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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에 관한 시모음<6> [겨울 시] [겨울 나무 시]
    시모음 2022. 12. 18. 22:27

     

    겨울에 관한 시모음<6> [겨울 시] [겨울 나무 시]

     

    겨울나무 / 이해인

    내 목숨 이어가는
    참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눈 감아도 트여오는
    백설의 겨울 산길
    깊숙이 묻어 둔
    사랑의 불씨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드새운 밤

    종소리 안으로
    밝아오는 새벽이면
    영원을 보는 마음

    해를 기다립니다
    내 목숨 이어가는
    너무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겨울나무 /오보영 

    나 비록 지금은
    앙상해진 모습으로

    볼품없을지라도
    내겐 희망이 있단다

    파릇한 새싹
    싱싱한 잎으로 단장을 해서

    기다리는 님께 기쁨을 주고
    풍성한 맘 안겨다줄
    꿈이 있단다

     

     

    겨울나무가 따뜻하게 보이는 이유 / 윤보영

     

    겨울나무가

    따뜻하게 보이는 것은

    가지 끝에 남긴

    까치밥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 안이 따뜻한 것은

    날마다 담겨 사는

    그대 생각 때문이었군요.

     

    행복합니다

     

     

    겨울나무 / 신경희 

     

    아름답구나

    허물을 벗어 던진 너의 자태

    낱낱이 들어난

    상처투성이와 비틀림

     

    거친 피부에

    버석거리는 살결

    굵은 허리로 꼬여있어도

    너의 자태가 아름답구나

     

    뼈마디가 앙상하면 어떠하고

    우유 빛에 하얀 속살이 아니면 어떠하랴

     

    너는,

    언제나 땅을 지키는 나무이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는 자연인 것을

     

    아름답구나..

    알알이 비춰지는 울퉁불퉁 너의 굳은살

    낱낱이 해부되는 너의 곡선

    누드로 서 있는

    네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겨울나무 / 김후란

    침묵하는 나무
    고집스레 눈을 감고
    깊이 생각에 잠긴 그대

    빛을 받아 반사하듯
    나도 향기로운
    한 그루 나무 되어
    침묵의 응답을 보낸다

    휘젓는 바람
    창연한 고요 속에
    차디찬 달빛 날을 세운다

    아무도 봄을 믿지 않는 이 시각에
    기다림을 배워 준
    나무의 인내
    봄은 내 가슴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나목裸木 / 이현우

    이제 곧 자유를 얻으리라.
    아름다운 전쟁도 막을 내리고
    꽃이었다가
    열매였다가
    마침내 바람으로
    몇 안 남은 미련마저 다 지워버린
    겨울, 여백의 평화.

     


    나목 / 성백균

    추울 텐데
    한 잎 한 잎 입성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문턱을 들어서는
    나목

    삶이란 나목처럼
    때가 되면 내려놓는 것
    나뭇잎 떨어지듯 명예도 권세도 부도
    다 내려놓아야 편한 것
    거친 겨울바람도 쉽게 지나가고

    지나가야 다시 올 수 있지
    차면 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고
    그러니까 회계도 하고 가난도 이기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알몸, 저 겨울나무
    춥기야 하겠지만, 수치는 아니야
    용기지
    봄은 용감한 사람에게만 오는 거야

     

     

    겨울나무로 서서 / 이재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겨울나무의 기도 / 정연복

     

    사람들만 기도하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들도 기도한다

     

    성당 담벼락에

    가지런히 서 있는 나무들

     

    난방이 들어오는

    따뜻한 기도처가 아니라

     

    갑작스런 한파가 들이닥친

    추운 세상의 한복판에서

     

    푸른 하늘 우러러

    온몸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끝내 인내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굳센 용기

    강인한 생명의 힘을 달라고

     

    숨길 것 하나 없는

    알몸으로 간절히 드리는 

     

    저 겨울나무들의

    말없이 정직한 기도. 

     

     

    겨울나무ܨ/ 김근이
              
    추운 겨울
    기도에 잠입하는
    겨울나무
    하늘을 향해 묵상하는
    가지 끝으로
    봄이 내린다.

