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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장군(冬將軍)에 관한 시모음 [동장군 시] [추위 시]
    시모음 2022. 12. 19. 17:13

     

    동장군(冬將軍)에 관한 시모음 [동장군 시] [추위 시]

     

     

    동장군(冬將軍) / 주응규

     

    달빛마저 움츠려 떨고 있는 밤

    싸늘한 눈초리에 냉기 오싹한

    서슬 퍼런 동장군은

    문풍지 틈새를 비집어 든다

     

    군불 땐 여염집 구들방을 점거하여

    제 몸 편히 눕히고자

    이 집 저 집을 들쑤셔 다니는 불청객

     

    곱잖은 눈으로 싸느랗게 흘기는

    뭇 님네의 매몰찬 괄시에

    시름시름 기력 잃어가는

    동장군의 눈물방울에

    봄이 가물가물 피어난다.

     

     

    동장군 / 이환규

     

    햇빛 좋은 겨울날

    보이지 않는 바람 불어와

    앙상한 가지 흔들어 놓는다

     

    한파에 시려운 손

    입김 호호 불어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달려오는 동장군의

    말고삐를 틀어쥐어

    엉덩이 내려쳐 돌려보낸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시선은 저만치 살짝 던져두고

    먼발치서 살포시 새해를 맞이한다

     

     

    동장군 / 권오범

     

    출근길 가로막고 사랑 한번 해보자고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모가지부터 아랫도리까지 더듬으며 쫓아와

    종종걸음으로 피신한 지하철 입구 에스컬레이터

     

    제까짓 것

    생각 없고 넉살 좋아

    기세 등등하게 식식거리지만

    심해까진 따라오지 못하겠지

     

    허술한 미니스커트 매무새인

    앞선 아가씨

    나보다 더 파렴치하게 당했나보다

    자꾸만 코를 훌쩍대는 것이

     

    느닷없이 시공 초월한 유년의 초가삼간

    그땐 더 악랄했지만 샘물이 따듯해

    문고리 시켜 손가락이나 잡아보려는

    아기자기한 낭만이 있었는데

     

     

    동장군 / 윤갑수

     

    매서운 삭풍한설

    텅 빈 몸을 삭힌다

     

    따스한 아랫목이

    그리운 한겨울 녘

     

    입 다문

    개구리도 동안거 中

    실신하고

     

    해질녘 풀무질에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벼룬다

     

    아침이면 번쩍이는

    명검을 벼루는 동장군

    기세를 부린다.

     

     

    동장군冬將軍 / 윤갑수

     

    매서운 동장군이 칼바람차고

    자꾸만 내게 들이댄다.

    구겨진 얼굴을 벌겋게 그을리니

    한파가 화장을 해준다.

    꼬임에 빠진 강추위가 왼 종일

    우리를 약 올린다.

    저물녘 텅 빈 길가의 나목들이

    한파에 맥 못 추는 인간을

    비아냥대듯 거들먹대며 춤춘다.

    두터운 외투 옷깃사이로 비수를

    들이대듯 칼바람이 스며들면

    퇴근길을 가로 막고 유혹한다.

    포차 불빛이 유난히도 흔들린다.

     

     

    동장군 횡포2 / 권오범

     

    가까이 하기엔 콧김이 왠지 꺼림칙해

    연약한 목덜미 넘보고 싶은 본성

    유발 시키지 않으려고

    허술한 옷깃 여며보는 출근길

     

    그래도 다짜고짜 바짓단 들추고 기어들어와

    아랫도리 인정사정없이 주물러대

    형편없이 쪼그라진 남자의 자존심

    엉큼한 속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엊저녁 눈곱만큼 내린 눈들마저

    스러지지 못하도록

    밤새 얼마나 다조졌는지

    도로가 혈전증에 걸려 발칵 뒤집힌 세상

     

    두 손이 주머니에 숨어

    몸 사리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당해 얼얼한 귀싸대기

    하여간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것

     

     

    동장군 횡포 / 권오범

     

    달력이 소설이라고 귀띔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겨울 끄나풀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가로수은행잎들을 마구 수거해가고 있다

     

    그러다 무슨 심통이 발동했는지

    건물 벽에 달라붙어 불평 없이 근무 중인

    애먼 현수막으로 우르르 몰려가

    막무가내로 다랑귀 뛰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

     

    허공으로라도 도로를 무단횡단 한 것도 아니고

    전봇대 붙잡고 볼썽사납게 군것도 아니건만

    구청에서 나온 강제 철거반처럼

    콘크리트 못 붙잡고 있는 사지 잡아당기느라 생난리다

     

