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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월대보름 시모음 <1>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
    시모음/계절 2023. 2. 4. 04:38

     

    정월대보름 시모음 <1>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

     

     

    정월대보름 기도 임영석

     

    찬바람 봄바람 불고
    짧은 해님


    긴 겨울날
    문을 닫는 입춘이라

     

    설날 지나고 십오일
    대보름 날


    달님 향해
    간절한 기도의 마음

     

    전통의 정월대보름
    오곡밥에


    산나물에
    새해도 건강 챙기는

     

    봄날 땅 밑 생동감
    새싹의 꿈


    봄꽃 향기
    피어나는 꽃봉오리

     

    정월대보름 둥근달
    기원의 맘


    새해 희망
    소원의 기도입니다

     

     

    정월대보름달 / 김정섭

     

    함지박만한 보름달에

    내 얼굴 시리게 드리우네.

     

    어디선가

    보름달에 드리워진

    핼쑥해진 내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은

    웃을까 울까

     

    행여 드리워진 내 얼굴을

    보지 못할까봐

    자정이 훨씬 저물도록

    얼음처럼 찬 보름달에

    나는 얼굴을

    담금질 하고 있었네.

     

     

    보름, 뜨거운 / 박규리

     

    안에 누군가 있다

    분명 누가 살고 있다 

    바람 불면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안개 속에선 나보다 먼저

    나를 끌고 가는 .

    매미소리 서럽게 목을 놓으면

    먼저 얼굴에 열꽃을 피우고 

    안절부절 발걸음을

    그대의 앞까지  이끄는 .  

    아무리 눈을 감고 누워도

    온몸을 타고 올라

    눈부시게 밤을 지새우게 하는 .

     

    돌풍보다 사납고 새털보다 보드랍게

    사지를 비틀고 조이는 .

     

    누군가 누구인가,

     

    밤도 뻐꾸기 뒤에 숨어

    속것을 뜨겁게 하는 .

     

     

    달님도 인터넷해요? / 김미희

                           
    선생님이 노랗고 동그란
    달님 그림을 나눠 줬어요

     

    정월대보름 달님에게 
    소원을 적어
    비밀상자에 꼭꼭 넣어두면
    달님이 소원을 들어준단다.

     

    아이들 질문이 쏟아졌어요

     

    3반에도 나랑 이름 같은 애 있는데
    달님이 헷갈리면 어쩌죠?

     

    오월에 이사 가는데
    나를 못 찾으면 어쩌죠

     

    선생님, 달님도 인터넷해요?
    이메일 주소도 적을래요

     

    소원은 한 줄인데
    나를 알리는 글자들이
    달님 얼굴에 가득이다

     

     

    대 보름날 / 고은


    정월 대보름날 단단히 추운 날
    식전부터 바쁜 아낙네
    밥손님 올 줄 알고
    미리 오곡밥
    질경이나물 한 가지
    사립짝 언저리 확 위에 내다 놓는다
    이윽고 환갑 거지 회오리처럼 나타나
    한바탕 타령 늘어놓으려 하다가
    오곡밥 넣어가지고 그냥 간다
    삼백예순 날 오늘만 하여라 동냥자루 불룩하구나
    한바퀴 썩 돌고 동구 밖 나가는 판에
    다른 거지 만나니
    그네들끼리 무던히도 반갑구나
    이 동네 갈 것 없네 다 돌았네
    자 우리도 개보름 쇠세 하더니
    마른 삭정이 꺾어다 불 놓고
    그 불에 몸 녹이며
    이 집 저 집 밥덩어리 꺼내 먹으며
    두 거지 밥 한 입 가득히 웃다가 목메인다
    어느새 까치 동무들 알고 와서 그 부근 얼쩡댄다

     

     

    대보름 달을 보며 / 강세화

     
    떳떳한 마음으로 소망을 외고 빕니다
    가슴을 채우고 남은 여백이 선선하고
    내놓아 부끄럽지 않은 속살이 떠오릅니다.
     

    대보름 달을 보며 달에게 물어봅니다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우울한지
    빛나고 눈부시지 않은 대답이 들려옵니다.

