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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寒波)에 관한 시모음<2> [한파 시] [추위]
    시모음 2022. 12. 19. 16:59

     

     

    한파(寒波)에 관한 시모음<2> [한파 시] [추위]

     

    한파주의보 / 윤용기

     

    꽁꽁 얼어붙은 대지 위로

    뽀하얀 잔설이 수를 놓고

    겨울 내내 영하 15도의 한파주의보

     

    어제 쪼잘대던 버드나무 위 까치는

    밤새 괜찮은지?

     

    노천 논 위의 스케이트장은 아이들의 세상

    넘어지고 넘어져도 신나는 세상

     

    전동차 객실 난방은 1050W 모두 틀어도

    춥다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한파주의보 발령 중!

     

    얼어붙은 대지와 움츠린 사람들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 비추는 그 날

    들판에서 한파와 시름하는 들풀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시험하고 있다.

     

     

    한파 / 권오범

     

    소한이 데려온 엉큼한 것

    빈틈 보이면

    다짜고짜 욕정에 시동부터 걸어

    사랑하다 죽은 귀신인 양 안달복달

     

    매무새 단단히 여몄건만

    어디로 손 디밀었는지

    등골이 오싹하도록 앙가슴 더듬질 않나

    입술부터 귓불 핥느라 식식거려 나까지 콧김 나게 만드냐

     

    남의 살 냄새가 그렇게도 그립거들랑

    하다못해 시장통 좌판에 정신 나가 알몸으로 누운

    물 좋은 생태라도 뼈가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뒹굴지

    어쩌자고 다 늙어가는 몸 따라다니며 사정사정하는지, 원

     

    공복으로 게슴츠레해진 눈 씀벅일 때마다 찔끔거리게 주물러

    손등으로 훔칠라치면

    손가락 끄트머리마다 얼얼하도록 애무해대는

    이 빌어먹을 사랑에 환장한 것 같으니라고

     

     

    한파 / 박진표

     

    찬 바람 불어와

    밤을 지새우고

    동장군 기세는 파죽지세

     

    꽁꽁 얼어붙은 12월

    밤새 뜬눈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그토록 무더웠던 미운

    떠난 여름이

    그리움을 먹인다

     

    더위와 추위

    애증의 관계

    미워하며 그리워하고...

     

    부디

    미워하지 않을 만큼만

    놀다 떠나라

     

     

    한 파 / 이도연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날

     

    이른 아침 날아든

    조간신문엔

     

    구겨진 세상의 활자들이

    뒤엉켜

    빼곡히 누워 있고

     

    출근길 만난 할머니

    주워 든

    신문에는

     

    밥 한 공기도 못 되는

    밥풀이 묻어 있다

     

    입김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아침이 차다.

     

     

    한파 주의보 / 이재환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랑 한 잎 남은

    나뭇잎이

    외롭고 추워보인다

     

    너는

    혼자서

    이 추위와 싸우니

     

    무슨

    미련이 남아

    큰 나무를

    외로이 지키고 있니

     

    큰 나무도

    이 추위를 이겨내야

    새 봄에 맞을 수 있단다

    이제 그만 자리를 내어 주렴

     

    그래야

    큰 나무도

    추위를 이겨내고

    희망의 봄을 준비할 수 있지

     

     

    한파 속에 / 김명희

     

    뾰족하게 날 선

    그러기를 몇 일이 였던가

     

    삼한 사온의 호사는

    전설이 그려놓은 겨울 그림책

     

    종아리

    모세혈관 파랗게 부푼다

     

    도망 다니는

    혈류들이 쿨렁 거리며 펌프질하는 사이로

     

    발톱 빠진 하루가

    통증 같은 아린 해로 뜨지만

    이제 겨우 동지 지났을 뿐

     

    씹다 버린 껌에

    음각으로 새겨진 이빨 자국처럼

    잘근거린다

     

    종일 불호령 속 내일을

    딸각거리며

    걸어간다 우리가

     

     

    한파 속에서2 / 문재평

     

    매떼가 할퀴고 간 자리

    하룻밤 사이 대지의 기운을 바꿔 놓았다

    밤새 얼마나 서글픈 이별이 있었기에

    광기 어린 칼춤은 한낮에도 이어지는 것일까?

