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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9> [12월 시] [십이월 시]시모음 2022. 12. 14. 16:01
12월에 관한 시모음<9> [12월 시] [십이월 시]
12월의 기도 / 박희홍
의지하던 열한 친구가
모두 떠나버려 달랑 혼자 남아
파르르 떨고 있는 너를 보니
가버린 친구들이 자꾸 그립다
따뜻한 솔잎차를 앞에 두고
오순도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지나간 날이 스쳐 간다
구세군의 종소리
자선냄비가 한가득 넘쳐나
텅 빈 가슴 넉넉히 채워 줄
구원의 소리처럼 들리니
정녕 시린 손 덜컥 붙잡아 줄
가슴 따듯한 이웃이 오는 소리다
신이시여!
당신은 언제 오시나요
자애로운 손길 기다리고 그리워함이
설마 죄가 될망정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 녹여 달라 빌어본다
12월의 기도 / 이경화
그리움에 지쳐 허기진 마음에
운명처럼 따스한 바람이 찾아오면
난 살며시 두 손을 모으겠습니다
추수가 끝난 빈 들녘
이른 겨울 아침 하얗게 내린
맑고 깨끗한 서리를 닮은
순수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그대를 맞이하게 하소서
겨울을 이겨낸 뜨거운 가슴으로
꽃봉오리 밀어 올리는
매화 같은 열정을 주시고
맘에 때가 끼지 않는
온전히 맑은 눈빛으로만
그대 바라보게 하소서
긴 겨울 얕게 뿌리 내린 보리가 가여워
밤새 따뜻한 솜이불이 되어주는
함박눈처럼 속 깊은 정으로
그대 만질 수 있게 하시고
오로지 서로의 진실한 입술로만
애절한 사랑의 노래 부르게 하소서.
섣달 보름날 / 박얼서
이틀째 흐느끼던 눈발이 멎자
만월(滿月)이 얼굴을 내밀었다
책장을 덮고, 눈을 꼬옥 감아도
시린 달빛에 잠 못 드는 이 밤.12월의 독백 / 김이진
첫사랑의 설렘처럼
12월의 아침을 맞이합니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가슴 속 서랍에 담아둔 그리움은
그녀의 숨결처럼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검정 비닐 속
새색시의 수줍음일까
얼굴을 붉히는 빨간 홍시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예쁜 접시에 홍시 하나가
엄마의 따뜻한 사랑 머금고
겨울아이를 달콤하게 안아줍니다
12월의 가슴에
하얀 그리움으로
또 하나의 추억을 그리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랑처럼
엄마가 타준 따끈한 커피처럼
날마다 기쁨과 감사의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삭(滿朔)의 12월 / 전병일
한해의 끝자락
보내는 아쉬움
그 일정들 가지가지 도배가 되었다
좋은 날 서로 잡아 찜해놓고
겹치는 일정은
정이 많은 쪽으로 간다.
연초부터 열심히 달려온 시간
만삭이 되고 보니 매듭지을 일 너무 많다
가벼운 달 정처 없이 방황하다
만삭이 된 이 몸에 너무 많은 일을 준다.
출산일 앞두고
맺어야 할 일들은
끝이 아닌
새로 태어남이다
12월의 뒷모습 보며 / 정상화(鄭相和)
양떼구름처럼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에 자지러질 때쯤
산을 휘감은 다랭이 천둥지기에
꿰맬 수 없는 상처가 생기고
농부는 종일 물지게를 진다
이른 새벽 생기 감도는 벼를 보며
떨리는 가슴으로 땅을 어루만졌던
순간의 기억...
