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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에 관한 시모음<7> [12월 시] [십이월 시]
    시모음 2022. 12. 14. 15:44

     

     

    12월에 관한 시모음<7> [12월 시] [십이월 시]

     

     

    12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점점 멀어져 가는 시간을 앞에 두고
    당신은 무슨 생각에 잠기시나요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멈추지 않고 걸어온 시간을 뒤로하고
    당신은 또 무슨 꿈을 꾸시나요

     

    날마다 정성스레 가꾸어 온 삶의 밭에
    봄날의 푸른 잎과 향기의 꽃
    뜨거운 눈물로 익은 보람의 열매를 기억하며
    등잔 같은 당신의 겨울밤을 위해
    마음의 두 손을 모으고 아늑한 평온을 기도합니다

     

    당신은 지금도 당신보다 추운 누구에게
    선뜻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지 않던가요
    당신의 마음으로 세상은 따뜻해요
    얼어붙어 깨질까 두려운 12월의 유리창에
    당신을 닮은 하얀 눈이 인고의 꽃으로 피어나는 계절

     

    또 한해의 행복을 소망하는
    당신의 간절한 기도에 귀 기울이는 동안
    나는 작은 물방울의 떨림으로
    얼지 않는 당신의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사막에서 길어 올린 한잔의 물이
    희망의 정원에 파아란 새싹을 틔울 것을 믿습니다

     

    허리를 휘감는 바람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당신에게
    은은한 위로의 차 한잔 건네며
    이 한마디 꼬옥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한해는 휼륭했노라' 라고..

     

     

    12월의 懇求(간구) / 김길리 

     

    전지전능하신 神(하나님)이시여

    오곡백과(五穀百菓)의 결실을 감사하여

    추수감사절을 보냈습니다

     

    올 한 해를 보내는

    이 마지막 달 12월은

    아기예수께서 오신 성스러운 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08 12월은

    그 어느해 보다 힘들고 어려워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 지구촌 전체가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우리나라 역시 매우 어렵습니다

     

    그로 인하여

    사회는 더 양극화되어

    소외되고 가난해진 이웃들이 더 많아 졌습니다.

     

    우리 들 주변의 이웃들이

    추위와 굶주림의 눈물이 없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돌아 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채워 주소서

     

    그들을 불쌍히 여기며

    도움의 손길을 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다 될 수 있게 하소서

     

    이 지구촌 위에

    가난과 질병의 고통이 없게 하시고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지구촌의 경제도 하루 속히 번창케 하여 주소서

     

    또한 성탄절(聖誕節)에 즈음하여

    미움과 증오의 태러와 전쟁도 없게 하여 주시며

    온누리의 평강과

    온 세계는 평화가 넘치는 기쁨을 누리게 하옵소서.

     

     

    그리움이 되는 십이월 / 송정숙

     

    십이월은 왜

    따뜻한 목소리가 그립고

    사랑을 받고 싶어지고

    사랑도 많이 주고 싶어지나

     

    십이월이 되면

    걸어온 길 돌아보며

    스쳤던 인연들이

    그리움이란 등불로 켜진다

     

    한번뿐인 인생을 생각하다

    나만 생각하고 베풀지 못 한 일

    무어그리 대단한 자존심때문에

    놓쳐버린 살가웠던 만남들

     

    우리 모두 모닥불 같은

    불씨가 살아나는 십이월

    그리움 가득한 눈빛이

    가로등으로 줄 서는 지금

     

    따뜻한 느낌의 수채화 한 점

    내 생활 문 앞에 걸도록

    미련과 아쉬움,정으로

    그리움이 되도록 하자

     

     

    십이월 살구나무 / 곽상희

     

    십이월 살구나무는

    사월이 오기 전 부터

    진작 꽃이 피었다가

     

    서둘러 꽃자리 비우고

    서둘러 열매를 맺는다

     

    유월 따가운 햇살 골라

    그의 몸 더욱 더 벙글거리고

    물과 빛의 장도(長刀)로

    까칠한 껍질 노랗게 밀며

    세상을 넓힌다

     

    사춘기의 흔들림 꾹꾹 참으며

    청춘의 꿈. 대. 울. 일으키는

    살구나무의 자랑,

    살고 탄탄해지는 아픔은

    축복이다, 어느 선교사는

    그가 있는 곳은 그런 것 없다고

     

    십이월 살구나무는

    첫눈 오는 날,

    사뿐사뿐, 삼월 꽃피는 소식 들리는지,

    더욱 힘차게 뿌리를 내린다.

