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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4> [폭설 시] [눈 시]시모음 2022. 12. 13. 20:40
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4> [폭설 시] [눈 시]
폭설 / 도종환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려 나갔지오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러 나갔지요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먼지를 털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내 가슴 속
빈방을 새로 닦기도 했어요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사랑 누군가에게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기보다는
소리없이 내려서 두텁게 쌓이는 눈과 같으리라 느꼈어요
함박눈 / 김광석
가로등 불빛사이로
은은하게
함박눈이 소복소복
자연이 주는 선물이
사랑잃은 나무에
상고대 피어
겨울꽃 어여뻐라
어머니 영혼 함박눈 되어
하얗게 하얗게
백옥같은 따뜻함이
그리움 으로 내려오니
평화의 땅에
축복을 내려시어
서로 사랑으로
온누리에
행복 충만 하소서
폭설 / 김주은
로또 복권
해발 1,860m에 비견되는 카타르시스
평화로운 미래가
시원한 풍광과 깎아지른 빌딩 귀로 넘나든다
창 밖 백색지대 나비 눈꽃
황폐한 빙벽에 숨어버린 불씨
구원의 유일한 출구
누구나 원하지만
육일간의 사투
길잃은 낯선 방문객의 경우처럼
끈질기게 착각하는 공허한 미래, 우물 속의 심은아 귀신떼
아아, 올 겨울 오른편 마지막 자궁
감히 어리석은 돼지에 비견되는 사각 진주
제 2의 버유다 산악 지대여,
철없는 위험한 사랑이여,
이제 벗어나야 한다
꽝-
허공의 호러 폭설, 휘날리다
폭설暴雪 / 오정방
*
폭설이 계속되니
천지가 새하얗다
설국이 어데멘고
여기가 거길런가
이대로
살아라 하면
실성하고 말겠네*
영하의 기온에다
설상에 가설인데
갑자기 궁금하다
끊겨진 새소리가
사람도
이러할진데
날짐승은 어떨고함박눈 속에 눈을 맞추다 / 권옥희
첫눈 치고는 함박눈이다
언제나 첫입맞춤은 벅차지만
사랑이 익으면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느낌도 강하다
서로 묻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들
함박눈 속에 눈을 맞추다
눈꽃 속의 표본이 되어간다.
大雪 / 편부경
널 처음 만난 건
간성 못미처 돌배가든 부근
신발끈 꽁꽁 동여매고
반짝이는 눈빛은 충혈되어 있었네
억새 혼자 냉가슴으로
미동도 않을 때
나무에 걸터앉아 날 바라본 건 너였네
그날 밤 넌
나보다 술이 세더라
새벽까지도 퍼부을 작정이었지
한발짝도 허락지 않던 얼큰한 분노에
난 잠들 수도 없었네
비틀거리며 속초 지나 봉포 아야진에 갔었네
작은 배들 움츠리고 어깨를 떨던 사이로
네가 잠시 사라지고 난 아무래도 좋았네
백도를 돌아나온 파도가 청간정 절벽에서 부서질 때
기억으로는 그쯤이었네
마지막이다
시작도 없을 거라며 우린 우리의 이름으로
숙박부를 기록했네 한가롭고 격렬하던 한 때
잠잠해진 어깨 너머로 바다가 육지로 오르는 걸
처음 보았네
마지막은 어디쯤일까 네 안에 갇힌
나의 네 안에폭설 / 박인걸
100년 만에 큰 눈이
서울에 내린다는 뉴스를 들으며
하염없이 쏟아지는 소낙눈이 마냥 즐겁다.
현대 문명의 오만함을
납작하게 눌러서도 아니고
사납게 달리던 자동차들을
설설 기어가게 해서도 아니다.
심층 저변에 억눌러 놓았던
동심의 용암이 분출하기 시작해서다.
산촌을 뒤 덮은 새 하얀 눈은
사람들 마음까지 염색을 했고
살구 꽃 보다 더 고운 눈송이는
죽은 나무에 까지 꽃을 피웠다.
세상은 온통 솜이불이 펴지고
구름 위를 뒹구는 듯 나는 행복했었다.
