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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의 끝, 송년에 관한 시모음
    시모음 2022. 12. 26. 10:41

     

     

    12월의 끝, 송년에 관한 시모음

     

    송년인사 / 오순화

     

    그대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대 올해도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대 올해도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대 올해도 내 눈물 받아 웃음꽃 피워주고

    그대 올해도 밉다고 토라져도 하얀 미소로 달래주고

    그대 올해도 성난 가슴 괜찮아 괜찮다고 안아주고

    아플 때마다 그대의 따스한 손길은 마법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대의 품은 오늘도 내일도 세상에서 가장 넓고 편안한 집입니다

    그대가 숨쉬는 세상 안에 내 심장이 뛰고 희망이 있습니다

    그대 올해도 살아줘서 살아있음에 큰 행복 함께 합니다

     

    송년(送年) / 박인걸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동녘의 첫 햇살 앞에 고개 숙여

    경건하게 다짐한 결심이

    무참히 무너진 연종(年終)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새겨 넣은 각오

    작심삼일이 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진 한 해

     

    지나온 한 해를 생각하면

    자괴감에 슬프고

    이루지 못한 소망들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게을렀던 내 탓이다.

     

    이맘때만 되면

    내 모습은 점점 쪼그라들고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새 캘린더를 바라본다.

    잎만 무성한 나무아래

    도끼가 날을 서고 있지만

    다시 삼백 예순 닷새가 있기에

     

     

    송년의 노래 / 박금숙

     

    해가 저문다고

    서두르거나 아쉬워하지 말자

    처음부터 끝은 없었던 것

    세월의 궤도를 따라

    지칠 만큼 질주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는

    어제의 일조차 까마득히 잊은 채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길을 돌아왔을 뿐

    제각각 삶의 무게에 얹혀

    하루해를 떠안기도 겨웠으리라

     

    잠시 고된 짐 부려놓고

    서로의 이마 맞대줄

    따뜻한 불씨 한 점 골라보자

    두둥실 살아있는 날은

    남겨진 꿈도 희망도

    우리의 몫이 아니겠는가 

     

    한 해를 보내는 마음 / 정용철

     

    이제는 12, 한 해가 갑니다.

    요맘때가 되면 '올해 나는 무슨 일을 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한 해를 무의미하게 보낸 듯한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일은 많이 했지만 이룬 것은 없고

    생각은 많았지만 행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가 놓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살았다.'는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2009년 한 해를 이렇게 살았습니다.

    삶은 어떤 경우에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삶이란 그것이 나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만들고 이루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올 한해의 삶을 통해, 가정과 직장과 친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얼마나 크고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모릅니다.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을 내가 내 자리에서 다 했습니다.

    물론 불만스럽기도 하고 후회도 있지만,

    한 해의 삶 자체는 이것으로 완벽합니다.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고 훌륭했습니다.

     

    삶이란 + -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가 합하여 한쪽 방향으로 길어지는

    +(┼──────)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방향과 미래가 됩니다.

    아픔도 부족도 미래를 향하면 삶의 새로운 힘이 됩니다.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 김석림

     

    수봉산 향해 머리 숙인

    겨울 나목裸木

    참회의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진 자리로

     

     

    여보게 친구들 이 한해도 저무네

     

    여보게 친구들~!

    이제 우리 참 힘들게 장애물 경주 끝낸 기분일세

    그게 인생이라 하였던가~!? 인연에서 시작하여

    인연속에 살다가 인연으로 헤어지는것이 우리 인생이 아니던가?

     

    ~! 불가에서 하는 말 이런 얘기가 있지--

    제행 무상<諸行無常> 태어나서 반드시 죽는다는 것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나면 헤어진다는것

    원증회고<怨憎會苦>원수는 한번은 만나게 되는 것

    그것이 우리들 살아가는 인생이라 말하고 있네~!

     

    우리는 한  고향에서 만나 한 학교에서 배워

    제발로 걸어나가 험한 세상 애써 살다가

    이제 나이들어 서로의 안부를 묻게되니 그것이 친구였네

    만나면 섬진강 이야기에 지리산 노고단 화엄사 천은사

    오산 사성암 함께한 추억들의 보따리들을 잊지않고 챙기고

     

    여보게 친구들~!