    맹수의 울부짖음

    안방 창문을 얼어붙게 만들어

    세상과 단절을 예고했다

     

    꽃씨를 뿌려

    설산을 만들고

    끝내 저주의 눈물로 얻은 부산물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아픔

    애원해도 소용이 없는 몰인정함

    냉혈로 욕구를 채우려는 야비함 가득

    자비란 없다.

     

    인간은 강한 듯

    제일 약한 족속의

    모순적 행태,

    노총각의 방황과 절규는

    한파 속 극에 달해

    소주에 의지해 잠을 청하는

    고독에 시린 밤.

     

     

    한파 / 허정인

     

    마을은 하얀 무덤

    길은 얼음판이다

     

    몇 걸음도 살금살금

    몇 분도 살벌한 공포다

     

    온도를 높인 방안이

    유일한 피신처

     

    맛나게 익은 김장 김치만

    한파속 무덤의 유일한 향기다.

     

     

    수능 한파 / 도현영

     

    찬바람 데리고 놀던 해님은

    제 할 일 마무리하고 밤새 잠들더니

    다음날 부스스 기지개를 켜며

    꾸물꾸물 일어난다

     

    창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코 고는 흐릿한 내 영혼을 깨우더니

    떠나려는 추고마비를 붙잡으라고

    눈꺼풀을 사정없이 잡아챈다

     

    토끼 눈을 부릅뜨니 눈 부신다

     

    뒤따라온 바람마저 마중하라고

    볼때기 허벌나게 후려치니

    코끝에는 붉은 단풍이 대롱거린다

     

    태양은 희망의 메시지로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라면서도

    으스스한 먹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한파 / 김인숙

     

    검은 머리

    하얀 파뿌리 되도록

    정말 추워요

     

    아휴 추워라

    마음마저 추워지네요

     

    여보세요

    벗님네들

    뜨끈한 국 끓이시거든

    나도 한 움큼 넣어 끓여 주셔요

    나, 한파

    추워서 정말 못 살겠어요

     

     

    기습한파 / 오보영

     

    아무래도

    본때를 보여주어야 할까보다 !

     

    때가 되면 올 테니

    미리 준비해놓고 기다리라고

     

    그리도 간곡히 일러줬건만

    예정대로 찾아온 날 반겨주기는커녕

     

    서둘러 왔다고

    너무 세게 몰아 부친다고

     

    움츠러든 몸으로

    원망만 하고 있으니

     

     

    한파 / 이경화

     

    길고 긴 결빙의 계절이 지나고

    봄이 오는 나들목

    날이 선 바람이 복병처럼

    길을 가로막는다

     

    비릿한 고통을 삼키며

    운명의 수레바퀴 앞에

    납작이 엎드려 숨죽인 부재의 삶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으며

    오한으로 몸을 떨던

    그 긴 겨울의 끄트머리

     

    한줄기 미명으로 다가선

    임의 온기는 가뭇없이 사라지고

    내 마음 빈터에

    힘겹게 숨 틔운 여린 꽃망울 하나

    파리한 낯빛으로 내뱉는

    애달픈 신음

     

    생의 한 시절을 가로질러

    격정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멈추고

    또다시 몰아닥친 기습 한파에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살을 에는 예상치 못한 한기에

    잔뜩 움츠린 꽃잎의 힘겨운 사투.

     

     

    한파 / 장광규

     

    인자하신 할아버지

    몹시 화가 나셨다

    말없이

    할아버지 얼굴만 쳐다본다

     

    누군가 군불을 때기 위해

    아궁이에 청솔가지를 넣었나 보다

    매운 연기 사방으로 번져

    눈물이 나고

    콧물이 난다

     

    맞기보다 기다림이 더 떨리는

    계급 순으로 줄 서서

    맞는 매

    지금 그 순간이다

     


