싸가지 없는 놈보다 일 못해도 착한 사람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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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아무는 시간 / 강재현시 2023. 12. 10. 18:20
상처가 아무는 시간 / 강재현 종이 날에 슬쩍 베인 손가락이 아무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처가 깊이 파일수록 아무는 시간은 그만큼 더 오래 걸리겠지요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연고도 바르고 밴드라도 붙여줄 수 있지만 상대의 억새풀 같은 말과 행동에 베인 마음은 아무리 아리디아려도 약 한 번 발라줄 수가 없습니다 몰매를 맞는다고 맷집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장독으로 죽게 되듯,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강하게 후려친다고 마음이 독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혼이 맑고 투명할 때 오직 자신의 심장에서만 스며 나오는 빨간약 한 방울 "천사의 눈물"이 흘러나오는 때가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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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심야의 기도 / 박화목 [크리스마스 시]시 2022. 12. 23. 22:55
크리스마스 심야의 기도 / 박화목 지금쯤 가난한 마을 외딴 주막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가 외롭게 태어나셨지요. 온 인류를 위해 오시는 그리스도가 왜 그런 곳에서 호화주택이 아닌 누추한 곳에서 태어나셨는가를, 우둔한 자 마음의 눈을 열어 주십시오. 지금쯤 베들레햄 차운 한 들밖에서 밤을 허비며 서성이다가 아픔을 겪다가 홀연히 비쳐오는 한 줄기 빛을 목자들은 보았겠지요. 하늘 영광의 노래를 들었겠지요. 마음이 고단하고 슬프고 답답한 자 저 목자들처럼, 삶의 귀한 경험에 부닥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라앉혀 기다리게 해 주십시오. 지금쯤 밤 하늘을 보고 별들을 보고 땅의 운명을 쫓던 동방의 박사는 이상한 별을 보자 뭔가를 깨달았겠지요. 하여, 새 슬기를 찾아서 온갖 미련을 버리고, 천신 만고의 먼 나그네길을 훌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