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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에 관한 시모음<5> [12월 시]
    시모음 2022. 12. 8. 17:55

    12월에 관한 시모음<5> [12월 시]

     

    12월의 송가 / 오광수

     

    12월에는

    서쪽 하늘에 매달려있는

    조바심을 내려서

    해 뜨는 아침바다의 고운 색으로

    소망의 물을 들여

    다시 걸어놓자.

     

    가식과 위선의 어색함은

    더 굳기 전에 진솔함으로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는

    버릇되기 전에 이해함으로

    욕심과 이기심은

    조금 더 양보와 배려로

    소망의 고운 색깔에다 함께 보태자

     

    우리의 살아온 모습이

    실망스러워도 포기는 하지 말자

    이젠 그리워하는 만큼

    솔직하게 더 그리워하고

    사랑을 깨달았던 만큼

    열심히 더 사랑하고

    망설였던 시간만큼 용기를 내어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리고

    저문 해 바라보며

    화해와 용서의 촛불을 밝히고

    아직도 남은 미움,

    아직도 남은 서러움 모두 태우자

    우리에겐 소망이 있는

    내일의 새해가 있으니까

     

     

    12월의 연가 / 오순화

     

    추억이 고운계절

    아름드리 흐벅지던 단풍잎도

    제 품에 안겼다

     

    가을은 성큼성큼 걷다

    앞서오는 초겨울 찬바람에

    손사래치며 뛰어간다

     

    옛사랑 인사만 했는데

    아쉬운것은 아쉬운데로

    그리운것은 그리운데로

    못다부른 노래도 이제그만

    새하얀 첫눈이

    소복소복 보듬어 주리라

     

    12월에는

    사랑과 욕망, 미움

    품었던 꿈과 소망까지도

    모두 사랑이란 이름으로 보내야한다

     

    그래야 채울 수 있기에...

     

     

    12월의 엽서-대림절에 / 김경숙

     

    내 마음

    얼마나 더 비워야

    그대를 오롯이 안을 수 있나요

     

    내 마음

    얼마나 더 채워야

    그대만을 사랑할 수 있나요

     

    빙벽을 오르듯

    서툰 낯설음에 다가서 보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낙조는 타올라

    이따금 눈이 시려옵니다

     

    그대는 어디쯤 오고 있나요

    시린 손 위에

    마지막 남은 촛불 타오릅니다

     

     

    12월엔 / 용혜원

     

    달력한장

    남은 한해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잘 할걸

    좀 더 열심히 살 걸

    모두다 남지 못하고

    떠나가야하는데

     

    12월엔

    보고픈 사람도 많아지고

    12월엔

    그리워지는 사람도 많다

     

    눈 내리는

    12월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새로운 해를

    기대할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12월의 시 / 민경대

     

    당신을 웃게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져라.

    나는 한마리 새가 되어

    동천을 나르는 새가 돠어

    오늘은 자유로운 언어를 들고

    논둑에도 밭둑애도 모두 뿌리고

    우리는 늘상 한마리 새가 돠어

    자유로운 시밭에서

    시를 만들고 누구의 눈깔에도 찍히지 않고

    그냥 보래밭 허물어진 창고에서 몸을 숨기더라도

    자유를 줍는 시인이 되련다

     

     

    12월 / 이남일

     

    결혼식 다녀오는 길

    초저녁 별 둘이

    정답게 산을 내려 간다.

    12월의 눈 가지에

    외롭게

    고개 숙인 손톱 달 하나

    바람은 자고

    마을 끝 여린 불빛에

    하얀 밤이 시리다.

     

     

    12월 / 송정숙(宋淑)

     

    내 노래는 푸르다 못해 하얗다

    저녁 하늘과 벗은 나무

    흐르지 못해 떠도는 바람

    꽃 한 송이 없는 거리에서

    기타 치는 청년이 꽃송이가 된다

     

    기타소리처럼 눈이 내린다

    목련이 피고 백합이 피고

    거리에 넘치는 웃음

    저무는 마음에 피는 꽃

    나는 커다랗게 노래 부른다 사랑에 노래를

     

     

    12월은 / 고은영

     

    12월은 단장의 미아리고개다

    쓸쓸하고 허전한 이별 고개다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에 설 꽃처럼 핀 애환

    떠나보내는 세월의 각질들이 서러움으로 몰려오면

    온통 그리운 것들의 잔치

    가장 깊은 어둠에서 스무고개를 넘다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회한의 눈물 편지다

    연약한 사랑이 뒷굽으로 돌아서는

    12월은 사랑도 절망이다

    새날을 기다리는 희망의 무덤에서

    가장 절실하게 올려지는 고귀한 참회록이다

     

     

    12월의 詩 / 최홍윤

     

    바람이 부네

    살아 있음이 고마워 살아야겠네!

    나이가 들어 할 일은 많은데

    짧은 해로 초조해지다 보니

    긴긴 밤에 회한도 깊네

     

    나목은 다 버리며

    겨울의 하얀 눈을 기다리고

    늘 푸른 솔은 계절을 잊고

    한결같이 바람을 맞는데

    살아 움직는 것만

    숨죽이며 종종걸음치네

     

    세월 해집고

    바람에 타다

    버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데

    시간은 언제나 내 마음의 여백

    세월이여, 나에게

    한결같은 삶이게 해 주소서!

