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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백꽃에 관한 시모음<1> [동백꽃 시]
    시모음/꽃과 나무 2023. 1. 12. 07:43

     

     

    동백꽃에 관한 시모음<1> [동백꽃 시]

     

     

    동백 피는 / 도종환

     

    허공에 진눈깨비 치는 날에도

    동백꽃 붉게 피어 아름답구나

    눈비 오는 하늘에 길이 없어도

    길을 내어 돌아오는 새들 있으리니

    살아 생전 뜻한 못다 이루고

    그대 앞길 눈보라 가득하여도

    동백 송이는 가슴에 품어 가시라

    다시 송이 품어 가시라

     

     

    혼자 피는 동백꽃 / 이생진

     

    꽃시장에서 꽃을 보는 일은

    야전병원에서 전사자를 보는 일이야

    꽃이

    동백꽃이

    저런 절벽에서 피는지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꽃을 좋아했다면

    그건 꽃을 무시한 짓이지 좋아한 것이 아냐

    꽃은 외로워야 피지

    외롭다는 말을 꽃으로 거야

    몸에 꽃이 정도의 외로움

    이슬은 하늘의 꽃이고 외로움이지

    눈물은 사람의 꽃이며 외로움이고

    울어보지 않고는 꽃을 피울 없어

    꽃한테 축하 받으려 하지마

    꽃을 달래줘야

    외로움을 피하려다보니 이런 절벽에까지 왔어

     

     

    동백꽃이 / 이해인

     

    비에 젖은 동백꽃이

    바다를 안고 종일토록 토해내는

    처절한 울음 소리를 들어 보셨어요 ?

    흘려도 사랑은 찬란한 것이라고

    순간마다 외치며 꽃을 피워 냈듯이

    이제는 온몸으로 노래하며

    떨어지는 꽃잎들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거부하고 편히 살고 싶은 나의 생각들

    쌓이고 쌓이면 죄가 같아서

    마침내 여기 섬에 이르러 행복하네요

    동백꽃 지고 나면 내가 그대로

    붉게 타오르는 꽃이 되려는

    남쪽의 동백섬에서 !

     

     

    동백 / 강은교

     

    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두드리면.

     

    몸에 숨은

    봉우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 모두

    잠이기 전에.

     

     

    동백 등불 / 홍해리

     

    먼저  이들

     밝혀 주려

     

    동백은 나뭇가지 끝끝

    왁자지껄,  생을 밝혀

    적막 허공을 감싸 안는다.

     

     생이 금방이라고

    여행이란 이런 것이라고.

     

    지상의 시린 영혼들

     다숩게 덥혀 주려고

    동백꽃

    야단법석, 땅에 내려

    다시   등을 밝힌다.

     

    사랑이란 이런 거라고

    세월은 이렇게 흘러간다고.

     

     

    동백꽃 / 김정숙2

     

    동박새  마리 날지도 않는데

    선연한 핏자욱 울먹울먹 일어서서

    엄동설한 매서운 바람 모르고

    객혈하는 속울음 너는 피었는가

     피었는가

     

    삶에는

    추위가 대롱거리고 있는데

    너는 피었고 나는 아직 철이 아니라고

    반쯤만 열려 있구나

      한잎 떨리는

     꽃잎  보아라

    사람과 사람 모든 것들

    순리대로  피워진다면

    얼마나 얼마나 행복에 젖을까

     

    저기  붉은 꽃잎

        고요하고 단아한

    자태를, 순수를

     

     

    동백신전 / 박진성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

    서도 꼿꼿하게   함부로 버리지않는 사랑이다파르테

    논도 동백꽃이다낡은 육신으로 낡은시간 버티면서이천

    오백  동안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아니고서야

    어떻게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같은동

    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하나쯤 주워내 입에 넣고 싶다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타버리고 나서도 어느 

    내가 遺蹟처럼 남아  자리에서   송이밀어내면 그게

     사랑이다피 흘리면서 목숨꺾여도 봄볕에달아오르는

      생애다

     

     

    동백꽃 지다 / 변준석

     

    동백꽃  송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호상(好喪)이다.

     

     

    동백-비형랑鼻荊郞 설화 / 송정란

     

    내게는 도깨비 서방이 있어

    수천 수만의 잎사귀

    잎사귀들, 대숲 후둑이는 발자국

    허공에 찍으며

      그림자도 없이 달려오는

    도깨비 서방이 있어

    전생(前生) 오갔던

    가락지처럼 휘어진 돌다리

    밤이면 이승의 문간에 걸쳐놓고

    오랜 언약처럼 다가오는

    헌헌장부의 도깨비 서방이 있어

    층층시하 벗어날  없는

    겹겹이 닫힌  꽃잎은

    달빛 형형한 그대 눈빛 속으로

    밤마다  겹씩

    알몸의 빗장을 풀어

    혈흔처럼

    내게 붉은 꽃이 피었다

    지는, 천년을

     자리에 피었다

    지는,

     

     

    동백 칠칠조(冬栢 七七調) / 설창수

     

    차마 이대로서야 피도 지도 못하는

    몸짓들 가쁜 情을 가눌 수가 없구나

     

    기름 똑똑 갈매 눈보라도 이겨서

    꼭꼭 야문 봉지가 홍갑사 나부 댕기.

     

    차마 이대로서야 물도 맺도 못하는

    열두발 삼단 머리 깎고 중이 될까나.

