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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관한 시모음<2> [추위 시] [한파 시] [혹한 시]시모음 2022. 12. 18. 22:44
추위에 관한 시모음<2> [추위 시] [한파 시]
겨울-한파(寒波) / 전병철
예고도 않고 다리를 걸친다
있는 대로 가랑이를 벌리고는
이쪽 저쪽을 꽉 묶어 놓는다.
한파주의보 / 윤용기
꽁꽁 얼어붙은 대지 위로
뽀하얀 잔설이 수를 놓고
겨울 내내 영하 15도의 한파주의보
어제 쪼잘대던 버드나무 위 까치는
밤새 괜찮은지?
노천 논 위의 스케이트장은 아이들의 세상
넘어지고 넘어져도 신나는 세상
전동차 객실 난방은 1050W 모두 틀어도
춥다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한파주의보 발령 중!
얼어붙은 대지와 움츠린 사람들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 비추는 그 날
들판에서 한파와 시름하는 들풀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시험하고 있다.
한파 / 권오범
소한이 데려온 엉큼한 것
빈틈 보이면
다짜고짜 욕정에 시동부터 걸어
사랑하다 죽은 귀신인 양 안달복달
매무새 단단히 여몄건만
어디로 손 디밀었는지
등골이 오싹하도록 앙가슴 더듬질 않나
입술부터 귓불 핥느라 식식거려 나까지 콧김 나게 만드냐
남의 살 냄새가 그렇게도 그립거들랑
하다못해 시장통 좌판에 정신 나가 알몸으로 누운
물 좋은 생태라도 뼈가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뒹굴지
어쩌자고 다 늙어가는 몸 따라다니며 사정사정하는지, 원
공복으로 게슴츠레해진 눈 씀벅일 때마다 찔끔거리게 주물러
손등으로 훔칠라치면
손가락 끄트머리마다 얼얼하도록 애무해대는
이 빌어먹을 사랑에 환장한 것 같으니라고
추위 타는 이 나이에 와서 / 박송죽
엄동의 긴 겨울
헐벗은 나무처럼
추위 타는 이 나이에 와서
생각해 보니
산다는 것은 별것 아닌데
세상 고민 몽땅 혼자 끌어안고
속앓이 고혈 앓으며
아등바등 허기진 어리석은 삶.
세월 속에 옹으로 남기고
언제고 훌쩍, 아주 후울쩍
단절의 하이얀 면사포 쓰고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할 때
좀더 사랑하지 못했던
좀더 나누어주지 못했던
움켜진 십자가를 그으며
깊은 가슴 건네주지 못했던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낮은 침묵, 미안한 자리
안녕 안녕!! 이라는 이 말 한마디밖에
한파 / 박진표
찬 바람 불어와
밤을 지새우고
동장군 기세는 파죽지세
꽁꽁 얼어붙은 12월
밤새 뜬눈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그토록 무더웠던 미운
떠난 여름이
그리움을 먹인다
더위와 추위
애증의 관계
미워하며 그리워하고...
부디
미워하지 않을 만큼만
놀다 떠나라
춥다 추워 / 송근주
아이들이 춥다고
하는 말은 아이 추워
어른들이 춥다고
하는 말은 어이 추워
아이들은 아이 이기에
아로 시작하는 춥다로 표현하고
어른들은 어른이기에 춥다는 말을
어로 시작한다
아와 어의 차이
빈틈을 만들어
아와 어의 다름을
상기 시키는
언어라는 것
재미있는 마술 도구로
탄생되어
기억의 뇌에 말하고 있다
추운 날엔 / 도분순
매서운 한파라고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다 보니
인적 드문 길거리 춥고 스산하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려 왔다가
얼어 죽었다고 하였는데
거짓 부렁이었나 보다
양손이 주머니에 빠질세라
땅바닥만 쳐다보고 바삐 가는
저 신사, 무슨 생각 할까
아, 춥다 추워!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간절할까
겨울이 오면
왜 마음이 춥고 외로워지는 건지
옆구리 시린 온정이 그리운가 보다
한겨울 느낀 바가 다르겠지만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는
더 춥게 느낄 것 같다
일상을 마친 뿌듯함에
가족이랑 오붓하게 맛난 음식에
언 몸과 마음을 녹여보렵니다
한 파 / 이도연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날
이른 아침 날아든
조간신문엔
구겨진 세상의 활자들이
뒤엉켜
빼곡히 누워 있고
출근길 만난 할머니
주워 든
신문에는
밥 한 공기도 못 되는
밥풀이 묻어 있다
입김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아침이 차다.
