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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1>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
    시모음 2022. 12. 18. 23:10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1>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

     

    서울 크리스마스 / 김광섭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

     

    고요가 흔들리며

    바람이 불어

    풍조(風潮)가 인다

     

    먹구름이 초생달 빛에 찢기며

    한 조각 푸른 하늘이

    면류관을 쓴

    예수의 얼굴로 번진다

     

    서울 길

    인파(人波)에 밀려

    예수는 전신주 꼭대기에 섰고

    성탄의 환락에 취한 무리들

    붐비고 안고 돈다

    번화가의 전등은 장사치들의

    속임과 탐욕이 내놓이지 않도록

    경축의 광선을

    조심스레 상품 거죽에 던진다

     

    모든 나무들은 벌거벗었는데

    성탄수만은 솜으로

    눈 오는 밤을 가장했다

     

    예수는 군중 속에서 발등을 밟히다 못해

    그만 어둠을 남겨 두고

    새벽 창조의 시간을 향해

    서울을 떠났다

    가로수들만이 예수를 따라갔다

     

    어디선가 맨발로 뛰라는 소리가 났다

    그날 밤 서울서는

    한 방화범(放火犯)이 탈주했다

    성탄야의 종소리가 잉잉 울었다

     

    서울은

    테두리만 퍼져 나가는

    속이 텡 빈 종소리였다

    산등성이에서 빈대처럼 기는

    오막살이 지붕들만이 모여서

    이마를 맞대고 예배를 올렸다

    이튿날 아침 서울 거리에는

    예수의 헌 짚세기

    한 켤레가 굴러다니는 것을

    맨발로 가던 거지가 끄을고

    세계의 새 아침으로 갔다

     

     

    크리스마스 캐럴 / 이주희                                 

     

    1

    맞받아칠 겨를도 주지 않고 냅다 소리를 지르고 나가버린 남편은 온종일 전화 한 통 없었다

    팥죽 끓듯 부글거리는 속을 추스르려 쏘다니다 책방에서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사들고 들어왔다

    퇴근한 남편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능청을 부리며 내놓은 건 『크리스마스 캐럴』 이었다

    2

    화장실에서 윗옷 주머니에 넣어둔 손목시계를 변기에 빠뜨렸다

    유일한 결혼 예물이 순식간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청구를 들을까봐 퇴근길에 소매치기 당했다고 둘러댔다

    다친 데 없으니 천만다행이라며 더 좋은 것으로 사주겠다고 했다

    창밖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는 저녁이었다

     

     

    크리스마스 카드 / 박송죽

     

    미국에서 그려 보낸

    다섯 살 난 손녀의 그림 속에는

    생명의 빛과

    우주의 행복을 운반해 주는

    아기 예수가 숨쉰다.

     

    티없이 맑고 순수한

    첫눈 뜬 황홀한 평화로

    베들레헴의 말구유가 아닌

    그리움으로 銀河의 다리를 놓고

    흰눈으로 내리는 축복의 탄생.

     

    수정빛 맑은 눈동자 속에

    무지개로 열리는 세상 빛이

    아름답다 못해

    무거운 중량으로 다가와

    영혼의 이랑 이랑마다

    출렁이는 물결로 번져

    가슴 뜨겁게 적셔주는

    이 강렬한 생명의 빛.

     

    미국에서 그려 보낸

    다섯 살 난 손녀의 그림 속에는

    우주의 생명의 신비가

    축복으로 숨쉰다.

     

     

    크리스마스 아다지오-결혼기념일 / 박순옥

     

    수퍼마켓 영수증에 찍힌 날짜를 보고서야

    낯익은 숫자들에 두통이 인다

    손가락에 피가 몰리도록 무거운 찬거리를 들고

    미그러지지 않으려고 발만 보고 걷ㄷ는ㄷ다

    한대 나도 별만 보고 살았ㄷ다

    저녁하늘에서 밤하는까지

    더위가 사위도록 별만 보던 여름밤이 있었다

     

    -어머니는 치통을 앓으시며 벽만 보고 계셨다

    간다고 해도 돌아눕지도 않으셨다

    들여다보니 울고계셨다-

     

    녹슨 문을 온몸으로 밀고나가도

    가로막힌 유년의 담벽

    싼타는 헐거워진 베낭을 베고

    흐린 하늘로 돌아가는 것일까

    바람이 가득찬 비닐봉투 하나가 공중에 떠간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 임혜신

     

