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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시작하는 새해에 관한 시모음<1> [새해 시] [신년 시]시모음 2022. 12. 28. 11:55
한해를 시작하는 새해에 관한 시모음<1> [새해 시] [신년 시]
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
서로의 속사랑에
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 주소서
생명의 생명인
우리네 영혼 안엔
사철 자라나는
과일나무 숲이 무성케 하시고
제일로 단맛나는 열매를
날이날마다
주님의 음식상에
바치게 하옵소서
새해의 시 / 김사랑
새날이 밝았다
오늘 뜨는 태양이
어제의 그 태양은 아니다
겨울 산등성이로 불어가는 바람이
지난밤에 불던 바람이 아니다
독수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날카로운 눈빛을
땅에 꽂았다
산양은 절벽의 바위를 뛰어올라
산정을 향한다
우리가 꾸는 행복은
내일을 향해 뻗어있고
사랑하는 심장은
겨울에도 장미처럼 붉었나니
이루지 못할 꿈은 어디에 있던가
나의 하루의 삶이
나의 인생이 되듯
흘러 지난 세월은 역사가 되나니
다시 나의 소망을 담아 꿈을 꾸나니
가슴은 뜨겁고
나의 노래는 날개를 매단 듯 가볍다
이 아침에 돋는 태양을 보라
이글거리며 타는 태양은
나를 위해 비추나니
고난 속에 시련이 온다해도
나 이겨내리니
그대 소망하는 바 더디게 올뿐
언젠가 다 이루어지리니
우리 함께 달려 가보자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 안희두
새해 새날 새아침
학교 운동장에
둥근 해가 떠오른다
날이면 날마다
웃음이 뛰노는 운동장에
둥근 해 품에 앉고 달려오는
보람이와 나래 그리고 …
3월에 입학하는 눈꽃과 새봄이도
삼배하며 그려본다
올해는 마주칠 때마다
한 움큼 사랑을 주자
때마다
한 아름 꿈을 주자
헤어질 때마다
가슴 가득 희망을 심어주자
서해, 서산이 아니어도
아파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밉살스런 영수에게
앙증맞은 지혜에게
다 나누어주지 못한 사랑을, 꿈을, 희망을
첫 다짐을
낙조에 실어 보낸다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한 해의 행복을 기도하는 마음 / 이채
밖이 시끄러운 것은
내 귀를 닫지 못한 탓이요
안이 시끄러운 것은
내 마음을 열지 못한 탓입니다.
당신이 못마땅한 것은
나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요
내가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은
나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끝내 미워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원망의 강물이 깊지 않기를
끝내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의 날이 예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누리고자 하는 평화는
사랑하는 마음의 진실에서 비롯될 것이고
우리가 얻고자 하는 행복은
털어낸 마음의 환한 미소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고자 하는 사랑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이슬방울 같은 것
당신과 내가 날마다 머무는 그곳에
하늘의 축복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 노경희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창문 넘어 환히 비치는 교회 종탑.
십자가를 보며,
마음 다해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오늘"
이 하루도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도록 도와주소서.
나보다 힘든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아픈 사람을 위하여,
외면하지 말고 마음을 다해 껴안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소서.
그리하여,
항상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항상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어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주님!
새로이 시작되는 이 한 해도
하나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주시어
주님을 만나게 하시고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주님의 말씀을 새기게 해 주시고,
믿고 따르는 마음을 주시어
주님을 섬기며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주님!
저의 이 작은 입술로도
주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용기를 달라고 깊은 기도를 드립니다.
새해를 여는 기도 / 오정혜
받은 상처는 예리한 매스가 되어 가슴을 후벼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리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 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남을 미워한 것 때문에 내가 더 미웠고
내 것이라 아등바등 할 때 가난해짐을 배웠습니다.
나를 부인할 때 내가 누구인지 보았고.
내가 죽어야 산다는 것 알았습니다.
남을 인정할 때 부유하다는 것 알았고.
남이 존재할 때 내가 있음을 아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남이 아파할 때 어미의 가슴으로 눈물 품게 하시고
남이 쓰러질 때 일으켜 세우는 아비의 굳센 팔뚝 되게 하소서.
미움, 시기, 질투에서 까마득히 도망치게 하시고
서로 모자란 것 채우고 느슨한 바보가 되어 구겨진 세상 피게 하소서.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나의 소망 /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가만히 귀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 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 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 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 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
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 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
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새해 / 구상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意識은
이성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忠直과 일치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勞動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祈禱는 나의 일과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신년축시 / 윤성완
오, 내 마음 같은 친구 유일한 벗이여
인생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열정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똑바로 뛰어가자고
삶의 얼굴은 흙처럼 유순하고 부드럽게 하고
삶의 마음은 지나가는 바람처럼 없는 듯 비워내고
삶의 지혜로운 눈은 늘 정직한 실천이라고.