     

     

    십이월의 나무 / 김대식

     

    유월의 푸름보다

    십이월의 앙상한 나무가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화사하게 꽃피운 봄 나무나

    열매 한가득 매달린 가을 나무보다

    풍요로운 열매 다 털어내고

    한두 개쯤 까치밥을 남겨둔 앙상한 겨울나무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때가 있다.

     

    미움도 때로는 사랑이라는 걸 안다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일 텐데

    그리움이 미움만큼이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걸 느낄 때

    미움도 쌓이는 정이라는 걸 안다.

     

    해마다 십이월의 앙상한 나무를 보면서도

    유월의 푸름만 흠모했지

    채우고 채워도 다 털어내야 하는 걸 아는데

    나의 쉰 해도 이미 저물었다.

     

    낙엽은 거저 버려지는 걸로만 알았지

    새싹의 밑거름으로 자양분이 될 줄이야

    오랜 풍상에 경륜이 쌓인 나이테가

    더 우르르 보이는 존귀하게 빛나는 거목들

     

    십이월의 나무가 유월의 푸름보다

    더 숙연히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십이월 / 공석진

     

    해가 저물도록 공복이니

    긴 밤 눈물로 지새우려네

    주섬주섬 길 떠나는 손님처럼

    쉬이 기억에서 외면하여

    고이 추억으로 남겨두려

    십이월은 정녕 아니리

     

    백치 무언극은 끝이 나

    극적인 반전은 없었네

    서둘러 장막은 다시 올라가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 속

    동장군의 머리채를 잡아채

    무대 복판으로 내달리리

     

     

    십이월 산책 / 황동규

     

    쥐똥나무 울타리 밑에서 주워든

    얼어 죽은 참새의 별난 가벼움,

    빈 뜰에서 싸락눈 맞고 있던

    철없이 핀 장미의 전신 추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자의 살짝 들린 둔부

    를 내리누르던 흑바위 같던 얼굴의 어둠,

    이들 때문에 하루를 흐리게 한 죄 없느냐 묻는다면,

    물으시는 분과 함께 골목길을 오르겠습니다.

    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물건만 잔뜩 문밖에 내논 쓸쓸한 가게들을 지나

    힘없이 싸우고 있는 두 여자를 지나

    줄기는 말랐어도 늙은 호박 하나 늠름히 앉아 있던

    지금은 비어 있는 슬래브 대문지붕을 지나

    시든 줄기 두셋 꽂고 잠든 꽃자리들을 지나

    쥐똥나무 울타리까지 가겠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것이 설레게 하는군요.

    쥐똥나무에는 여태 까만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십이월 / 양전형

     

    행인들이 이따금 어깨를 움츠린다

    언뜻, 가야 할 때임을 알아챈 은행잎들

    말없이 욕망의 손 내리더니

    무리 지어 허정허정 먼 길 나섰다

    아아 해마다 이맘때 도지는 지병

    내 안에서 세상을 앓던 수많은 단풍잎들

    줄줄이 떨어지는 병

    뼈끝까지 시려 온다 또다시 가야겠다

     

    그렁그렁한 눈물 탈탈 털어내며

    사람아 사람아

    가슴이 벌겋게 아린 사람아

    내 안에 들어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사람아

    어차피 세상살이는 눈물로 시작되는 것

     

    들찬 어깨에 동동 매달리며

    한사코 가지 않겠다던

    가랑잎의 허튼 맹세는 들먹이지 말자

    꽃잎이 늘 바람을 용서하여 왔듯

    우리도 한때는

    향기 그윽한 어느 꽃들이었듯

    쓸쓸한 세상 마냥 품고

    뒹굴며 뒹굴며 먼 길 가자

     

     

    십이월 / 윤고영

     

    대륙에서 불어온 일군의 저기압이

    중학동 골목안 냉기를 모두 데불고

    어데론가 떠나고 있다

     