    이름도 없이 두루마리로 지내다

    뼈다귀감자탕개시 되어 일자리 얻은 몸이기에

    버티는데 까지 버텨보겠다는 듯,

    엉엉 울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맞서는 고집도 대단하고

     

     

    동장군에게 / 권오범

     

    백수건달 석삼년에

    내 시방 몰골이 비루먹은 나귀처럼 푸석푸석하고

    매무새마저 허술해 태없다 치자

    그렇다고 이렇게 작정하고 깐보는 게 아니다

     

    성가신 새벽동자도 그렇고

    청승맞게 찬물에 빨래하랴

    매나니로 연명해온

    지긋지긋한 혼잣손

     

    그러잖아도 호랑이 발톱같이 날 세운 그리움들에게

    넉넉했던 마음 야금야금 줴뜯겨

    감정마저 너덜너덜해진 것을

    무슨 억하심정으로 살 떨리게 다조지는가

     

    춘삼월도 다가오니 이젠 성깔 좀 접어다오

    행여, 감기 같은 것으로 엿 먹이고 달아난다면

    당나귀기침에 땀범벅이 될지언정

    뒷산 재빼기라도 쫒아가 패대기쳐버릴 테니

     

     

    동장군 / 이재기

     

    한 폭 베일로

    천심을 가리고

    독 가시 품은 목으로

    핏빛으로 울부짖는

    탐욕들 쫓아가며

    부러질 듯한 허리

    이고 지고

    오욕과 질시에 찌들어

    지우지 못 할 영혼에

    땟국이 흘러

    복날 개 혓바닥

    지쳐 내밀 듯

    파랗게 죽어 가는

    혼백들 사이로

    하얀 이빨 보이고

    싸늘한 웃음 뿌리며

    동장군이 지나간다

     

     

    동장군 / 나태주

     

    동장군은

    가녀린 산새들 심장을 쪼아먹고 자란다.

     

    동장군은

    흙밑의 숨죽인 풀씨들 신음 소리를 먹고 살이 찐다.

     

    동장군은

    가난한 사람들한숨 소리를 듣고 더욱 용맹해진다.

     

    동장군은

    언제나 나이를 먹지않는 미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드디어 동장군은

    보잘 것 없는 우리집 뜨락의 작은 꽃밭에

    짚동의 옷을 입고 들어 앉는다.

     

    봄이 올 때까지 동장군은

    우이집 뜨락을 떠나지 못하고 섭섭해 한다.

     

    이보게, 우리

    오래도록 함께 살세.

     

     

    늦은 동장군 / 김경렬

     

    바로 앞도 못 보는데 먼산 본다고 다 볼까

    바람끝에 매달린 봄소식 바로인데

    찬바람 몇 차레 불고나니 봄을 잊었다 하네

     

     

    冬將軍 / 巨松 경규민

     

    대지를 꽁꽁 얼려놓고는

    멀쩡한 사람까지 곱사등이로 만들고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는 너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어디서 왔단 말이냐

     

    전생에 무슨 연(緣)이 있었기에

    매년 이맘때면 찾아와서

    이 고통을 주느냐 말이다

    반기는 이 하나 없는데,

     

    원성이 쌓여서

    네 몸을 밀치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날

    아무 미련없이

    시원하게 너를 보내 주리라

     

    그날을 고대하며

    이 겨울

    네 기세와 심술에 내 고집으로 맞서 보련다

     

     

    동장군 / 이화숙

     

    ​날씨가 몹시 추우면
    동장군冬將軍이 온다고 한다
    겨울장군이 무서우냐
    시베리아 북풍이 추우냐 하면
    뭐라 할까
     
    겨울왕국에 들어선 요즘
    바깥세상과는 거의
    담을 쌓았다
    컴퓨터가 있고 핸드폰이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은 내 손 안에 있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면
    겨울나무가 잎이 거의 떨어지고
    추위에 떨고 있다
    하지만 가지 마다 강한 기운이 서려있다
     
    올겨울 북풍한설北風寒雪과 맞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김장을 해 놓고 등이 따습하니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으리.

     

     

    동장군 / 류인순

     

     

    눈바람 어깨 짚고

    계절 한가운데 선

    우쭐대는 동장군

     

    덩칫값 못하고

    슬쩍슬쩍 내 품에

    소리 없이 파고든다

     

    너도 추운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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