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 모음<2>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시모음 2022. 12. 18. 23:18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 모음<2>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
사랑의 크리스마스 / 도지현
너와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사랑의 크리스마스
온 누리 하얗게 눈 쌓이고
천사의 사랑 선물을 받았어요.
은은한 캐럴송이
온 누리에 울려 퍼지면
가슴 가슴마다
사랑의 소망 꽃 피어나지요
하얀 눈 송이송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 만들어 주면
천사가 나래 펴고
눈꽃 송이 아름답게 피어나네요
설원의 저쪽에선
빨간 코 루돌프가 끄는 썰매엔
선물 가득 실은 산타할아버지가
빨간 종을 울리며 오시고 있어요
날마다 성탄일 / 정연복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아주 똑같이 소중합니다.
아직은 우리가 살아 있어
날마다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
시간은 우리에게서 영영 멀어집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로 귀한 선물인 '시간'을
우리는 매 순간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가야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 가슴속 사랑의 불이 식었다면
한시바삐 그 불을 다시 피워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 날에라도
사랑의 신(神)을 맘속에 모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 천사인 아기 예수가
언제라도 우리 맘속에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단지 12월 25일뿐만 아니라
일 년 365일 모든 날이
똑같이 귀하고 거룩한 날이요
성탄일(聖誕日)이 될 수 있습니다.오늘 밤 지구를 에워 싸고 / 박목월
촛불이 켜진다.
오늘 밤 둥근
지구를 에워싸고
켜지는
촛불의 숲.
당신을
만난다. 만나려는
인류의 영원이
촛불로 밝혀진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손의 증거.
주의 부활로
죄 사함을 받은,
속죄의 길이 열린
하늘의 은총.
어느 곳에는
눈이 온다.
어느 곳에서는
바람이 분다.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한 덩이의
지구를 에워싸고
촛불이 켜진다.
경건한
손으로 밝히는
불꽃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눈동자가
당신의 구원의 손이
흰 이마가
지금
우리를 지켜본다.
아멘.
하늘의 영광, 지상의 평화.
겨울 그리스도 / 김남조
오늘은
눈 덮인 산야(山野)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 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광막한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한기(寒氣)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 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뭍과 바다의
모든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寶血)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 올리시는
설일(雪日)의 주님
크리스마스 이브 / 이영순
......죽음이 없는 사랑의 밀어라기보다
부활이 없는 사랑의 믿음이랄까......
쌓이는 눈 위로 더러 울고 있는 자
눈 멎는 눈 위로 더러 웃고 있는 자
눈 녹는 눈 위로 더러 담담한 자
대체 이 밤의 깊은 뒤엔 어떤 취미의 의상으로 외출을 서두는 밤의 방향일까
이 시간 가슴소리 나란히 당신은 팔목에 꽃과 과일을 담은 바구닐 끼고
이 시간 발소리 나란히 나는 옆구리에 눈들 뜬 채 죽어가는 칠면조 날개와 암탉이 목에서 피가 흐르는 中國箱子를 들었지만
......말갛게 풀리는 이 눈물의 종은 어느 벌판의 휘잉 가슴에서 쫓겨온 사랑의 못자국일까
비인 사랑의 자리일까
올해의 크리스마스ㅡ송년시(送年時) / 이정우
하느님, 이젠 아기가 되어
다시 오실 때가 되었읍니다.
거리의 나무들 모두
욕심스레 달고 있던 제 자랑들을 벗고
연회색 크레용만으로 족하게 그려진 겨울날,
한 해의 저녁 무렵입니다.
떠나온 이역 만리에서 고향으로 챙겨갈
가난하고 서러운 마음 하나씩만 남겨가진
저희들,
한 시대의 저 바깥 어둠 속에서
맨드라미 꽃이 제 혼자 울다가
때로는 깊은 잠이 들기도 했읍니다.
그런 맨드라미 꽃 같은
영혼들이 여기에 있읍니다.
하느님, 해마다 여기에 오실 바로 그 때가
되었읍니다.
올해 새로 선 성당에는
올해의 크리스마스, 올해에 더욱 빛나는
그리스도의 미사를 드리러 오실 때입니다.