     

    아낙네 품은 원한 오월에도 서리온다.

    깊은 잠꼬대로 불러주랴 이름.

     

    태워 고인 기름 알알히 맺혔다가

    옥비녀 화촉동방 새낭자에 풍기자.

     

     

    동백나무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 송재학

     

    붉은 색의 극점까지 가서 난분분 떨어지는 붉은 꽃잎이 결국 핏속으로 튀어 들어오고 나는 붉은 색을 닮을 없는 것이더냐 나는 아직 광기를 말하지 못했다

    이월이면 사람의 병이 옮겨 가는 동백나무에는 매듭이 없다 나무의 여성성은 잘려진 가지를 둥글게 감싼다 (몸에 화살을 맞았다 바깥쪽 화살 부러뜨려 없앤다 안의 화살을 깊이 집어 넣는다 몸이 아프지 않느냐) 어떤 흉터라도 부드러운 껍질로 감싸 버리는 동백의 힘은 희망을 되풀이하면서 두터워졌는가

     

     

    동백 / 양광모

    봄날이어도

    지는 놈은 어느새 지고

    피는 놈은 이제사 피는데

    때는 한결같이 모가지째 떨어져

    이래 봬도 내가 한때는 꽃이었노라

    위에 반듯이 누워 큰소리 치며

    사나흘쯤 뜨거운 숨을 몰아쉬다

    붉은 글씨로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징하게 살다 가네

     

    동백꽃 / 오세영

     

    괜찮다.

    괜찮다.

    부풀어오르는 밀물 탓이다.

    개펄을 채우고 둑을 넘쳐서

    마당까지 벙벙히 넘실대는

    ,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이다.

    옷고름 풀어헤치고 치마를 들치며

    속살 간질이는

    갯바람,

    괜찮다.

    괜찮다.

     

    사릿날

    초조(初潮) 부끄러움으로

    발갛게 달아오르는

    처녀의

    .

     

     

    동백꽃 / 김여정

     

    지난 겨울

    희뜩이는 눈발인듯 그대 떠나고

    뱃길 닫혔던 포구

     

    어느날 문득

    꿈길인듯

    여수 앞바다

    오동도가 빨간 꽃잎 터뜨리며

    폐항으로 달려 왔다.

     

    희뜩이는

    이월의 눈발 사이로 달려온

    꽃잎들의 뜨거운 숨결이

    겨울 동안의

    꿈의 죽음을

    되살려내고 있었다.

     

    바야흐로

    피가 돌기 시작한

     

    핏빛 동백꽃으로 뒤덮인

    오동도가

    가슴 위에 그리움인듯

    오롯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백꽃 / 홍해리

     

    기름기 잘잘 도는 여인네

    그녀의 정념보다 뜨거운

     

    동백꽃이 피우는 불길은

    기름 도는 초록빛

     

    연기가 바다로 바다로 가서

    섬을 만들고

     

    섬마다 동백나무 불을 지펴서

    떠도는 나그네 가슴 녹이네

     

     

    꽃핀 동백 / 양전형

     

    돈네코 허리춤에

    살바기 제주동백

    언어 이전 몸짓으로

    억겁 섭리 터득더니

    봐라, 생살 뚫은 송이들

    그리움이 분명하다

     

    동지섣달 긴긴밤 눈발이 서럽고

    소대한 모진 바람 자진모리로 되치기 하다

    겹치마 걷어올리며 난생처음 벙글었네

     

    아스랗던 천년이 어쩜 이리 성큼 왔나

    고운 입에 여의주 물고 비상하는 서귀포여

    아무튼 보게나 드디어 보였네

     

    불질러 땅을 밝히려나

    등성이를 내려온 허옇게 시린 산울음도

    길섶에 붉어 따스한 치마폭으로 스미는군

     

    핏빛보다 진솔한

    있으면 나오라며

    정방포구 물어뜯다

    돌아누운 스무세기

    어쩌면 피우려

    천년밤 지새운지 몰라

     

     

    섬동백 / 양전형

     

    천년을 펄펄 앓았네 섬곶 스산한 바람에 뿌리내려 일렁이는 바다처럼 그대 향해 무작정 치닫던 막사랑 힘겨워, 천년이 잦아들던 마지막 그리움을 자잘하게 부서트려 허공에다 산산이 뿌려두고 새천년으로 훌쩍 넘어 왔는데

    정월

    하늘 가득 무슨 별들이며

    바람목 섬동백

    어쩌자고

    온몸 가득 꽃무더긴가

    , 붉고 뜨거워라 묵은 천년의 막사랑, 잘도 좆아와 마구 솟는구나 에라 모르겠다 그대! 붉게 피며 천년 달려가마 세상 안팎 어디에든 그대 있어 나는 유효하리니

     

     

    동백꽃 그늘 아래 / 유국진

     

    동백꽃 그늘 아래

    비스듬히 누워

    바다를 바라보며,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푸름이 지상을 무척이나 곱게도하는구나 생각했다

     

    붉은

    세월의 작은 마디

    파도에 둥둥 떠가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우주보다 꿈의 그림자 함께 떠가고

    무한의 사랑도 함께 떠나갔다.

     

    잔에 어리는 잠못이루는 밤의 무게

    차곡차곡 가슴에 쌓이고

    동백꽃 잎보다 짧은 세월

    오고가는 길목에 걸터앉아

    파르르 떨며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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