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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비에 관한 시모음<1> [겨울 비]
    시모음 2022. 11. 28. 18:58

     

    겨울비에 관한 시모음<1> [겨울 비]

     

    겨울비 / 김덕성
     
    겨울비 오면서
    첫 걸음이 무척 요란스럽다
     
    벌거벗은 겨울나무
    빗속에서도 의젓하게 서서
    추억을 되새기며 아쉬움 없이
    보란 듯이 서 있고
     
    사랑의 겨울빈가
    따스하게 빈 마음에 떠오르는
    그리운 그녀
    사랑의 노래 들려온다
     
    창가에 앉아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 노래에 도취되어
    겨울비에 젖는다

     

     

    겨울비 / 정연복

     

    겨울비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신다

    겨우내 바싹 말랐던
    나뭇가지들도 목을 축인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발돋움을 멈추지 않았던

    연초록 새순들
    빗속에 눈부시게 싱싱하다.

    겨울 끝물의 비는
    봄비와 거의 다름없다

    오랜 슬픔의 끝이
    기쁨의 시작이듯

    긴긴 그리움의 끝이
    사랑의 꽃밭이듯

    오늘 겨울비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겨울비 / 노연희
      

     

    낮과 밤 짙은 구름

    들어찬 하늘도 젖어

    분수처럼 내려오고

     

    수척한 추억

    거슬러 오르자

    꿈조차 타 버린다  

     

    가지를 떠나 길바닥에

    풀칠한 듯 달라붙은

    은행잎 서로 꿰어 주고  

     

    흐드러진 공간 속에서

    손도 발도 몸도 

    고인 허물 씻어 내린다.

     

     

    겨울비 / 이외수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는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겨울비 오는 날의 기도 / 정연복

     

    생각지도 못했던
    겨울비 한 자락 내려

    꽁꽁 얼어붙었던
    빙판길이 녹고 있습니다.

    오!
    사랑의 주님

    얼어붙은 내 가슴도
    사르르 녹아지게 하소서.

    소낙비같이
    큰 사랑은 아닐지라도

    이슬비같이
    작은 사랑의 숨결로.

     


    겨울비 / 최정순

     

    아무 데도 쓰잘 데 없는 너
    아무도 반기지 않는 너
    외롭고 고독의 눈물 뿌리며
    온다, 오누나
    떨어진 낙엽 짓뭉개며
    마른 가슴속으로 파고들며
    온다, 오누나
    네 마음 닮은 나
    주방 부리나케 달려가
    달콤 쌉싸름 청춘차
    곰삭은 애통차
    갇혀 버린 두메차
    독한 망각차 끓여 내놓으니
    섬돌 내려앉아
    차 한잔씩 하고 가시오.

     


    겨울비 / 황동규

     

    두 번째 닭이 운다
    예수도 불타도 아르튀르 랭보도
    사람들이 그냥 세상 사람처럼 사는 걸 못 참았는데
    닭이 그냥 동네 닭처럼 우는 걸
    바퀴벌레들이 바퀴벌레처럼 숨는 걸
    사람들이 눈꺼풀 벗기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건강식 한 공기 삼키거나
    빵 한 조각에 인스턴트커피 마시고 집을 나서는 걸
    못 참아했는데
    아파트 밖 겨울 초등학교 짐승 우리에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어눌한 어조로 닭이 세 번째 운다
    조금 후엔 사람들이 하나같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한번 넣었다가 끄집어내어
    말없이 건물을 빠져나가리라
    아파트 불빛에 잡히지 않는 겨울비가
    나오는 사람마다 이건 누구지?
    하나씩 냄새를 맡고 있다

     


    겨울비는 미련이다 / 황철원
     
    속세의 인연 훌훌털어
    삭발하고 출가하던 날
    저렇게 겨울비가 내렸던가?
    괜시리 야릇한 분위기를 흘리며
    내리는 겨울비는
    고즈넉한 산사의 오후를
    통째로 휘감는다
     
