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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명소의 단풍 시모음... 내장산, 설악산 외카테고리 없음 2022. 11. 7. 20:21
단풍 명소의 단풍 시모음... 내장산, 설악산 외
단풍을 보다가 / 임문혁
설악산 한계령을 넘다가
입을 벌리고 단풍을 본다
바람은,
어떤 기막힌 영혼을 품었기에
푸른 산허리에 닿아
저렇게 흐드러지게 꿈이 풀리고
줄에 닿으면 소리가 되고
물에서는 은빛 춤이 되는가
나는 도대체
얼만큼 맑고 고운 영혼을 품어야
그대의 가슴을 만나
단풍처럼 피어날까
언제쯤이나 나의 아픔은
그대의 마음 줄을 울리는 소리가 되고
은빛 춤이 될까
저렇게 기막힌 영혼이 될 수 있을까
설악의 단풍은 / 이재옥
돌연한 유혹처럼 붉게 타오르고
계곡물까지 짙게 물들였네
아름다움 소름끼쳐 문득 두렵고
끝없는 행락객에 초록이 지쳐
스스로 때 맞춰 치장하누나
아 몰아(沒我)의 경지 설악의 여인!
대청, 중청, 소청에서
한계령, 대승령,
공룡능선으로 불타다
내 그리운 마음 싣고
동해로 먼바다로
끝없이 흐르려는가?
너른이골 단풍 숲에서 / 이향지
나 세상 살다 추운 날이면 이 숲으로 돌아오리
생각만이라도 돌아오리
산죽떼가 발을 걸면 걸려 넘어지리
단풍나무 붙잡고 일어서다 머리 위 구름을 보리
세상의 모든 잎새들 떨어지기 전 한때를 붉게 앓느니
새벽 비에 얼굴 씻고 돌아오는 가을 해를 보리
나 너무 눈부셔 한참을 눈감았다
가을 해와 나 사이에 뜬 단풍잎 구름을 보리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 비춰보던 포도주빛 구름
나 아직 가보지 못한 땅의 향기에 사로잡혀
어질어질 비틀거리던 어느 날 낮꿈빛 구름
나 지니고 살던 추억의 잔을 모두 꺼내어
저 단풍잎 구름에서 흘러내리는 술을 받으리
석남사 단풍 / 최갑수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가을단풍여행 / 靑山 손병흥
온 산들이 울긋 불긋 단풍으로 손짓하던 날
계절의 정취들도 맘껏 뽐내고 있는 이 가을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향연 선운산 주변풍경
꽃무릇이 진 뒤에도 볼거리가 연이어지는
물억새 갈대 군락지 생태숲 풍광 즐겨가며
넋 놓은 채 바라본 황홀한 세계 마음에 담아
천연기념물인 송악에다 묻어버렸던 백팔번뇌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 건너 도솔제 까지 펼쳐진 명소
도솔천 냇가 주변 부도밭 가는 길에 점차 물들어가던
멋진 단풍들이 절정을 이루는 울창한 숲 계곡 산기슭
한층 운치 더한 둘레길 걸어보는 고창 선운사 단풍놀이
단풍든 나무를 보면서 / 강민경
마키키* 산 정상에서 유독
키가 훤칠한 나무 우듬지를 보는데
무지갯빛으로 물든 나뭇잎에 눈이 부십니다.
