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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3> [크리스마스 시] [성탄절 시]
    시모음 2022. 12. 23. 17:49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3> [크리스마스 시] [성탄절 시] 

     

    당신과 나의 크리스마스 / 이채

     

    지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처음의 하루가 찾아 왔어요

     

    당신의 하늘과 바다에 떠 있는

    샛별같은 출렁임

    어둠도 황홀히 은빛으로 빛나던 밤이 지나고

     

    지상의 모두가

    새로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는 숭고한 아침이지요

     

    귀에 들리는 첫 소리에

    처음으로 눈을 뜨며

    보이는 신기한 저 빛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천사라면

    하얀 날개옷을 입고

    천사의 연인이 되어 날고 싶은 소망

     

    당신이 사랑이라면

    당신의 눈물로 씻은 맑음과

    당신의 눈빛으로 가득한 행복을 느껴요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꿈과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쁨

    고난도 축복인 소망의 두손을 모으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제가 열리는 날

    당신의 산타가 되어 내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성탄절을 앞두고 / 박목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음 1 2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견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크리스마스 점등식 / 황인숙

     

    저녁 예배가 끝난 후 크리스마스 점등식이

    화려한 조명아래 오케스트라 연주와

    어린이들의 합창이 기쁘다 구주 오셨네

    다 찬송하세 교회뜰에 울려 퍼지고

     

    초청받은 마을 대표들과 교인들의 환호와

    빨 주 노 초 화려한 점 등이 교회 뜰을 찬란하게

    주님을 경배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뜻이 주님의 사랑이

     

    온 나라의 어두운 곳의 뒷골목도 환 하게

    어린이들이 머무는 고아원에 양노원에도

    노숙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여러 시설에도 도우는 손길의 빛이

     

    주님의 은혜로 구석구석 채워 지고 넘치기를

     

     

    쓸쓸한 크리스마스 / 김대식

     

    해마다 해마다 겨울이오면

    즐거운 크리스마스 찾아오지만

    나에겐 아무도 와 주지 않는

    외로운 크리스마스.

    쓸쓸한 크리스마스.

     

    거리엔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모두가 행복에 찬 얼굴들인데

    나만이 외로이 갈 곳이 없네.

    고독한 크리스마스.

    쓸쓸한 크리스마스.

     

    올해도 올해도 겨울은 오고

    즐거운 성탄절 찾아왔지만

    나에겐 언제나 쓸쓸한 나날

    올해도 나에겐

    쓸쓸한 크리스마스

     

    거리마다 울려오는 성탄 노래가

    나에겐 오히려 슬프게 들려

    외로운 내 삶은 정처가 없네.

    고독한 크리스마스.

    쓸쓸한 크리스마스. 

     

    *올 크리스마스엔 쓸쓸한 사람 고독한 사람 없기를---

     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는 날 되기를 바랍니다.

     

     

    거룩한 크리스마스 / 박인걸

     

    바람도 깊이 잠든 밤

    베들레헴 한적한 들판에

    허름하게 옷차림한

    영혼이 맑은 목자들

     

    천사들이 찾아와

    들려주는 놀라운 소식

    ‘다윗의 동네에 구주가 나셨으니

    그리스도 주시라하네.

     

    무서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하는 말

    ‘만백성들을 위한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라 하네.

     

    천사들의 방문에

    목자들 어안이 벙벙할 때

    천군 천사의 신기한 노래 소리에

    목자들 두 손을 모았네.

     

    ‘하늘에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는 성도에게 평화‘

    마음이 가난한 목자들의

    거룩한 크리스마스(2:8-14)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그리며 / 고은영 

     

    건널목 가로등 밑에서 올려다보는 빛의 출구에

    나풀거리는 눈꽃들이 깃털처럼 뺨에 젖어들고

    갓 구어 낸 붕어빵을 가슴에 안고

    어린 아이처럼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그린다

    그 아늑한 동화의 먼 세상

     

    점점 깊어지는 새벽의 냉기 속을

    경찰차가 지나고 있다

    그 뒤를 제설차가 뒤 따르고

    택시가 지나고 흰색 승용차가 지나고

    114번 버스가 뒤뚱거리며 달려오고 있다

     

    저 버스의 승객들도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하루치 무량한 감회를 안고

    눈 내리는 정거장에서

    부황든 슬픔의 여정을 내려놓고 싶은

    축복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 선물 / 고은영 

     

    막 감동의 하이얀 장미 한 무더기가

    수줍은 가슴에 미소로 안기더라

     

    겨울의 벌판

    서러운 내 형편에

    그것은 따뜻한 빛으로 다가온 황홀경

     

    떨리는 촉수들이

    동짓달 위에 일제히 일어서고

    싱싱한 것들로부터 전이되는 행복

    갑자기 뭉툭한 어떤 것의 전율

    목이 멘다

     

    , 사랑은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화인 하나

    가슴 아리게 와 박힌다

     

    메리 크리스마스 / 권오범

     

    갓이 천지였을 때

    사랑채에 세 살던 서양 선교사들이

    하필 크리스마스 날

    코리아 아이들 숨바꼭질을 배웠다고

     

    감쪽같이 사라진 메리 찾다

    대청에서 장죽 물고

    침묵과 함께 서성대는 주인 만나

    메리 그리수머수?