날은 춥고 쪼그라든 호주머니에
삶이 위협당한다고 짐승이 될 순 없어 힘겹게 걷고 있는 사람들
詩는 표현을 다하지 못하고
표현은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웃고 있는 꽃의 속내를 어찌 알까 마는
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돼지 저금통 배라도 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
갈증 축인 벼의 생기는 희망이니까
십이월의 기도 / 이문희
기해년도 텅 빈 자리에
혼자 붙어 펄럭이는
십이월입니다
십이월앤
성야聖夜에 울러 퍼지는
사랑의 종 소리
시린 가슴 안아 줄 따듯한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늘 채워도 채워도 배고픈
가난과 외로움에 떠는
한숨과 눈물 닦아주는
불빛이면 좋겠습니다
황량한 동토에 평화와 사랑
갈망하는 가슴 가슴 마다에
사랑과 기쁨의 꽃씨를
심어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소중한 고운 임
시린 손 잡아
언 가슴 녹여주는
사랑의 손길 이어지는 참
따뜻한 12월이길 기원합니다
12월 배밭 / 이성진
지난 봄
늦은 밤까지 연정을 품었던 배밭에는
점령군들 콘크리트 암벽이 경계를 맡았고
보름달 부끄럽다 속살거리며
활활 타올랐던 정분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살아서
배꽃같이 은은한 사랑 못하는 사람들
포크레인 단단한 이빨로 겁탈한 자리마다
피흘리는 뿌리 온통 아우성이다
모처럼 찾은 12월 배밭
더는 보름달 부끄럽지 않아도 되고
살아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황망한 새장 속으로 들어 간다
봄날
소복히 부려진 배꽃에
얼굴 붉을 일 없어지고
12월의 일기 / 천준집
딱 한 장 남은 달력이
지난 일년을 돌아 보게 하는 달
꽃이 피고 나뭇잎 물들 때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고
그립지만 당신이 있기에
울지는 않았습니다
문득 그리운 마음에 뒤돌아보면
세월은 벌써 저만큼 지나가고
지나온 세월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나는 지금 마음에 일기를 씁니다.
내 뜨거운 정열로 누군가의
찬 가슴을 녹일 수 있다면
누군가 나를 걱정 해주고
나 또한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12월이 되고 싶습니다,외로운 12월 / 사방천
외로이 벽에 걸려 하늘거리며
석양에 넘어가는 세월만 바라보고
서러운 듯 주인만 바라보며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소리 없이 흐느껴 울고 있네
동장군 북풍을 몰고 와
외로이 울고 인은 12월을
몰아치니 가기 싫어도 떠나야
하는서러움에 통곡한들
어느 누가 알아주랴
주인은 작별하듯 몰아내며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12월의 시 / 구상나무
12월엔 산속 깊은 곳
장작불로 방 따뜻하게 지피는
하얀눈 소복히 쌓인 산골짜기 산막으로 가고싶다.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나무 장작 한토막 한토막을 불속에 집어 넣으며
정답게 이야기 나누었던 그리운 모습들을
훨훨 타오르다가
숯이 되어 이글거리는 불꽃 속에서
하나 둘씩 떠 올려 보고 싶다.
날아가는 새들에게도 말 없이 서 있는 나무들에게도
12월이, 1월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는 못 하겠지만
깊어 가기만 하는 어둔 밤길 따라
아궁이 속 사그러지는 숯불 속에 묻어 둔
하나, 둘 구워지는 구수한 밤톨처럼
살며 느꼈던 정들을 한겹 두겹 벗겨 내며
내 눈길 속에 다가오는 사람들의 따뜻했던 인정들을
다시 한번 생각 하면서
새해에는 나도 그들에게 따뜻한 장작 숯불처럼
참 인정 많고 서글서글한 좋은 사람이였었노라고
기억 되었으면 좋으련만
12월은 그렇게 조용히 저물어 가는구나.
12월 / 문계봉
이제 이곳은 겨울, 몇 사발의 그리움과
서너 개의 소문들로 견뎌야 하는 계절
이미 들판 여기저기선 불이 오르고
창문마다 방풍(防風) 비닐이 쳐졌는데도
겨울은 선뜻 마을로 들어와
가난한 살림들을 위협하지 않는다
아는 것일까 12월
떠날 것들 이미 다 떠나고
이곳엔 살 부비는 사랑만이 남아 있음을
하지만 무엇인가 이 마음,
모든 것들이 숙면을 준비하며 분주한 이때
자꾸만 돌아보며 흔들리는 마음,
새해가 오고 다시 싸락눈 뿌리며
최후로 겨울이 떠난다 해도
잘 가라 손짓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이 마음은.
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어느덧 이 한해도 다 지나가고
이제 쓸쓸한 겨울 찬바람 많이
내 곁을 스치는구나,
좋은날 굿은 날 그 풍파 이겨내고
이 해의 마지막 종착역에 다달아 왔구나
아파하던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좋았던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이제는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내 마음에 석양이 물들어오니,
이해의 마지막 끝자락
오늘도 분주히 하나하나
정리를 해 본다.12월의 향기 / 이종숙
눌러 놓았던 세월
날개 털듯이 털면서
마지막 달을 바라봅니다.
늘 하는 12월의 다짐
쓴웃음으로 아쉬움에
미소 짓습니다.
숨차게 달려온 마직막 달
새해라는 희망을 손에 쥐고
속삭입니다.
정을 나누는 이들에게
안부를 물어보고
심신을 전해 주는 향기 나는 달입니다.