높이 오르려 애 끓이던 거기
저 홀로 단풍잎 선명함이 하도 고와서
‘저 나무 위를 좀 봐요. ’그이 옆구리
찌르며 보채는 내 호들갑에
그럼, 그런 때도 있어야지
푸르기만 한 하와이에 사는 나는,
언제 저기처럼 곱게 물들어 보겠냐며
투정 아닌 투정으로 돌아보는
그이의 눈빛에 잠시 삶의 그늘이
머뭇거림을 봅니다
이민 온 지 반평생을 훌쩍 넘어
반백이 되었어도 잊히지 않는
고국산천 하와이 실록처럼 펄펄 뛰는
힘으로 살다 보니 지칠 줄 몰랐는데
칠순이 다되어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저 우듬지에 물든 나뭇잎처럼
설악산, 내장산, 아니 어디를 가나
고운 옷 갈아입고 세상 들썩이는
고국의 가을 산이 바다 건너 수만 리
하와이에 있는 내 마음을 물들입니다*하와이 지역명
북한산 단풍 든다 북한산 낙엽 밟는다 / 김종제
북한산 단풍 구경하러 간다
북한산 낙엽 밟으러 간다
저 가을 나무의 단풍
죽은 듯이 살았던 적이 있었다
저 가을 나무의 낙엽 산산이 부서진
이름을 가진 적이 있었다
등에 얹힌 지게 위에 가득 짊어진
공룡의 무거운 걸음 같은 삶을 버리려고
바람 한 줄기 불 때마다
한 무더기씩 떼를 지어 무리 지어
절벽 아래로 벼랑 아래로
투신하는, 자살하는 나뭇잎이
나의 분신이로구나 너의 분신이로구나
너 천리 먼길 그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찾아와서는
너 수수 백년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게 해놓고는
그리도 짧은 목숨 버리고 가려느냐
허공에 사로잡힌 나의 눈 속에
계곡을 타고 휘돌아가는
너의 입술 속에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북한산의 마음에
감춰두고 한동안 잃어버렸던
사막 불길에 타오르는 살갗을 보네
빙하에 얼어붙어 갈라지는 살갗을 보네
낙엽의 바다에 헛디뎌
풍덩 하고 빠져 시신처럼 가라앉는다면
단풍의 하늘에 나래치며
훨훨 나비처럼 날아 오른다면
폭풍우 치며 달려드는 나
폭설 휘날리며 뒤덮는 너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한
나뭇잎 같은 사랑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가 닿는다
북한산 단풍 든다 북한산 낙엽 밟는다
발 아래 떨어진 나뭇잎 하나가
북한산 단풍 다 삼켜버리더니
북한산 흔적없이 지워지는구나
북한산 나의 발바닥 아래
나뭇잎 하나로구나
속리산 단풍 / 장은수
붉은 아우성 들려오는
단풍숲에 누우면
어느새 창공에 날아가는
철새 무리에 섞여 긴 고독 흐른다.
올벼로 빚은 맛있는 술병을
허리에 차고
색색이 흔드는 손 있어 찾아가니
깊어 가는 가을 서러워하며
붉은 눈물 흘리는가.
천황봉에 살포시 내려앉은
청단풍 익는 소리
문장대 바윗돌 아래 숨어
초록 별빛에 반짝인다.
작은 잎 뾰족이 내밀고
투명한 아름다움 뽐내는
속리산 단풍놀이
고운 임 맞이할 준비가
단풍을 보면서 / 조태일
내장산이 아니어도 좋아라
설악산이 아니어도 좋아라
야트막한 산이거나 높은 산이거나
무명산이거나 유명산이거나
거기 박힌 대로 버티고 서
제 생긴 대로 붉었다
제 성미대로 익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니더라도
낮고 충충한 바위하늘도 떠받치며
서러운 것들
저렇게 한번쯤만 꼭 한번쯤만
제 생긴 대로 타오르면 될거야
제 성미대로 피어보면 될거야
어린 잎새도 청년 잎새도
장년 잎새도 노년 잎새도
말년 잎새도
한꺼번에 무르익으면 될 거야
한꺼번에 터지면 될 거야
메아리도 이제 살지 않는 곳이지만
이 산은 내 산이고 니 산인지라
저 산도 내 산이고 니 산인지라
옥마산 단풍 / 유일하
정열과
청춘도 한순간
드러누워
윙크하며 벗는가!
