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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3> [12월 시]시모음 2022. 11. 30. 19:59
12월에 관한 시모음<3> [12월 시]
12월이라는 종착역 / 안성란정신 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 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 쪽 펼쳐 보게 한다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 을 기록하려고 한다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하나 둘 생각해 본다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하여
나는 12월을 보내면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12월의 기도문 / 정재삼
청마(靑馬)가 떠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고마워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갖게 해 주소서
그 동안 쌓였던 적폐(積幣)로
좌절의 늪 벗어나게 해 주시고
회상의 무거운 짐 내려놓게 해 주소서
청마(靑馬)여!
당신이 머문 한 해 동안
그리 슬픔만 가득한 응어리
그 죄 떨칠 수 있게 해 주소서
청마(靑馬)여!
올 한 해는
희망의 손길을 배우고 익히지 못하고
전진을 미룬 어리석음 용서 해 주소서
청마(靑馬)여! 잘 가소서!
당신이 가신 뒷자리
순한 청양(靑羊)이 오는 첫 날부터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새겨져 실현되는
새해 되게 해 주소서12월 / 정창현
저물어 가는 한 해
삶에 기준일까?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보내는 가슴 속 쓰린 이 후련한 이
모두 각각 다른 의미를 주겠지
비가 온다.
들판에 소 떼가 풀 뜻 는다.
어린이 멱 감으며 즐기고
먹구름 한 덩어리지나 가는 찰나
김매는 농부 농주 한잔 참 들고
서리 내린다
곳 불 든 잎 얼굴 붉히고
갈무리 바쁜 농부 하늘 볼 틈 없고
조각구름 뜬 파란 하늘 높기만 하네.
살살한 서리 바람 불어오네.
동동 걸음 쳐 아랫목 찾는 어린이
눈이 온다.
핫바지 저고리 갈아입고
겹바지 저고리 서답 너덜하고
때묻은 마음 서답 너덜하고
목도리 칭칭 감고 눈물 흘리며
재물 받쳐 서답 삼는 부엌
가마솥 군불 지피는 늙은이
강아지 어린이 눈 위에 뒹굴고
동 장군 온다.
아랫목 차지 누가 하나
까치, 까치설날 저기 오고
한 해 저물어 간다.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 / 천상병
엘리어트란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다
생각해보라
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지 않는가
1년을 마감하고
새해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새 기분으로
맞이하는 것은
새해뿐이기 때문이다
12월의 시 / 최연홍
12월은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 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엔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 고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 후에 함박눈 내리는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시인의 방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다
친구의 방에는 물이 끊고 있다
한국인의 겨울에는
12월은 사랑의 달 / 하영순
산과 들
골목골목 구석구석
찍어 놓은
발 도장이 얼마나 될까
감춰 놓은 자국마다
사색의 실타래를 풀어
씨줄 날 줄 엮어
베를 짜리라
고운 실 곱게 뽑아
비단 짜서 복주머니를 만들고
고운 마음 크게 뽑아
가마니를 짜고
그 안에 꼭꼭 사랑을 다져 담아
숨길 머무는 우리 사는 세상에
남김없이
날려 보리라
하얀 눈송이처럼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 허영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
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
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
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
그 늙은 슬픔 위에
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12월 1일 / 홍윤숙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
모두 안개와 바람
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
생애의 다리 건너
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
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
이따금 하늘엔
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
늦은 날 눈발 속을
걸어와 후득후득 문 두드리는
두드리며 사시나무 가지 끝에 바람 윙윙 우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영혼 돌아오는 소리
12월 / 황지우
12월의 저녁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 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의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12월의 노래 / 이효녕
한해를
마무리해 보내는 겨울
12월이 다시 돌아오네
인생은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나뭇가지에서 놀던 참새는
어디론가 날아간 그 자리...
나이테를 하나 더 만들어
겨울안개 뒤에 서있네
북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안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섣달
눈은 가장 가벼운데도...