도시의 골목과 대문 앞에서 라면 봉지들과
사람들의 옷자락이 부대끼는 동안,
거대한 레미콘 트럭 속에서 날마다 시멘트가
뒤섞이는 동안,
우리들의 작은 생애와 목숨을 기대고
밤을 새우면서도
아침을 기다리면서도 함께 거닐
자유의 언덕 하나 어디에 있었읍니까.
그 모든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날개ㅡ
다만 고통의 이름으로 노래할 수밖에 없었읍니다.
하느님, 이제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다시 오실 때가 되었읍니다.
하루와 그 모든 날들이 지나가고
울다가 잠든 또 한 시대의 저녁 무렵,
맨드라미 꽃도
아가위 꽃도
백련화도 맨손가락으로 물먹은 머리라도 빗고
성모 마리아 앞에 다소곳이 설 것입니다.
하느님, 이제 또 오셔서
두 눈망울일랑 초롱히
구유에 누워 계실 때가 되었읍니다.
이 겨울 연탄 가루를 더 많이 먹고
기침하여 돌아누운 금향나무에도
옛 사랑의 별과 종소리를 되찾아 달아주어야 합니다.
하루와 그 모든 날들이 지나가고
올해의 크리스마스, 그리스도의 미사로
다시 오실 때입니다.
성탄 인사 / 이해인
사랑으로 갓 태어난 예수아기의
따뜻한 겸손함으로
순결한 온유함으로
가장 아름다운 인사를 나누어요, 우리
오늘은 낯선 사람이 없어요
구세주를 간절히 기다려온
세상에게
이웃에게
우리 자신에게
두 팔 크게 벌리고
가난하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오늘만이라도
죄없는 웃음으로
엠마누엘
엠마누엘
예수 아기가 누워 계셔
거룩한 집이 된 구유 앞에
우리 모두 동그란 마음으로 둘러서서
서로를 더욱 용서하고
서로를 더욱 신뢰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요
예수님을 닮은
평화의 사람으로 길을 가기 위해
오래오래 꺼지지 않는
등을 밝혀요, 우리
주님이 주시는 믿음의 기름을
더욱 넉넉히 준비해요, 우리
엠마누엘
엠마누엘
예수아기의 흠없는 사랑 안에
새롭게 태어나요
올해의 성탄 / 김남조
더 정직해야지
지치고 어둑한 내 영혼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내밀한 광기
또 오욕
모든 나쁜 순환을 토혈인 양 뱉고
차라리 청신한 바람으로
한 가슴을 채워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지등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는,
유서에 서명을 하는,
다시 그 나머지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끄적이는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약에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며는
배덕의 정사쯤 쉽사리 저지를
그리도 외롭고 맹목인 열에
까맣게 내 두뇌를 태워 가고 있다
슬픔조차 신선하지가 못해
한결 슬픔을 돋우고
어째도 크리스마스는 마음놓고 크게 우는 날이다
석양의 하늘에 커다랗게 성호를 긋고
구원에서 가장 먼 사람이
주여, 부르며 뿌리째 말라 버린 겨울 갈대밭을
달려가는 날이다
거룩한 밤에 / 황금찬
모두 잠이 들어 있었다.
그저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어린 양의 무리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조용히 조용히 뒤척이고 있는
그 소리뿐이었다.
그때 홀연히
하늘 저쪽 끝에서
별이 하나 눈부시게 빛을 흘리며
이쪽으로 이쪽으로 떠오고 있었다.
누구도 그 빛나는 별을 못 보았고
오직 들판에서 양을 지키던
늙은 양치기가 홀로 그 이상한 별을
보고 있었다.
별은 늙은 양치기 머리 위에 와서
멈추고 가지 않는다.
그 환한 빛은 들판을 밝히고
점점 그 찬란한 빛의 파문이
누리를 덮어 가고 있었다.
늙은 양치기는 놀라 소리쳤다.
무슨 하늘의 뜻입니까.
밝혀 주시오.
광명 속에서 천사의 얼굴이 나타나서
베들레헴으로 가라.
오늘 그곳에 인간 구원의 예수님이
오시었느니라.