푸른 가운
소르르 풀고
노을빛에 끌리어
살포시 벗겨지는 산봉우리
핑크빛 유두처럼
탱탱하게 물오른 단풍
찬 겨울을 찡그리며
붉고 누렇게
갈아입는 옷
맨몸으로 털면서
가을을 날리고 있다.
구룡령 단풍 / 심지향
구룡령 마루
갈바람에 나부끼는
선녀의 옷자락
금빛 석양 비껴가는
황금빛 나비들의
유영하는 그림자
누가 감히 저토록
농염한 여인의 교태를
외면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내 눈을 감으리
백양 단풍 / 오석만
타오르는 불꽃으로 살고 싶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활활 타버려
백양 단풍만큼
붉을 수만 있다면
그냥 불타고 싶다
쌍계루 호수에 비친 구름처럼
흐르다 사라지는 물결처럼
반짝이는 별빛처럼
삶이 불타고 있다
임종을 맞이하는
엄마손이 물들고 있다
삶의 몸뚱이가 떨어지고 있다
그냥 불타고 있다
무릉계곡 단풍 / 심지향
내가 언제
그대 흉을 보았다고
그토록 빨갛게
얼굴을 붉히는가.
내가 잠시라도
다른 것을 사랑했다고
그렇게 샛노란
질투를 내는가.
내가 깜박
그대를 잊은 적 있다고
서러운 갈잎을
마구 뿌리더니
이제 마음 다 해
그대를 사랑하는 걸 알았다고
곱디고운 치장으로
날 반기고 있는가
월출산 단풍처럼 / 박미리
멋진 인생 따로 있나
주어진 만큼 가진 만큼욕심 없이 후회 없이
진달래 봄부터
달랑 옷 하나 걸치고소풍 나온 우리,
그대도 나도
계절 속으로 사라질
저기 저 낙엽인 것을
애착해 할 것 무엇 있으랴
절색의 양귀비도시들면 그 뿐, 그나마
가슴 뛸 때 시절이 반겨줄 때
남은 청춘
남은 사랑
여한 없이 후회 없이
사랑에 달관한 양태우고 또 태우는
저기 저 월출산 단풍처럼선암사 가을단풍 / 靑山 손병흥
절 입구부터 은행나무가 아름답게 이어지는
명찰 선운사와 도솔암 까지 펼쳐지는 산책로
오색단풍 물들기 시작한 정자연못에 반영되는
그 잔영에 투영된 매혹적인 아름다운 가을풍경
단풍명소답게 시리 멋지고 화려한 자태 풍광 취한 채
저 멀리 보이는 선운산 바라보는 대웅보전 비로자나불
산속 넓은 평지 공간에 들어선 지장도량으로도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에 자리하는 고즈넉한 천년고찰
초봄 맞는 동백꽃 여름엔 백일홍 가을에는 꽃무릇 단풍들
계곡 옆 산책길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도 일품으로 알려진
용문굴을 거쳐 올라가 낙조대 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일몰
온통 장관을 이루고 있는 한가롭고 친근하며 여유로운 산사
하와이 단풍 / 강민경
등산길 숲 속에서
커피색 같은 하와이 단풍잎을 보는데
청청한 시절 햇빛과 바람이 새겨준 문양
어설픈 것이 마치 설익은 땡감 맛이라 할까
푸른색도 노란색도 빨간색도 아니어서
낙엽이라고 하면 그만일 터이지만
지상 천국이라는 하와이 기후라 아직
명줄 놓기는 이르다고 한다
저 삶이
추위도 모르고
해님 사랑만 듬뿍 받았으니
생의 쓴맛 단맛을 어찌 구별할 수 있겠는가
그저 단풍은 고아야 한다는 내 일방적인 생각이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
천지, 만물 위에 군림하는 해님이라도
좋기만 하면
그 그늘에서 기생하는 생은
좋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그럼 내 나이 고희에
내 단풍은 어떤 색감일까
하와이 단풍과 내 생애를 비유하면서
초록 하와이 숲 속에서 은빛 머리카락 휘날리며
어때 어때 해본다.