    종일 내린 비로
    사방이 습기로 가득한데
    아! 왜 나는 목이 마른걸까?
    감잎차 한 다관을 다 마셔도
    쑥차 한 다관을 마셔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여전히 목이 마르다 
     
    우연히 차유리에 떨어져
    달라붙은 단풍잎 하나!
    빗줄기가 약해서
    흘러 내리지도 못하고
    어쩌지 못해 거기 있는데
    차마 쓸어 내리질 못하겠다
    머물기 싫은데 머무는 걸까?
    떨어지기 싫은데 떨어진 걸까?
    나뭇가지로부터 떠나왔지만
    아직 본체에 미련이 남은 걸까?
    출가했지만 아직 속세에
    미련이 남은 걸까? 
     
    오늘따라 살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차갑기만 하다
    오늘따라 길위로 내리는
    빗방울이 느리기만 하다
     
    그래서 겨울비는 미련이다

     


    겨울비 내리던 날 / 용혜원

     

    우산 속에서 우리는

    때아닌 겨울비로

    정겹다

     

    어둠이 내린

    겨울밤에 쏟아지는 비는

    검은색이다

     

    한없이 걷고만 싶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비 내리는 겨울밤

    그대만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은 분홍빛이다

     

    그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의 사랑도 내리는 겨울비에

    촉촉히 젖어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겨울 장마가 온다 해도 행복하겠지요.

     

     

    겨울비 그 외로움 / 고은영 

     

    나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으로부터의 단절을 원했든가

    칠흑 같은 어둠에 겨울비 사방에 넘실댄다

    범람하여 밀물로 가득한 그리움

    믹서 되어 혼돈의 블랙홀로 흐르는

    비의 얼굴, 얼굴들

     

    어둠을 부유하며 밤새 시달린 그리움

    빗물로 나부끼며 춤추는 동안 빛은

    빗물에 몸 풀고 통과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 흐느낀다

     

    그대 보고파 속절없이 머무는 시간

    버리지 못하는

    지독한 고질병의 염병할 감수성

    나는 버림받은 기분으로 세상을 보고

    나를 보았고 또, 너를 보았다

    일상에서도 다가설 수 없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이 예민한 내 안에

    무수한 꽃은 피었다 시들어 가고

    가슴엔 언제나 검푸른 네가 있었다

     

    온몸을 적시며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는 저 빗물처럼

    내 안엔 분신 같은 그리운 네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일렁인다

     

    우리가 등을 보이고 뒤돌아서

    각자의 삶의 터전을 향하여 가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리움에 대한 회포도 풀지 못하고

    사랑한다는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겨울비 / 박상희

     

     

    겨울비 내리는 밤은

    창 너머로 들리는 이야기가 길다

     

    가로등 불빛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겨울이라 우기는 12월의 첫날

     

    마지막 남은 잎사귀를 떨어뜨리며

    미워서가 아니라고 정녕 아니라고

     

    뚝뚝 흐르는 눈물들을 애써 다독이며

    그냥 시간들이 자꾸 가버린 거라고

     

    흐르는 것은 빗물이라고 빗물이라고

    달래며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밤이 깊도록 들린다

     

    다소곳이 잠을 청해보지만

    처마 끝 떨어지는 빗물

    가을을 보내는 젖은 소리가 서럽다

     

    긴긴 시간들의 정만큼이나

    그리움으로 서러움으로

    밤이 깊도록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겨울비.

     

     

    겨울비 / 황선춘

     

    차창 밖 스치듯 흐르는 빗줄기 하 나

    심어놓지 못하고 그렇게 구르더니

    내 가슴에도 겨울 찬비가

    열정의 몸짓 숨기려 한다.

     

    손대면 이미 뜨거워져 버린

    그대를 향한 가슴을 마다하고

    찬비는 조막손 사이사이에 흐른다.

     

    지난 시간들 향기 접지 못하고

    오늘 아침 겨울비는

    내 깊숙한 곳까지 내려서

    가슴에 대나무 쪼개지듯 갈라져 간다.

