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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끝자락(마지막)을 보내는 시 모음<2>시모음 2022. 11. 29. 18:40
11월의 끝자락(마지막)을 보내는 시 모음<2>
11월이 지나는 산굽이에서 / 최하림
11월이 지나는 겨울의 굽이에서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으며
가지를 늘어뜨리고 골짜기는 입을 다문다
토사층 아래로 흘러가는 물도 소리가 없다
강 건너편으로 한 사내가 제 일정을 살피며 가듯이
겨울은 둥지를 지나 징검다리를 서둘러 건너간다
시간들이 건너간다
시간들은 다리에 걸려 더러는 시체처럼 쌓이고
더러는 썩고 문드러져 떠내려간다
아들아 너는 저 시간들을 돌아보지 말아라
시간들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다
시간들은 거기 그렇게
돌과 같이 나둥그러져 있을 뿐 ...
시간의 배후에서는 밤이 일어나고
미로 같은 안개가 강을 덮는다
우리는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아직도 골짜기에서는 나무들이
기다리고 새들이 기다리고
우리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고 있어야 한다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나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나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11월의 마지막 밤 / 민경대
혹시 기억 할 수 있을까
2011년이나 2010년의 11월의 마지막 밤을
올해는 기억할 수 있다
마음의 빛갈이 깔고 잇는 무늬
세월의 잔등에 색물감을 칠하며
12월이 바로 목전에 와 있는
마지막 달을 올해는 올해는 참으로 귀한 시간을
보낸다
이 지상에서 축배의 잔을 든다
이제는 기억하리 11월의 마지막 밤을
11월을 보내며 / 김영국
긴 여운을 남긴 채 앙상한 가지에
마지막 남은 이파리가 떨어진다
높게만 느껴졌던 하늘도 이젠,
서서히 자리를 옮겨
새하얀 눈빛으로 무장한
동장군을 맞으려 분주하고,
떠나려는 슬픈 너를
위로라도 해주듯 첫눈이 내려와
다시 만날 후년을 기약하며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다
이제는, 이별을 고하련다
떠나려는 뒤안길에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고, 사랑과 우정 그리움을 남겨두고
쓸쓸히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어느새 눈가에 이슬이 맺혀
새벽 찬 서리 내리듯
그렇게, 하얀 비를 뿌린다.
11월이 지는 날 / 이영균
눈부시게 저무는 저 노을빛은
땀내며 타들던 산골 그 아궁이 장작불빛 같다
아이의 사타구니가 노릇노릇 익고
불 내를 품은 얼굴엔 졸음이 잔뜩 달라붙을 때쯤
밥 냄새를 뿜던 장작불 삭은 재 속에서 터지던
알밤의 요란한 웃음
아버지의 등에 업혀온 장작도
호주머니에 담겨온 알밤도
그 저녁 담 넘어 퍼지던 촌락의 냄새도
노을을 등지고
그 돌아서서 웃으시던 아버지의 환한 빛인 듯
11월의 노을빛은 아직 저리 눈부시다.
결실을 내어주고 뿌리 밑 샘까지 말려버린 고목
그 저녁 빛 속에 학 다리로 환히 서 있다
11월 끝자락에서 / 오해숙
해걸음속 붉은 노을 그 장열함 물들고파라
태양은 지는 해 속에서 다시 떠 올라 웃나
우리네 인생 그렇지 않기에 파문돌이 인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 까닭
아쉬움의 물결 맘속 일렁여 소야곡 부르며
맘속 물결 세월이 앞으로 더 급속히 흐르리
꽃이 피면 꽃이 피는 길섶 그 옛날 그리웁고
단풍 들면 그 물결속 옛추억 그리워 하는 맘
아 아름답던 그 시절 그리웁다 노래 부르며
11월
끝자락 잡고
느끼는 맘 이누나
11월의 마지막 밤 / 민경대
혹시 기억 할수 이ㅅ을까
2011년 이나 2010년의 11월의 마지막 밤을
올해는 기억할수 있다
마음의 빛갈이 깔고 잇는 무늬
세월의 잔등에 색물감을 칠하며
12월이 바로 목전에 와 있는
마지막 달을 올해는 올해는 참으로 귀한 시간을
보낸다
이 지상에서 축배의 잔을 든다
이제는 기억하리 11월의 마지막 밤을
11월을 보내며 / 정아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늘 목에 가시 되어
남아 있는 가을
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덩달아 통곡을 하게 하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
내 아픈 겨울
힘들게 오르는 가파른 언덕 길
늦은 가을 국화 한송이
눈물새 울음 배어 목이 쉬는데
어느 시간 속에 건 찾아 내어
함께 있자 한다
함께 있자 한다
11월을 빠져나가며 / 정진규
흙담장에 걸린 먼지투성이 마른 씨래기 다발들
남루한 내 사랑들이 버석거린다