     

     

    대보름날 / 이춘우


    산 그림자 질 무렵
    밤밭골 뒷산에 올라
    솔가지로 만든 달집에 불 붙여
    한 해 소원 빌었다


    산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
    벌집깡통에 불씨 넣어 돌리다
    튕겨나간 불꽃은
    밤하늘의 별이다 은하수 되고
    그날따라 콧구멍 까만 동심
    오르고 뛰었다


    구름만 뜨겁게 달구던 보름달
    멀건이 모습 드러내면
    가로등 하나 없는 첩첩 산골
    어른들은 술보다 이쁜 달빛에 취해
    안마당 가득히 원을 그리며
    풍악 울려 악귀 쫓았다


    지금은 가로등 불빛 드문드문 섰고
    낯선이 많아진 고향
    만월(滿月)만 홀로
    내 맘 되어
    중천을 지날 뿐.

     

     

    대보름달 / 이향아 
      
    아파트 베란다에 보름달이 찾아왔다
    들판과 바람 속을 거슬러 오느라
    달이 창백하다
    달이 어색하다
    보름달은 피고처럼 떠 있다 
     
    세상의 어디로도 갈 수 없어서
    만민의 소원이 밀물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귀를 막았는지
    눈치를 보면서 덩두렇게 떠 있다


    다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동네 개들은 짖지 말거라
    오늘 밤은 다만 대보름달을
    넋 놓고 오래오래
    바라만 보련다
    당신이신가
    달이신가
    대보름 달이신가
    미안해서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

     

     

    대보름 / 정 웅 

     

    새벽별 앞세워 들에 나가시면

    저녁달 이고 들어오시던,

     

    뭐 그리 부끄러우신지

    구름 뒤에 숨곤 하시던,

     

    대보름이면 뒤란 장독대에

    시루떡 켜마다 육남매

    이름 써넣으시고는

    비나이다 비나이다... 손이 닳으시던,

     

    어머니!

    오늘은 숨지 마소서

    당신처럼 손을 모읍니다

     

     

    정월 대보름 / 구자운

     

    보름날이라 밝기도 하구나.
    요사이 아이들은


    부름을 깨물기 보다는

    마이신 주사를 맞고


    달집 불꽃놀이 보다는

    딱총 불꽃놀이를 더 하고


    윷놀이 보다는

    전자오락 게임을


    오곡찰밥 보다는

    선물용 케이크를 더 즐긴다

     

     

    정월 대보름 / 김해정

    밤하늘 별빛이 모인

    유난히도 빛나는 저녁

     

    설렘에 뽀얀 구름도

    얼굴을 가린 채

     

    해거름 산 그림자 위로

    동그란 휘영청 달빛

    축제의 문 활짝 열고

    작년에 못 빌었던 소원

    가슴속에 고이고이 담아

     

    지어 논 달집 높이 매달아

    불을 질러 활활 태우니

    올 한 해 액땜, 무병장수

    연기되어 하늘로 올라

    따뜻했던 묵은 그리움

    잔잔히 귓전에 들려오는

    어릴 적 엄마 목소리

    보름밥은 아홉 가지나물에

    아홉 번 밥을 먹어야 한다는

    흔하디 흔한 속설을 믿으며

    달처럼 떠다니는 그리움 덩이

    내 고향 남쪽에도

    그때 그날처럼 비쳐주기를

     

    마음 깊이 머문 달빛

    오늘따라 유난히 빛을 낸다

     

     

    달나라 토끼전 / 원성스님

     

    달나라에 하나뿐인 계수나무 아래

    쌍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네.

    어언 딸 토끼도 무럭무럭 자라

    찹쌀에서 돌을 골라낼 줄 안다네.

    보름이면 달을 보는 사람에게

    달떡을 나누어 주었다네

    달나라에 우주 비행선이 다녀간 뒤로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얘기를 믿지 않았네

    어느 토끼가 사람 앞에 나타나 떡을 찧을까.

    시무룩해진 쌍토끼는 절구를 놓아버렸다네.

     

     이후 보름달이 떠도

    쌍토끼를 볼 수 없었네

    앙심 품은 쌍토끼는

    계수나무를 뽑아다가 옮겨심었다네

    절구공이도 죄다 내동이쳤다가

    마음을 확 돌이킨 쌍토끼,

    너무 자주 떡을 주니 저러는가 싶어,

     

    달떡이 질렸는가 싶어

    당분간 일 년에 단 한 번

    정월 대보름에만 떡을 찧기로 했다네.

     

    이제는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에게만

    달떡을 나누어 준다 하네

    굳이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달떡을 줄 리 없거든

    떡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달떡을 줄 리 없거든 .