     

     

    겨울나무로 서서 / 목필균

       

    나 이젠 서슴없이 동안거에 들어갈까 해

    고단한 허울 다 벗어놓고

    홀가분한 가슴이 되는 거야

     

    영하로 내려갈수록

    바람의 뼈대를 세우고

    한 계절 온전히 견딜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부산한 세상 바람

    단단히 걸어 잠그고

    침묵의 동안거로 들어서는 내겐

    겨울은 가장 평화로운 나라이지

     

     

    겨울나무 /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겨울나무 / 박덕중

     

    옷을 벗는 일은 슬픈 일이다

    맨살 드러내는 일도 슬픈 일이다

    맨살로 노래하고

    맨살로 춤을 추고

    체온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벗겨진채

    살갗에 내리는

    치욕을 팔아

    살아가야 하는

    잎새하나 없는

    벌거벗은 겨울나무야

    밤 하늘의 반짝이는

    수 많은 별빛 아래서

    빛나는 음악을 타고 흔드는

    너는 언제쯤

    잠이 들려나.

    부끄럼 벌거벗고 흔드는

    겨울나무야

     

     

    겨울나무 / 김남조

     

    말하려나

    말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이 말부터 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산울림도 울리려나

    나의

    겨울나무

     

    새하얀 바람 하나

    지나갔는데

    눈 여자의 치마폭일 거라고

    산신령보다 더 오래 사는

    그녀 백발의 머리단일 거라고

    이런 말도 하려나

    산울림도 울리려나

     

    어이없이 울게 될

    내 영혼 씻어내는 음악

    들려주려나

    그 여운 담아들

     

    쓸쓸한 자연

    더 주려나

    아홉하늘 쩌렁쩌렁

    산울림도 울리려나

    울리려나

    나의 겨울나무

     

     

    겨울나무들 / 용혜원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여름날 그 찬란한 햇살 속에

    아름답기만 하던

     

    옷들을 다 벗어버리고는

    가지마다 서로 외로움을 비비며

    추위에 떨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벌써부터

    봄이 오는 걸

     

    기다리고 싶은 마음에

    모든 손을 다 들고

    환영하기를 시작한 모양이다

     

     

    겨울나무 가지치기 / 김재진

     

    인적없는 깊은 산마루 기슭의

    고욤나무에 찬 서리꽃 내려서

    한알 두알 근심을 떠나보냅니다

    허기진 산 벗은 눈 망에 담습니다

     

    산 아래 어스름 불빛 고택에는

    노부부가 도란도란 의지합니다

    안채 뒤뜰 오롯한 담벼락 뒤서리

    유실수가 아름드리 보기 좋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가랑비 근근하니

    고욤나무는 속 응어리 터집니다

    노부부의 지혜 담긴 성근 열매는

    출가한 자식도 인정하니 선물입니다

     

    어수룩하니 움츠린 겨울나무 가지는

    애련하나 잘라줘야 소담스럽습니다

    못난 겉까지는 땔감으로 산화합니다

    무녀리 산지기는 한껏 가엾은 마음입니다

     

     

    겨울나무는 / 임영준

     

    겨울나무는

    이유 있는 서러움이 걸려

    허청거릴 수밖에 없어

    한 해를 꼬박 다 바쳐

    잉태했던 핏줄들이

    허망하게 떨어져나가고

    해갈할 수 없는 혼돈만 남아

    깊이 주름 짓고 있는 거야

    가끔씩 눈보라가

    어루만져줄 때에야

    비로소 사무치는 뿌리를 딛고

    호소할 날들을 헤아려 보기도 하는 거야

    나름 까닭 있는 몸짓인거야

     

     

    겨울나무 속 꽃 / 정연복

     

    봄이 오면 꽃이 핀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봄이 되어

    비로소 꽃 피는 게 아니라

     

    겨울나무 속에

    꽃은 이미 들어 있다

     

    겨울 너머 오는 봄은

    겨울과 맞닿아 있고

     

    겨울 지나 피는 꽃은

    겨울나무와 연이어 있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목(裸木)의 온몸에는

    수액이 돌아

     

    봄의 연둣빛 이파리를

    잉태하고 있을 터.

     

     

    겨울나무를 보며 / 박재삼

     

    스물 안팎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버렸다

     

    비로소 나는 탕에 들어 앉아

    그것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

    부우연 노을 속 한 경치로서

    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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