하늘의 뭇별들이 눈을 뜨고
땅의 생명들이 영광을 얻어
저 바다 너머 그곳
땅의 끝까지 구원의 은혜 내리다.
예수여!
이 고요한 밤에 이름지어진 땅에
그리고 사람의 마음 마음에
몇 번이나 오셨습니까.
언제나 당신은 아기의 모습
그 하늘의 미소 바다 같은 사랑으로
우리의 마음 안에 진정 몇 번이나
오셨습니까.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 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메리 크리스마스 / 조용순
따뜻한 가슴으로 손잡아주는
고마운 그대와 함께
기쁜 성탄절 되고 싶어요
하늘에서 하얀 눈꽃송이가 내려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면
우린 더욱 즐거워지겠지요
하늘의 영광
하늘의 사랑
하늘의 희망
우리 서로 가슴으로 들어가
하얀 마음 하나로 노래 불러요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찬란한 빛이 쏟아지는
메리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 오신 날 / 이종무
양들의 푸른 목장
쉴만한 물가
골짜기를 휘돌아
풍요로운 밀밭 들녘을 지나
옹기종기 빵집이 늘어선
유다 작은 성읍 베들레헴
마방(馬房) 마구간에
아기예수가 탄생하셨다.
마구간은
짐승들이 배설한
분뇨로 악취가 진동했다.
아기 예수 오신 날
그토록 아름다운 하나님의 세계가
인간의 더러운 악취로 가득 찼다.
아기 예수는 포대기에 쌓여
떨리는 마리아의 품에 안기고
목수 요셉이 넉넉한 손길로
성스럽게 흐느끼는 마리아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이슬 맺힌 눈으로 하늘을 우러러 감사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아기 예수는 먹이 찌꺼기로
덕지덕지 찌든 말 밥통에서
콜 콜 잠이 들었다.
아기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결코 주리지 아니할 생명의 빵으로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생수로 오셨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예수의 보드라운 조막손은
눈먼 자 눈을 띄우고
벙어리, 귀머거리, 나병, 앉은뱅이,
중풍…
온갖 병자를 고쳐주는
하나님의 손이다.
오병이어로
수천의 무리들을 배불리고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어루만지고
요동치는 죄의 깊은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손을 잡아주는
하나님의 손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광이 둘린 밤.
아기 예수의 예쁘디 예쁘고
곱디고운 옹알이는
성난 폭풍우 험한 파도를 잠재우고
귀신을 몰아내고
죽은 자를 살리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온 누리 억조창생에게
하늘 문을 열어주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주 예수 나신 밤
왕이 나셨도다!
왕이 나셨도다!
라스트 크리스마스 / 임영준
깨어나라
베들레헴의 구유
성녀의 넝마여
동방박사의 지팡이여
휘황 야릇한 십자가
아리송한 캐럴이여
부디 깨어나라
인색한 눈발
대답 없는 기도
희미한 별빛이여
썰렁한 자선냄비여
배부른 자의 독식
가난한 자의 읍소여
탐욕으로 얼룩진
크리스마스의 탑에서
깨진 종이 우짖는다
제발 깨어나라
크리스마스 이브 / 홍수희
때는 늦은 밤, 창문을 열어보니
아파트 숲에 별이 총총 떴네
차디차게 얼어붙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총총 불을 켠 그 창문들
하나하나 성탄 트리의 꼬마전구네
아파트 숲 그대로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됐네
때로는 쓸쓸함이 그리움이 되고
때로는 그 쓸쓸함이 위로가 될 때가 있네
그대와 나의 쓸쓸함이 전선電線을 이어
꼬마전구에 불을 밝히네
우리 함께 깨어 쓸쓸한 희망 지키네
이 쓸쓸한 시대, 이 쓸쓸한 겨울,
빙판 위에 얼어 죽을 것만 같은
오직 낮은 데만 임하시는 아기별 하나
길바닥에 동사凍死하지 않으시도록
꼬마전구 잠 못 들고 깜박거리네
성탄절의 기도 / 진장춘
주여 지난 날 헛되이 보낸 성탄절을 용서하시고
올해는 성탄의 의미를 바로 새기게 하소서.
