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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小雪)에 관한 시모음 24절기 시] [소설 시]<2>
    시모음 2022. 11. 22. 08:35

     

    小雪소설 / 나상국

     

    24절기 중 20번째 절기

    소설이란다

    얼음이 얼고

    땅이 언다는데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오랜 시간 주고받던 편지

    뜨문뜨문 오던 답장

    그리고 긴 파열음

    시베리아 벌판처럼

    꽝꽝꽝 얼어 버렸는데

    어느 날부턴가

    수신인 없는 곳으로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쓰며

    지새웠던 수많은 밤

     

    그해 그 겨울 어느 날

    쓰다만 편지지 위에

    추적추적 하염없이

    비가 내렸었지

     

    아마 그날도

    소설이었을 거야

    오늘처럼

    저렇게 창밖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었지

     

     

    소설(小雪)을 지나다 / 홍정순

     

    은행잎 지고 겨울비 오는 날
    일 피해 사람 피해 찾은 시골집
    첫서리 오고, 김장하고 마늘 심은 후
    서리태 타작한, 이맘때
    바깥 풍경은 나만큼 촌스럽다
    누워서도 보기엔 감나무가 최고다
    들창에 세 든 지 오래된 모습이라 그렇고,
    가지가지 종잘종잘,
    새 소리를 달고 있어서 더 그렇다
    마늘 심은 밭을 지나는 바람 같은 소리
    매점매석 했다 해도
    눈감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감나무 그늘에서 자라 감 먹고 살아 온 그 소리는
    전대 풀고 나온 나를 창문 앞에 서게 했다
    이파리 다 떨군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철물점 연탄난로를 쬐던 거칠고 곱은 손들이 보인다
    먹고사는 일에, 온전히 한 해를 다 보낸 발자국소리 들린다
    보일러 소리, 냉장고 소리,
    창문을 치고 두드리는 계곡 바람 거친데
    풍경은 거짓말처럼 소설(小雪) 무렵을 지나고 있다

     

     

    소설(小雪) / 천창우

     

    살얼음 깔린 하늘길 밟고
    갈대꽃 고개를 휘젓는 강가에 섯습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미지로 떠나는
    풀꽃들의 비상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붙박이 나무가 되어 떠나지 못하는
    나는, 벌거벗은 계절이 두렵습니다

     

    이리로 오셔요
    마른풀들 베어다 언 땅위에 깔고
    풀꽃씨 날개로 자리를 펼치겠습니다
    거기, 오색 낙엽이불 마련해두겠습니다

     

    제 곁에 바짝 붙여 누우셔요
    창밖에 바람 이리처럼 울어도 우리
    그윽한 풀냄새 살품에 품으며 그리
    어두운 계절 여위며 가요

     

    아득한 오랑케꽃발자국소리 기다려요
    하얗게 온기서린 우리들 꿈길에, 밤새
    소설小雪의 풋눈 살포시 덮이어가게요

     


    소설(小雪) / 신성수
     

     

    소설을 누군가는 소춘(小春)이라고 했다.
    아직은 가을 시샘이 남아서

    겨울을 더디게 만드는데
    내일 첫 눈이 온다는 설레는 뉴스 담는다.

    오늘 십일 년 전 세상을 떠난 김광균 선생은
    '먼 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했다.

    새벽 출근길에 철길 위에 누운 서리를 보았다.
    정말 첫눈도 가까이 벅찬 걸음으로 와 있다고
    나는 확신하였다.

    세상 혼란을 모두 지우고 새 옷을 입힐
    그 거룩한 첫눈을 기다리는 아침
    안개도 마저 걷히고

    맑게 세수를 마치고
    싱그러운 낯빛으로 선
    하늘,

    나는 창을 활짝 열었다.
    창가에 남은 이슬이 떨어지는데
    귀 기울이면 못 들을까 더 다가가
    거기 아직 머물러 있는 가을을 센다.

     

     

    소설小雪  / 권기일

     

    하얀 행복이

    하얀 사랑이

    하얀 꿈처럼

    소설 같이 내려라

    하얀 너에게 

     

    소설 언저리

    뜨라레   0   691 2018.03.15 16:20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외줄타기

    출판(발표)연도 : 2010     출판사 : 등대지기

     

     

    입동入冬과 소설小雪 사이 / 이현우

     

    입동入冬과 소설小雪 사이

     

    이 산 저 산 단풍들 때 비켜있던 갈참나무

    서리꽃이 만발한 늦가을 숲속에서

    다투어 홍장하고 적멸에 든다.

     

     

    소설(小雪) / 김재덕

     

    밤사이 찬 이슬이

    낙엽에

    사뿐하다

     

    애끓는 눈물일까

    서릿발

    통곡인가

     

    햇살은 빈둥대다가

    얄밉게

    사라진다.

