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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비에 관한 시모음<3> [겨울 시] [겨울비 시]
    시모음 2022. 11. 28. 20:50

     

    겨울비에 관한 시모음<3>

     

    겨울비 / 용혜원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아우성으로 내리는

    여름날의 소낙비와 다르게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는 이처럼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겨울비는 지금

    봄이 오는 길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

     

    긴 겨울이 떠나고

    짧은 봄이 오더라도

    꽃들의 활짝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그대 내 마음에

    또다시 그리움을 풀어 놓을 것입니다

     

     

    겨울비 / 홍수희

     

    날카로운 눈빛이다

    말하지 않아도

    내 영혼을 읽어버린

     

    그날도 백목련은

    어김없이

    비에 젖어 있었고

     

    야마칼 기둥 선인장은

    온실 속에서

    유리벽만 왼종일

    노려보고 있었다

     

    고향을 잃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유리벽을 노려보는

    일이었을까

     

    어항이나 닦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즐거이 바라보는

    일이었을까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겨누던 총구(銃口),

    고독한 시선이여!

     

    그날도 겨울비는

    두터운 외투를 비집고

    들어와

     

    모호한 내 심장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고

    있었다

     

     

    겨울비 / 김용화1

     

    겨울에

    비가 내린다

    까맣게 떼지어 가는

    비오리떼

     

    드넓은 삽교평야가

    흠뻑 젖는다

     

    돌팔매를 던지면

    옴츠리며 날아가는

     

    술친구 만나서

    섯다판이나 벌일까

     

    배추밭에 소변보던 옥련이를

    생각하며

     

    싸리밭에 식식대는

    멧돼지꿈이나 꾸어 볼까 

     

     

    겨울비 / 이외수

     

    모르겠어

    과거로 돌아가는 터널이

    어디 있는지

    흐린 기억의 벌판 어디쯤

    아직도 매장되지 않은 추억의 살점

    한 조각 유기되어 있는지

    저물녘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거리

    늑골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

    모르겠어 돌아보면

    폐쇄된 시간의 건널목

    왜 그대 이름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로 박히는지  

     


    겨울비 / 안성길

     

    청청 하늘이 시린 눈썹까지 무너져
    비가 내린다
    모진 세상 더욱 모질게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은 익모초 흰 풀뿌리조차
    어금니 앙 다무는구나. 물처럼
    하얗게 얼어 죽은 저 들녘 자욱히
    손이 매운 바람만 텅텅 운다
    누이야,
    희고 푸르게 말라 죽은
    풀들의 물빛 흉금 다 쾅쾅 찢어발기는
    황달빛 황사바람의 칼날 뼉다귀 깊숙히
    유리 파편 같은 아픔들이
    도깨비불처럼
    시퍼런 이마
    거꾸로 떨어뜨려 박히고 박히고
    누이야 오오 내 누이야
    이 모진 겨울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샛대 처마 끝나는 바람벽 토담에
    겨우내 빈 가슴이라도 덥힐
    무청 몇 두름은 걸어 두자
    이 땅에
    아직 살아 숨쉬는 목숨마다
    가슴과 눈물이 더운
    물별꽃 서너 송이는 만나게 하자
    누이야,
    지금은 겨울비가 저리 요란하지만.  

     


    겨울비 / 홍수희

     

    날카로운 눈빛이다

    말하지 않아도

    내 영혼을 읽어버린그

    날도 백목련은

    어김없이

    비에 젖어 있었고

     

    야마칼 기둥 선인장은

    온실 속에서

    유리벽만 왼종일

    노려보고 있었다

     

    고향을 잃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유리벽을 노려보는

    일이었을까

     

    어항이나 닦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즐거이 바라보는

    일이었을까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겨누던 총구(銃口),

    고독한 시선이여!

     

    그날도 겨울비는

    두터운 외투를 비집고

    들어와

     

    모호한 내 심장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고

    있었다

     

     

    겨울비, 하염없이 / 강인한
     
    초겨울인데 개나리꽃 팔랑팔랑
    찬바람에 홑적삼
    도망 나온 가시내 가슴처럼
    베란다의 철쭉도 꽃망울을 슬쩍.
    시절이 왜 이럴까
    세월이 거꾸로 가는지 환장을 하였는지.
    분 바른 계집애들
    치마는 허벅지로 샅으로 자꾸만 올라가고,
    날궂이 살인마가 날뛰는 막다른 골목
    이 골목인가 저 골목인가.
    담배를 개비로 팔고
    술도 잔술로 팔고
    독한 추억에 취한 그네
    시큰한 옛 노래에 실어
    내리는 겨울비, 하염없이 늙은
    개는 콧등으로 쓰레기 더미를 뒤지네