    자네들은 그래도 잘도 생겼고 키도 크고 힘도 세고 그리고

    부모님 德도 가졌고 그리고 우수 유전자 머리를 받아

    세상사는데 큰 힘이되어 살았겠지만 나 정말 그 반대라

    세상쓴 맛 다 보며 남보다 일도 많이 하고 살았지--

     

    한달에 382시간 근무를 한적도 있었지--

    불가에서 말한 제행무상 회자정리 원증회고 그러한 인생이었지--

    이제 라스트 장면에서 후회 원망 소망 희망 --그 무었이

    필요하겠는가? 만나면 등 두드리며 서로를 위로 해야할 싯점에

    인연이 되면 만나겠지-- 가까운 곳 이라면 쉬이 만날 텐데--

     

    여보게 친구들~!

    소주 서너잔이면 취하는 걸 인생이 취하는걸 기회 되면 한번쯤

    만나게 되려나 그것이 원증회고가 된 사인들 못 만날게 뭐있겠나?

    만나면 하하 웃고-- 못마시는 술잔 들고 구구팔팔은 빼버리고

    이삼세 한번 해보세--그리고 지난 이야기 보따리 풀어헤치고--

     

    여보게 친구들~!

    봄인가 했더니 여름  덥다 덥다 했더니 가을 그 가을이가버리니

    겨울이구려---벌써 12월 초순--이 한해도 저무는구려--

    나이 한살 더 먹는다고 나오는 한숨일랑 소리 없이 삼키시게

    인생 너나 나나 다 그렇고 그런것 아니던가

     

    여보게 친구들~!

    인생 사는거 훗날 생각해 보면 다 마찬 가지라는것

    나는 누구에게 몹쓸짓을 하지 않고 살아 왔는지

    나 살자고 남을 고행의 늪으로 빠져 들게 하지는 않했는지

    해가 서산에 넘어 갈때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생각 해보자고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중에서>

     

     

    12월의 송가(送歌) / 신영

      

    이별이란 말보다는 그리움이란 말을 남기자.

    작은 삶의 울타리 안에

    크고 작은 기쁨과 행복

    상흔으로 남은 좌절과 슬픔과 고통

    울퉁불퉁하고

    올록볼록했던 삶의 길목에서

    화들짝 웃음도 지어보고

    울컥 화를 풀어 콧물 눈물도 흘리며

    걸어왔던 한 해 동안의 삶

    잘 살았구나!

    이 많은 사람과

    수없이 많은 일 들 속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행복한 사람.

    이른 새벽 바다를 가르고 오르던 붉은 태양

    한낮의 뙤약볕으로 온 세상을 어루고

    저녁이면 제 몸을 다 태우며

    서산을 향해 돌아가는 놀 빛 석양처럼

    아쉬움이란 말보다는

    기다림이란 말을 남기자.

    새로운 날을 함께 기다림으로 마주하자. 

     

     

    12월 송가(送歌) / 주응규 

     

    햇빛 달빛을 밟고 지나 열두 징검돌을 건너  

    그대와 동행한 긴 듯 짧은 여정은

    어느새 막바지 고빗길을 넘으면

    그대와는 영영 이별이라오

     

    석별의 눈물을 흘리는 그대

    행여나 가슴에 응어리 맺혔거든

    남김없이 떨쳐주오

     

    그대와 더불어 거닐어 온 날은

    비바람치고 꽃피고지고 잎새 돋고지고

    맑은 날 흐린 날 번갈아들며 

    눈물겨운 사연도 참 많았구려

     

    그대와 동고동락했던 소중한 시간 

    세월의 그늘에 차츰 묻힐지라도 

    간간이 가슴에 피우리니

    그대 부디 잘 가시구려

     

    재 너머로 총망히

    새 손이 오신다는 기별이 왔소

    그대가 묵었던 사랑채를

    말끔히 단장해

    새 손 맞을 채비 하리다.

     

     

    사랑, 한 해()를 마무리하며 / 박만엽

     

    사랑하는 사람아

    한해가 가기 전에

    못다 한 일들을 마무리하자

     

    머리 속에 지울 것은 지우고

    잊을 것은 잊어버리고

    가슴속에 따사로운 사랑만 남겨두자.

     

    사랑은 물질적 풍요로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부를 누려 본 사람은 안다.

     

    사랑하는 사람아

    남들에게 무엇을 받을 것인가를

    생각지 말고

    남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생각하여 보자.

