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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시모음<2>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시모음/계절 2023. 2. 4. 04:49
정월대보름 시모음<2>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
쥐불놀이 / 기형도
-겨울판화5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걸요?
돌리세요,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 술래
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대보름 / 김재덕
관솔을
넣은 깡통 횃불을 돌리다가
때때옷 불똥 튀고 대갈빡 커진 혹에
아이고 어찌할까나
보름달이 웃는다
나물을
걷어다가 가마솥 비벼 먹고
살얼음 식혜 맛에 조상님 부러울까
부엉이 으슥한 울음
하얀 눈썹 설렌다
정월 대 보름날 / 허정인
오직 하나 둥근 달 속에다
어릴적 놀던 동무들 묻어 놓았지
영옥이 향옥이 홍자 미숙이
시집가서 죽은 그 친구도
가슴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그 맑던 달빛 그 맑던 눈동자들
달도 배부르고 우리도 배부르던
정월 대 보름날
오늘은
묻어둔 그리움들 캐어 볼 거야
바닷물도 달빛으로 춤추며 놀던
그 신비
그 아름다움도.대보름 / 노정혜
둥근달이 두둥실
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었던 대보름
봄이 오면
농사일에 힘들라
오곡밥에 말려둔 나물 반찬
보름날에는 하루 5식을 먹고
힘을 채우라 힘을 채우라달님께 빌고 빌어
걱정 근심은 없다
동네마다 잔치
집 불놀이 윷놀이
그네 뚜기지금은
대보름이 외로운 도시
교회에서
오곡밥에 나물 반찬 과일
대보름이 행복하다정월 대보름 밤 / 유등자
꽃갈모자 상모 머리 춤추는
풍물단 추동리 사람들
장구 징 꽹과리 신나게 두드려 준다
대보름 밤 장독대 촛불 켜 놓은 고사떡
시루채 들고 나와
추동 골 나무 어른 가랑이 밑에 놓고
백 년 허리 새끼줄에 붉은 고추 달아주고
논농사 풍년에 백 살까지 살겠다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아녀자들 삼삼오오 줄을 지어
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으면 좋겠는데
은하수 절구 찧는 달빛 아래 시는 흐르고
무명실 타래 꼬아놓고
고사 올리고 풍장 치고
귀 밝은 술 마시며 기우는
정월 대보름 밤 축제
논두렁에 집 불 깡통
불씨들이 솟아오르고
온 마을 평안과 소원 기원하며
역풍에 갈 곳 잃은 한반도 아픔 설움
백 살 나무 어른 혼령님께 두 손 모아...
내 더위 사가라 / 전영금
정월 열나흗날
오곡밥에 아홉 가지나물로
겨울 기운을 떨어내고
보름날 아침이 오면
일어나지도 않은 친구 이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친구는 깜짝 놀라
속상해하며 또 다른 친구한데 가서
이름을 부르며
내 더위 사가라 더위를 판다
그걸 보고 내가 너무 야비했나
나도 속상해했다
더위를 사간 친구는
더위를 또 다른 친구에게 팔기 위해
골목길을 누벼야 했던 친구들
이렇게 보름날 더위를 팔고 사다 보면
어느새 꽃피는 봄이 오곤했다
내 더위 사가라
올해는 누구에게 팔까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보름날엔 달을 보고 네 이름 부르며
친구야 미안했다
올해는 네 더위 내가 사갈게...
정월 대보름날 / 김정택
휘영청
보름달의
소식이 깜깜하다
구름이
시샘하여
온종일 우는걸까
허공의
문 활짝 열어
너를 찾아 가련다
바람은
오고 가며
저리도 가볍는데
해마다
쌓인 염원
무게만 더해가네
중생의
아둔한 소원
달님에게 빌고 빈다.
대보름날에 / 이해병
월출산 위 붉고 둥근 보름달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달빛을 흔들며 어디론가
날아가는데
이웃집 강아지는 꼬리 치며
사람들을 반긴다
수정 수 흘러가는 금강물 따라
어릴 적 친구들 함께 놀던 생각
관솔 쥐불 윙윙 돌리고
오곡밥 사이좋게 먹으며
부럼 깨물어 나누던 우정
휘영청 밝은 달빛 속에
모두 안녕하신지
지난 추억 살포시 꺼내보며
건강히 무탈하게
잘 지내시라고
안부 전하는 옛친구의 마음
여기에 있네
정월 대보름날 / 김원규
오곡밥과 묵은 나물 하나하나에
어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겨울 동안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주는
어머니의 지혜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대보름날 소는 나물까지 주니 신나고
개에겐 밥을 한 끼도 주지 않고 굶겼으니
보름날 개 팔자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저 동산 위에 둥근 달이 떠오르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로 해요
아마도 밝은 달님은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주시겠지요.
