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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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에 관한 시모음시모음 2024. 11. 22. 20:28
소설(小雪)에 젖다 / 김영란 사람들이 잠든 새벽 기대처럼 눈발 흩날리어쌓인 낙엽을 골고루 적시고 푹푹 빠지는 내 그림자도 충분히 젖었다몇 몇은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나도 혹시 거기 서 계실까 아무도 없는 뒤를 쭈빗거리며 돌아보았다단 한 순간 잊은 적 없다는 거짓말처럼 먼저 죽은 당신의 온기처럼 까맣게 휑했다아직 살아 있는 내 관절보다 더 지친 마음 속으로 소설(小雪)이 내리어 기도처럼 조용히 내리어 등이 시리어빛보다 먼저 마음을 켜들고 길을 나섰다먼저 떠난 당신에게도 가야 할 먼 길이 있는지심호흡 다지고 눈 감아야만 겨우 넘어가는 장면가끔 겪기도 하시는지아니면 이 세상에는 없는 것 같은 신의 통제 아래 낡고 오래된 그 방식대로 지루하게 따뜻하시려나내 발자국에 으깨진 낙엽 웅크린 제 뿌리 덮은 길걸었다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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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에 관한 시모음 [24절기 시][소설 시] <1>시모음 2022. 11. 22. 08:27
소설과 첫눈 / 안도현 소설에는 첫눈이 내린다는 말을 믿고 내 안에 눈을 내렸습니다. 약속대로 그대 손잡고 눈길 따라 따뜻하게 걸었습니다. 이 여운 이대로 날까지 춥다는 오늘 포근하게 보내겠습니다. 소설 / 박상봉 첫얼음 얼고 첫 눈 내리기 시작하는 때 쌀독에 밑바닥이 휜히 들여다보이는 때 독을 채우고 있던 쌀이 다 비어지는 때 고쟁이 확 까뒤집어 보듯이 불장다본 쌀독 속 궁핍이 날카로운 이빨 드러낼 목구멍을 간질이던 밥알이 치욕이라는 것, 가슴에서 설설 밥이 끓기 시작한다 소설이라는 설익은 밥이 설설 끓는다 옛날옛적? 朴자 堧자 함자 가진 집안어른이 명절날 앞 떡 빚을 쌀이 없어 가야금으로 떡을 쳤다는 고사처럼 소설이라는 악기가 살얼음 깨는 소리 쟁그랑 쟁그랑 밥상 차리는 소리 소설(小雪) / 정양 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