    보라, 바람이 부는 소리를

    빨강머리, 노랑머리, 검은머리 머리 위에

    쏟아지는 눈발을

    적게 사랑한 자에겐 적게 사랑한 대가를

    너무 많이 사랑한 자에겐 너무 많이 사랑한 대가를

    거짓 사랑을 한 자에겐 거짓 사랑을 한 대가를

    지순한 사랑을 한 자에겐 지순한 사랑을 한 대가를

    내게는 내가 사랑한 내 사랑의 대가를

    그대에겐 그대가 사랑한 그대 사랑의 대가를 내려주는

    보라, 두려움 없는 검은 눈동자 속의 예수

    싱싱하고 거친 공정함의 거대한 입술,

    그 입술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들 사랑의 싸늘한 증거

    무죄의 새하얀 바람소리를..

     

     

    크리스마스에게 띄운 편지 / 김하인

     

    지난 일 년 동안 모아온 햇빛과 꽃과 강 풍경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허틈 없이 아껴아껴 모아온 제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움을 보내드립니다. 이것을 가지고 당신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꾸미세요. 당신 마음을 따스하고 빛나게 해줄 장식으로 써주십시오. 당신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창가에 홀로 서서 촛불 모아들고 전 당신 행복함을 기뻐하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한 사람이 어둠을 지켜내는 것만큼 한 사람이 불빛처럼 따스해지는 것임을 압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행복하기에 모자라는 기쁨이라면 오롯이 전 당신이 제 기쁨을 아낌없이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빛과 함게 태어나고 웃음소리 속에서 당신 은종이 울렸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당신 파티가 끝난 뒤 제 눈물 한 방울도 묻어 있음을 눈치 채주셨으면 합니다.

    일 년 내내 당신만을 지켜보다가 맺힌 눈물 중에 한 방울입니다. 그 이외엔 크리스마스 전부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당신 충만될 수 있다면 전 성탄 트리가 되어 당신 창문 밑을 밤새워 지킬 겁니다. 이렇게 당신 가까이 있고 당신을 제가 사는 이 세계 한 모퉁이에 보내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모를 제 사랑을 자축합니다.

    제가 당신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첫 번 크리스마스 / 임종호

     

    너무 어두워

    길 못 찾고

    아우성 소리로만 가득하던

    땅에

    주께서

    빛 되어 내리시다

    소리 없이 내리시다

     

     

    가난한 연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손근호

     

    올 크리스마스엔

    꼭 너에게 선물할께

     

    그렇다고 이런 편지를 보내니

    뭐라더라

     

    크리스마스 카드 쓸 것

    만원짜리 이상 선물 살 것

     

    그래미안해

    신경 못 가진 것 말야

     

    올 크리스마스엔

    작은 나의 사랑에게

    산타가 되어야지

     

    그녀가 어릴 때

    만나지 못한 산타가

     

    이제 그녀의 나이에

    내가 산타가 되어야지

     

    가슴으로 적은 카드 한 장

    만원짜리 이상선물 고르고

     

    그래 이번 크리스마스엔

    그녀의모든 것이 되도록

    오늘부터 준비해야지

     

     

    화이트 크리스마스, 당신은 영원한 사랑이십니다 / 이채

     

    당신은 약속의 땅을 주셨어도

    나는 정직의 나무 한 그루 가꾸지 못하고

    당신은 믿음의 뜰을 주셨어도

    나는 용서의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마르지 않는 강을 주셨어도

    나는 흐르지 못할 오만에 묶이고

    당신은 꿈의 동산을 주셨어도

    나는 이루지 못할 집착만 키웠습니다

     

    말은 있어도 생각이 되지 못하고

    생각은 있어도 기도가 되지 못할 때

    당신은 영혼의 자유를 주셨어도

    나는 바람이 통하는 길 하나 내지 못했습니다

     

    열리지 않고는 들을 수 없고

    뜨이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사랑

    부끄러움도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이여!