아직도 이파리들 땅에 내려놓지 못할 몇 그루 은행나무들이 이해되지 않으며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다른 이들의 철 지난 사랑이 이해되지 않는다
혼자서 돌아오는 밤거리 골목길에 버려진 고양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나는 자꾸 올라가고 있는데 계단들은 그만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며 비어지고 있다
빈 계단들이 허공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다
이제 너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위기로만 남아 있구나
골목길 들어서면 겨우 익숙한 저녁 냄새만 인색하게 나를 달랜다
이 또한 전 같지 않다
12월 때문에 11월은 가장 서둔다
끝나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들통나고 있다
야적까지 하고 있는 빈터, 그빈터에서도 우리도 서둘러 끝내자
내리는 눈이라도 기념으로 맞아두자
마른 풀대들은 물론이거니와 나무와 나무들 사이가 분명해지고
강가에 서면 흐르는 물소리들도 한껏 야위어 속살 다아 보인다
서로 벌어져 있다
가장 견고하다는 네 사유의 책갈피도 여며지지 않는다
머물렀다고 할 수 없다
서둘러 11월은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십일월의 끝자락 / 임재화
벌거벗어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초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이 지나가면
이제 더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어느새 계절은 십일월의 끝자락인데
조용히 흐르는 세월, 몸도 따라 흐르고
자꾸만 활력이 사라지는 요즈음
그래도 십일월의 마지막 날
무거운 마음을 또다시 내려놓고서
십이월을 맞는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11월의 끝자락 / 최병도
가을이 저무는
이맘때면
자꾸 뒤돌아본다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지만
수확할 것이라고는
빈껍데기뿐인 나잇살만 늘고
애처롭게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새마저
뚝 떨어져 가버린다
11월을 보내며 / 유한나
하늘엔 내 마음 닮은
구름 한 점 없이 말짱하게
금화 한 닢 같은
11월이 가는 구나
겨울을 위하여
서둘러 성전에
영혼을 떨구는 사람도
한 잔의 깡소주를
홀로 들이키며
아찔하게 세상을
버티는 사람도
가을과 겨울의
인터체인지 같은
11월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구나
뜰 앞 감나무엔
잊지 못한 사랑인 양
만나지 못한 그리움인 양
아쉬운 듯 애달픈 듯
붉은 감 두 개
까치도 그냥
쳐다보고만 가는...
그래 가는 것이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추운 겨울 바람 찬 벌판
쌓인 눈 속이라도
살아있으니 가는 것이다
희망이란 살아있는 것일 뿐이라 해도
사랑이란 더욱 외롭게 할 뿐이라 해도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계절 따라 갈 일이다
사람의 길
사랑의 길을
11월 마지막 날에 / 김옥자
달력을 멀치 감치 두고 지냈더니
어느새
11월의 내음이 지는 날이라니
무엇을 했던가
한 달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리움 하나만 붙잡고
사랑 하나만 부여잡고
아픈것만 나으라고
주사 바늘에 꽂히고
약으로 회복 하자고
가을 길을 걸으며
어깨 가득 가을 햇살 드리우며
이 아픔 날리고자
산책길에 흘린 나의 11월은 그렇게
나,와 있었네
이제 간다고 길을 나서서 무얼 줘야하나
내 손에
내 마음에 정 밖에 없는데
가을이 다 비워내도
난, 정이라도 가지고
이별손에 살짝 안기고 싶은데
돌아 오려는가
이 다음에 날 만나러 말일세 !
이쯤에서 포옹을 해야
원이 없겠다 그치 !
안녕이란 말은 헤어짐 같아서
다녀오라는 말로 내 속을 전하고 싶어
잘 다녀오시게 !
11월 마지막 일요일 / 민경대
너무 자주는 말고, 아주 가끔식은 평소에 먹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던
음식을 스스로에게 한 턱 내듯 사먹어 보자.
건강에 좋은 샐러드 대신, 케첩을 듬뿍 뿌린
파삭파삭한 포테이토 칩을 한 봉지 먹는 것이다.
그것은 그 동안 그 모든 건강 삭품들을 규칙적으로 먹고
그토록 근면하게 일해온 우리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하나의 산들이 옮겨지고
다시 바위를 흔들고
움직이는 산속에는
소나무도 물도 우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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