12월은 모든 사람들이
축제하는 마음으로
웃음을 담아 주는
온화한 그릇이면 좋겠습니다.
12월의 기도 / 정설연
12월 저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안에 켜는
그렇게 고마운 겨울 저녁 되었으면 싶고
나와 함께 내 마음에 살아가는
고마운 인연들을
생각하는 시간도 내어 주십사 기도합니다
소리없이 쌓이는 하얀 눈의 고요를 닮고
가볍게 날리는 하얀 눈을 닮아
삶의 애증과 집착을 벗는 가벼움을 닮고 싶고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루고자 하는 희망을 향해서
고요히 흐르게 해 주십사 기도합니다
내 것이라고 울타리 치는 세상
함께 누림으로 그 울타리를 거두는
그렇게 고마운 겨울이 되었으면 싶고
숨은그림 찾듯 삶 속의 감사함을 찾고
우리가 놓칠지 모를 아름다운 의미들을
찾아 낼 수 있게 해주십사 기도합니다
12월을 열며 / 정종명
새해 꼭두새벽 붉게 용트림하는
태양 바라보며 소박한 소망 세웠다
중년의 우직한 황소걸음 걸었는데
지나온 시간은 사슴 같은 청년의 속도로
달려온 이 느낌 아이러니하고
한 해 허투루 살지 않으려 성취할
몇 가지 계획한 일, 어디쯤 와 있을까
점검하고 마무리할 시간 12월을 열어젖혔다
우주 만물도 한 해의 갈무리로 분잡한데
난 몸뚱이 하나 근사 못해 떡잎처럼
낙오된 지난날이 야속하고 살아갈 날이 두렵기만 하고
어둠 속에 밀쳐둔 갈고닦아야 할
소중한 보석 다듬어 풍요로운 삶에
한 축이 되도록 돼지 꼬리처럼 꼬여
짧은 12월 부산을 떨며 최선 다하자
나름 살아온 열한 달을 뒤돌아 볼
시간 미흡한 것 반성하며 꼭 이룰
소원 챙겨 후회없는 섣달을 살리니.
12월의 시(詩) / 홍윤숙
내가 집을 떠날 때집은 여명(黎明) 속에 빛나고
포도밭은 이슬에 젖어 있었다
바람은 숲 속에색색의 꽃을 피우고
밤은 은밀히 새벽을 차리는
별들의 찬란한 식탁(食卓)이었다
나는 철없이 노래하고 마시고 잠들었다시간은 아름다운 칼을 갈아
곳곳에 복병(伏兵)을 숨겨 놓고
한 밤을 밝히던 황금의 촛대와
삼천(三千)의 꽃송이를 쓰러뜨렸다
십이월(十二月), 한랭(寒冷)한 제국(帝國)에쓸쓸히 운명하는 수만의 병사(兵士)
사살(射殺)된 여름
죽은 미래(未來)들
마지막 전선이 무너지는데
누구인가 그 속에 홀로무너진 제국(帝國)의 밤을 지키고
죽은 여름을 다스리는 이
마지막 남은 이침묵의 나그네
겨울의 주인이신
맨발의 분
내가 아직은 만나보지 못한 분문 밖에 서신 분
12월, 한랭(寒冷)한 제국(帝國)을
다스리시는 분
12월의 편지 / 이철우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2016년
넘어지고 다쳐가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다달으니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나에 발목을 묶어놓고 싶은 마음뿐
생각 할 틈도 여유를부릴 시간도 없이
또 한해를 보내야 한다니
아쉬움만 가득할진데 2016년 일기장만
한쪽.두쪽 펼쳐보게 하는구나
마중과 배웅만 되풀이 되는 삶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하거늘
과연 난 무엇을 버렸는가
내 일기장엔 무엇을 적고 무엇을 지워쓸까
숲과 함께 걸어야 한다는거
살아야 한다는거
모두가 다 소중하다
수많은 세월을 잊고 살아온 인생
분명한 것은 비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며 걷자
이제부터라도 비우고. 내려놓는 것에 대해
실천을 다짐하면서 12월을 보내자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면
마음의 문을 활짝열고
오늘에 아침을 살짝 들여다보며
시작 하겠지
조금만 더 마음의 문을 열자
얼마나 더 걷고 걸어가야
비우고. 내려놓는 마음에 문이 열릴까
걷다보면 먼저 욕심의 문이 열리니
서글퍼지는 마음뿐이다
인연으로 맺은 작은 만남
고작 그것뿐인 삶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서로 사랑하며 서로 보듬어가며
더불어 함께 숲길을 걷고 싶다
내년에도....
