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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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4> [폭설 시] [눈 시]시모음 2022. 12. 13. 20:40
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 [폭설 시] [눈 시] 폭설 / 도종환 때묻은 내 마음의 돌담과 바람뿐인 삶의 빈 벌판 쓸쓸한 가지를 분지를 듯 눈은 쌓였어요 길을 내려 나갔지오 누군가 이 길을 걸어오기라도 할 것처럼 내게 오는 길을 쓸러 나갔지요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먼지를 털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내 가슴 속 빈방을 새로 닦기도 했어요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내 사랑 누군가에게 화살처럼 날아가 꽂히기보다는 소리없이 내려서 두텁게 쌓이는 눈과 같으리라 느꼈어요 함박눈 / 김광석 가로등 불빛사이로 은은하게 함박눈이 소복소복 자연이 주는 선물이 사랑잃은 나무에 상고대 피어 겨울꽃 어여뻐라 어머니 영혼 함박눈 되어 하얗게 하얗게 백옥같은 따뜻함이 그리움 으로 내려오니 평화의 땅에 축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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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3>[폭설 시모음] [함박눈 시모음]시모음 2022. 12. 13. 17:57
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폭설 시모음] [함박눈 시모음] 폭설 / 강윤미 공기 속에 숨어 있던 눈이 숨바꼭질을 끝내고 왁자지껄 흩어졌다가 모인다, 폭설 놀이터에 모여 노는 아이들처럼 눈송이들은 서로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내린다 누가 제일 빨리 내려갈까, 누가 바닥을 뭉치고 배신하고 다시 공중으로 튀어 오를까 내기하며 술래잡기하는 눈의 결정 폭설의 커튼을 열고 폭설 위를 걷는 사람들 폭설 속에 갇히면 세상은 가장 큰 담요를 덮은 듯 적요하다 가로등은 파스텔 빛으로 희미해지고 자동차들은 마리아나 해구에 갇힌 물고기처럼 침잠하다 잠잠하다 고립되는 것만큼 황홀한 것이 있을까 고립 아닌 것은 생각할 필요 없다 저녁 메뉴는 이제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이 남자와 저 남자 사이에서 거리 잴 것 없다 폭설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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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2> [폭설시모음] [함박눈 시모음]시모음 2022. 12. 13. 17:46
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 폭설주의보 / 서재남 눈이 온다는데 와도 엄청나게 많이 온다고 기상대가 그러는데 어쩌고 있는가 몰라 그 까짓 거 라면박스 보다 못한 콘테이너 지붕 안 무너질라나 몰라 집이고 전답이고 마을을 죄다 휩쓸어 못쓰게 만들고 집채만한 바윗덩이 굴려다 마당 한가운데 처박아 놓고 유유자적 내빼던 지난 여름 그 징하고 징한 놈의 큰물 그 무서운 놈의 물 다시 그 자리에 터 다듬어 얼기설기 뼈대 세우고 지붕이나 얽었을 뿐 사람 들어가 살 집 되려면 미장해야지 장판 깔아야지 도배해야지 어쩌든지 이 겨울이나 무사히 나야지 빈한한 살림살이 부엌 구석에 쌓아 놓고 내려와 늙은 몸뚱이보다 부실한 콘테이너 문짝 밀치고 들어서면 밤짐승처럼 훅 달겨드는 냉기 어서 날 풀려야 살겠다 그런데, 또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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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1>[폭설 시] [함박눈 시]시모음 2022. 12. 13. 17:37
폭설, 함박눈, 대설에 관한 시모음 대설(大雪) / 안도현 상사화 구근을 몇 얻어다가 담 밑에 묻고 난 다음날, 눈이 내린다 그리하여 내 두근거림은 더 커졌다 꽃대가 뿌리 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어도 들린다 너를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뜨거워졌다 몸살 앓는 머리맡에 눈은 겹겹으로, 내려, 쌓인다 폭설2 / 권오범 변방으로 떠돌던 서름한 성깔끼리 우연히 만나 잠시 못마땅했을 테지만 피할 수 없어 서로 끌어안고 잠시 몸 좀 풀었을 것을 차들에겐 기압골 오르가슴 분미물은 치명적이라서 한 모금 마시지도 못한 채 만취한 듯 사지가 뒤틀려 비틀비틀 철석같이 믿었던 지하철마저 덩달아 정신 나가 이 처참한 북새통을 어쩌라고 더러더러 손 놓고 하는 말 바쁘면 다른 방편을 찾아보란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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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시모음<2> [겨울 시] [12월 시] [십이월 시]시모음 2022. 12. 8. 18:55