달력 맨 끝에 서 있다가
허공의 허파에서 계속 숨쉬네
차가워진 가슴과...
들녘에 앉은 하얀 눈 사이로
다른 세상을 향하여.......
언제나...따스하게 안아주려는
또 한 세월을 향하여
그 숱한 생각들의 깊이를 향하여
한 해를 마무리해 보내는 겨울
12월이 다시 돌아오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숨겨진 향기가...겨울안개 뒤에 서서
떠도는 바람이 가슴을 두드리네
오가는 세월을 안고........
오~
지워지는 세월을 안고...............
한해를 돌아보는 길위에서 / 이해인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마음마저 부너져 슬펐던 한 해
희망을 키우지 못 해
더욱 괴로웠던 한 해였습니다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달력 위의 숫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담담히 던져 오는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해 망설이는 저를
누구보다 잘알고 계시는 주님
하루의 끝과 한 해의 끝이 되면
더욱 크게 드러나는
저의 허물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실수를후회하는 일도
이젠 부끄럽다 못해 슬퍼만지는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십니까?
정성과 사랑을 다해
제가 돌보아야할 가족, 친지, 이웃을
저의 무관심으로 밀어낸 적이 많았습니다
다른 이를 이해하고 참아 주며
마음을 넓혀 가려는 노력조차
너무 추상적이고 미지근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웃과의 잘못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도전과 아픔이 두려워
바쁜 일이나더짓된 평화 속으로
자주 숨어 버린 겁쟁이였음을 용서하십시오
남에겐 좋은 말도 많이 하고
더러는 좋은 일도 했지만
좀더 깊고 맑게
자신을 갈고 닦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십시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보배'라고
늘상 되뇌이면서도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의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해 녹슬게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어
주위의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했습니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마음과
낮아지지 못한 마음으로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게 해주십시오
더 밝게 눈 뜨기위해...
12월의 선물 / 윤보영
나를 위해 애쓴 11월을 보내니
12월이 웃고 다가섭니다.
이제 이 한 달은
새해 맞을 준비에 바쁠 테고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도 많을 테지요.
그럴수록 여유를 갖고
잊고 지낸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어야겠어요.
가슴 찡한 감동을 담아
고마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도 좋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부지런히 달려온 내 일 년이
일생의 튼튼한 주춧돌이 될 수 있게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어요.
12월이 나처럼 행복하게
내가 12월처럼 행복해지게.
12월 / 나태주
하루같은 1년
1년 같은 하루,
하루그처럼
사라진 나 그리고 당신.
12월의 詩 / 정호승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코끝 살짝 시릴 만큼 부는 바람과
맑디맑은 파아란 하늘이 아름다워
팔장만 끼고 걸어도 따뜻할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언젠가 읽었던 삼류 소설책 속
주인공들처럼 유치한 사랑을 해도
아름다워 보일 계절이다.
12월 / 최영희
12월은 신(神)이 준비한
새 손(客)을 기다리는
말끔히 정리된 숙박 집 풍경이다
봄내 여름내 가을 내내
산, 들, 바다
거리를 메우던 손(客)들
어느 곳 다시 꿈을 꾸고 있을까
어느 보이지 않는
부지런한 손(手)
한바탕의 삶의 흔적
말끔히 지우고 쓸고 닦고
오늘은 하얀 눈이 내린다
신(神)은 우리에게
다시 백지의 세상 주시나 보다
“자- 여기에 다시 멋진 삶 그려 봐”
12월이면 언제나 그렇듯
신(神)이 주시는 저 순백의 세상,
저 순백의 세상에 다시 그려질 우리들의 삶
행복한 그림이면 좋겠다.
