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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심야의 기도 / 박화목 [크리스마스 시]시 2022. 12. 23. 22:55
크리스마스 심야의 기도 / 박화목
지금쯤
가난한 마을 외딴 주막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가 외롭게 태어나셨지요.
온 인류를 위해 오시는 그리스도가
왜 그런 곳에서
호화주택이 아닌 누추한 곳에서 태어나셨는가를,
우둔한 자 마음의 눈을 열어 주십시오.
지금쯤
베들레햄 차운 한 들밖에서
밤을 허비며 서성이다가 아픔을 겪다가
홀연히 비쳐오는 한 줄기 빛을
목자들은 보았겠지요.
하늘 영광의 노래를 들었겠지요.
마음이 고단하고 슬프고 답답한 자
저 목자들처럼, 삶의 귀한 경험에 부닥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라앉혀 기다리게 해 주십시오.
지금쯤
밤 하늘을 보고 별들을 보고
땅의 운명을 쫓던 동방의 박사는
이상한 별을 보자 뭔가를 깨달았겠지요.
하여, 새 슬기를 찾아서
온갖 미련을 버리고, 천신 만고의 먼
나그네길을 훌훌 떠나겠지요.
아, 오늘의 괴로운 상황에서
참 기쁨을 찾고자 하는 자
우리가 정녕 빈 손 들고 나아갈 길목에서
결연히 떠나는 결단을
하게 해 주십시오.
이 깊은 밤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어 미운 땅 위에 소복히 쌓이듯
그런 은혜를, 은혜를 내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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