    한파(寒波) / 이동원
         
    파도를 몰고 드는 해풍은
    회한의 탈 쓰고
    전봇대를 덮친다

    어둠은 짙어
    밤 깊은 줄 모르고
    허기진 바람이 전기줄을 흔들며
    통곡하고 있다

    왜냐고 창을 여니
    휘이잉~ 휘이잉~

    연유를 말 못하고
    눈물 없이 대성통곡 하는데
    이웃 조문객 별님들
    은은히 웃고만 있다

    산자락 뒹구는 낙엽들이
    회한의 몰이에 쫒겨 길 잃어
    보스락거리고 오두막 창을 뛰어든다

    삶의 한숨 자락이 낙엽따라
    공허의 하늘 치솟는 밤
    또 하나의 그리움이 창틀 아래
    숨바꼭질하며 바스락거린다

    바람살에 이는 이야기가
    외양간 뒤 아궁이에 걸터 앉아
     
    무쇠 솥 부뚜막에 줄줄이 대롱대롱
    제 몸, 제 살 비비는 시래기처럼
    바스락 바스락 애타게 몸부림친다.

     


    한파는 봄을 당긴다 / 노정혜

     

    눈이 온다
    풍년이 오려나
    눈이 소복히 내린다  
    햇님이 오면 생명수가 된다 
    땅 밑에 생명들은
    아이 차가워 하면서도
    생명수로 봄을 준비 한다 
    머리에는 무거운 짐 이고
    아름다운 봄 동산의 꿈에 행복을 논 한다 
    강 추위가 지나간 자리에
    봄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희망을 노래 하자
    한파는 봄을 당기는 힘일것이다

     

     

    한파주의보 / 김영근

     

    추위가 엄습하는 것은

    따스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라는 자연의 선물이다

     

    날씨보다 더 추운 것은

    세상의 추위이고, 인정의 추위이고,

     

    사랑의 추위이기에

    우리들은 기온이 떨어진 만큼

    세상의 날씨가 올라가고,

     

    인정의 날씨가 올라가고,

    사랑의 날씨가 올라가길 고대한다

     

    겨울의 밤을 밝히는 숱한 불빛과,

    마음들이 냉기를 제거하고

     

    따스한 봄을 가져오리라는 기대 속에서

    오늘의 한파주의보는

    내일의 봄을 불러오는 사랑과 희망의 예보이리.  

     


    한파 극복 / 오보영
     

     

    몸은

    얼어도

     

    맘은

    데워서

     

    반짝 추위를 이겨내야지

     

    머지않아

     

    봄이 올 테니까

     

    희망을 갖고

    이 어려움 견뎌내야지

     

    따사한 봄

    소망하며

     

    차분히 기다려야지

     

     

    한파 / 박인걸

     

    강력한 헥토파스칼이

    인해(人海)전술로 쳐들어 올 때

    이미 동사(凍死)한 해충들의 시체는

    냄새 없이 흰 눈 속으로 사라졌다.

    새 봄으로 가는 길목에는

    늘 이런 시련이 파도처럼 덮치고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몰아칠 때면

    새들도 부르던 노래를 숨긴다.

    지난 가을이 단풍과 함께 사라지던 때

    나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예견했지만

    서릿발이 일어선 도시 거리에는

    초점 잃은 눈동자들만 얼씬거린다.

    잔인한 전염병은 흰색 공포를 쏟아 붙고

    죽음의 사자들은 음압병동을 노려본다.

    우연히 만난 낯 선 사람들은

    독침을 숨긴 공작원보다 더 두렵다.

    왜 세상은 이토록 추울까

    살아서 숨 쉬는 자들을 괴롭힐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이토록 버거울까.

    요란한 앰뷸런스의 질주 굉음이

    차가운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코로나 확진 문자가 휴대폰을 진동하고

    한파주의보는 카톡을 달군다.

    이번 한파는 흔치 않은 생의 시련이다.

     

     

    한파주의보 / 윤용기

     

    섬그늘

     

    꽁꽁 얼어붙은 대지위로

    뽀하얀 잔설이 수를 놓고

    겨울 내내 영하15도의 한파주의보

     

    어제 쪼잘대던 버드나무 위 까치는

    밤새 괜찮은지?

     

    노천 논 위의 스케이트장은 아이들의 세상

    넘어지고 넘어져도 신나는 세상

     

    전동차 객실 난방은 1050W 모두 틀어도

    춥다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한파주의보 발령 중!

     

    얼어붙은 대지와 움 추린 사람들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 비추는 그 날

    들판에서 한파와 시름하는 들풀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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