정월 보름날 / 장종섭
작년 대보름에
떠올랐던 복스러운
그달이 또 뜨면 좋겠네
왜냐하면
빌고 빌었던 나의
잘못과 소원을
올 보름에도 사정하면
마음 약하여
외상을 주시는
슈퍼 할머니 같기
때문이다.
보름놀이 / 이원문
하나 둘 그렇게 슬며시 가버린 날
그날은 갔어도 놀이는 남아 있다
밝음에 숨은 놀이 누가 찾아 데려 올까
보름달에 소원 비는 어머니가 찾아 줄까
방 안에 등잔불 대청 마루에 호야등불
대문 밖 마당 보름달에 환하고
이 보다 더 밝은 것은 달 보는 마음이었다
논가에 냇가에 떠들썩 대는 아이들
한낮 제기 윳 놀이에 그리 떠들어 대더니
밤 되니 밥 훔치고 그 어둠에 짚불놓고
돌리는 깡통 불이 보름달만이나 할까
성화불 보는 아이들 싸움박질에 울고 웃는다
아버지의 지등(紙燈) / 정군수
측간도 쓸고 뒤안도 쓸고
외양간도 쳐내고
휘영청 달 밝은 정월 대보름
아버지는 지등을 달았다
달빛이야 저 먼저 밝았어도
달빛이야 저 혼자 밝았어도
불빛마다 고여오는 당신의 사랑
밤마다 혼자 안고 뒹굴다
밤마다 사립 열고 먼길을 가다
아버지는 지등을 달았다
그것이 눈물인 줄을 모르고
그것이 사랑인 줄을 모르고
한밤내 지등에다 기름을 부었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 / 박희홍
일찍 일어나 부럼을 깨물고
오곡밥에 묵은 나물 등으로
배불리 먹고서 집을 나와
동무 영수를 부른다
영수야, 왜
네 더위 내 더위 다 가져가라
영수, 오메 나 망했다
울상이 되어 밖으로 나와
만만한 금동이를 부르려 간다
영수가 더위를 팔았을까
궁금해하면서도
의기양양해 돌아오며
정말 여름 더위를 타지 않을까
고개를 저어가며 기쁜 듯
궁따느라 입속말로 중얼중얼
* 궁따다 : 시치미를 떼고 딴소리를 하다.
정월 대보름날 / 심경숙
쑥대 속에 검불 넣고 칡 줄기로
나이만큼 묶어 횃대 만들어 주신 아버지
가족들 달 뜨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해하던 시절
한해의 액운을 쫓고 집안 안녕을 기원하던 달맞이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상차림
풍습 따라 나이 띠 횃대를 태우며
귀를 잡고 달님께 소원을 빌었다
보름달 찾아 돌밭으로
불붙인 횃대 들고 형제들 나란히 가다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 깨지고
작은 오빠 등에 불 지른 아찔한 순간
병원도 못 가고 앞 개울가에
파란 물이끼 건져다 붙여 주던 아린 사연,
화상 입은 흉터를 남긴 가슴 아픈 추억이 남아있다
미안한 마음 가질 수밖에 없는
어린 시절 기억과 또 다른 추억을
회상해보는 달맞이하는 날
오빠, 내 더위 사가라 서로
팔 남매 이름 불러주던 그 시절
횃대 만들어 주신 아버지 사랑
아홉 가지의 나물 반찬
어머니 손맛이 참, 그립습니다
가족과 함께 소원을 빌어 보렵니다
빗눈 내리는 정월 대보름 / 이문희
한 겨울 모진 가믐 씻어내고
빗눈 내리는 정월 대보름 밤
운수대통 만사형통 온 가족
건강을 담보한 행운을 빈다
雨水에 얼음 녹드시 새 싹
땅위의 더러운 것들 씻어내고
빨간 꽃망울 수줍은 젓꼭지
방글방글 피었으면 좋으련만
아직 채 녹지 않은 시냇가
살얼음 속 청량한 물소리 반주에
버들치가 꼬리 흔들며 봄맞이
파아란 하늘을 날고 싶은데
한 발만 잘 못 내 디디면
천애 낭떠러지 절벽 끝
어디가 바닥인지 분간 못하는
깜깜한 철책선 사슴 한 가족
칠천만 가련한 민족 혼
일억사천만 두 손 모아 비는
중천에 높이 뜬 종달새 노래
목 타게 그리운 봄이 오는 소리
귀 밝아라, 눈 밝아라 / 좌정묵
우리민족이 정월대보름이면 건네던 덕담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로부터 이 덕담을 받으며세시풍속의 의미며, 덕담의 메시지를 깊이 생각해보곤 했다.
참 좋은 말이다.
얼마나 때에 맞고 또 삶의 길을 알려주는 말인가.
음력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오곡밥으로 지은 식사를 하기 전에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술이 귀밝이술이다.