내장산 단풍(內藏山 丹楓) / 최광림
서래의 한 자락이
연시 끝에 매달려
회음(誨淫) 같은 모반을 꿈꾸는
저건 차라리 불륜이다
비자림(榧子林)
늘 푸른 울음은
실핏줄로 터지고.
이런 날은
절망이라도 깃발로 나부끼자
끊임없이 추락하는
저 화려한 외출 앞에서
숨죽여
서식(棲息)해야 할
결빙(結氷)의 내일을 본다.
내장산 단풍 / 나태주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
와서 보시오,
내일이면 잊혀질 사람과
함께 보시오,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
다 못 타는 이 여자의
슬픔을...
내장산 단풍 / 고두현
낙타의 혹을 베자
화산이 폭발했다
오, 내장을
가득 메우는 저 용암.
내장산 / 신순균
드높은 하늘뭉게
구름 사이로울긋불긋
오색 단풍으로
단장한 내장산
찬 바람이고개를 넘고
계곡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낙엽은 수줍어고개를 숙인다
축축이아침 이슬에 젖어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
사람들의 발에 밟히면서
가는 세월을그렇게 아쉬워 한다
추색이 깊어가는 내장산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가슴 재치고온 몸을 드러내며
잎새들은 시샘하여
가을 잔치를 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들은
마지막 생명의 몸부림 속에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리움을 남긴채
세월의 파도에 밀려서
겨울을 준비한다
내장산 단풍 / 최영희
한 마을에 나서 자랐다는
내장산 단풍나무와 단풍나무
봄부터 바라 보는 눈빛이
다르다는 소문이더니
온 산이 타들도록 가슴 가슴이 붉다
드디어 혼례를 하나 보다
거한 잔치를 하나 보다
전국 방방곡곡 손(客)을 부른다
며칠째라는 소문이다
몇 날 며칠 객(客)이 줄을 잇는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무들
객(客)들의 환호속에
내장산 단풍 / 정진규
그럴만한 세월이었지 내 안 어디에나 숨어있는 너를 내가 짚어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토록 꼬리를 감추던 네가 全身(전신)으로 돌아서 달려드는 게 두렵다. 충만은 언제나 소멸을 예감한다. 그것도 알몸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다만당 한 가지 네 비트를 나 만이 알 수 있도록 네가 나의 감옥을 지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수감되었음을 한동안 나도 몰랐다. 내장산 단풍 보러 가서 내장된 단풍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內藏(내장)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이미 제가 내장되었음을 짚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지리산 철쭉바다 細石平田(세석평전)을 보았던 임오년 늦봄 나의 일기에 네가 좀 비치는 걸 적어둔 게 있기는 하다만 이번 가을 내장산 단풍 보고 와서 나는 더욱 확실해졌다. 너를 은애하는 사람이 되었다.<전문, '현대시학' 2003년 11월호 발표>
내장산 늦단풍 이야기 / 김준기
말랑말랑말랑 만삭으로 익은 홍시
옷고름 풀어헤쳐
터질듯 쏟아질듯 풍만한 잎이여
이제 서릿발 가시로 돋아 올 텐데
차마 떠나지 못하여
오들거리며 떨고 있는 가을이여
날 벼린 삭풍 함께 오면
훌훌 타서 은빛 잿가루로
미리내 별강에 뿌려져 더 찬란할 단풍이여
이 가을 화려한 갈채에 손 흔들며
부끄러움도 함께 훌훌 벗어버린 나목裸木의 끝가지
귓바퀴 맴도는 갈잎의 속삭임이여
숲에서 계곡으로 쏟아져 웅성거리는
마침내 서래봉 넘어 무지개 흔들며 떠나는
그대 가을 낙엽들의 목쉰 함성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