     

     

    정월 대보름 / 노태웅


    눈 내리지 않는 겨울
    추위를 붙잡고
    쇠똥에 불붙여
    들불의 축제를 준비한다


    찢긴 깡통 사이
    마지막 살아 있는
     - 
    숯불 하나
    손에 들고


    자꾸
    자꾸

    불어 봐도

    따스한 그리움
    파묻히고 싶은 품속


    전설처럼
    아름다운
    내 고향 보이지 않는다
    달은 밝은데

     

     

    정월 대보름 풍경 / 유응교


    흥겨운 풍물놀이 패가
    집집이 찾아다니며
    지신밟기를 하고
    오곡으로 찰밥을 지어
    소쿠리에 담아내면
    나는 으레 이웃집으로
    희덕거리며
    찰밥을 얻으러
    쏜살같이 내달렸다.


    대보름 전날은
    상자일(上子日이)이라
    쥐불놀이를 하였으니
    빈 깡통에 바람구멍을 송송 뚫어
    쇠줄로 묶어 들고
    숯불을 담아 빙글 빙글 돌리며
    논두렁으로 내달렸다.
    쥐를 잡고 벌레를 죽여
    마른 풀이 재가 되어 거름이 되게 하면
    풍년이 들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무병장수를 빌며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로 청주 한 잔을 억지로 마시고
    살찌라고 두부를 먹은 뒤에
    친구 이름 불러내어
    더위를 파는 맛은 고소했다


    해가 뉘엿뉘엿 할 무렵
    생솔가지와 대나무를 잘라내어
    논바닥에 달집을 지어 놓고
    연을 높이 매단 후에
    한해의 모든 액을 거두어 가게하고
    달이 동산에 휘영청 뜨기를 기다려
    불을 질러 꼬실라 대니
    온 동네가 불꽃으로 휘황하고
    대나무 튀는 소리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였다.


    어른들은
    새끼를 꼬아
    암줄과 숫줄을 만들어
    길게 용처럼 늘어놓고
    윗 뜸과 아랫 뜸 끼리 줄다리기를 하여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든다 하였으니
    벌겋게 상기된 얼굴마다
    힘줄이 솟아오를 즈음
    나는 잘 익은 농주를 가지러
    집으로 내달렸다.
    그 허연 고샅길에
    슬쩍 슬쩍 마시던 술에 취하여
    버얼건 얼굴로
    비틀거리며 달집을 돌고 돌았다.


    그 때 소원을
    제대로 빌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던 걸음을
    지금까지 계속 하는 것이었다.

     

     

    대보름 달 / 송연우


    시어머니 보름 새벽
    우물가 촛불 밝히셨다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정갈한 몸단장으로
    빌고 또 빌으셨다
    온 식구가 병치레 없이
    농사짓도록


    땅 속에서 밀어 올리는
    차가운 김에 저릿한 몸도
    둥근 달거울 앞에 서면
    하얗게 잊으셨다


    바람도 잠든 시간
    우물에 뜬 달빛을 떠 마시며
    마음의 가시 뽑을 
    시 하나 점지해 달라고
    빌고 또 빌어 보면
    어둑살이 머무는 빈 몸에도
    촛불 한 송이 피어날까

    무지개 속의 보름달 / 이만구


    정월 대보름날 밖에 우박 온다.

    올해는 우수가 겹쳐서 인지,

    저녁 봄비가 우박이 되어 쏟아진다.

    살면서 고국의 관습과는

    정 반대되는 일 많더니만,

     

    오늘은 날씨까지 그렇다.

    벌써 가지 끝에는 싹눈 맺혀 있다.

    난 우산도 없이 지나가는 우박 맞으며,

    혼자서 길을 걷는다 

    동쪽 하늘엔 선명한 무지개 떠있고,

    그 속에 하얀 보름달이 떠있다.

    서쪽 하늘엔 짙은 노을 속에 태양이 떠있다.

    쫓기는 구름 우박 몰고 분주히 떠간다.

    해 뜬 날, ? 이건 우박 온다지만,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다.

    동시에 달과 해와 우박과

    비와 무지개가 함께 있는 날.

     

    난 터벅터벅 걸으며,

    퍼즐 푼다 

    쌀쌀한 저물녘,

    새 한 마리 나목에 앉아 기웃거린다.

     

    오늘의 주인공,

    대보름 달 무지개 안에서 참 포근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앙상한 자작나무 위에 세 마리 작은 새가 사라져 가는

    달과 해와 무지개 바라본다 

    이제, 해는 져서 어두워지고,

    퍼즐 풀릴 것만 같다.

    첫 번째 나목 위에 검은 새 다시 생각했다.

    마치 누가 죽은 그다음 날의 풍경 같다.

     

    마치 의문 풀린 마음이었다.

    새가 된 나 무슨 생각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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