소한 추위 / 신홍섭
소한 날 시작한 겨울비는
연 사흘이나 내리더니
강수량이 60mm를 넘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야
풍년이 들지, 벌써 농사 걱정을 한다
어느 곳에는
기온이 한여름을 방불케 하여
마당가에 철쭉꽃이 한창이란 소식을 본다
추위는 추위로 다스린다며
알몸으로 마라톤을 하고
인조 꽃을 만들어 놓고 겨울 축제를 하다가
빗물 앞에 얼음왕국은 여지없이 함락되었다
세상사 조신하게 기다리면
꽃 피고 잎 지는 시절 저절로 알 것을
세상이치 척하다 입을 닫는다
한파 주의보 / 이재환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랑 한 잎 남은
나뭇잎이
외롭고 추워보인다
너는
왜
혼자서
이 추위와 싸우니
무슨
미련이 남아
큰 나무를
외로이 지키고 있니
큰 나무도
이 추위를 이겨내야
새 봄에 맞을 수 있단다
이제 그만 자리를 내어 주렴
그래야
큰 나무도
추위를 이겨내고
희망의 봄을 준비할 수 있지
한파 속에 / 김명희
뾰족하게 날 선
그러기를 몇 일이 였던가
삼한 사온의 호사는
전설이 그려놓은 겨울 그림책
종아리
모세혈관 파랗게 부푼다
도망 다니는
혈류들이 쿨렁 거리며 펌프질하는 사이로
발톱 빠진 하루가
통증 같은 아린 해로 뜨지만
이제 겨우 동지 지났을 뿐
씹다 버린 껌에
음각으로 새겨진 이빨 자국처럼
잘근거린다
종일 불호령 속 내일을
딸각거리며
걸어간다 우리가
한파 속에서2 / 문재평
매떼가 할퀴고 간 자리
하룻밤 사이 대지의 기운을 바꿔 놓았다
밤새 얼마나 서글픈 이별이 있었기에
광기 어린 칼춤은 한낮에도 이어지는 것일까?
맹수의 울부짖음
안방 창문을 얼어붙게 만들어
세상과 단절을 예고했다
꽃씨를 뿌려
설산을 만들고
끝내 저주의 눈물로 얻은 부산물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아픔
애원해도 소용이 없는 몰인정함
냉혈로 욕구를 채우려는 야비함 가득
자비란 없다.
인간은 강한 듯
제일 약한 족속의
모순적 행태,
노총각의 방황과 절규는
한파 속 극에 달해
소주에 의지해 잠을 청하는
고독에 시린 밤.
동장군 / 윤갑수
매서운 삭풍한설
텅 빈 몸을 삭힌다
따스한 아랫목이
그리운 한겨울 녘
입 다문
개구리도 동안거 中
실신하고
해질녘 풀무질에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벼룬다
아침이면 번쩍이는
명검을 벼루는 동장군
기세를 부린다.
동장군冬將軍 / 윤갑수
매서운 동장군이 칼바람차고
자꾸만 내게 들이댄다.
구겨진 얼굴을 벌겋게 그을리니
한파가 화장을 해준다.
꼬임에 빠진 강추위가 왼 종일
우리를 약 올린다.
저물녘 텅 빈 길가의 나목들이
한파에 맥 못 추는 인간을
비아냥대듯 거들먹대며 춤춘다.
두터운 외투 옷깃사이로 비수를
들이대듯 칼바람이 스며들면
퇴근길을 가로 막고 유혹한다.
포차 불빛이 유난히도 흔들린다.
동장군 횡포2 / 권오범
가까이 하기엔 콧김이 왠지 꺼림칙해
연약한 목덜미 넘보고 싶은 본성
유발 시키지 않으려고
허술한 옷깃 여며보는 출근길
그래도 다짜고짜 바짓단 들추고 기어들어와
아랫도리 인정사정없이 주물러대
형편없이 쪼그라진 남자의 자존심
엉큼한 속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엊저녁 눈곱만큼 내린 눈들마저
스러지지 못하도록
밤새 얼마나 다조졌는지
도로가 혈전증에 걸려 발칵 뒤집힌 세상
두 손이 주머니에 숨어
몸 사리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당해 얼얼한 귀싸대기
하여간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것
동장군 횡포 / 권오범
달력이 소설이라고 귀띔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겨울 끄나풀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가로수은행잎들을 마구 수거해가고 있다
그러다 무슨 심통이 발동했는지
건물 벽에 달라붙어 불평 없이 근무 중인
애먼 현수막으로 우르르 몰려가
막무가내로 다랑귀 뛰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
허공으로라도 도로를 무단횡단 한 것도 아니고
전봇대 붙잡고 볼썽사납게 군것도 아니건만
구청에서 나온 강제 철거반처럼
콘크리트 못 붙잡고 있는 사지 잡아당기느라 생난리다
이름도 없이 두루마리로 지내다