     

    그래도 겨울비가 파랗게 내리는 것은

    대지가 지켜주는 침묵 때문인가

    스스로 벗지 못하고 기다려 주는

    소나무 숲이 보여서 인가 겨울비 내리는 곳

    침묵의 창 오늘 그리고 겨울비

     

     

    겨울비가 내리는 날 / 이효녕  

     

    사랑하면서 서로 바라보던 창가 

    그리움의 목이 긴 그림자 푸른 발자국 남기며

    그대의 마음 같은 차가운 비가 내립니다 

     

    서로 별을 바라보며 가슴에 하나씩 모으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  건너편 오솔길

    잎새도 없는 나무들이 비에 젖고 있습니다

     

    그대와 함께 오솔길 거닐며

    무성한 숲이 되던 지난 사랑 

    오직 하나이던 우리들의 사랑 

     

    이제는 홀씨 한 개 거기남아

    봄이면 아름다운 꽃이 피겠지요

     

    비가 내리는 강기슭  또 많은 사람들이

    지난 사랑 아쉬워하며  

    그리움의 물결로 흐르겠지요

     

     

    12월의 그대에게 / 박미리

     

    화장 지운 여인처럼 초췌한

    12월의 거리 위로 겨울비가 내리네요

    남은 한 잎까지 긁어내리며

    계절의 마침표를 찍고 있는 빗줄기 따라

    마음 포구에 정박해 둔

    그리움의 배를 띄워 봅니다

     

    지워지고 떠나는 것 많은 이맘때면

    믿기지 않는 중년의 나이처럼

    실감 나지 않는 것들이 참 많기도 합니다

     

    상실감, 아쉬움, 무상함 등등

    별로 달갑지 않은 감정들만

    이 계절의 배경처럼 깔리어져

    마음 부풀던 봄날보다는

    웃을 날이 적어서 슬플지라도

    그럼에도 삐에로처럼

    실없이 웃기도 하면서

    아직 열리지 않은

    판도라의 내일을 기다리다 보면

     

    가끔 횡재처럼 찾아와 주는

    환희의 순간과 조우할 날 있을 테지요

    삶이 별거 없다고들 해도

    분명 별것 있어서 사는 세상이므로

    혹여라도 그대의 어깨가 무겁다 하여

    쉬이 열정을 유기하거나

    희망을 유기하는 일은 없기로 해요

     

    가슴 시린 12월에도

    행복동행 기차는 달릴 테니

    그 안에 탑승한 설렘의 손님 되어

    매일매일 가슴의 불씨를 일구며 사는

    따뜻한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음 부풀던 

    그 봄처럼 기다릴 것 많은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에게 가고싶다 / 송영희

     

    산등성이 노을로 아름다울때

    너를 추억한다

    어둑 어둑 해 넘어갈때

    가로등 하나 둘씩 피어나면

    너를 향한 내 마음도

    고운옷 입고 피어난다

     

    겨울비 추적 추적 내리는날은

    그리운 마음 빗줄기에 싣고

    너의 뜰에 소나기처럼 내리고 싶다

    한줄기 바람으로 머물고싶다

     

    회색빛 하늘이 열리고

    첫눈이 선물처럼 내리는날엔

    내 마음은 흰눈이 되고

    바람이 되어

    순백의 세상에서

    다시 한번 너를 꿈꾸어본다.

     

     

    겨울에 내리는 비 / 도지현

     

    지금,

    그대 곁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질척이는 길을 걸으며

    멈출 수 없는 길을 갑니다

     

    안개 자우룩하고 어두운 길

    때아닌 불청객으로 내리는 비

    젖어 부르르 떨리는 몸

    물기를 털어내며 걷고 또 걷습니다

     

    그대에게 당도하였을 때

    달갑지 않은 겨울비가 아닌

    환희를 전해주는 하얀 눈이었음

    점점 굳어가는 몸이지만

    내심 그리 생각하며

    그대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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