     

    많이 가진 사람은 나누어줌으로써

    미안한 마음에서 벗어나는 희열을 느끼고

    조금 가진 사람은 꿈을 키 워감으로써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껴보자

     

    사랑하는 사람아

    새해가 오기 전에

    사랑과 꿈이 담긴 목도리를

    온 몸에 걸쳐보자.

     

    12월 끝자락을 잡고서 / 류영동

                

    영혼과 영혼이

    지난 한세상을 보내고

    또 다시 인연으로

    사랑되어 우리 만났습니다.

     

    서로의 향기를

    찾아 그리워하며

    잊혀져가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아름을 부르며 서서있습니다.

     

    애태워야 할 사랑이건만

    억겁의 남루한 신을 신고서

    지금 걸어서 너를 찾아가지만

    내 눈물이 나도 닦아내지 못 합니다.

     

    첫사랑 언약이

    하얗게 바래서 너덜너덜

    만났던 그 바닷가로

    달려가서 씻겨서 다시

    신을 신고 달려갑니다.

     

    이승까지 같이 가자던

    언약하나 지켜가는 우리사랑길

    무엇이 너에게 사랑이

    진정한 진실 될까요

    나만 이렇게 애타는

    아픔으로 살아가야 할까.

     

    외로운 인생항해

    오직 너만의 사랑이외는

    빈자리가 없는 나

    내 영혼이 서린 진실이 서럽습니다.

     

    자꾸 빈 세월 앞에서

    너만을 내가 불러봅니다.

    그만 멈추고 날 돌아봐달라고

    지친 발걸음 한해 끝자락

    놓아 버린 시간에게

    나는 지금 묻습니다.

     

     

    12 31이여 / 송용일

     

    앞서가는 세월을 잡으려

    제한속도를 넘나들어도

    안간힘 다해도

    뒤돌아보지도 않네

    시속 120킬로, 130킬로 널따란 길

    넓어질수록 속도는 빨라 시야가 좁아지니

    무엇을 보았는지 긴 여로는 남는 것 하나 없네

    발품을 열나게 팔아도 등잔 밑은 어두워져

    어느덧 그대 앞에 서다니 1231일 이여

     

     

    12월 끝자락에서 / 류인순

     

    새해 첫날 받아 든

    한해 삶을 그려야 할

    빈 도화지 한 장

     

    날마다 알록달록

    수많은 이야기로

    틈 없이 채워왔네

     

    분홍빛 시작으로

    빨강 노랑 파랑까지

    그 틈새로 회색도 하나

     

    12월 징검다리 건너

    새로 열릴 생방송 무대

    더 고운 색 채우려면

     

    곱디고운 장밋빛 물감

    하나 더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12월 끝자락 날개쭉지 부여 잡고서 / 오애숙

     

    겸허이 내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어

    감사의 나래 펼쳐 후회와 새결심이

    심연에 버무려져서 날 부추켜 세우누

     

    가버린 날들 속에 비통함 스미는 맘

    툭 털어 버리고서 야심참 맘에 슬어

    대양을 향해 웃음꽃 활짝 펼쳐 가리니

     

    새꿈에

    반짝이는 맘

    변치 말자 다짐해

     

     

    12월의 하늘아래 / 임은숙

     

    티 없이 투명한 겨울해살이

    깨알같이 부서져 내리며

    조각조각의 그리움을 안겨줍니다

     

    난생처음 수채화물감처럼 내 마음을 물들인 사랑이

    그대로 그려진 걸까요?

    무작정 빠져버리고 싶은 12월의 하늘이

    당신의 품 같습니다

     

    오늘같이 그리움이 넘치는 날

    당신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날

    토해낼 수 없는 목마름으로 내 눈가에 이슬이 반짝이는 날

    우연처럼 만날 수 있다면

    봄바람이 잔디를 스치듯

    찰나처럼 부딪칠 수만 있다면...

