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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에 관한 시모음<1> [겨울 시] [겨울강 시]시모음/계절 2023. 1. 18. 20:31
겨울강에 관한 시모음<1> [겨울 시] [겨울강 시]
겨울강 / 이채
시간이 물처럼 흐르고 흘러
이제 차가운 겨울강이 되었다
온몸이 파르르 떨리는
추위는 몸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나는 것이라고
겨울강은 제 가슴도 보이지 않고
저 강물 소리없이 깊어가듯
당신과 나도 그렇게 꿈을 꾸며
하루 하루 깊어가는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한송이 만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시린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강바람 따뜻한 날
한마리 새가 분명 날아 올 것이라고
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눈물을 모두 제 가슴에 가두고
겨울강은 유달리 말이 없다
겨울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다소곳한 귀일 뿐
겨울, 동강 / 서원동
문산나루 질퍽한 삼들
어라연 휘돌아 돌며 숨차 헐떡거리다
얼음짱 되어 문득 발걸음 멈춰 선곳
겨울 동강은
지친 몸 기대 술 곳초차 없이
삭막하다
산잠승들 뛰놀던 협곡 사이로
자갈톱 스쳐온 찬바람만
길게 한숨소리 내뿜고 있다
아무도 없다
앙상하고 고즈넉하다
응고된 피딱지인 듯
여기저기 나뒹구는 녹슨 깡통들
넝마 되어 펄럭대는 폐비닐 조각들
우리 모두의 마음 속
숨겨진 상처 마냥 한없이 삐걱거릴 뿐
겨울 동강은
이빨 빠진 늙은이가 뜯어먹다 남긴
풀빵처럼 곳곳에서 찐득거린다
겨울강 / 김지헌
눈앞이 흐려지고
병든 아버지의 육신이
묘지 뒤로 사라진다
말없이 다가와
침묵으로 사라진
아버지의 옷자락
겨울강은
여위어 반쪽이 된
그 분 모습
내 유년의 기억 속에
절절한 그리움
겨울강 / 정군수
검푸른 가슴을 열어놓고
겨울밤을 기다리는 강물은
차가움이 아니다
파도가 사나울수록 깊어지는 강물
검은 밤이 물어뜯는 시간에도
갈대숲의 얼음을 밀치고
겨울철새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겨울강물은 사나움이 아니다
강둑을 몰아치는 바람
차가울수록 철새의 발가락
피 더욱 맑아져
더워지는 가슴이
철새들이 뿌려놓은 겨울이야기들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숨죽이며 흐르는 저 겨울강이
봄이 오면 어떤 모습으로 넘쳐흐르는가를
넘쳐흘러 결빙의 대지를 적시는가를
겨울에 우는 강 / 도지현
어쩜 내 마음과 저리 같을까
용광로를 들이 대도
절대로 녹지 않을
내 가슴과 꼭 닮아 애달프다
얼음 아래서 쩡쩡하고 울리는
강이 통곡하는 소리
저 세상 가신 울엄마
하관할 때 내가 저리 울었지
얼음에 얼비치는 잿빛 하늘
흐린 내 눈빛과 같아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저문 강가에서 서성인다
서성이던 발길 멈춘 곳에
누군가가 매어 놓은 조각배 한 척
그대로 얼어 붙어 있어
오갈데 없이 외로운 나와 같은데겨울강가에서 겨울바람을 잡으며 / 정세일
겨울이 만든 강얼음위에 네모나게
얼음을 잘라 그 위에 사다리를 놓습니다.
차거운 물속에다 그믈을 쳐놓고
삼촌이 대나무 삼지창으로
강 바닥에 엎드려있는 겨울강을 잡고 있습니다.
큰 나무로 돌을 살짝 옆으로 비키면
고기들이 물위로 떠올라 옵니다.
대나무에 동그랗게 철사를 말아 만든
뜰채로 고기를 잡아 노란 양동이에 넣습니다.
잡혀지는 고기는 노란양동이속에 퍼뜩거립니다.
양동이속이 너무좁아 고기들이 업어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동그랗게 모여서서 겨울강을 잡는 구경을 합니다.
