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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ish Hills / Bandari, 늙는다는 것 / 김재진음악 2023. 1. 20. 11:16
늙는다는 것 / 김재진 잘난 그대도 아파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라 도대체 뭣이 그리 중하다고 역설을 하는가 늙는다는 것은 차츰차츰 잃어가는 것이다. 평소에는 무덤덤하게 스쳐 가는 것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폐부를 찔러올 때 회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제대로 배설할 때 그것을 최고의 복이라 하거늘 뭐 하러 그리 한눈을 파는 것인가. 산다는 것은 말이지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려니 더 바래 무엇하고 혹여 고통에 시작일 뿐이다. 참을 수 없도록 죽을 만치 아파보지 않았으면 세상을 탓하지도 말고 생긴 대로 어우러져 살자 너나 나나 잠시 머무른 여행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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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에 관한 시모음<2> [24계절 시] [대한 시]시모음/계절 2023. 1. 19. 22:54
대한大寒에 관한 시모음 [24계절 시] [대한 시] 대한大寒 눈꽃이 내린다 / 신희상 하얀 눈꽃이 내린다. 간밤 어두움을 내리는 눈에 덮어버렸다. 하얗게 하얗게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한 겹, 두 겹 쌓여가는 눈은 어느덧 내 마음마저 쌓여간다. 맑은 동심으로 눈을 모아 뿌려본다. 근심, 시름 잊어버리고 나뭇가지는 옷을 입고 지붕도 거리도 그리고 자동차는 흰 모자를 썼구나. 하얀 눈이 하얗다 못해 하얀 등을 밝히며 눈을 뜰 수가 없구나. 나의 발자국을 남겨보지만 어느덧, 그 기억을 묻어버린다. 대한에 내리는 눈 하염없이 맞아본다. 풍년을 기약하며 자연의 풍요로움을 감사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하얀 눈꽃 오늘은 그대를 사랑하고 싶다. 와우 벌써 (대한) / 오애숙 1월 새해가 되면 우선 봄을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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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大寒)에 관한 시모음<1> [계절 시] [대한 시]시모음/계절 2023. 1. 19. 22:48
대한(大寒)아침 비오는 소리 / 허세광 아름다운 24절기 대한(大寒) 가장 춥다고 하는 절기(節氣)지 보슬보슬 겨울비 내려 내 마음을 스르르 녹이는듯 이제 겨울을 매듭지으려하네. 유별나게 맹추위가 엄습한 해 지구를 한(寒:한파)과 서(暑:무더위)로 만물을 힘들게 한 겨울 24절기 마지막 날 끝자락 함초롬히 봄을 재촉하는 비 산새들이 날개 펼치며 얼었던 입을 떼고 반가워 하는 지저귐 겨우내 추위에 떨던 나뭇가지 새소리에 기지개를 켠다. 이제 봄이 오면 호미 메고 터밭에 냉이 달래 부추 돌나물 머위 캐고 상추 봄배추 씨앗뿌려야지 벌써 마음이 봄 문턱에 와 있네. 깊은 겨울 / 박인걸 대한 추위가 사납던 날 힘 있는 새들은 어디론가 숨고 병든 비둘기만 거리를 헤매다 어느 골목길에서 동사를 했단다. 들꽃이 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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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관한 시모음<3> [설날 시]시모음/계절 2023. 1. 19. 17:20
설날에 관한 시모음 [설날 시] 설날 새 아침 / 장수남 설날 새 아침 때때옷 갈아입고 우린 엄마아빠 손잡고 외할머니 댁에 세배 가던 날. 시골길 걸어 나지막한 고개를 하나 오르면. 넌 미운 바람개비야. 얼마쯤 기다렸는지 나 얼싸 끌어안고 얼굴 발갛게 비벼놓고. 하늘나라 계신 우리할아버지 얼마나 화나셨을까. 요 녀석을 이놈. 하시면서. 놀란 바람개비 꽃바람 마을 뒷산으로 나 살려라. 줄행랑. 잠깐 내려다 본 햇살. 지긋이 눈뜨고 엄마랑 아빠 그리고 나 얼굴 호호 불어주었네. 설날 아침 / 김동리 새해라고 뭐 다른 거 있나 아침마다 돋는 해 동쪽에 뜨고 한강은 어제처럼 서쪽으로 흐르고 상 위에 떡국 그릇 전여 접시 얹혀 있어도 된장찌개 김치보다 조금 떫스름할 뿐 이것저것 다 그저 그렇고 그런 거지 그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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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관한 시모음<2> [설날 시]시모음/계절 2023. 1. 19. 15:01