     

    당신과 함께하는 날

    반짝이는 햇살 사이사이로

    하얀 눈발이 끝없이 날렸으면 좋겠습니다

     

     

    12월의 祈禱 / 송병호

     

    딱 집어 말하지 않아도 매달 만원 혹은 3만원 적잖은, 누구라도 다 알아 내준다는 거 말처럼 쉽지 않거든 허기 죽은 조문행렬 일용할 끼니가 되고 나라밖 어디서는 문자를 익혀 詩를 짓고 數를 꼽아 꿈을 셈한다잖아

     

    언제부터 보기 드문 국제우편, 어설픈 그리다시피 한글로 쓴 한 줄 감사인사 연출된 듯 멋쩍은 사진 한 장 찡하니 시큰한데 도리어 내가 더 고맙다고, 정작 잊힐만하면 꼭 이때쯤 때맞춰놓은 알람처럼 그거 다 어디 쓴 건지 모호한 뉴스 심경을 거스를 때

     

    감사는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는 거라는데 큰마음 먹고 그야말로 큰마음 먹고 준비했어 이름대면 다 알만한 서류가방, 시월 첫눈을 이고 꽃핀 장미처럼 나도 내가 대견했어 모르긴 해도 퍽 좋아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른 사람 손에 들렸을 때

     

    문득 어디서 전해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어 어떤 선생이 제자와 길을 가는데 소경을 만났어 던져 받은 동전에 한날 일용을 구하는 그는 작심하고 한 말씀 한 거지 선생의 명성은 족히 들은 지라 눈이 필요하다 진흙에 침 발라 씻어줄까 싶다가 당신 눈 하나 선뜻 내 주었어 한나절 물 한 모금 얻지 못하고 도로 빼버린 거야 이런 무례가 어쩐 일인고 나무라자 가라사대, 그만 두어라 그가 어떻게 쓰던지 내가 내주었을 때 이미 그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여전히 나는 또 다른 나를 뒤집는 기도 중이다

     

     

    섣달 그믐 / 권옥희

     

    앞선 아비의 등 뒤론 바다보다 더 깊은 어둠이 흐르고

    속 끓이는 불덩이처럼 나는 종내 그 어둠 속에 혼을 놓고 말았다.

    보이냐, 보이느냐며 애써 고향을 묻으며 손길 한 번 다가가지 못한

    유년의 골짝마다 그리움만 무수히 별로 뜨는데 어둠은 어김없이

    내 등을 일으켜 뭉텅뭉텅 잘려나간 기억을 이어대다가 밤이슬로 부쉈다가

    처음부터 내 혼은 없었던 것 같아 누구도 부르지 못한 섬.

    낯익은 길을 열어도 하늘은 달마저 감춘 다 털어낸 벼포기의 밑동 같은 그믐밤을 내려놓았다.

     

    섣달 어둠에 매달린 이리도 질긴 뿌리 어이 잘라낼거나.

    아직도 바람같이 내달르고 있는 아득한 세월 너머 넉넉했던

    아비의 등짝 이미 간 곳 없고 넉살 좋은 심장처럼 굳은 가래떡을 썰며

    나는 떡국 한 그릇도 목이 메어 넘길 수가 없는데

    또 얼마나 많은 그리움들이 이 깜깜함 속에 가슴을 치고 있을지 보이냐,

    보이느냐며 애써 몸을 일으키며 어둠보다 더 깊은 해가 흘러간다.

     

     

    섣달 그믐밤 / 김진학

     

    하늘 흐려도

    섣달 그믐밤의 눈은 어찌 이리 고운가

     

    떠나면 모두 두고 갈 것들

    무슨 미련 있어

    바쁘다는 일

     

    모두 비어만 가는 도시

    이 설날 아니면

    영원히 못 뵐지도 모르는 칠순노모

    또 못 가는 고향

     

    우뚝 솟은 빌딩아래

    딱지 같은 포장마차

    술잔에 어린 고향이나 마시자

     

     

    12월 끝자락의 생각 / 문장우

     

    지나온 경자년 한 해 너머로

    생각을 던져본다

     

    잰걸음

    종종걸음

    숨차게 달려온 일상의 얼룩진

    걸음 자국이 보인다

     

    하루하루가

    내 소중한 일상의 일기장

    페이지마다 묻어있는

    아련한 그리움

     

    길고 긴 상념의 터널을 지나

    12월 끝자락에서

    지나온 한 해 앙금과

    마지막 이별의 악수를 하고

     

    저 멀리

    황량한 길 위에

    활짝 핀 장미꽃 하나

     

    잃어버린 계절 되찾아

    청자빛 고운 하늘 아래

    푸른 섬 하나

    건져 올려본다.