    가난한 마음에도 축복의 은총을 베푸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당신은 영원한 사랑이십니다

     

     

    크리스마스엔 / 이태강

     

    바람이 들어올까

    단추를 꼭 여며보지만

    얼굴에 달라붙는 찬 바람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손이 시려울까

    소매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보지만

    다 못들어간

    손가락 두 마디가

    보고싶습니다

     

    추워서 그런지

    손이 시려서 그런지

    한 주머니에

    두 손 꼭꼭 숨겨놓고선

    걸어가는 연인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레코드 가게 앞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을

    멍하니 듣고 있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눈이 오지 않음 어떻게 하나

    조금은 걱정도 되지만

    종이로 만든 눈가루로 예쁜 카드를 만들어

    보낼 곳 없어도

     

    다음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김남조

     

    거룩한 그 아기의

    이제금 새로운 영혼의 여광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벗이여

    오늘 밤 성당 돌층계서

    환한 네 얼굴 보여 주지 않으련

    기도하러 가는 마음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너 함께 내가 있고프단다

     

    세상에 나서

    아직 기도를 올린 적 없다는

    너의

    오히려 나를 울린 우애의 그늘에서

    내가 부끄러워

     

    지금은

    천주이신 아기께서 잠드신 시간

    정결하고 광화로운 이 시공 속에

    우리의 마음을 새겨 종이나 빚었으면

     

    마음속에 넘쳐나는

    정밀한 강물모양

    외로움이 일 적에 울어 주는 종

    보고짐이 일 적에도 울어 주는 종

     

    벗이여

    촛불 밝혀들고

    유리창에 비쳐 보는

    꽃가게 같은 너여

     

    하늘에선 흰눈을 내려주십시오

    펄펄펄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

    눈인 양 새맑은 소망의 기를 올리게 하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놀라운 밤이다. 

     

     

    성탄 빛 / 홍수희

     

    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반짝이는 카드에도

    한 아름의 선물에도

    우리 아기님

    뵈올 수 없네

     

    거룩한

    아기 예수 어디

    나셨을까

     

    내 마음의

    별 따라 가보자

     

    도시의 외양간을

    찾아서 가보자

    냄새나고

    축축한 외양간을

    찾아서 가보자

     

    마음이 억눌린 이여

    고달픈 육신 갇혀있는 이여

    가난으로 촛불 한 자루

    준비하지 못하는 이여

     

    축제의 날엔

    두 배로 슬퍼지는 이

    지금 마음이 가장

    쓸쓸한 이여

     

    그대 맘을 찾아가

    경배하리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 곳에 우리 아기

    오시리

     

     

    구유 앞에서 / 이해인

     

    하늘에서 땅까지

    참으로 먼 길을 걸어 내려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사랑으로 좁히러 오셨습니다

    예수 아기시여.

    천 년이 지나고 또 천년이 지나도록

    당신은 변함없는 사랑으로오시건만

    당신을 외롭게 만든 건

    정작 우리가 아니었습니까

     

    누우실 자리 하나 마련 못한 건

    바로 우리가 아니었습니까.

    아아, 주예수 그리스도 엠마누엘이여

    사랑이신 당신 앞에

    천지가 잠을 깨는 밤

    당신을 닮고 싶은 영혼들이

    피리처럼 떨려 오는 아름다운 밤이여'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 박화목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내가 어렸을 그 옛날같이.

     

    초롱불 밝히며 눈길을 걷던

    그 발자욱 소리, 지금 들려온다.

     

    , 그립고나, 그 옛날에 즐거웠던,

    흰 눈을 맞아가면서

    목소리를 돋우어 부르던 캐럴

     

    고운 털실 장갑을 통하여, 서로

    나누던 따사한 체온.

     

    옛날의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성탄절 가까운 / 신경림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나보다.

    가슴과 등과 팔에 새겨진 이 현란한 무늬들이 제법 휘황한 걸 보니

    하지만 나는 답답해온다 .

     

    이내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값진 장신구들이 무거워지면서

    마룻장 밑에 감추어 놓았던 갖가지 색깔의 사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정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무딘 주머니칼로 새겨넣은 내 이름은 남아 있을까 .

     

    성탄절 가까운 교회에서 들리는 풍금소리가

    노을에 감기는 저녁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버렸나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낮은 곳에 임하신 임마누엘 / 남정림

     

    지극히 높으신 당신이

    지극히 낮은 마굿간에

    임마누엘로 임하신 것은

    사랑 때문이겠지요.

     

    망가진 것들 다버리고

    새로 창조하시면 될 것을

    굳이

    다시 살리러 오신

    그 사랑의 손을 꼭 잡아봅니다.

     

    오늘은

    응달에서 떨고 있는 영혼

    떠돌이 별처럼 외로운 영혼들

    당신 사랑의 손길 느끼게 하소서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시는 임마누엘

    가장 낮은 자가 되신 임마누엘

    당신 사랑이 온 세상을 덮으소서!

    당신 사랑만이 온 세상이 되소서!

     

     

    크리스마스 연극 / 이응준

     

    이렇게 푹푹 쪄대는 한여름이면 독일에서 돌아오기 직전

    내가 크리스마스 연극 가르쳤던 한국말 못하는 교포 아이들 생각난다.