     

     

    눈이 내리지 않는 소설(小雪)에 / 김영근

     

    소설(小雪)인데도
    눈은 내리지 않고
    단지 어제보다는 더 쌀쌀해진
    날씨가
    커피 맛을 더욱 따스하고, 향기롭게
    돋보이게 하는 날에
    달콤한 커피 향처럼
    담백한 여인이 세상에 존재할까라는
    추상적 관념에 빠져본다

     

    산다는 것은
    한 잔의 커피나,
    한 잔의 술잔을 기울이는 것만큼
    담백하고, 맛깔스러운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있어
    인간은 가슴 한쪽이 시리고,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와
    밤의 짙은 어둠만큼
    영혼을 추위에 떨게 하니
    삶은 본원적인 것이 추상적인 것에
    하나의 위로로 되새겨 있을 뿐
    허구의 늪을 지나 진실의 샘가로 가면
    아직은 얼지 않은
    투명하면서도 차가운 물이
    생수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춥다는 것도 어쩌면 상대적인 것이기에
    사랑 속에 깃들어 있는 누군가는
    뜨거운 가슴으로 생의 예찬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고,
    사랑의 볕이 들지 않는 외진 곳에 있는 누군가는
    차가운 가슴으로 생의 비관론자가 되어 있으리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이 인간을 단죄하는
    세상에서
    니이체의 신은 죽어있고
    티벳 어느 고산(高山)의 사원에는
    두껍게 쌓인 눈만큼의 신앙이
    달라이라마의 살아온 이력만큼
    신비롭게 빛나고 있다

     

    매일 같이 인간은
    순수한 윤동주의 시심(詩心)으로
    하늘을 우러르며
    맑은 구름으로 세상의 하늘을 흘러가지만
    도달해야할 곳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죽음은 늘 쓸쓸하고, 슬프다

     

    아침에 춥다고
    온종일 추운 것은 아니기에
    희망, 사랑, 열정, 그리움, ……
    등등을 가슴에 품고
    마지막 순간까지 꿈을 놓지 말고
    살아보자

     

    눈이 내리지 않는
    소설(小雪)에도
    맑고 청초한 눈(雪)을 볼 수 있는
    안목으로
    오늘도 담백한 마음을 지닌 그 누군가와
    따뜻한 대화 한마디는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한세상 살아보자.

     


    소설(小雪)을 맞아 / 김난석

     

    지난세월 내내 다독이고도 휘적거릴 것 없이
    그렇다고 사붓사붓 머뭇거릴 것도 없이
    철벅철벅 걸어오는 이 누구던가

     

    톡 톡 톡
    메마른 창문 두드려보지만
    일그러진 눈길 차갑기만 한데

     

    하얗게 피워내지 못한 눈물
    서러워 말지니
    내일이 오늘이 되듯 어제가 오늘이지 않는가

     

    시간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소멸할지라도
    기억은 기억을 낳으며 소생하는 법
    뭍 밑에 스며들어 내일로 피어나리라.

     

     

    소설小雪 / 강성은

     

    꿈에서 배를 가르자
    흰 솜뭉치가 끝없이 나왔다

    겨울이면 옷 속에 새를 넣어 다닌다는 사람을 생각했다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소설(小雪) / 윤여진

       

    소란스러운 건 싫어요

    이 방엔 남겨진 소음이 너무 많거든요

    잠이 들기 전, 방의 밝기보다 바깥이 더 환해지면

    내가 누운 베개 안쪽에도

    곧 눈이 도착할 거라, 숨을 몰아쉬는 잎들이

    납작 엎드린 채 말해주었어요

     

    그가 벗어두고 간 양말 한 짝을

    허리를 굽혀 주웠을 때

    벗은 발과 분주할 그의 아침을 생각해요

    모서리부터 깨지는 방 한가운데서

    달력을 세어보며

    이상하다, 잠긴 목소리를 다듬으면

    그림 속, 제일 큰 나무에 목맨 의자가 흔들려요

    아랫배엔 흰 피가 도는 것 같아요

    손을 넣으면 축축한 음지가

    내가 만든 그늘로 들어와 볼래요?

    고개를 돌리면 눈 내리는 소리가 뺨에 닿아요

    눈은 힘껏 쥐기도 전에

    가장 여린 피부 안쪽으로 녹아들어요

    슬픔은 어느 쪽으로 돌고 있는가요

    골똘해질 때 나는 생생해져요

     

    뒤척이는 소리 하나 없이

    나 혼자 그의 이름을 불러요

    이번이 처음이라는 듯

    놀란 입을 한 손으로 가릴 때

    미처 가리지 못한 눈동자를

    베개를 더듬거리다 마주칠 때

    거짓말은 언제까지 미끄러질까요

    계절이 미처 알려주지 않는 게 있어요

     

    매일 한 뼘씩 덮이는 바깥의 일을 모른 체해요

    처음 보는 밝기를 찾아 맞추고 몸을 눕혀요

    두 귀를 꼭 잠근 묵묵한 잠이 있고

    그늘을 배에 올린

    내가 누운 자국이 있어요

    희미해지기 전에

    남은 소음을 다 가져가 줘요

    곧 더 많은 눈이 내린다,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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