설날에 관한 시모음 [설날 시] 설날 떡국 / 정연복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한 살 더 먹는다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한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하루하루 전혀조급함 없이 살면서도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겁먹거나 허둥대지 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좋은 사람 쪽으로 변화하면서 내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살도록 하자. 설날 / 윤제림 부산 고모가 안고 온 갓난아기는 세배도 안 하고 잠만 잡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시끄러운데 세상모르고 잠만 잡니다 먹을 것도 많은데 잠만 잡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잠만 잡니다 하뿔싸 / 오탁번 까치설날 아침 두 돌잡이 외손녀가 두 손을 배꼽에 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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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관한 시모음<1> [설날 시]시모음/계절 2023. 1. 18. 22:02
설날에 관한 시모음 [설날 시] 설날 가는 고향 길 / 오광수 내 어머니의 체온이 동구 밖까지 손짓이 되고 내 아버지의 소망이 먼 길까지 마중을 나오는 곳 마당 가운데 수 없이 찍혀 있을 종종걸음들은 먹음직하거나 보암직만 해도 목에 걸리셨을 어머니의 흔적 온 세상이 모두 하얗게 되어도 쓸고 또 쓴 이 길은 겉으로 내색하진 않아도 종일 기다렸을 아버지의 숨결 오래오래 사세요 건강하시고요 자주 오도록 할게요 그냥 그냥 좋아하시던 내 부모님. . . 언제 다시 뵐 수 있을까요 내 어머니, 내 아버지. . . 이젠 치울 이 없어 눈 쌓인 길을 보고픔에 눈물로 녹이며 갑니다. 설날 / 오세영 새해 첫 날은 빈 노트의 안 표지 같은 것 쓸 말은 많아도 아까워 소중히 접어둔 여백이다. 가장 순결한 한 음절의 모국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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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에 관한 시모음<2> [겨울 시] [겨울나무 시]시모음/계절 2023. 1. 18. 21:44
겨울나무에 관한 시모음 [겨울 시] [겨울나무 시] 겨울나무 / 오보영 나 비록 지금은 앙상해진 모습으로 볼품없을지라도 내겐 희망이 있단다 파릇한 새싹 싱싱한 잎으로 단장을 해서 기다리는 님께 기쁨을 주고 풍성한 맘 안겨다줄 꿈이 있단다 겨울나무 / 이해인 내 목숨 이어가는 참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눈 감아도 트여오는 백설의 겨울 산길 깊숙이 묻어 둔 사랑의 불씨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드새운 밤 종소리 안으로 밝아오는 새벽이면 영원을 보는 마음 해를 기다립니다 내 목숨 이어가는 너무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겨울나무 /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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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에 관한 시모음<1> [겨울 시] [겨울나무 시]시모음/계절 2023. 1. 18. 21:24
겨울나무에 관한 시모음 [겨울 시] [겨울나무 시] 겨울나무로 서서 / 이재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겨울나무 / 신경희 아름답구나 허물을 벗어 던진 너의 자태 낱낱이 들어난 상처투성이와 비틀림 거친 피부에 버석거리는 살결 굵은 허리로 꼬여있어도 너의 자태가 아름답구나 뼈마디가 앙상하면 어떠하고 우유 빛에 하얀 속살이 아니면 어떠하랴 너는, 언제나 땅을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