     

     

    12월령 / 임영준

     

    저 고개를 넘어가면

    양지바르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겠지

     

    저 바다 건너에는

    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겠지

     

    저 하늘 끝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태엽이 있겠지

     

     

    12월 / 오경택

     

    시한부 생명의 운명 같은

    한 장이 펄럭 거린다

     

    그 여름

    작열하던 태양도

    윤회의 전설 속으로 숨어들고

    코끝으로 왔다가

    자연의 섭리를 채색하던

    가을은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미처

    옷 벗지 못한 나뭇잎 하나

    다시 올 생명 잉태에

    파르르 떨고

    무성했던 땅의 숨소리 죽여 가던

    마지막 한 장

    내 몸 보다 무거운 탄식에

    펄럭 거린다

     

    가나보다

     

     

    12월의 마음 / 홍문표

     

    해마다 이맘때면

    화해외 은총을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앙상한 한그루 나무이다

     

    이미 책갈피에 끼워진 풀잎처럼

    매마른 시간을 뒤척이며

    씻겨간 바닷가의 잔해를 보며

    한동안 소란하던

    도적맞은 드녘을 보며

    일그러진 얼굴과

    지쳐버린 동공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소리

     

    눈덮인 초가집

    그 단란한 식구들의 언어가 그립다

    밤새 호롱불을 밝히며

    달리던 강가

    장승백이 언덕

    교회당 가는 골목길

    진달래 화관쓰고 얼굴을 감싸주던

    내 고향의 누이야

     

     

    12월 끝자락에서 / 류인순

     

    새해 첫날 받아 든

    한해 삶을 그려야 할

    빈 도화지 한 장

     

    날마다 알록달록

    수많은 이야기로

    틈 없이 채워왔네

     

    분홍빛 시작으로

    빨강 노랑 파랑까지

    그 틈새로 회색도 하나

     

    12월 징검다리 건너

    새로 열릴 생방송 무대

    더 고운 색 채우려면

     

    곱디고운 장밋빛 물감

    하나 더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 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12월을 지나며 / 목필균

     

    마른 잎 한 장 매달린 은행나무

     

    한 해의 쪽수를 넘기려면

    저런 안간힘으로 아쉬움을 버텨야 한다

     

    세상살이 점점 어렵다는 이즈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동굴 속처럼 어둠이 고인다

     

    그 어둠 속에서

    말갛게 떠오르는 얼굴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리움이 술렁거린다

     

    내리막길 가파르게 내달리다

    주춤주춤 잠시 쉬어가는 길목에서

    드문드문 전해지는 안부

     

    내년에는

    후미진 골목 식당에서라도

    밥 먹는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가렸던 두 손 내려놓으며

    무디게 12월을 건너간다

     

     

    12월 / 조병화

     

    작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포플라나무 가지 중턱쯤 걸려 있는

    까치집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겨울이 지나간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쫒으며

    쫒기며

    가는 세월

    가고 있는 세월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떠난 것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생각 저편에서

    아물 아물, 날로

    손을 흔들며 죽어들 가고 있다.

     

     

    12월의 기도 / 이명희

     

    어둠과 밝음의 음영에서

    깊게 바라보시는 마음으로

    저의 그늘을 더 환히 보시어

    선하신 계획과 이끄심으로

    맑은 투정 같은, 불빛 같은, 사랑 같은,

    밝은 영혼으로 익어가게 하소서

     

    당신의 눈길

    당신의 마음

    당신의 숨결이 제 안에서 출렁이는 한

    당신의 사랑이 제 안에 담겨져 있는 한

    한없이 약하고 두렵고 떨리는

    저의 심장 영원히 뛰게 하소서

     

     

    12월의 벽두 / 허태기

     

    사람의 일생은 땅에 떨어지는 즉시

    금방 사라지는 진눈깨비와 같고

    어제까지만 해도 새로운 한 달인가 싶더니

    금새 일년의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다.

    오늘도 떠오른 해는 그토록 푸른 시절을

    어느새 멀찍이 밀어내어 버리고

    새하얀 백발이 되어

    눈 내린 산의 정상처럼

    덧없는 세월 앞에 침묵할 뿐이다.

    낡은 것, 지난 일은 모두 비워

    새로운 날 새로운 일을 위하여

    마지막 남은 한 달 동안 하루하루 최선의 삶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여 버릴 것은 흔연히 버리고

    새로운 인생 새 삶의 출발을 위해

    깨어있는 삶의 끈을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된다.

     

     

    12월의 기도 / 김동수

     

    해 뜨는 생각으로

    가슴을 붉게 물들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노을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저녁입니다

     

    이리저리 헤매던 세상 길

    비탈진 삶 속 부족함 속에서도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지내온 것도

    돌아보면 감사할 뿐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잘한것보다는 못한 것을

    깨달아 마음을 추스르게

    지혜 주심도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걸었던 순간순간이

    지나고 보니 다 나 아닌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고 사랑이었습니다

     

    하늘처럼 높고

    바다같이 넓은 마음은 아닐지라도

    선한 내 마음이 그들에게

    사랑이길 기도합니다

     

    오는 해에는

    겸손한 마음으로

    분수를 아는 선한 모습으로

    누구를 만나든 편안한

    친구 같은 사람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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