12월의 거리에서 / 정유찬
길 위에 서있는
잎을 잃은 나무들
그 길에 늘어선
노란 가로등
햐얀 입김 뿜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장식용 꼬마전구
깜빡깜빡 빛나고
거리마다 흥겨운
노래 흘러나오면
힘든 일들 잠시 잊고
미소 지어요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 든든한 나무처럼
찬 바람 불수록
따뜻한 마음 나눠요
희망을 나눠요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짧은 해 아쉬움으로 서쪽 하늘이 피 토하는 늦음보다
밤새워 떨고도 웃고선 들국화에게 덜 미안한 아침에 오오.
뒷주머니 손을 넣어 작년에 구겨 넣은 넉살일랑 다시 펴지 말고
몇 년째 우려먹은 색바랜 약속 뭉치는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그저 빈 마음 하나 간절함 가지고 그리 오오.
이젠 진실을 볼 수 있는 헤아림도 있을 텐데
이젠 영혼을 이야기할 경험도 가졌으려니
오시면 소망하나 위하여 마당 앞에 불 환히 같이 피워봅시다.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달력 끝에서 숨 바쁘게 팔랑 이는 바람이 등 돌릴 때 말고
늦가을 햇살에 느긋하니 감 하나 익어가는 지금 오오.
아름다운12월 / 윤보영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내가 더 사랑하며 보낼
향기나는 12월입니다.
봄이 더 가까워진
행복한 내 12월입니다.
나만큼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을
아름다운 12월입니다.
12월, 비 내리고 / 전동균
산비탈 밭에 채소를 가꾸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허리 굽혀 풀을 솎다가
잔뿌리 끝에 어린 벌레들이 딸려나오면
잠시 일손을 멈추던 그 마음들은.
홍제동 뒷산 약수터 길을 오른다
높다란 나뭇가지 위 까치집들 볼 때마다
내 몸 안에서 저절로 푸른 햇살 돋아나
노래하듯 출렁이던 날들을 지나서
잎 진 나무들의 숲을
물통 덜거덕거리며 걸어간다
약수터로 접어드는 길목,
바위굴 같은 단칸 슬래브 집 처마 아래
다람쥐 일가(一家)가 비를 피해 모여 있다
기억 속의 키 작은 아이 대신
무허가 빈집을 지키고 있다가
내 발짝소리에 놀라
꼬리 말아올리는 맑은 눈빛에
산길은 더욱 굽어져 자취를 감추고
비 오는 날에는 삭은 나뭇잎 몇 장 떠올라
산이 숨겨둔 비밀을 누설하는
약수터, 그곳에 나는
끝내 닿을 수 없으리라
떨어지는 빗방울 속으로 망명하지 못하고
말없이 걸어가는 내 젖은 삶을
누군가 허락해주기 전까지는.
12월의 추억 이야기 / 반기룡
눈이
흐벅지게 내리는 날이면
동구 밖 언덕 위에서
대나무 썰매 만들어
겨울을 훨훨 날고
대나무 스키 만들어
겨울을 달리던 지난 날이
대롱대롱 머리에 걸린다
뒤로 넘어져
뒤통수가 납작해지고
콧잔등이
얼얼하던 날의 연속이었다
추위도 마다 않고
겨울을 화톳불처럼 껴안고 지내던
동심의 세계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저 멀리 굴뚝에는
굴뚝새가 합창하며 날으고
집집마다 저녁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12월의 길목에서 / 안숙자
11월 곧게 뻗은 길에
잠시 굽은 등을 숨길 곳도,
배회할 곳도 없어
낭만과 감성이 잠들어버린 레일 위를
등 떼밀리듯 생각 없이 달리다가
삼나무 숲에 정화된 산소를 호흡하며
12월의 오솔길로 들어가 보자
끝과 끝이 훤히 보이지 않아
여유를 부려도 좋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도의 에움길에 서서
텅 빈 하늘이라도 좋다
올려다볼 여유가 있다면
눈썹에 앉는 순간
흘러내릴 진눈깨비라도 좋다
죽은 듯 잠들어버린
감성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면
무색무취의 바람 그 향기에도 취할
소녀보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낙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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