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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2> [12월 시]시모음 2022. 11. 30. 19:49
12월에 관한 시모음<2> [12월 시]
12월의 기도 / 양애희
축복의 하이얀 그리움 따라 훨훨 날아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가슴 오려붙인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시간들 사이로 깊은 침묵이 어른거리는
어둠 지나 길게 흐르는 아픔 여의고
한 그루 맑은 인연 빗어대는,
빛이 나는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깊이 동여맨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온몸이 아파올 때
푸른 약속 흔들며 바람을 덮는,
따뜻한 12월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색 불빛 찬란한 거리, 그 어딘가,
주름진 달빛 사이로 허기진 외로움 달래는
영혼 살포시 안아주는,
그런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강가, 뉘 오실까
깊은 물소리만 허망한 심장에 출렁거릴 때
가슴 빈터에 흠뻑 적셔줄 꽃씨 하나 오롯이,
진하게 품는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의 창문마다 뒹구는
허공의 손끝 삐걱이는 낡은 커텐 걷어
세상 칸칸에 행복이 흩날리고
찬란한 춤사위가 벌어지는, 반짝반짝
별모양의 12월이면 참 좋겠습니다
12월의 공허 / 오경택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 저런 일들을 머리 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12월이 오면 / 우태훈
한껏 기대에 부풀어오른다
사각사각 내 님이
오실 것만 같기 때문이다
내 님이 오신다면야
내사 장미의 뜰로 나아가
맞이하리라
내 님은 장미의 궁전 뜰로
오신다고 하였다
하냥 슬픔에 젖어 오시는
님이건만 내 반갑게
맞으러 나아가오리다
12월이 오면 한껏
기대에 부푼다
12월 / 유강희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12월의 기도 / 윤여선
뼛속 깊이
애틋한 축복의
음성 틔우는
12월 곱다 한 하늘이래
갈 곳 없어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 위
구원의 비명 토하지
못 하고
냉동의 몸덩이
늙은 생명
저 가여운 영혼
당신 자식 일진데
정녕
평등한 삶의 양식
이 땅 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신이시여
그릇된 양심 거부
굶주려 죽는 것 죄라면
이 목숨 가져가소서
12월에는 / 이경옥
가고 또 가도 끝은 있으련가
한 해의 마지막 12월
기다리고 있을 것을 향해
값진 것을 이루기 위하여
숨 고르지도 못하면서
달음질하여 왔네
이제 12월을 뒤로하고
떠나려한다
기쁨으로 행복했고
안타까움으로 설레이고
이루지 못한 소망은
다시 새해에 희망으로 두련다
12월 1일 / 이영균
12월 춥다.
춥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앙상한 나무들 탓일까
얼어오는 손끝 시린 탓일까
다홍 입술 가려 곧추세운 옷깃
애써 따뜻한 생각을 해 본다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카페오레
한없이 포근한 그녀의 커다란 눈
안개꽃 잔잔한 미소
그래도 춥다
쓸쓸하다
12월은 따뜻한 그녀의 미소보다
바람에 쓸려가는
발소리 움츠러들던 기억이 더 크다
12월 /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12월 달력을 바라보며 / 이인자
한 해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11월 달력을 넘겼다.
그러고 보니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한해를 보냈던가?
돌아보니 뽀오얗게 내리는 눈발에
하얗게 덮어버린 들판처럼
모두가 파묻쳐 아무 색갈 찾을 길 없다
기쁘고 즐거워 가슴이 따뜻해 졌던 붉은 색갈 있었고
외롭고 허전함에 파아랗게 질닌 형광색 있었으며
때로는 저무는 인생에서 낭만을 음미하여
포근함과 행복을 주는 황희의 황금빛도 있었으련만
이제 돌아보니 모두가 한가지 색이었음은...
아무리 헤쳐보려 해도
모두가 하아얗게 덮혀 버린 들판 처럼
뽀오얗게 묻쳐 버린 지난날은
무지개 색 어느 것도 찾을 수 없는 채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2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풂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12월의 노래 /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열두 달의 친구 / 이해인
1월에는
가장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서로를 감싸 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조금씩 성숙해지는 우정을 맛 볼 수 있는
성숙한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평화스런 하늘 빛과 같은
거짓없는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흔들림 없이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변함없는 친구이고 싶고
5월에는
싱그러움과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우리 서로에게만 전할 수 있는
욕심많은 친구이고 싶고
6월에는
전보다 부지런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한결같은 친구이고 싶고
7월에는
즐거운 바닷가의 추억을
생각하며 마주칠 수 있는
즐거운 친구이고 싶고
8월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그들에
웃는 얼굴로 차가운 물 한 잔 줄 수 있는
여유로운 친구이고 싶고
9월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 있는 친구이고 싶고
10월에는
가을에 풍요로움에 감사 할 줄 알고
그 풍요로움을
우리 이외의 사람에게 나누어 줄줄 아는
마음마저 풍요로운 친구이고 싶고
11월에는
첫눈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열중하는 낭만적인 친구이고 싶고
12월에는
지나온 즐거웠던 나날들을
얼굴 마주보며 되내일 수 있는
다정한 친구이고 싶다.
12월엔 / 이희숙
그리움이 얼마나 짙어
바다는 저토록 잉잉대는지
바람은 또 얼마나 깊어
온몸으로 뒤척이는지 묻지 마라
차마 말하지 못하고
돌아선 이별처럼
사연들로 넘쳐나는 12월엔
죽도록 사랑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고
어쩌다보니 사랑이더라는
낙서 같은 마음도 이해가 되는 12월엔
12월 / 임영조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12월 / 임영준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자꾸 생각납니다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먼저 건네게 됩니다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또 다른 12월입니다
12월 사랑 / 장성우
더 많이 아쉽고,
달랑 한 장 남은
12월 달력처럼 고독한 사랑입니다
하아얀 눈에
추억을 파묻고
아듀..
낮은 곳을 찾는 12월의 사랑입니다
구유에 오신 예수님
성탄 꽃을 가슴에 넣고
하늘 영광 땅에 평화를 전하는
신비를 담은 애틋한 그리움의 사랑입니다
12월 사랑은
긍휼을
듬뿍 온 누리에 보내는
복되고 행복한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달에 / 전영애
시작은 부실하고
허점 많이도 보였지만
점차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고
인간성에
정을 더 많이 느낀 게 사실입니다
내 능력이 되는 한
다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고
내 전부를 걸고 사랑하는 것은
당신의
진실함과 믿음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때로 서운한 점은
당신이 내 마음을 몰라 줄 때이고
나의 실수가 보이면 덮어 주고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불러주며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 주길 기대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배려 다 하며
당신의 여자로 사랑받고 싶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내 모습이
오늘따라 너무 슬프고 아픕니다
사랑하는 당신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달에
한 통의 편지를 당신께 받고 싶습니다
12월의 일기 / 전진옥
한 장 남은 달력, 12월이군요
어느덧 겨울이 온 모양입니다
길 풀섶 작은 풀꽃마저도
제 미소 잃고 꽃향기마저 사르니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허공 하늘에 바람 소리
휑하니 쓸쓸하지만
여름내 흘린 땀방울이
바람 소리 그립게 하듯
겨울 여백도 아름답습니다
떠나보내야 함은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하고
오고 가는 계절의 순환 앞에
또 새로운 무언의 희망이 열리니
처음처럼 새로이 태어나는 마음
온몸으로 솟구쳐 꿈을 펼쳐내는 태양처럼
내 삶의 이유가 아름답다면
올 한해도 나눔을 주신 고마운 분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12월 / 정연복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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