12월의 겨울밤 / 박광호
매운바람
눈보라치며
갈대밭 휘젓지만
초승달은 무심한 듯
만월의 꿈 키워간다
만월이 일그러질 땐
올 일년이 다 가는데
심야에 잠든 세상
삭막하고 외롭구나
금년보다 내년은 어떨까
아픈 흔적 애써 지우며
신년을 바라보는 마음은
엄동에 봄을 그리는
나목의 꿈과 같도다
생과 사
단절 없는 역사속에
또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움츠려 감내와 인고를 익히는
겨울이 무겁게 무겁게 깊어간다
12월의 소망 / 정태중
축복의 눈이 내리고
12월의 겨울은 웨딩마치의 노래이다
강산이 변하고 또 변하고
부대끼며 견디어온 세월
하늘에 변하지 않은 별자리처럼
언제나 그곳에서 반짝이는 별을 가슴에 않는다
인공 호흡기에 매달린
초라한 인생길
그 길위에서 이정표가 되어 준
별하나 가슴에 않고 살아온 시간
더는 외롭지 않게
가슴 시리지 않게 기도 합니다
행복은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에
어렴풋한 기억 저편에서 들려오는
웨딩마치의 노래 찾아
긴 시간의 맨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12월에 바라는 소망 하나
당신의 길위에 흔들리지 않고
별이 빛날 수 있도록 마음 편히 하고 싶습니다.
섣달의 구름 / 이원문
춥던 며칠이
봄 같이 따뜻 하고
섣달도 기울어
그믐이 다가 온다
이 그믐 지나면
초하루에 보름인가
그러면 그 며칠 후
봄 소식 들려 오고
하루가 긴 것인지
일년이 짧은건지
절기 안의 그 많은 날
달력 따라 넘겨지니
구름 지나 가는 듯
흘러 가는 시간
빠르다 하는 일 년
또 한 달이 지워지나
느리다 하는 하루
시간이 밀어대니
이렇게 빠른 일 년
누가 아는 세월인가
12월의 기도 / 주선옥
타인의 헛점을 보려던
못나고 오염된
이기적인 허물을 벗게 하소서
정초에 심중깊이
서슬 푸르게 품었던 각오들
다 이루지 못한 나태의 껍질을
세상을 탓하며
치기어린 넋두리로 주절거린
습관된 일상의 불만 투성이를
아프고 시린 삶의
우중충한 그 기분 별로인
상처어린 핏빛 비늘들을
한겹씩 벗어 버리고
잠자리가 눈부신 날개로
창공을 날아 오르듯
흙탕물에서 향기롭게 피는
연꽃의 맑은 정기를 닮은
온전한 자신으로 당당하게
새로 돋는 날개를 달고
새해에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날아 오르게 하소서
12월 속에 피어나는 희망 노래 / 오애숙
아쉬움 물밀듯이 다가와 손짓하나
짓눌러 밀어 넣는 쓴미소 날리고파
오늘을 가슴으로 화알짝 여는 마음
한겨울 나목의 숲 벗어나려는 마음
나에게 아직은 해야 할 일들 있기에
하얀 눈 송이처럼 꿈의 동산 만들리
새로운 맘으로 한해 동안 힘들었던것
12월 창 앞에 털어 가슴에서 삭이고서
잘못된 소소한 것 바로 잡아낸 겸허함
십이 월
송이송이로
가슴속에 피우리
12월에는 / 이동백
한해를 정리하는 마지막달입니다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아름다운 마무리로
미련 같은 거 남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고 간 우정과 사랑엔
고마움과 감사가 묻어나고
베풀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로
함께 어울려 웃음꽃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동안의 희로애락도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훈훈한 온기로 눈을 녹이듯
오래 기억되는 여운만 남겨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뿌린 씨앗 정성으로 거두고
마무리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듯
좋은 씨앗을 간직 한 채
하얀 눈이 내리는 정겨운 풍경이면 좋겠습니다.
섣달 그믐 / 김사인
또 한 잔을 부어넣는다
술은 혀와 입안과 목젖을 어루만지며
몸 안의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
저도 이젠 옛날의
순진하던 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뜨겁고 쓰다
윗목에 웅크린 주모는
벌써 고향 는 꿈을 꾸나본데
다시 한 잔을 털어 넣으며
가만히 내 속에 대고 말한다
수다사(水多寺) 높은 문턱만 다는 아니다
싸구려 유곽의 어둑한 잠 속에도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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