오, 나의 고마운 친구 소중한 벗이여
사랑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진심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좀 더 많은 관심과 깊은 사랑으로 세상을 마주하자고
사랑의 얼굴은 달처럼 환한 미소 머금게 하고
사랑의 마음은 해처럼 둥글고 모나지 않도록 하고
사랑의 아름다운 진심은 늘 뜨거운 심장이라고.
오, 나의 절친한 친구 미소 가득한 벗이여
행복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행운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행복은 가장 낮은 곳에서 소리 없이 찾아온다고
어제 살아왔던 날들은 추억의 일기장에 적어놓고
오늘 살아갈 날들은 열정의 수첩에 빼곡히 채워놓고
내일 다가올 날들은 성공의 달력에 그려놓고
늘 깨어있는 삶으로 멋진 하루를 살아주게, 친구여.
설날 / 권영우
뒤뜰 청솔 더미에서 목욕한 해묵은 석양이
동쪽 하늘 붉은 때때옷으로 치장하고
대청마루에 새해 복(福), 한 광주리 걸어 놓는다
날마다 맞이하는 무덤덤한 햇살이
오늘 아침은
가난한 가슴에 부푼 꿈을 가득가득 안겨온다
섣달그믐 묵은 때를 열심히도 벗기시던
어머니는
밤새도록 지극 정성 차례상을 준비하셨다
설빔하는 어머니 무릎에 누워
자지 않으려 용쓰다 깜박 잠든
새해 새 아침 설날 어둑새벽
개구쟁이 동생이 찬물에 세수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넙죽 세배를 드린다
큰누나가 지어준 색동 주머니에
깜박깜박하시는 할머니의
손때 묻은 무지개 알사탕이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는 오늘은 설날이다
소식 없는 대처의 둘째형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애끓는 정성이 담긴
떡국 한 그릇
삼신할미에게 공양되는 오늘은 설날이다
동네 어귀를 들어오지 못해 망설이던
떠돌이새가
하얀 눈밭에 걸린 청솔가지에서 밤새 울다가,
일 년 365일 눈물로 지새운
어머니 치마폭에 용서를 비는 오늘은 설날이다
그렇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모든 걸 용서해주고 용서받고
그리운 가족 사랑을 주고받으며
정겨운 희망의 닻을 올리는 오늘은 설날이다
새해 아침의 비나리 / 이현주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해마다 주시는 새날이 온 땅에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하늘을 기르게 해주십시오.
우리 몸 속에 심어 주신 하늘 싹 고이 길러
마침내 하늘만큼 자라나
사람이 곧 하늘임을 스스로 알게 해주시고
칼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돈의 힘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부끄러운 성공보다 오히려
떳떳한 실패를 거두게 하시고
유명한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참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착한 일 하다가 지친 이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을 가슴 깊이 파주시고
쓰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에
길 떠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올해에는 하늘을 품게 해주십시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발 두발 세발
후회 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새해 새날은 / 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부터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歲)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연하장(年賀狀) /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 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아침의 기도 / 용혜원
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은
이 땅 어느 곳에나 비추이게 하소서손등에 햇살을받으며
봄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병상의 아픔에도
젊은이들의 터질 듯한 벅찬 가슴과
외로운 노인의 얼굴에도
희망과 꿈이 되게 하소서또다시 우리에게 허락되는 365일 삶의 주머니 속에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의 결실로 가득 채워
한 해를 다시 보내는 날은
기쁨과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이 해는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이들을
건강한 사람들은 아픔의 사람들을
평안한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손길이 되게 하소서
이새로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으로
이 땅의 사람들의 영원 향한 소망을 이루게 하시고
이 아침의 기도가 이 땅 사람들이
오쳔년을 가꾸어온 사랑과 평화로 함께 하소서
새아침에 /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永劫)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恨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새해 / 허남기
저 멀리 가물거리는 옛것을 보라
그 미력한 등잔불이 아직도
여명의 불씨로 남아있다
처마 끝 대롱대롱 매달린
산사의 풍경소리 보다 더 애처로운
끈끈한 인연의 번뇌를 모두 맡긴 채
군무하는 날개 짓 둥글고 붉게
한점 희망찬 새해가 솟아 오른다
수평선 솟아오른 붉은 태양
광활한 바다 위 희망의 빛 한 줄기
동행하는 아름다운 꿈 무동태워
세파에 긁힌 상흔을 어루만지며
맑은 산소 가득히 나신을 씻는다
무거운 번뇌를 털고 깨어나
새날의 안식처 사바의 세계로 간다
꿋꿋한 적멸 한 걸음 더 그날까지
새해 일기장엔 / 문삼석
새해 일기장엔
커다란 햇덩이 하나 먼저 그릴래.