    마땅한 대본을 구하지 못해 부활절 연극이 되어버렸던 그 해의 12 25. 사탄을 사탕으로 발음하던 그들에게 어머니 아버지 나라에서 온 어린 시인 선생님의 말들은 중동 어느 하얀 사막의 글자 같았겠지.

    하지만, 일요일 아침이면 외로움에 두 눈이 퉁퉁 부은 서른살 유학생

    여자와 함께 타고 가던 전철 창 밖에서 간밤 눈물에 젖은 거리를 말리던

    해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놀랍게도 지금껏 우리를 가르쳤던 모든 것들은 혁명도 실패도 아니라

    오직 잊을 수 없는 추억이더라는 충고.

    이 여름이 다 가도록 난 무대 위에서 결코 잊어선 안 되는 몇 줄 대사처럼 그때를 되풀이해야 하리. 죽을 때까지.

    혹은 다시는 죽을 수 없을 때까지라도.

    사탕을 사탄으로 교정해 주던 겨울날과,

    치렁치렁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짓고 말았던 쓸쓸했던 내 표정을.

     

     

    크리스마스 캐럴 / 오양심

     

    가시밭길이다

    동서남쪽이 사라지고 북쪽만 보인다, 홀로 된 별

    하나가 나보다 먼저 화석이 된 눈동자로 땅을 내

    려다 본다, 세상을 떼어 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가 없다

     

    바람은 허허로운 등짝을 때리고, 기세꺾인 별빛도

    그림자처럼 희미하다, 빛바랜 꽃잎의 수를 세다가

    잠을 자고 싶다, 밤이 낮이 되고, 밤낮이 환해져서

    어스름 달밤이 되어도 좋다는걸 이제 알았다, 캄캄

    한 잠을 자고 싶다

     

    대낮에도, 해저녁에도, 한 밤중에도, 새벽에도, 지상

    에서 모든 것들이 들림을 당하는 날에도, 속박에서

    벗어나는 개벽의 날에도, 마침내 이땅이 적색에서

    백색으로 거성이 되는 날에도, 내가 잠만 자다가 환

    장을 한 날에도, 종지부를 찍는 날에도, 캄캄한 것들

    이 아는체를 하는 날에도

     

    눈물을 부추기는 비바람속에서 내가 막막하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하늘에서 밧줄 하나 내 몸속에

    들어 온다, 지상으로 나 있는 가시밭 길을 지나면

    하늘로 올가 가는 길이 보인다

     

     

    진정한 의미의 크리스마스 / 고은영

     

    어떻게 보면

    늘 꿈만 키우다 가슴만 설레다

    쓸쓸해지던 크리스마스

    고독한 암연의 기도 같은 시간

    정녕 눈물나는 외로움과 고독에 젖은

    나의 크리스마스는 늘 가난했습니다

    당신의 성탄도 늘 가난했습니다

    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적막한 만찬이었습니다

     

    당신의 고초와 당신의 무거운 짐과

    당신의 생명과 맞바꾼

    우리 구원의 참된 의미를 헤아린다면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경건한 노래여야 합니다

    감사의 끝없는 예배여야 합니다

     

    왕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초라했던 당신

    당신 출생의 이력이 늘 가난했음을

    사람들은 종종 망각하나 봅니다

     

    어찌보면

    당신의 눈물과 피와 생명으로 세운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겐 언제나 부요하고

    어리석고 화려하기만 합니다

    본질을 잃고 영혼의 눈을 잃어버린

    절름발이 잔치가 돼 버렸습니다

     

     

    블루 크리스마스 / 김하인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당신과 촛불을 밝혔던 강변 카페를 혼자 찾아갑니다. 벌서 칠 년째입니다. 그동안 두 번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있었고 세 번은 징글벨 소리로 가득 찼으며 두 번은 산타가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아시나요? 당신과 헤어진 뒤 맞는 일곱 번의 성탄은 제게 전부 다 블루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어디서도 당신 찾을 수 없는 기억으로 하늘은 늘 푸른 멍빛이었고 촛불도 푸르게만 타올랐습니다. 모든 음악조차 제 가슴을 푸르게 물들여 전 크리스마스 내내 아픔과 슬픔으로 숨쉬기 힘들었습니다. 생애 유일한 신의 선물이 당신이었음에도 당신을 잃어버린 제 상실감은 어김없는 블루 크리스마스로 빠짐없이 제게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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