겨울강을 잡는 것은 기나긴 겨울바람을 잡는 것입니다.
겨울강 / 김세영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무성하게 출렁이는
바람의 치마 밑으로
때로는 춤추며
달려가던 날들을 기억하면서
앙상하게 얼어붙은
바람의 고샅 밑으로
때로는 포복하며
웅크리고 걸어가면서
등허리의 긴 상처를
달빛으로 꿰맬 때만
살얼음 덮인 알몸을 보일뿐
얼음 비늘의 황톳빛 잉어들이
바다의 도마 위에 지친 몸을 누이고
파도의 칼날이 잘게 다져서
바닷물 속으로 녹아들 때까지.
겨울강가에서 1 / 전병조
겨울강가에 서면
빛이 가난하여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
썰매를 탄다
은어의 날개 위에 반짝이는
불임(不姙)의 삶,
프리즘을 통하여 복제된
시작과 중간과 끝이 보이지 않는
안달난 일상들이
자꾸만 미끄러지며 썰매를 탄다
어젯밤 꿈이 현실적 전망으로 바뀌고저
오늘로 이월시킨 이 손때 묻은 하루
허리가 휘어지고 거품이 굳도록애 휘저어도
내일이 없는 이 천막같은 하루
라면을 끓이다가
문득 불어오는 찬바람에
두 손을 데어버린
먹다남은 일상들이
뱃머리를 중심으로
팽그르르 맴을 돈다
겨울강가에서 2 / 전병조
이별이란
그리 슬프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바람 속에 흩어지는 먼지의 일상일 뿐
너 멀리 보내고 항시 가슴 아파했던 것은
그리움이 아니라
한 조각 굳어진 체념의 눈물이었다
날마다 침몰하며 침묵하는 강물 속으로
조용히 떠오르는 하늘
한줌 그물에 여과된 채 망각의 바다로 흐르지만
만남도 헤어짐도
한낱 눈발되어 흩어지는 저
잿빛의 하늘 아래
노을보다도 짙게
바다보다도 낮게 출렁이며 가라앉은
겨울강가
한 토막 흑싸리며
한 조각 댓닢같은 일상들이
모닥불을 피워올린다
허연 동천(冬天)에
너 녹아 어서 빨리 내 몸을 띄우라고
물먹은 모닥불을 피워올린다
겨울강가에서 3 / 전병조
달 밝은 밤에
미류나무 사잇길을 돌아
불어오던 바람이
강바닥을 미끄럼질하고
싸리비로 빗질을 하듯
할퀴고 간 강물의 자리에
우리네 일상이 굳는다
불빛을 중심으로
파랗게 달무리 진
뻥 뚫린 가난
지나간 봄날의 함성들이 산 채로 매장되어
못다한 젊음의 원혼들이 통째로 화장되어
떠나버린 구천(九天)의
허이연 뼛가루로 날리다가,
기어이 울어버린 통천(痛天)의
시퍼런 달무리로 날리다가
마침내 얼어붙은
마흔다섯의 희미한 각오들이
단단한 참나무를 타고앉아
조각난 일상들을 낚시질 한다
구멍난 양심들을 낚시질 한다
겨울강가에서 4 / 전병조
하얀 불빛 속으로
어둠 더욱 빛나고
노을빛 짙게 술 취한 사람들
성에 낀 일상 위로
낚싯줄을 드리운다
돈셈의 명예와
권력의 수레바퀴에 상처받은
힘이 있어도 힘이 없는 사람들
겨울강가에 모여앉아
강물을 마름질한다
물경(勿驚),
한 치 표밭을 노리는 소주병들이
군데군데 강가를 어지럽히고
칼라풀한 팜플릿에 찍혀진 얼굴들이
기호 1번, 기호 2번으로 모닥불 속에 타들어간다
인터넷, 인터넷처럼 얽혀진 도시의 구조와
정치적 권력의 모순들로부터 상처입은
힘이 있어도 힘이 없는 사람들
강 건너 어둠에 떨고 있는 하얀 불빛 속으로
길고 긴 낚싯줄을 던져 올린다
겨울강1 / 김민홍
너의 얼굴에 눈물이 마르고
가을이 간다.