함께 뛰 놀던 누렁이와
눈싸움 하던 단발머리 시골소녀
잉걸불에 익던 꿀 고구마 향기
저녁밥 짓던 굴뚝 연기
인적도 뚝 끊긴 고즈넉한 마을
내 어찌 그것을 잊을 소냐.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첫날 밤 만큼이나 설레고
옛 친구한테서 전화라도 올 것 같아
행복한 피가 가슴을 흔든다.
함박눈 / 권오범
이마가 검게 훈제된 송판 붴문 열고
여남은 걸음 돌아
감나무 아랫도리에 개숫물 철퍼덕
갈증 달래주던 엄니
나보다 나이가 많다던
고향 부뚜막 설거지통이
진저리치게 그리워
아까부터 겁나게 헤맨 상념 속
맞은편짝 잘난 유리빌딩
어수선하게 지워지는 사이
유리창이 콧김과 정분나
은근슬쩍 낳아놓은 민화투 실루엣
그래 맞아, 언젠가 그런 날이 있었지
사소한 목단 열끗 따먹고 행복에 젖어
꽃 만큼이나 환하게 이 마음 헤집어놓고 떠난 너
그래, 잘 산다는 네 소식이려니
大雪 후 / 김경윤
연 사흘 내린 눈으로
땅끝 가는 길도 광주 가는 길도 모두 막혔다
그날의 눈은 계엄군보다 무섭게
모든 마을과 길목을 얼게 하고
지붕들과 들판을 덮고
잦은 정전으로 귀와 눈을 막아버렸다
섬으로 가는 배들도 닻을 내리고
청해다방의 석유난로는 붐비는 사람들의 훈김으로
심지를 낮추어도 좋았다
땅끝여관에 든 장꾼들은 봇짐을 풀지 않았고
떠돌이 목수들도 연장대신 화투패를 돌렸다
밤이 깊을수록 거칠어진 눈발 속에서
얼지 않는 바다만 밤새 뒤척였다
세상이 일순 흰 이불 속에 잠든
그 사흘 간의 낮과 밤이 지나고
새로 맞은 아침은 갓난애기의 귓볼처럼 눈부셨다
참으로 황홀한 정지의 시간이었다
일생에 한 번은 꼭 이런 아침을 볼 일이다
함박눈 / 차성우
함박눈 우수수
꽃잎처럼 떨어지면
옛날에 그대가신
산길을 보았지요.
송이송이 함박눈
들길에 춤추면
날두고 가신 그대
하도 그리워
눈 오는 꽃길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暴雪 내리던 날 / 김종구
...그리하여
瀑說 내리던 날...
친구와 밤늦도록
더러운 세상 술잔에 채워 마시고
하얀 눈 위에 새겨진 내 발자국이
문득, 불쌍하게 여겨질 때
내가 눈 위에 발자국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눈이 내 발자국을 오히려 감싸 안으며
그래, 참아라
그래, 참아라 눈은 내리고
둥글둥글 살지 못해
가운데가 오목한 발자국, 허기져
둥글지 못한 발자국을 덮어주며
그래, 용서해라
그래, 용서해라 눈은 내려
한없이 들려오는 그분들의 말씀들이
어느덧 나를 덮어
그날의 瀑說을 잊혀가고 있는 것 이었습니다
폭설에 / 한택수
한 생애가 끝난 다음
마침내 바닷가에 와 닿는 파도처럼,
옆구리에 화살촉이 박힌 채 바위를 치는
쉼 없이 넘실거리는
악공(樂工)이여
옛 동산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인적 없는 집에선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다
멀리 떠나온 이에겐
옛날은 아득하다
경포(鏡浦) 호수에 추억을 빠뜨리고
퍼덕여 날아오르는 새들을 본다
눈은 내려라
눈은 내려서 바다를 덮어라
겨울은 오래 거기 머물러 있어라
삶과 죽음 사이에 붙박인
섬처럼
폭설의 노래를 듣는다
폭설 / 오보영
여전히 네 모습은
눈길을 끄는데
대하기가 좀
거북 하구나
내딛는 길
불편을 주니
내 마음을
성가시게 하니
함박눈 / 안재동