     

     

    12월에는 / 박외도

     

    한해의 끝자락에서

    또 한해가 속절없이 가버린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아직 남은 시각을 고마워하며

    지혜롭게 마무리하는

    시간 되게 하소서

     

    12월의 냉기 어린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이웃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희생했는지

    훨훨 타오르는 숯불이 되어

    헐벗은 가슴 데워 주게 하소서

     

    또 한해를 마감하고 보내는

    이 자리 내 선 위치에서

    사랑의 작은 촛불 밝혀

    어두움에 헤매는 자들에게

    환하게 밝은 길 열어주는

    주의 작은 빛으로 살게 하여 주소서

     

     

    섣달 그믐 / 김사인

     

    또 한 잔을 부어넣는다

    술은 혀와 입안과 목젖을 어루만지며

    몸 안의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

    저도 이젠 옛날의

    순진하던 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뜨겁고 쓰다

     

    윗목에 웅크린 주모는

    벌써 고향 는 꿈을 꾸나본데

    다시 한 잔을 털어 넣으며

    가만히 내 속에 대고 말한다

     

    수다사(水多寺) 높은 문턱만 다는 아니다

    싸구려 유곽의 어둑한 잠 속에도 길은 있다

     

     

    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어느덧 이 한해도 다 지나가고
    이제 쓸쓸한 겨울 찬바람 많이
    내 곁을 스치는구나,

    좋은날 굿은 날 그 풍파 이겨내고
    이 해의 마지막 종착역에 다달아 왔구나
    아파하던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좋았던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이제는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내 마음에 석양이 물들어오니,

    이해의 마지막 끝자락
    오늘도 분주히 하나하나
    정리를 해 본다.

     

    12월의 뒷모습 보며 / 정상화(鄭相和)

     

    양떼구름처럼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에 자지러질 때쯤

    산을 휘감은 다랭이 천둥지기에

    꿰맬 수 없는 상처가 생기고

    농부는 종일 물지게를 진다

    이른 새벽 생기 감도는 벼를 보며

    떨리는 가슴으로 땅을 어루만졌던

    순간의 기억...

     

    날은 춥고 쪼그라든 호주머니에

    삶이 위협당한다고 짐승이 될 순 없어 힘겹게 걷고 있는 사람들

     

    詩는 표현을 다하지 못하고

    표현은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웃고 있는 꽃의 속내를 어찌 알까 마는

    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돼지 저금통 배라도 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

    갈증 축인 벼의 생기는 희망이니까

     

     

    만삭(滿朔)의 12월 / 전병일

     

    한해의 끝자락

    보내는 아쉬움

    그 일정들 가지가지 도배가 되었다

    좋은 날 서로 잡아 찜해놓고

    겹치는 일정은

    정이 많은 쪽으로 간다.

     

    연초부터 열심히 달려온 시간

    만삭이 되고 보니 매듭지을 일 너무 많다

    가벼운 달 정처 없이 방황하다

    만삭이 된 이 몸에 너무 많은 일을 준다.

     

    출산일 앞두고

    맺어야 할 일들은

    끝이 아닌

    새로 태어남이다

     

    섣달그믐 즈음 / 박인걸

    잿빛 하늘에 눈은 내리지 않고
    어제 불던 바람은 어디선가 쉬고 있다.
    낮게 오르내리던 수은주는
    다행이 두꺼운 점퍼를 벗겨준다.
    털어버리고 싶은 감정을 짊어지고
    조각 공원길을 걸어 정상에 서서
    미세먼지 자욱한 도시를 바라보며
    한 해의 아픔을 겨울 숲속에 던졌다.
    포수에게 쫒기는 멧돼지처럼
    코로나에 시달리며 산 한 해는 두려웠다.
    눈만 뜨면 확진 자 검색에 촉각이 곤두서고
    마스크는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마주 오는 사람마다 경계의 눈빛으로
    무장공비 대하듯 겁이 났다.
    이제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너저분한 가면도 훌훌 벗어 버리고
    생 얼굴로 도시 공기를 들이 마시며
    한 해를 데려가는 시간의 소용돌이에
    더러운 악몽을 몽땅 집어 던지련다.
    섣달그믐과 함께 지저분한 게임을 끝내고
    정월 초하루에는 새롭게 일어나련다.
    개나리 가지 끝에 꽃눈이 웃고
    벚꽃나무에 물이 오를 채비를 한다.
    잔혹한 시간이 공포를 자아내도
    자연은 물 흐르듯 순평하다.
    섣달그믐 즈음 내가 나를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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