    바람에 떠밀려

    바깥으로 쏟아져나온

    미이라들

    한해 끝날에서 마냥 서러운듯

    허공에다 손사래를 친다

     

    천년을 골몰하며

    시공을 넘어도

    아직 할말이 남았을까

     

    생멸의 그 언저리

    가고 오는 인연의 반복일텐데

    다시 되와야할 길을

    우리는 또 바람처럼

    떠나야 하나

     

     

    십이월 기온 / 정숙자

      

    함박눈

    풍경소리

    내 체온에 닿자마자

    저혈압의 빗물

     

    때때로

    막힌 채 뚫리는 밤아,

    무슨 일로 이렇듯

    소년의 무릎처럼 참신하냐

     

    발자국꽃 돌려 찍으며

    손가락 빠알가니 뭉쳐먹던

    눈달걀의 추억

     

    한 해가 또 인사를 하려는데

    북서풍에 내걸린 시선,

    뚜껑만이 푸른 삶에의 강요

     

     

    십이월에는 / 홍수희

     

    어서 빨리

    구유를 만들어야겠네

     

    구멍 숭숭 뚫린 바람벽에는

    진흙을 개어 덧바르고

    시종 부스럭대는 황소와 나귀에게는

    마른풀이라도 실컷 먹여야겠네

     

    어서 빨리

    구유를 만들어야 하겠네

     

    가장 깨끗한 지푸라기를 골라

    폭신한 잠자리를 만들어드리고

    아기 깨실라 십이월에는

    걸음도 살금살금 걸어야겠네

     

    부디 화려한 요람은 마다하시고

    무시 받는 구유에 누우시는 아기

    소외된 이 가슴에 누우시는 아기

     

    어서 빨리

    구유를 만들어야 하겠네

     

    거치른 기억은 곱게 다듬고

    모가 난 욕심은 둥글게 깎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금발의 아기

    편히 쉴 구유를 만들어야겠네

     

     

    십이월(十二月) / 김현승

     

    잔디도 시들고

    별들도 숨으면,

    十二月은 먼 곳

    窓들이 유난히도 다스운 달…

     

    꽃다운 숯불들

    가슴마다 사위어 사위어,

    十二月은 보내는 술들이

    갑절이나 많은 달…

     

    저무는 해 저무는 달,

    흐르는 時間의 고향을 보내고,

    十二月은 언제나

    흐린 저녁 終點에서 만나는

    그것은 겸허하고 서글픈 中年…

     

     

    12월의 기적 / 성백군

     

    앞이

    겨울이라 추울 텐데

    마지막 달이라 기회가 없을 텐데

    들녘이 그동안 채웠던 것들을 다 비워내고

    나무들이 옷을 벗는다

     

    항복일까 회개일까

    목숨 걸고 해 보자는 것일까

    1, 2, 3, 4, 5, 6, 7, 8, 9, 10, 11, 12월이

    순서라면

    12월 다음은 13월인데 1월이라니

     

    기적이다

    12월은 예수님의 죽음, 십자가의 대신 속죄고

    1월은 부활이다

     

    12월 31일,

    해의 마지막이다

    결단하자. 몇 시간 안 남았지만

    제야의 종소리 듣기 전에  완전 죽어 보자

    새해에 부활을 위해 우리들도 자연처럼

    12월의 기적을 만들어 내자

     

     

    12월 / 김안로

     

    여태 헛걸음만 하다가 한 발이면 건너뛰는 도랑 앞에 서다.

     

    國川을 낀 도회지의 밤안개가 야광(夜光)을 삼키고 토(吐)해 내는 곳에 무리분간(分揀)이 쉽지 않는 인파들이 굉음(宏音)을 지르며 구석구석 건물을 헤친다. 비스듬히 누운 건물 안으로 속도를 내는 바퀴벌레처럼 들어가서 잔뜩 배를 채우고는 누에 애벌레처럼 기어 나오는 모두는 그래도 靑春. 바이칼을 휘감은 大陸바람이 쏜살같이 南으로 달려오는 줄도 모르고, 갈색계절이 바람門을 닫아 걸고 떠날 때, 해는 이미 만동(晩冬)을 등에 업고 山을 오르고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서.