     


    겨울비 / 하영순
     
    겨울을 부르는 궂은 비가
    진종일 추적추적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한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잠재우려는 듯
    대지는 어둠에 깔리고
    우산을 들고
    앞서 걷는 이 어깨가
    무척 힘들고
    무거워 보이는 이유가 있다면
    세월이 저 어깨위에 앉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일 거야

     


    겨울비 내리는 소리에 / 오정방

     

    한 밤에 깊은 생각

    이로서 잠못이뤄

    생각을 잊자하고

    방법을 찾자하니

    들리는

    겨울비 소리에

    고대 잠이 오더라

     


    겨울비가 오더니 / 강봉환

     

    소슬바람불어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져
    어느 덧 주룩주룩 때 늦은 장맛비 같은
    금방이라도 하염없이 적셔버리려는 듯
    창문 밖 빗줄기 유난히 세차게 내리는데

    떼 지은 박새무리 재잘거리듯 떠들어대며
    제각각 마른 풀,뿌리 물어 바삐 날라대
    추운겨울 나려는 듯, 둥지로 모아간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 피하듯 팔락거리며
    요즘 들어 유난히 까치와 함께 설쳐댄다.

    빈집에 홀로 남아 있는 늙은 할멈에겐
    긴긴날 소식조차 없는 자식, 깊은 주름만
    박새마저도 황망한 겨울을 알아챘다는 듯
    새 생명 기다리듯, 뽀얀 눈세계 맞이하고자
    총총히 서둘러 보금자리 마무리 하는구나.

     


    겨울비 내리는 숲 / 강효수
      

     

    빈 숲에

    차가운 비 내려

    속이 쏴 하니

     

    빈속에

    뜨거운 비 내려

    속이 쏴 하니

     

    불콰하니

    좋다

     


    겨울비 / 홍일표

     

    세상을 적시며

    닫힌 방안으로 사뿐사뿐

    뛰어오는 빗소리

    나직히 속삭이는 음성에

    귀들이 꽃피고

    시대처럼 구겨진 사내가 부시시

    눈을 뜬다. 겨울비의 조그마한 손들이

    유리창의 얼룩을 지우고

    가로수의 앙상한 어깨를 토닥이는 동안

    마른 가슴에서 툭툭

    벙그는 꽃.

     


    겨울비 / 유안진    

     

    목마름아

    겨울 찬비 맞고 맞아

    얼고 얼어서

    불이 붙어라

    불기둥 하나로 치

    솟아 불타거라.

     


    겨울비 / 박인걸

     

    가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몇몇 잎 새가

    겨울비를 맞으며

    힘들게 버티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려 살아온 시간들

    무너지기 싫어

    끝까지 견디었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삶의 한계를 느끼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운명의 시간 앞에서

     

    고독과 외로움의

    애처로운 몸부림에도

    차가운 겨울비는

    긍휼이라곤 없었다.

     

    끈질긴 빗줄기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초라한 잎 새가

    마냥 가엽기만 하다. 

     

     

    겨울비 / 김정호(美石)  

     

    밤사이

    아무도 모르게

    소리없이 내리는

    그대는

    내 사랑입니다

     

    빛깔도 없이

    투명한 눈물로

    살며시 다가와

    내 마음 흠뻑 적시는

    그대는

    내 그리움입니다

     

     

    겨울비는 아직도 / 장수남.

     

    갈색 숲

    바늘 끝에 매달린 긴 슬픈 욕망을

    꿰매는 젖은 새벽바람.

     

    12월의 겨울비

    너는 아직도 내리는가.

     

    갈색그림자 한 잎 구겨진 얼굴 땅에

    떨어뜨리고

    이골목저골목 더듬더듬

    버려진 세월을 모으고 있다.

     

    두 눈 부릅뜨면

    밟혀 찌그러진 종이상자

    뒤적이며 얻은 연탄 몇 장 쌀 한 되.

     

    리어카에 실린

    조각조각 쌓인 무거운 세월들

    독거노인의 빈주머니 채우기 전에

    영혼이 먼저 끌고 가

    허기진 배 채운다.

     

    홀로비친

    긴 태양은 하루를 접고

    검은 숲에 걸린 지친별이

    내뱉는 갈색 꿈

    오늘도 너와 나는 갈색 그림자 따라

    골목길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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