인연의 마지막 숨들을 거두어
긴 겨울울 준비하는들판.
내밀히 죽음의 싹들을 틔우고
지남 여름은
언제나 격열했다
폭양의 흔적들 희미 해지며
무모했음.허나
살았음을 일깨우고
심연으로 심연으로
옷을 벗는 겨울강.
왜 불안 했던가.
얼굴 시리게 바람은
미열 앓던 기억들만 거느리고
왜 나는
늘 배반을 예감했던가.
사는 일은
꿈을 꾸는 일이라고
너는 왜 말했던가
들판과 발정난 都市 사이에서
끝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겨우 당도한 겨울강
관절들만 낡아 가고
내륙 깊숙이 안개만 깊어진다.
겨울강 4 / 권경업
조개골
쌓인 눈 위로 오솔길 돋으면
흐르고, 흘러가고 싶다
아직은 시린 그대 품에
풍덩 뛰어들어 함께 가고 싶다
가다가 다리쉼할 어느 강나루
꽃그늘 한가한 주막 평상
곡차 몇 사발 청하고
그대 잔에 복사꽃 띄워, 권커니 자커니
쉬 가는 봄날을 노래하리니
정처 없을 물길
나를 품고 가달라며 졸라대지만
일없다 휘휘 손 저어
붙잡고 부여잡는 산자락 뿌리치고
물굽이 돌아보는 것도 잠시
그대 해맑은 모습으로 떠나겠지만
겨울강 두물머리 / 나상국
한 무리의 행락객 철새떼처럼
우르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발자국마저도 휑한 두물머리
사백 년의 나이에도
거칠게 불타오른 느티나무의 열정
한 잎 나뭇잎으로 힘없이 떨어지고
모로 두러 누운 색바랜 풀들이
너을 너을 춤추던 쓸쓸한 강둑
강한 비바람이 몰려왔다가
스스로 몸을 낮추어
한 바퀴 돌아보고
에둘러 떠나간 두물머리
노만 덩그러니 남겨진 배 한 척
사공 잃은 황포돛배
새벽 안개에 갇혀
쨍쨍 강울음 소리에
머리채를 낚아채인듯
무릎 끓는다
금강산 골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북한강
태백산 검룡소를 힘차게 박차고 발원한 남한강
처녀 총각 만나듯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깊은 포옹으로 한몸이 되어 흐른다.
겨울강 두물머리 / 나상국
한 무리의 행락객 철새떼처럼
우르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발자국마저도 휑한 두물머리
사백 년의 나이에도
거칠게 불타오른 느티나무의 열정
한 잎 나뭇잎으로 힘없이 떨어지고
모로 두러 누운 색바랜 풀들이
너을 너을 춤추던 쓸쓸한 강둑
강한 비바람이 몰려왔다가
스스로 몸을 낮추어
한 바퀴 돌아보고
에둘러 떠나간 두물머리
노만 덩그러니 남겨진 배 한 척
사공 잃은 황포돛배
새벽 안개에 갇혀
쨍쨍 강울음 소리에
머리채를 낚아채인듯
무릎 끓는다
금강산 골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북한강
태백산 검룡소를 힘차게 박차고 발원한 남한강
처녀 총각 만나듯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깊은 포옹으로 한몸이 되어 흐른다.
겨울강 3 / 권경업
얼음장에 묻은 가슴
쓰라린 기억으로 머무르지 마라
삶이란,
흔들리며 출렁이며 흘러가는 것
흘러가며 더러는 아파하는 것
새벽안개 피는 여울목, 때로는
소리 낮춰 울먹이기도 하는
우수(雨水)에 젖은 강이
언 몸을 깨트리며 간다.
겨울강 2 / 권경업
네가 얼어붙은 것은
머무르고 싶어서가 아니다
흘러가기 싫어서도 아니다
그저, 출렁이고 흔들리는
자신이 싫어서다
때론, 소리 낮춰 울던
여울목의 그 쓰라림을
바닥까지 말갛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때문이다
강물은 혼자 있을 때만 언다.