은빛 햇살 하늘 가득 풀어놓고
푸른 산 병풍처럼 빙 둘러칠래.
그 안에 옹기종기
우리 동네 정답게 그리는 거지.
맑은 실개천도 돌돌돌 흐르게 하고
지느러미 고운 물고기도 몇 마리
요리조리, 헤엄치게 그리는 거야.
참, 푸른 바람 한 줄기도 잊지 말고
꿀처럼 달콤하게 그려 넣어야지.
그래, 새해 일기장엔
검정 같은 원색은 빼버리는 거야.
은은하고 부드러운 간색으로,
섞이고 어우러져 따뜻하게 살아나는
그런 색깔로 온통 채우는 거야.
무지개 일곱 빛깔도 좋을 테지.
이제 막 눈뜨는 어린 새싹들의
연한 연두 빛깔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은은한 색깔 속
이젠 우리들의 밝은 모습 그리는 거야.
덧니 하얀 순이의 세모진 얼굴에도
함박 같은 웃음꽃 그려 넣는 거야.
맑고 밝은 웃음색 죄다 끌어 모아
날마다 신나게 칠하는 거야.
그래, 그래.
너와 내가 함께 쓸 새해 일기장엔
햇덩이 같은 웃음색만 칠하는 거야
새해에는 / 양현근
새해에는 꽃이 벙그는 이유와
꽃이 아름다운 사연을 오래 얘기할 수 있게 하소서
이 땅 위에 더불어 사는 모든 사람들과
모국어의 향기를 같이 누릴 수 있게 하시고
바퀴벌레와 모기, 개미와 같은
하찮은 생명에게도 축복을 내려주소서
눈들어 보이는 것마다
우리들의 첫사랑임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생각들로 하여
오래 마음 아프지 않게 하소서
사랑하는 이들의 그리움은 올해도 끝이 없을 것이므로
따뜻한 위로의 말을 배우게 하시고
정녕 사랑으로 하여 고통받지 않게 하소서
밤을 새워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세상이므로
미움, 시기, 욕심, 절망, 분노와 같은
좋지 않은 생각들은 잠시 잊게 하시고
희망, 따뜻함, 파아란 하늘과 같은
마음에 와 닿는 단어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오래 전에 잊혀진 슬픔을 위해서도
가끔씩은 목젖이 아프도록 울게 하시고
질감 좋은 색조로 새벽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마른 들판을 건너 온 겨울바람에도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쓸쓸한 등을 보이며 흐르는 저녁강이
깊은 바다와도 만나게 하소서
따뜻한 한 그릇의 시와 포옹하며 뒹굴게 하시고
사랑하는 여인이 단단한 꽃으로 그 자리에 오래 피어있게 하소서
이름 모를 늙은 가수의 느끼한 랩송마저도 사랑하게 하시고
함께 청청한 목소리로 노래하게 하소서
얇은 월급봉투라도 좋으니 그로 하여 기죽지 않게 하시고
작은 베풂으로 인하여 오히려 빛이 나지 않도록 하소서
무엇보다 마음살에 돋아나는 욕심의 잔을 비우게 하소서
주님 !
신년기원(新年祈願) / 김현승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퍼지게 하소서!
새해엔 / 손희락
바람 불 때
흔들리지 않아야겠다
요염한 달빛,
마음 뺏기지 말아야겠다
나뭇가지 꺾어지고
잃어버린 나뭇잎 헤아리며
긴긴 밤, 가슴 아파 울어야했으니
긴 세월 맺은 열매 몇 알
더디 오는 주인 기다리는 동안
썩거나, 상실하지 않도록
보존해야겠다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은
새해 왔다고 지난날보다
껑충껑충 뛰어
열일곱짜리 풋 가슴 널뛰기로
하루 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
새해도 여느 여느 새해인지라
궂은 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
때로 그건 것들을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는
해와 같은 웃음소리 있을 터이니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쥔 양반과 다툴 때 조금만 다투고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눈을 부릅떠서
지지리 못난 사내 짓 고쳐 주시압.
에끼 못난 것! 철썩 볼기라도 때리시압.
그뿐 아니라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우리 집만 문 잠그고 으리으리 살 게 아니라
더러는 지나가는 이나 이웃이나
잘 안 되는 듯하면
뭐 크게 떠벌릴 건 없고
그냥 수숫대 수수하게 도우며 살 일이야요.
안 그래요?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예로부터 변하는 것 많아도
그 가운데 안 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 우리 아낙네들 크낙한 사랑이나 훤히 밝아지이다.
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훤히 밝아지이다.
한 해의 기도 / 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 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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