     

    송년의 열광(熱狂) 뒤에 처져있는 빛줄기가 길을 잃을 쯤, 한 발이면 건너는 도랑에 침출수(浸出水)가 흐른다. 한 해의 온갖 오물(汚物)이 山더미처럼 쌓였다가 스며 흘러 얼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폐허. 인간의 때는 사우나 下水場에만 고이는 게 아니다. 새우깡이 입안에서 바스락 거릴 때, 바나나 하나를 까먹을 때에도 人間은 곧잘 쓰레기를 배설한다. 끝내는 홍수가 되어 빠져 죽는 줄도 모르고.

     

    한 달 내내 기둥 높은집 안 뜰에서 고니처럼 괙괙 소리만 지르다가, 밤낮을 구분 못하고 씨가 萬 발이나 빠지도록 술만 퍼 마시다가,하도 바빠 고향의 어버이 생신도 忌日도 모르고 지내다가, 바다 한 가운데 계란만한 해가 子宮에서 탯줄을 끊고 축축하게 올라오는 꿈을 깨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드는, 한 발이면 건너뛰는 도랑月.

     

     

    12월의 벽 / 임영준

     

    그만하면 되었다

    손 벌리지 마라

     

    마냥 휩쓸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잔뜩 쌓는 것만이 정석이 아니다

     

    깔끔한 마무리에

    주눅 들지도 마라

     

    이 골이 아니라도 잠들 수 있으리니

    별똥별이라도 함께 앙망할 수 있으리니

     

     

    12월의 엽서/ 오애숙

     

    12월의 저물대 앞에서 숙연해 지는 이 현실

    수박 겉핥기 식 삶이 목표물과 상반 된 까닭

     

    현실의 문 냉혹하기에 누에고치가 세상 밖에

    나오기까지 꿈틀 대던 그 마음 품고 달리려고

    매순간 백미터 달리듯 쉴 틈 없는 현실의 시각

    분초 쪼갠 가쁜 호흡 맘에 너울 쓰고 가고있어

     

    가을 날의 풍성함 뒤로 저마다의 서글픈 사연

    옹이진 맘 달랠 틈 없이 고지 향하여 달려가니

    끝내는 목표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가고있어

    올 한해 겨울 햇살 속에 윤술 반짝거릴 기대로

     

    [인내는 쓰나 그 열매 달다] 그 끈을 놓지 않고

    우리 끝까지 포커스 목표물을 향해 달려가며

    승리의 깃발 펼쳐 함박 웃음꽃 만발하게 웃고

    사랑의 손길로 주변을 향해 내 밀어 봅시다요

     

    내 그대여 우리 함께 사랑과 격려 맘속에 품고

    수박 겉햝기 아닌, 끝까지 최선 다하는 삶으로

     

     

    12월의 기도/ 지소영

     

    산촌 호수에 드리운

    한 해의 긴 그림자

    뽀오얀 모시 적삼 접어 말듯

    하나 둘 포개면

     

    백설 얹힌

    우뚝 선 산 봉우리

    엉기었던 희노애락

    묵묵히 덮으며 재운다

     

    돌아 보면

    길고 짧았던

    웅성거린 삶의 음표들

     

    슬픔 길었다 하자

    웃음한 날 아침 이슬로

    반짝였다 하자

     

    두런 두런

    어깨 겨누던 정

    때론 짓궂던 긴 여정의 터널에서

    알수 없던 파문으로

    물결 되어 번지면

    마음도 흔들

    파도가 되기도 했다

     

    해구름 덥썩 긴 비로 두들기면

    함께 맞아 아프기도 했지만

    모두

    휘어진 등 아래 내리고 묻으며

     

    12월 하얀 입김에

    모아지는 두 손

    추위에 떠는 영혼에게

    따스한 불씨로

    다가 가고 싶다

     

     

    12월의 기도 / 이임영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내디딘 자취

    어느 것은 바람에 쓸려가기도 하고

    또 뚜렷한 흔적으로 돌이켜지는 것도 있습니다

     

    어느 날은 눈부신 설원처럼 밝은 날도 있었고

    눈보라 속에 시야가 가려

    방향감각을 잃은 적도 있었습니다

     