겨울강 3 / 김희경
쉽게 무너질 수는 없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허물어져도 좋았을 친구여
칼바람에 빛나던 자존
그건 성역이었다
너의 비명은 내 뼈마디를 흔들고
너의 눈물은 내 살을 적신다
언제까지나 꿈쩍 않으리라던
예감은 빗나갔다
어쩌면 예고된 불청객의 방문을
그처럼 쉽사리 맞아들릴 줄 알았더면
애초에 널 사랑하지도 않았으리
너의 얼굴을 기억하지도 않았으리
그러나 이제
헐거워진 몸 추스리며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까닭을
너는 밝혀야 하리 분명히.
겨울강에서 / 김선태
1.
소리가 죽고 있었다
소리가 죽어
거스름 없는 강물로 흐르고 있었다
꿈도 얼어붙고 있었다
꿈도 얼어붙어
깊이 모를 바닥에 잠들고 있었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눈이 시린 겨울의
어제 그리고 오늘의 한복판을
강물은 엎드려 숨쉬는 침묵이었다
강물은 길게 누워 뒤척이는 아픔이었다
2.
하류로 흐르는 물위에 캄캄한 하늘
이름 모를 풀잎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몸져누운 강의 하류를 다독이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따라와 하얗게 부서지던 진실이 있었다
강 기슭엔 아직 버릴 수 없는 꿈들이
어깨동무하며 뛰놀고 있었다
일어서면 넘어지는 절망과
넘어지면 다시 겨운 허리를 펴는 어깨 위
무수히 쌓이는 비명이 있었다
3.
어두워가는 저녁 강물 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쓰다 버린 말들이 하얗게 빠져 죽고 있었다
낮게 엎드린 강 건너 마을의 불빛들이
제각기 물에 젖은 얼굴을 닦으며
강 어귀로 숨죽여 건너오고 있었다
무서운 공허로 출렁이는 갈대밭을 헤치며
쓸쓸한 노래를 부르는 바람소리
오랜 상처의 세월을 읽어 내리고 있었다
밤 깊어 눈발은 더욱 거칠어지고
어디선가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며 이따금씩
이를 악문 얼음장들이 깨어지는 소릴
강둑에 마른 풀잎들이
일제이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4.
슬픔이 밀려와
또 다른 슬픔과 만나 수런대는 하류의 다리 아래
핏줄이 하나이듯
하나의 슬픔을 이루어 흘러갈 수 없을까
상류와 하류가 만나지 못하는 강
미움이 미움으로 되돌아 강둑에 부서지고
사랑이 사랑으로 얼싸 안고 출렁이지 못하는 저
겨울강의 캄캄한 자유와 사랑
그러나 손을 내밀어 강심을 더듬어 보면
돌연 內省의 깊이로 눈 떠 있는 강
하여, 나는 볼 것이다
거대한 슬픔의 꼬리를 기일게 늘어뜨린 채
오늘도 숨죽이며 흐르는 저 겨울강이
봄이 오면 어떤 모습으로 넘쳐흐르는가를
넘쳐흘러 결빙의 대지를 적시는가를
겨울강변 / 홍윤표
산 숲 우거진 겨울 강을 내려본다
허기진 욕심을 묻고 인적없는
빈 마음으로 강변을 걷는다
지난날에 추억을 회상하는 나는 병신
나이 들수록 죽어가리라는
생각은 한 점 없는데, 가을처럼
퇴색되는 얼굴빛은 지난날의 추억뿐이다
안녕이란 말을 쉽사리 하지 말자
안녕은 다시 돌아올 기약을 약속할 수 없는
만남을 위안이 아닐까
나이 들어 욕심을 내면 무얼 하나
죽어가면서 가지고갈 기운도 양기도 없는데
찬찬하게 챙기던 사람도 형체 없이
다 녹아 내린 강변에서 나를 찾는다고 버둥거려도
기죽을 수 없는 삶의 정체를 엎고
가던 길 잃어 창창蒼蒼하게 나부끼는
겨울강가를 걸으며 단전 된 열기를 올리며
가을낙엽 쌓인 강변에 앉아
인간사 지위 속에 높고 낮음이 없는
행복감을 떠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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