한자어로는 이명주(耳明酒)·명이주(明耳酒)·
유롱주(牖聾酒)·치롱주(治聾酒)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민속백과사전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
귀밝이술'의 유래에는 내가 원하는 메시지가 없다.
그렇다고 대보름날 차가운 청주 한 잔 마신다고
귀가 밝아지고 눈이 밝아진다는 합리적 이유 따위도 없다.
술을 마시는 일은 기원의 형식이다.
동화의 과정이기도 하고 때에 어울리는 소품으로의 양식이다.
술을 드리고 또는 그 술을 마시는 일은
대상을 향한 경원이면서도 일체감의 발현이다.
그러면서 입춘을 보냈으므로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던 술을
비로소 찬 술로 마셔도 된다는 때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덕담이 '귀 밝아라, 눈 밝아라'였을까.이 말을 단순히 '잘 듣고 잘 보다'라고 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보름달과 관련해서 겨울이 지나는 싸늘한 계절에
어둠을 밝히는 달이므로 이 보름달처럼 눈이 밝아지는 일은
유감주술(類感呪術)의 의미는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귀 밝아라'는 보름달과 무슨 상관일까.
귀가 밝다는 말은 잘 듣게 된다는 말이다.여기에는 단순히 기능적인 면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마음으로도 잘 듣기 위한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자어 '성인(聖人)'은 파자하면 '
이(耳)+정(呈)+인(人)'으로 나눌 수 있는데 '
귀가 드러난 사람', 즉 귀가 밝은 사람이다.
하늘과 땅의 소리며 기운을 모두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다.
보름달은 기원의 대상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들어줌의 대상이다.어떤 목소리도 들어주고 표현하지 못한
마음들도 찾아서 들어주는 대상이다.
너그러움이기도 하고 넉넉함이기도 한 거다.
자연을 늘 경원시했던 우리 민족에게 '귀 밝아라,
눈 밝아라'는 덕담은 지극한 삶의 깨달음이었던 거다.
하여, 오늘 대보름날에 이 메시지로 이웃들 모두에게 마음을 전합니다.달집태우기 / 김광인
짚을 한 줌 쥐고 나이 수대로 묶었다
열두 줄이었을 게다
형들이 달을 보고 소원을 빌라 했다
망설이다 달집만 타들어갔다
덩그마니 뜬 달
빌어볼 소원도 없던 그때 그 형들
지금 육십 줄에 뜬
저 달 보고 있을까?
대보름 날 /김문억
이 나이에 새삼
빌어야 할 무슨 소원 따윈 없지만
심심풀이 달맞이로 어슬렁 어슬렁 언덕에 오르던 저녁
귀머거리 코머거리 이목구비도 없는 미인
하늘님 무남독녀 만인의 연인이라는데
오늘은 쉬는 날인지 여지껏 안 나오네
분 화장이 늦었는가
늙은이라고 괄시하나
구름인지 안개인지
별은 뜬 것 같은데
궁시렁 거리면서 더듬더듬 언덕길을 내려와
늦은 귀밝기 술 한 잔 하고 나오는데
댕기머리 보름달이 구름밭을 써레질하며
내 머리 위로 훨훨 날아가고 있네요
올해는 시집간다고 거짓부렁 또 하면서.
세월도 그렇게 기다리는 마음을 속이면서
눈과 눈 사이로 어느 결에 흘러갔네요.
대보름 귀밝이술 / 임석순
정기(精氣)를 나누고
부럼 깨고 정(情)을 나누는 달
조상께 차례(茶禮)
제사 지주(祭祀之酒) 올렸네
아침 밥상 머리
남녀노소 귀밝이술 마셔라
아이들은 입술, 술 묻혀
“귀 밝아라, 눈 밝아라.”
덕담 되어주노니
함께 밥자리, 술자리
가족 화평, 화목 되어라
고유 전통 영원할 지니
우리의 멋! 노~옵~게 되살려
옆집, 앞집, 뒷집 이웃 동네 돌며
정(情)을 나눠 보자꾸나
오곡백과 조화되어
지화자! 좋을 씨구~
나누고 나누어라.
*제주(祭酒) = 귀밝이술 = 청주
*주정(酒正), 청주 ‘제사 지주(祭祀之酒)’
*정조차례(正朝茶禮)에 올린 제주 사용.
정월 보름달 / 오인숙
일기예보에 흐렸어
올해는 '달 보기 힘든 다더라'
포기를 했다
달이 달이지 뭐
언제나 달은 뜨는 것
하늘을 보았다
달이 떠 있다
동그란 둥근 달이 아닌
약간 일러진 모습
나뭇가지 걸렸어, 힘겨워한다
세상 사람들 소원이 무거워
다 들어 줄 수 없음에
얼굴이 일그러졌나 보다
나마저 무겁게 할 수는 없어
얼기 설깃 엉킨 전깃줄에
달을 걸어 두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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