    행복했던 어느 시점에서

    삶의 반열이 올려지기도 했고

    한때는 나를 당황하게 했고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지난 기억들

    돌아보면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수확의 광주리는 결실로 채워진 것도 있고

    가득 담겨있다가 바닥이 드러난 광주리도 있었습니다

    재산처럼 귀한 새로운 만남도 있었고

    납입기간을 놓쳐버린 고지서처럼

    갚지 못한 마음의 빚도 있었습니다

     

    빛을 제대로 알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줄 아는

    영민한 눈이 있기를 바라며

    나눔의 아름다움을 깨우칠 수 있고

    무엇보다 실천하게 할 수 있기를

    조용히 두 손을 모아봅니다

     

     

    12월이야기 / 이희정

    하얀 눈 하늘에서 내리고
    사랑은 너와 나 가슴에서 태어나고
    모두가 축복인 이 시간을
    사랑이라 말할까요
    다시 올 기약이라 쓸까요
    거리에는 네온 불빛 휘황하고
    이별 노래 떠 다녀도
    우리에겐 시작인 은총을
    부디 잊지 말아요
    부디 잊지 말아요


    세찬 바람 빈들에서 불고
    만남은 너와 나 눈빛에서 생겨나고
    모두가 기쁨인 이 저녁을
    그리움이라 말할까요
    오래된 약속이라 쓸까요
    창가에는 따스한 등불 걸리고
    보내는 마음 아파도
    우리에겐 새로운 언약
    영원히 간직해요
    영원히 간직해요

     

     

    십이월 / 조남명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외로움 한 장

    숫자들이 작별을 걱정한다

     

    일월을 만났을 적

    십이월 생각해야 했다

    훌쩍 지나는 한해 꽁무니

    다른 해 줄서서 들어온다

    없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것

     

    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창조하고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이어온다

     

    세상의 덧없는 것들만

    유한有限을 안타까워 할 뿐

    세월은 안중에 없는 채 공전을 떠난다

     

    나는 올 한해 어땠는가

     

    새해엔 찬연한 새 빛 맞아야한다

    문밖에 신난 개들이 닭을 쫓아내려

    안달하고 있다

     

     

    12월이야기 / 이희정

    하얀 눈 하늘에서 내리고
    사랑은 너와 나 가슴에서 태어나고
    모두가 축복인 이 시간을
    사랑이라 말할까요
    다시 올 기약이라 쓸까요
    거리에는 네온 불빛 휘황하고
    이별 노래 떠 다녀도
    우리에겐 시작인 은총을
    부디 잊지 말아요
    부디 잊지 말아요

    세찬 바람 빈들에서 불고
    만남은 너와 나 눈빛에서 생겨나고
    모두가 기쁨인 이 저녁을
    그리움이라 말할까요
    오래된 약속이라 쓸까요
    창가에는 따스한 등불 걸리고
    보내는 마음 아파도
    우리에겐 새로운 언약
    영원히 간직해요
    영원히 간직해요

     

     

    십이월의 나무 / 이성두

     

    잃은 듯 잃지 않은 듯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휘돌아가는 강물처럼

    허리에 절취선의 띠를 두른 채

     

    그렇게 바람은 엉엉 소리를 내며

    세월은 지나갔다

     

    붉은 꽃과 푸른 잎맥의 질문을 낙엽으로 남긴 채

    나무와 바람이 마주 보고 선 십이월

     

    어디선가 캐럴송 한자락이 선뜻 그리운

    세상의 골목길들 송년으로 저물어 가고

     

    늦은 햇살처럼 길고양이의 뒤를 따라가다

    문득 되돌아보는 바람의 노을 젖은 눈동자

     

    미끄러지는 기억들을 주섬거리며

    가랑잎이 헐렁한 지상을 쓰는데

     

    인연은 가혹한 흔적을 남기고

    남은 서른 날의 십이월이 나를 부축한다

     

    잃은 듯 잃지 않은 듯 세월은 포개지고

    허리에 절취선을 두른 채 내가 서 있다

     

     

    12월 / 노현숙    

     

    낡은 베란다의 문은 닫혀 있다

    닫힌 문 안에서

    다시 활짝 열어 젖히며

    서로의 옷을 벗어 부칠 때

    침묵으로 감아버리고 싶은

    섣달 그믐날

    나즈막한 지붕 아래

    달빛이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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