슬픔이 눈처럼 쌓인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노여움이 눈처럼 쌓인다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눈처럼 쌓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그대를 향한 내 그리움만이다
함박눈 내리는 오늘
생각나는 단 한 사람, 그대
함박눈처럼 한없이 쌓이는
내 그리움을
봉숭아 씨앗주머니 터뜨리듯
톡톡 지르밟으며
바지런히 오시오소서
함박눈 / 이남일
우리들 가슴에
하얀 꿈이 쏟아지던 밤
눈가지 아래
발자국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고향에는 눈이 내리고
그 사람 머물던 자리
가슴엔 함박눈이 쌓이고
폭설 / 이재봉
해질 무렵
눈 덮인 산길에서 길을 잃었다
조심조심 길가에 차를 세우고 이정표를 찾는데
꿩 한 마리 뒤뚱뒤뚱
엉덩이를 흔들며
눈 위를 걸어간다
← ↓ → ↑
꿩이 남긴 이정표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표시일까
함박눈을 보며 / 손상근
저렇게 가리라
그대에게
지열 품은 그대 숨결에
더운 입술로
포개져 쌓이리라
대설주의보로 내려
입산금지
경고판을 지우리라
기별없이 내리고
끊임없이 쌓여
그대 가슴에
눈사태로 무너지리라
폭설 / 권오범
겨우내 어영부영하던 기압골이
변방의 눈구름 끌고 와
선전포고도 없이
밤을 도와 거사를 일으켰다
침묵의 융단폭격으로
하얗게 점령해버린 틈타
동장군마저 힘빼물어
동맥혈전증에 걸린 경칩 아침
출산의 꿈에 젖어 땀을 뻘뻘 흘리다
처참하게 몰살된
애먼 비닐하우스들이 안타까워
햇귀가 결딴 난 등골 쓰다듬어 조의를 표할 뿐
평소 벌 떼 같이 오가던 저승사자들마저
약속의 생명선이 사라지자
일제히 꼬리를 사리고 우왕좌왕
충혈 된 눈 부라린 채 아우성인 아스팔트
함박눈 / 박시인
오늘
아침에 깨어났어요.
자그만 눈으로 지켜보면서
하늘엔 차가운 눈이 떨어 지내요
나의 마음은 함박눈과 함께
그대의 마음에 가까이 가내요
난 어느새 꿈을 이루내요
날 잡아주세요
함박눈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 / 김미숙(salvia)
이불 한 자락으로
허물마저 덮을 수 있다면
식은땀 흘리는 이마 서로 짚어주며
밤잠 설친들 어쩌랴
대설 주의보 / 나상국
절름발이 해가
지친 모습이 역력한 걸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려는 듯
턱에 걸린 거친 숨 토해내며
절뚝절뚝 산능선을
기어오르고 있다
해 떨어진 바다
밀물처럼 밀려든 어둠을 틈타
내려앉는 저것은
헐벗고 굶주린
지구를 구출하러 온
게릴라 침투조의
하얀 낙하산 부대
검은 지구를
하얗게하얗게 점령해 간다
3월 폭설 / 오보영
내가 애타하며 기다려온 건
외면하고 싶은
네가 아니라
두 팔 벌려 맞고 싶은
님이었단다
내가 밤낮없이 그리워한 건
가슴 식게하는
냉냉함이 아니라
포근하게 감싸줄
품이었단다
이런 내 맘은 아랑곳없이
돌연 네가 내게로 몰려와
내 몸을 많이
상하게 하누나
내 맘을 몹시
아프게 하누나
폭설 / 이덕규
만년 대제국의 망국 선언이다
망국 백성들의 즐거운 환호성이다
이제 나라 같은 거, 다시 안 한다
머지않아 사라질
새 나라의 화려한 건국기념일이다
함박눈 / 고창식
높고 높은 저 하늘은
멀고도 먼데,
흰 눈을 내리시네,
꽃을 피시네
넓고 넓은 이 세상은
아득도 한데,
솜이불 내리시네,
자릴 펴시네.
깊고 깊은 산마을은
고요도 한데,
자장갈 부르시네,
아길 재시네.
