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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의 마지막날에 관한 시모음<1> [12월 끝자락]
    시모음 2022. 12. 26. 12:00

     

     

    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 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12월이라는 종착역에 /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쪽 펼쳐 보게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더 중히 여기고 싶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

     

    하나 둘 생각해본다

    버려야 할것들에 대하여

    나는 12월을 보내면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12월 송가(送歌) / 주응규

     

    햇빛 달빛을 밟고 지나 열두 징검돌을 건너

    그대와 동행한 긴 듯 짧은 여정은

    어느새 막바지 고빗길을 넘으면

    그대와는 영영 이별이라오

     

    석별의 눈물을 흘리는 그대

    행여나 가슴에 응어리 맺혔거든

    남김없이 떨쳐주오

     

    그대와 더불어 거닐어 온 날은

    비바람치고 꽃피고지고 잎새 돋고지고

    맑은 날 흐린 날 번갈아들며

    눈물겨운 사연도 참 많았구려

     

    그대와 동고동락했던 소중한 시간

    세월의 그늘에 차츰 묻힐지라도

    간간이 가슴에 피우리니

    그대 부디 잘 가시구려

     

    재 너머로 총망히

    새 손이 오신다는 기별이 왔소

    그대가 묵었던 사랑채를

    말끔히 단장해

    새 손 맞을 채비 하리다.

     

     

    12월 한 해의 끝에서 / 안희선

     

    흐르는 세월에 내몰리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보니,

    횅하니 벽에 남은 달력 한 장이 외롭습니다

     

    한 해의 끝에서 그 달력을 걷어낼 때마다,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듣습니다

    감당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차가운 살 속 깊이 파고듭니다

     

    창 밖을 보니, 마지막 이파리를 벗고

    겨울을 입은 나무들이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 같은 것이

    잠시 눈동자에 어리다가 이내 흔들립니다

     

    왠지 고독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향기가 되고 싶은 매혹적인 우울함이

    텅 빈 몸에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낯설기만 합니다

    지난 가을의 길목에서 돋아난 그리움이

    한껏 부풀어,

    낙엽도 아닌 것이 가슴 위에 아직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 겨울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렇게 저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럴땐, 정말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쓸쓸함을 배웠던 날처럼,

    지워지는 한 해의 끝이

    눈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헛헛함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날......

     

    그리움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내 안에서 조용히 불러봅니다

     

    비록, 낯선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빈 몸이더라도

    이제사 겨울로 떠나는 나의 계절이

    차갑지 않기 위해

    작은 불씨 하나 그렇게 가슴에 지피렵니다

     

     

    마무리하는 12월 / 나명욱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달랑 남기고 있는 2009년

    주황빛 노을 펼쳐지는

    겨울 문턱에 들어선

     

    계획하고 소망했던 일들은

    얼마나 이루고 노력했던 해였는지

    단 한 가지라도 마음속의 꿈을

    생각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했는지

     

    이제 지울 것 지우고 마무리할 것은 하자

    슬픈 그리움도 아픈 상처도

    부질없는 미련 따위도

    깨끗하게 새로움으로 시작될

    경인년 호랑이 해를 맞아

    다가올 뜨거운 태양빛

    힘찬 희망만을 기억하자

     

    다시 가슴이 뛰는 새해가 온다

    매년 찾아오는 파랑새 한 마리

    햇살을 타고 온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꿈을 맞이하라고

    행복을 맞이하라고

    아쉬움으로 남더라도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다시 파랑새 한 마리 하늘 높이 날려 보자

    내일은 언제나 푸르다고

     

     

    12월 마지막 날 / 김윤구

     

    겨울밤 익어 가는 굴다리

    양 곱창집 천장에 머문 숨소리가 千斤이다.

     

    녹아나리는 소주병의 주둥이에

    重한 중력의 힘 솟구치는 풍경이

    여기저기서 고단한 현실의 속내처럼

    발끈하고 굴다리 밑 중 드리운 석양은

    서운하게 저물어 간다.

     

    12월 깊은 밤 그렇게 익어가고

    무심히 잊으려 애쓰는 추억과 사연도

    해 저물어 달빛 드리운 소주잔에 찰랑이며

    진눈깨비 훑는 유리창엔

    마지막 야윈 달이 되어 멎는다.

     

    질퍽한 회색 도시의 푹한 거리처럼

    아련한 빛의 피사체를 낳는

    가로등이 머문 세월은 삶에 반비례하며

    석쇠에 흔적을 남기는 곱처럼 우리네

    얄궂은 일상이 기억되는 밤은 지워진다.

     

    내일이면 다가올 壬辰年 새해를 드리울

    흑룡의 잔등엔 고단과 현실을 털어 버릴

    꿈과 희망 맑은 기운 품은 해님이길 기원하는

    굴다리의 밤은 고요에 잠들고 있었다.

     

     

    어느 12월의 끝자락 / 노민환

     

    겨울비에

    작은 낙엽 하나

    슬픈 계절 끝자락에 밀려

    외로움에 우는 내 사랑과 함께 떠난다

     

    늘 목마른

    사랑은 또 그렇게

    한 아름 미움만 가슴에 품고

    비에 젖은 세월처럼 흘러 강으로 간다

     

    추억에

    아물지 않은 상처

    한 폭 그림으로 남기고

    보일 듯 말듯 눈물 숨긴 그대는

    바람 지나는 언덕에서

    다시 달려오는 사랑도 외면하고 간다

     

    저기

    비 내리는 거리에는

    12월의 짙은 입술로 치장한

    마지막 일요일이

    술집 여자처럼 빨갛게 엎드린 날

    겨울의 강을 따라 기다림도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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