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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가을에서야 / 이해인 [가을 시]시 2022. 11. 21. 22:13
내 나이 가을에서야 / 이해인 [가을 시]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 바래고, 향기도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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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에 관한 시모음<3>카테고리 없음 2022. 11. 19. 20:53
초겨울에 관한 시모음 초겨울 엽서 / 홍해리 토요일엔 하루종일 기다리고 일요일은 혹시나 하지만 온종일 소식은 없고 바람에 슬리는 낙엽, 낙엽! 나겹나겹 낮은 마당귀에서 울고 있다 내 마음 앞자락까지 엽서처럼 와서 그리움만 목젖까지 젖어 네가 눈가에 맴돌고 있지만 성진 날개로는 네게 갈 수 없어..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날 솟대 하나 하늘 높이 세우자 뒤뚱대는 여린 날개짓으로 네가 날아와 기러기 되어 앉는다 비인 가슴으로 나도 기러기 되어 네 곁에 앉는다 초겨울에 온 편지/ 김용관 하늘이 써 준 편지를 들고 가슴에 춤사위로 앉아 잠시 사연도 말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낮선 사네의 가슴인가보다 복상사(腹上死)를 당한 여인네의 기막힌 가슴일까 펑펑 우는 것을 보면 속마음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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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에 관한 시모음<2>시모음 2022. 11. 19. 20:39
초겨울에 관한 시모음 초겨울 엽서 / 홍해리 토요일엔 하루 종일 기다리고 일요일은 혹시나 하지만 온종일 소식도 없고, 바람에 슬리는 낙엽, 낙엽, 나겹나겹 낮은 마당귀에서 울고 있다 내 마음 앞자락까지 엽서처럼 와서 그리움만 목젖까지 젖어 네가 눈가에 맴돌고 있지만 성긴 날개로는 네게 갈 수 없어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날 솟대 하나 하늘 높이 세우자 뒤뚱대는 여린 날갯짓으로 네가 날아와 기러기 되어 앉는다 비인 가슴으로 나도 기러기 되어 네 곁에 앉는다. 가지산의 초겨울 / 조재완 잎새는 졌다 머물던 가지에 추억만 남기고 바람의 길을 터주며 미련 없이 떠났다 발아래 가랑잎 부서지는 소리뿐 정적을 깨우는 텃새들의 아우성도 멎었다 그토록 성성하던 산등성이가 고슴도치 등처럼 앙상하다 불꽃처럼 피었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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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에 관한 시모음 <3>시모음 2022. 11. 17. 10:48
낙엽에 관한 시모음 떠남-낙엽을 밟으며 / 조병화 떠납니다 말 죽이며 떠납니다 떠난다, 라는 말처럼 슬픈 말이 있으랴 가슴 저리는 말이 있으랴 그토록 애절한 말이 또 있으랴 떠납니다 아, 너와 나의 이 만남 떠남처럼 무서운 말이 있으리 만나면 떠남이 있음이 이 이승이라 하지만 떠남처럼 아픈 철학이 있으랴 어찌 이 날이. 낙엽 / 박정원 이별은 다시 헤어질 수 없으므로 아름답다 죽음은 다시 죽을 수 없으므로 영원하다 죽음보다 처절한 이별이 어디 있을까 떠나야 할 때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죄없는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 세상은 없는가 늬 아버지를 두고 내 먼저 절대 눈 못 감는다 내 어찌 갈꺼나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시고도 마른기침 같은 영혼을 간신히 일으키며 난 괜찮다 너희 아버지는 진지드셨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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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에 관한 시모음<2>시모음 2022. 11. 17. 10:25
낙엽에 관한 시모음 억새꽃 바람 / 이원문 이맘때면 찾는 언덕 언제인가 여름날 그리 시원 했었는데 이제는 쓸쓸히 옷깃에 스며야 하는 건가 눕는 억새꽃들 다른 한곳은 그대로 나를 기다리는 듯 돌아서지 못 하는 마음 쓸어 안아야 했다 다시 찾을 내년 될까 마지막의 오늘일까 이 억새꽃 남기며 되돌아서는 마음 바람만 쓸쓸히 옷깃에 스며든다 억새 풀 / 박인걸 가을 억새 풀 섶에 서면 나도 억새인 걸 깨닫는다. 찬 바람 부는 비탈에서 이리저리 쏠리며 억세게 살아온 세월 예리한 칼날 세우고 스스로를 베며 참아온 나날 들 피 맺힌 마디에서 아픈 비명이 들려온다. 짙푸른 젊음 꼿꼿한 자존심도 사라진 휘주근한 풍경은 힘든 삶의 흔적이다. 夕陽의 긴 그림자 무엇 위해 견딘 세월이던가. 고운 단풍 낙엽 될 적에 스스로 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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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에 관한 시모음<2>시모음 2022. 11. 17. 09:37
억새에 관한 시모음 억새꽃 바람 / 이원문 이맘때면 찾는 언덕 언제인가 여름날 그리 시원 했었는데 이제는 쓸쓸히 옷깃에 스며야 하는 건가 눕는 억새꽃들 다른 한곳은 그대로 나를 기다리는 듯 돌아서지 못 하는 마음 쓸어 안아야 했다 다시 찾을 내년 될까 마지막의 오늘일까 이 억새꽃 남기며 되돌아서는 마음 바람만 쓸쓸히 옷깃에 스며든다 억새 풀 / 박인걸 가을 억새 풀 섶에 서면 나도 억새인 걸 깨닫는다. 찬 바람 부는 비탈에서 이리저리 쏠리며 억세게 살아온 세월 예리한 칼날 세우고 스스로를 베며 참아온 나날 들 피 맺힌 마디에서 아픈 비명이 들려온다. 짙푸른 젊음 꼿꼿한 자존심도 사라진 휘주근한 풍경은 힘든 삶의 흔적이다. 夕陽의 긴 그림자 무엇 위해 견딘 세월이던가. 고운 단풍 낙엽 될 적에 스스로 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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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보고 싶어요 / 김용택시 2022. 11. 15. 16:25
늘 보고 싶어요 / 김용택 오늘 가을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 왔습니다 산골 깊은 곳 작은 마을 지나고 작은 개울들 건널 때 당신 생각 간절했습니다 산의 품에 들고 싶었어요, 깊숙이 물의 끝을 따라 가고 싶었어요 물소리랑 당신이랑 한없이 늘 보고 싶어요 늘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겐 모든 것이 말이 되어요 십일월 초하루 단풍 물든 산자락 끝이나 물굽이마다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당신이 보고 싶어서 가슴 저렸어요 오늘 가을산과 들녘과 물을 보고 하루 왼종일 당신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