왕궁이 아닌 누추한 말구유에 임하신 까닭을 알게 하소서.
가난한 목동의 인사를 먼저 받으신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인류의 죄를 십자가로 보속하기 위해
가장 낮고 누추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
영광이 아닌 가난과 고통을 받으러 오신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소서.
헛된 욕망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
아기 예수님 모실
정결한 말구유 하나 마련하게 하소서.
비움과 나눔과 겸허한 마음으로
기쁘게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게 하소서.
어려운 이웃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하소서.
오소서 아기 예수님!
내 마음에 오소서.
간절히 비오니 예수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아기 예수 나심 / 박두진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누구나
스스로의 삶의 의미 스스로가 모르는
흔들리는 믿음과 불확실한 소망
사람이 그 말씀대로
사랑할 줄 모름으로 불행한 이 시대
어둡고 외로운 쓸쓸한 영혼을 위해서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이 세계
눌린 자와 갇힌 자
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시달리는 자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
진리와 그 의를 위해 피 흘리는 자
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 하는 자를 위해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그 십자가
우릴 위해 못 박히신 나무틀의 고난
사랑이신 피 흘림의 영원하신 승리
죽음의 그 심연에서 부활하신 승리
성자 예수 그리스도 우리들의 구세주
베들레헴 말구유에 오늘 오시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 김하인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시지
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성탄 편지 /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
기도로 봉헌하며
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
우리도 성모님처럼
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 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해요.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아기예수의 탄생과 함께
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
제가 그대에게 드리는
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가슴에 눈물이 말랐듯이
눈도 오지 않는 하늘
저무는 거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동(東)녘 하늘에 그 별을 찾아본다.
베드레헴은 먼 고장
이미 숱한 이날이 거듭했건만
이제 나직이 귓가에 들리는 것은
지친 낙타(駱駝)의 울음 소린가?
황금(黃金)과 유향(乳香)과 몰약(沒藥)이
빈 손가방 속에 들었을 리 없어도
어디메 또 다시 그런 탄생(誕生)이 있어
추운 먼 길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
나의 마리아는
때묻은 무명옷을 걸치고 있어도 좋다.
김치 크리스마스 / 노준옥
바슐라르를 읽다가 갑자기 부엌으로 가서김장김치 한 포기를 썰지도 않고 죽죽 찢어 서서 먹는다
입안에 가득 한겨울 시린 배추밭이 들어온다
새파란 무우청 줄지어선 무밭도 들어오고
붉은 고추밭도 총총한 마늘밭도 다들 살아서 들어온다
어쩌구저쩌구 고매한 정신에 밑줄 따라 그어가며
한량없이 쫓아가던 나의 정신에 느글거리던 이론에
과감히 고춧가루를 뿌리는 이 한밤의 역설
허구에 시달리며 또한 허구에 목마른 나는
이 긴긴 동짓달 하룻밤을 아름다운 사색으로 채우려 했건만
나의 정직한 식욕은 실체를 원했던 것이다
시뻘건 고춧가루와 노오란 마늘과 시퍼런 파와 청각과 가지가지의 재료들이
망상과 그리움과 고단함과 분노와 욕망과 회환과 무료함과 간절함과
익어가는 여인의 허연 장딴지 같은 배추의 속살에 범벅이 되어
불현듯 아름다워진 나의 크리스마스 저녁
바슐라르선생
꿀꺽 침을 삼키며 날 쳐다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도 / 정연복
올해는 산타클로스가 어떤 선물
가져오실까 궁금해 하면서
머리맡에 긴 양말을 놓고 잠들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합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지요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꿈결에도 산타를 기다리면서.
바람같이 흐르는 세월에
어느새 반백의 노인이 된 나
오늘밤이 다 가기 전에
어느 누구에게 산타가 되게 하소서.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파(寒波)에 관한 시모음<1> [한파] [추위] (1) 2022.12.19 강추위 시모음 [추위] [강추위] (0) 2022.12.19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1>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 (2) 2022.12.18 추위에 관한 시모음<3> [강추위 시] [한파 시] (0) 2022.12.18 추위에 관한 시모음<2> [추위 시] [한파 시] [혹한 시] (1)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