뼈다귀감자탕개시 되어 일자리 얻은 몸이기에
버티는데 까지 버텨보겠다는 듯,
엉엉 울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맞서는 고집도 대단하고
동장군에게 / 권오범
백수건달 석삼년에
내 시방 몰골이 비루먹은 나귀처럼 푸석푸석하고
매무새마저 허술해 태없다 치자
그렇다고 이렇게 작정하고 깐보는 게 아니다
성가신 새벽동자도 그렇고
청승맞게 찬물에 빨래하랴
매나니로 연명해온
지긋지긋한 혼잣손
그러잖아도 호랑이 발톱같이 날 세운 그리움들에게
넉넉했던 마음 야금야금 줴뜯겨
감정마저 너덜너덜해진 것을
무슨 억하심정으로 살 떨리게 다조지는가
춘삼월도 다가오니 이젠 성깔 좀 접어다오
행여, 감기 같은 것으로 엿 먹이고 달아난다면
당나귀기침에 땀범벅이 될지언정
뒷산 재빼기라도 쫒아가 패대기쳐버릴 테니
동장군 / 이재기
한 폭 베일로
천심을 가리고
독 가시 품은 목으로
핏빛으로 울부짖는
탐욕들 쫓아가며
부러질 듯한 허리
이고 지고
오욕과 질시에 찌들어
지우지 못 할 영혼에
땟국이 흘러
복날 개 혓바닥
지쳐 내밀 듯
파랗게 죽어 가는
혼백들 사이로
하얀 이빨 보이고
싸늘한 웃음 뿌리며
동장군이 지나간다
동장군 / 나태주
동장군은
가녀린 산새들 심장을 쪼아먹고 자란다.
동장군은
흙밑의 숨죽인 풀씨들 신음 소리를 먹고 살이 찐다.
동장군은
가난한 사람들한숨 소리를 듣고 더욱 용맹해진다.
동장군은
언제나 나이를 먹지않는 미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드디어 동장군은
보잘 것 없는 우리집 뜨락의 작은 꽃밭에
짚동의 옷을 입고 들어 앉는다.
봄이 올 때까지 동장군은
우이집 뜨락을 떠나지 못하고 섭섭해 한다.
이보게, 우리
오래도록 함께 살세.
늦은 동장군 / 김경렬
바로 앞도 못 보는데 먼산 본다고 다 볼까
바람끝에 매달린 봄소식 바로인데
찬바람 몇 차레 불고나니 봄을 잊었다 하네
冬將軍 / 巨松 경규민
대지를 꽁꽁 얼려놓고는
멀쩡한 사람까지 곱사등이로 만들고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는 너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어디서 왔단 말이냐
전생에 무슨 연(緣)이 있었기에
매년 이맘때면 찾아와서
이 고통을 주느냐 말이다
반기는 이 하나 없는데,
원성이 쌓여서
네 몸을 밀치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날
아무 미련없이
시원하게 너를 보내 주리라
그날을 고대하며
이 겨울
네 기세와 심술에 내 고집으로 맞서 보련다
한파 / 허정인
마을은 하얀 무덤
길은 얼음판이다
몇 걸음도 살금살금
몇 분도 살벌한 공포다
온도를 높인 방안이
유일한 피신처
맛나게 익은 김장 김치만
한파속 무덤의 유일한 향기다.
수능 한파 / 도현영
찬바람 데리고 놀던 해님은
제 할 일 마무리하고 밤새 잠들더니
다음날 부스스 기지개를 켜며
꾸물꾸물 일어난다
창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코 고는 흐릿한 내 영혼을 깨우더니
떠나려는 추고마비를 붙잡으라고
눈꺼풀을 사정없이 잡아챈다
토끼 눈을 부릅뜨니 눈 부신다
뒤따라온 바람마저 마중하라고
볼때기 허벌나게 후려치니
코끝에는 붉은 단풍이 대롱거린다
태양은 희망의 메시지로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라면서도
으스스한 먹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한파 / 김인숙
검은 머리
하얀 파뿌리 되도록
정말 추워요
아휴 추워라
마음마저 추워지네요
여보세요
벗님네들
뜨끈한 국 끓이시거든
나도 한 움큼 넣어 끓여 주셔요
나, 한파
추워서 정말 못 살겠어요
첫 추위가 오다 / 윤무중
이맘때 쯤 못잊어 찾아온 것일까
너를 기다리진 않지만
찾아오는 너를 못본 척 하기도,
못본 척 한다고 않오진 않을진대
웃으면서 맞는다.
너를 반갑게 맞이할 때
이 세상 좁은 골목에선
돌개바람 되어
가난한 이들을 아프게 한다.
이왕에 온다면
훈훈한 정을 듬뿍 담아 찾는
따뜻한 메신저가 되기를,
동장군 올 때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에 당황과 실망보다
행복과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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