대설(大雪)에 겨울비 / 최홍윤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백두대간 고요한 자락에 산불도 요란했는데
겨울비, 빗줄기가 제법 굶구나
등 푸른 산맥이
검은 띠 두른 지 몇 날이 지났다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애절한 지평선 스멀스멀 속절없이 다가서네
배고픈 멧돼지 습생으로
도전하는 사람 사는 세상
한쪽에서는 흰 밥에 고깃국 타령이고
한쪽에서는 설원에 차량들만 북새통이네
대설에
비가 오려나, 눈이 오려나
철들은 곳에는 비가 내리고
철부지에는 눈이 내리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산 첩첩
물 겹겹 백두대간 동녘에는
대설에도 빗줄기 하염없이 내리네
우리가 빗줄기라면
이대로 진눈깨비로 내리면 안 되겠네
우리가 눈발이라면
대설에는 함박눈으로 내랴야 하겠네.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 8)
함박눈 / 유응교
그토록
사랑하던 임 떠나 버렸다.
발자취 남기고...
그 발자취 찾아 나서는데
흔적 없이 사라졌다.
저토록 내리는 눈은
죄가 없는가?
증거 인멸!
하얀 수갑으로 너를 체포한다.
대설 / 고재종
밖에는
눈 퍼붓는데
눈 퍼붓는데
주막집 난로엔
생목이 타는 것이다
난로 뚜껑 위엔
술국이 끓는 것이다
밖에는
눈 퍼붓는데
눈 퍼붓는데
괜히 서럽고
괜히 그리워
뜨건 소주 한 잔
날래 꺽는 것이다
또 한잔 꺽는 것이다
세상잡사 하루쯤
저만큼 밀어두고
나는 시방
눈 맞고 싶은 것이다
너 보고 싶은 것이다
함박눈의 아름다움 속에서 / 오애숙
함박눈 하늘에서 내리는 날이 오면
그대가 내 안에 사랑 뿌려주듯 내 마음에
내안 가아득 백장미의 미소가지고서
샤론의 꽃으로 피어 웃음꽃 핍니다
잔 바람 불 때 마다 그대의 향그러운
그 미소 가슴속에 스미는 그 옛날의 추억들
살포시 함박눈 속에 송이송이 무희들의
춤사위로 휘날리어 오고있기에
앙상한 나뭇가지 가지에 피어나는
눈꽃이 내 마음속으로 다가와서 노래해요
온누리 새하얗게 핀 아름다움 속에서
깨끗한 세상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더럽고 추한 세상 함박눈 밤새 내려
온세상 눈부시게 하이얀 세상으로 바꾸려고
소복소복 온누리속에 융단 깔아놓고서
수정빛으로 반짝반짝이고 있네요
함박눈 하늘에서 내리는 날이 오면
이 땅에 이세상 죄악 위해 십자가 지시려고
오신 아기 예수님께 진정코 나의 고백은
당신은 구세주 평화의 왕이십니다
폭 설 / 박태강
나무는 눈꽃으로 무겁고
모두가 하얗게 변했다
강은 추위에 유리판 되었고
산은 하얗게 꽁꽁 얼었다
짐승은 먹이를 잃었고
사람들 눈속에서 해를 본다
인적 끊긴 산촌
모두 두더지 모냥 숨어
하얀 연기만 모락 모락
삶을 알리는 종소리 되어 퍼진다.
전화 전기 끊어지고
가는이 오는이 없고
눈속에서 짐승 아우성이 들리고
참다 참다 먹이달라 찾아든다.
대설 / 김경렬
고뇌의 천둥 타니 온 천지 백야 일세
가난한 흥부 동네 마음양식 채워주고
달빛에 모두 부자네 설원에 첫발 두렵네
천지간 월백설백 세상이 동색일세
서생으로 나서 한 획 등한시 했는데
화려한 노후 기댈까 그 져 후회뿐인 걸
함박눈 / 오정방
작약화芍藥花 필 무렵이사 아직도 멀었는데
하늘에서 함박꽃 너울 너울 잘도 쏟아진다
지난 해 피었다 진 작약꽃들이
우리 몰래 하늘로 올라가서 월동을 하다가
일진을 잘못짚어 이 겨울에 함박눈으로 찾아오나
방안에서 내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앞뜰로 뛰어나가 양팔 벌려 너를 반긴다
분명히 나 혼자 눈꽃을 받는데
재잘재잘 동무들 목소리 환천幻聽으로 들린다
어릴 적 동무들 옛모습이 환상幻像으로 다가온다
폭설 / 이춘하
너희는 헛맹세를 하지 말라 !