겨울에 관한 시모음 [12월 시] [십이월 시] 겨울 여행 / 용혜원 새벽 공기가 코끝을 싸늘하게 만든다 달리는 열차의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들판은 밤새 내린 서리에 감기가 들었는지 내 몸까지 들썩거린다 스쳐 지나가는 어느 마을 어느 집 감나무 가지 끝에는 감 하나 남아 오돌오돌 떨고 있다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삶 속에 떠나는 여행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홀로 느껴보는 즐거움이 온몸을 적셔온다. 겨울 끝에서 / 오광수 겨울에 쓴 일기에는 날짜가 없습니다. 행여나 기다림이 지질까 봐 날짜를 좇어버렸습니다. 말라있는 시린 가슴이라도 한숨 한 줌이 꼭 필요할때 눈물은 눈 앞에서소리를 잊고 손톱은 입 안에다 감추고 살았습니다. 발에 밟혀 뒹구는 여린 언어들의 비명이 겨울 길에서 하얗게 얼어가는 날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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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시모음<1> [겨울 시]시모음 2022. 12. 8. 18:43
겨울에 관한 시모음 [겨울 시] 겨울이 그려준 하얀 보고픔 / 오광수 밤새 소복 소복 하얀 눈이 내려 보고 싶은 당신 모습을 그렸습니다. 당신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큰 줄 알고 온 세상이 다 보도록 크게 그렸습니다. 어제까지 길을 막던 저 언덕은 오뚝한 당신의 코가 되었습니다. 처량해 보이던 마른 풀들도 오늘은 당신의 머리카락입니다. 유난히 큰 까만 눈은 아니어도 수줍어 속눈썹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환하게 미소띤 얼굴은 아니어도 내가 좋아 쳐다보던 그 모습입니다. 조용히 부는 눈바람은 당신이 나를 향한 속삭임 같고 앙상하여 볼품없었던 나무들도 당신의 손에 들린 하얀 꽃송이 같습니다.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아는 하늘은 내 가슴에 새겨져 있는 모습과 같이 간밤에 그렇게 그렸습니다. 하얗게 그리움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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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6> [12월 시]시모음 2022. 12. 8. 18:16
12월에 관한 시모음 [12월 시] 12월에 / 채린(綵璘) 군더더기 없는 그대를 만나고 싶다 경주로 행하는 지름길 어느 길가의 아담한 찻집처럼 녹차를 우려내며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생각을 더하고 싶다 1 더하기 1이 아닌 무한대의 상생의 혼을 12월 공간에 살찌우고 싶다 일 년의 마지막을 여는 새해의 첫 달을 준비하는 따스한 초 한 자루 밝히고 싶다 12월의 詩 / 이명희 파도처럼 철석거리며 지나 간 날들이 한 겹 두 겹 허물을 벗어던진 雪 木처럼 겸허하게 서 있습니다 반성문을 수없이 썼던 일기장에는 물 빛 같은 인연들과 소소하게 나눈 향기 숨죽인 채 엎드려 있습니다 보채는 외로움과 함께 허둥거리며 살아온 시간들 허기짐을 달래려는 듯 노을 속에 빛을 풀어 놓습니다 하루하루를 아껴 쓰고 싶은 달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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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5> [12월 시]시모음 2022. 12. 8. 17:55
12월에 관한 시모음 [12월 시] 12월의 송가 / 오광수 12월에는 서쪽 하늘에 매달려있는 조바심을 내려서 해 뜨는 아침바다의 고운 색으로 소망의 물을 들여 다시 걸어놓자. 가식과 위선의 어색함은 더 굳기 전에 진솔함으로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는 버릇되기 전에 이해함으로 욕심과 이기심은 조금 더 양보와 배려로 소망의 고운 색깔에다 함께 보태자 우리의 살아온 모습이 실망스러워도 포기는 하지 말자 이젠 그리워하는 만큼 솔직하게 더 그리워하고 사랑을 깨달았던 만큼 열심히 더 사랑하고 망설였던 시간만큼 용기를 내어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리고 저문 해 바라보며 화해와 용서의 촛불을 밝히고 아직도 남은 미움, 아직도 남은 서러움 모두 태우자 우리에겐 소망이 있는 내일의 새해가 있으니까 12월의 연가 / 오순화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