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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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묵시록 / 이명희시 2022. 12. 8. 20:18
겨울 묵시록 / 이명희 조금 더 넓어지기 위한 비움의 시간 속에서 아득한 공간을 밟고 가는 쓸쓸함 더는 다가설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마냥 침몰해가는 나의 저녁 침묵으로 꽁꽁 묶여 눈물로도 건널 수 없어 당신께 엎드려 있는 등 시린 아픔 길 끝에 이르러서야 더 이상의 슬픔은 욕심이라는 말씀 호되게 듣습니다 함께 할 수는 있어도 오롯이 하나가 될 수 없어 마음 가득 사랑을 품고도 홀로 가는 길 사뭇 쌓인 긍정이란 이름으로 몸을 풉니다 어깨위 촉촉이 내리는 안개 같은 평화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외로움도 행복이라고 억지를 쓰는 가슴 사랑으로 쓸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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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편지 / 박세현시 2022. 12. 8. 20:14
겨울편지 / 박세현 첫 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 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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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양애희시 2022. 12. 8. 19:14
12월의 기도 / 양애희 축복의 하이얀 그리움 따라 훨훨 날아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가슴 오려붙힌,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시간들 사이로 깊은 침묵이 어른거리는 어둠 지나 길게 흐르는 아픔 여의고 한 그루 맑은 인연 빗어대는, 빛이 나는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깊이 동여맨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온 몸이 아파올 때 푸른 약속 흔들며 바람을 덮는, 따뜻한 12월이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색 불빛 찬란한 거리, 그 어딘가, 주름진 달빛 사이로 허기진 외로움 달래는 영혼 살포시 안아주는, 그런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강가, 뉘 오실까 깊은 물소리만 허망한 심장에 출렁거릴때 가슴 빈터에 흠뻑 적셔줄 꽃씨 하나 오롯이, 진하게 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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