그날 나는 지독한 폭설 속에 갇혀버렸다
가당찮게도, 아무런 대책없이 무방비상태에서……
……쿵 쿵
하늘에다 대못을 박으면서 거짓 맹세를 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창세기 때의 일이었다)
……쿵 쿵
고루고루, 너그럽게, 편견없이, 하늘은 세상을 덮어주었다
(32년만의 폭설이라고 한다)
……쿵 쿵
폭설 속에서도 그에게 계속 대못을 박았다
―갚을 거라고
―꼭 갚고 말 거라고
대책없이, 아무런 대책없이 또 헛맹세를 하고 말았다
(이것은 완전히 나의 자유 의지이다)
함박 눈 오는 밤 / 정찬열
기상 예보에 대설(大雪)주의 보란다.
많은 눈이 오나 창밖을 내다보니
가진 자가 내다버린 깃털 같은 함박눈
그 속에 외로움으로 묻혀 버린다.
눈발을 털지 못한
가로등이 행복한 모습이다.
불면 사라 질것 같은
솜털보다 부드러운 것이
사뿐히 그 위에 내려앉는다.
시샘하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 대고
나리는 눈마저 밀쳐 버린다.
멍하게 그 정경을 바라보노라니
내 人生에 그리움만 쏟아 내린다.
폭설 / 정태중
어떤 이는 그리움이 내린다고 하고
어떤 이는 슬픔을 덮는다고 하고
어떤 이는 추억을 쌓는다고 한다
어떤 이들의 생각을 뒤로하고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랫녘 날씨 방송,
함평 이짝저짝으로 찬 기운이
요술을 부리다가 입춘 무렵에
대설주의라는 아리따운 목소리가
허리 돌아 확 감기기는 하는데
큰일이네
우리 어매 조막손으로
어쭈고 하늘 덮을랑가
폭설에 비닐하우스 폭삭허믄
울 어매 맘이 폭폭 할 것인디
누가
저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추억인지
모를
흰 똥 덩어리나 치워주면
우리 어매 조막손 더러는 따숩것는디.
함박눈이 내릴 때면 / 오애숙
추억은 아름다운 것인지
함박눈 여기저기 나리는 눈소식에
설빛의 그리움이 가슴에 쌓여 오면
살짝쿵 손내밀고서 멈춘 맘속 그림자
여전히 내 맘을 노크하네
살포시 소나무 우둠지로
날아드는 지난날 우리들의 추억
그대는 기억이나 하고 있을런가
반문하나 함박눈 내리는 1월엔
그 진풍경의 물결 일렁인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상기된 맘으로 122번 버스 타고
마음 껏 눈과 씨름 하기위해 갔던
기억들로 지금도 내겐 나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진 낙성대일세
고3 마지막 졸업 앞 두고
예비소집일 후에 우리는 낙성대
향했던 기억인데 그날이 가장 그 해
눈이 많이 왔던 날로 그날을 아직도
난 잊지를 못하고 있다네
눈이 너무 많이 쌓였기에
눈을 뭉쳐 눈싸움도 했고 눈사람도
만들었고 눈에서 굴러보기도 했지
눈속에 푹푹 들어가는 운동화가
다 젖여 발도 꽁꽁 얼었지
우린 휴게실에 들어가
라면 하나를 시켜서 나눠서 먹으면서
옷과 운동화 말렸던 새록새록 그 기억
맘속에 남아 있기에 그리움의 생채길
안고서 살아가고 있어
아주 먼 세월의 강 저만치로
지나간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다지만
지난 날 박제되었던 그리움의 그 추억
어제 일로 피어 가슴에 하늬바람 일듯
이아침 설레임 불고있다
대설주의보 3 / 서연정
칠 낡은
나무의자
삭막을 가리면서
바람이
집배원처럼
백지를 뿌리는 밤
우체통 알종아리가 눈발 속에 더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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