     

    오지랖 넓던 진사 어른

    세상물정도 헛다리 잘 짚어

    , 서양의 아침인사인가보다, 하고

    동네방네 떠벌려 유행됐다는 말

     

    유년에 시의 씨앗을 잉태시켜준

    형들의 농담일지언정

    지금 들어도 이 얼마나 정다운 말인가,

    메리 그리수머수...

     

     

    성탄 밤의 기도 (성탄1) / 이해인

     

    낮게 더 낮게

    작게 더 작게 아기가 되신 하느님

    빛의 예수여

    모든 이가 당신을 빛이라 부르는 오늘 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빛으로 오시는 당신을 맞이하여

    우리도 한 점 빛이 되는

    빛나는 성탄 밤입니다

     

    죽음보다 강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을 지니시고

    세상이라는 구유, 우리 마음이라는 구유 위에

    아기로 누워 계신 작은 예수여,

    진정 당신이 오시지 않으셨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도 없습니다, 기쁨도 없습니다

    평화도 없습니다, 구원도 없습니다

    당신의 오심으로 우리는

    희망과 기쁨 속에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평화와 구원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티없이 맑고 천진한 당신이 누우시기엔

    너무도 어둡고 혼탁한 세상이오나 어서 오십시오

    진리보다는 불의가 커다란 언덕으로 솟고

    선보다는 악이 승리하는 이 시대의

    산 같은 이들을 허물어 내기 위하여

    어서 오십시오

    죄없는 당신이 누우시기엔

    너무도 죄많은 우리 마음이오나 어서 오십시오

    자유의 주인이길 원하면서도

    율법과 이기심의 노예로 떨어진 어둠,

    빛이신 당신을 온전한 사랑과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태한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하여 어서 오십시오

     

    우리는 오늘 하늘의 천사들처럼

    참을 수 없는 기쁨을 노래로 찬미합니다

    밤길을 달려 온 목동들처럼

    놀라움과 설레임으로 당신께 인사합니다

     

    당신을 낳은 성모 마리아와 함께

    당신을 따르는 겸손과 사랑의 길을 선택합니다

    성가정의 길잡이신 성 요셉과 함께

    충성스런 믿음과 인내의 길을 선택합니다

     

    낮게 더 낮게 아기가 되신 하느님

    침묵의 빛 속에 말씀으로 누워 계신 빛의 예수여,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당신께 드린느

    처음과 끝의 가장 소박하고 진실한 기도이게 하소서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행복한 부자인 우리 자신을 축복하소서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 평화의 빛 속으로

    많은 이를 불러 모으려는 우리 한국 성교회를-

    우리가 당신을 업고 뛰어가서

    당신의 깊은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할 수많은 이웃들을

    기억하는 이 거룩한 밤

    당신을 빛이라 부름으로

    우리도 당신과 더불어 한 점 빛이 되는

    이 고요한 기도의 밤.

     

    빛의 예수여, 당신께 받은 빛이

    꺼짐 없이 우리 안에 타오르게 하소서

    매일의 삶 속에서 당신의 성탄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아멘.

     

     

    당신이 오신 날 우리는 (성탄 2) / 이해인

     

    당신이 어린이로 오신 날 우리는

    아직 어린이가 되지 못한

    복잡한 생각과 체면의 무게를 그대로 지닌 채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비록 당신을 모시기엔

    부끄러운 가슴이오나

    당신을 기꺼이 안아 드리겠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안고

    당신처럼 단순하고,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해 주십시오

    당신과 함께 따뜻하고 온유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당신이 빛으로 오신 날 우리는

    아직 살라 버리지 못한 죄의 어둠 그대로 지닌 채

    당신께 왔습니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비록 허물투성이의 삶일지라도

    당신의 빛을 따르면 길이 열리오니

    오직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빛을 가리는 욕심의 어둠

    불신의 어둠을 몰아내고

    당신의 빛 안에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이 사랑으로 오신 날 우리는

    아직 사랑의 승리자가 되지 못한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너무 큰 사랑 앞에 드릴 말씀 없어지는

    감사의 밤

     

    늘 받기만 하고

    당신께는 드릴 것이 부족한

    우리의 가난함을 용서하십시오

     

    우리의 힘만으로는 헤어날 수 없는

    이기심과 무관심의 깊은 수렁에서

    우리를 구해 주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를

    보다 자유로운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 세상에 어린이로 오신 하느님의 탄생

    이 세상에 빛과 사랑으로 오신 하느님의 탄생

     

    우리가 보고 들은 이 놀라운 일을

    다시 믿게 하여 주십시오

    믿을수록 놀라운 이 일을

    가장 기쁜 소식으로 다시 말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세상 모든 이가

    구원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불의와 증오와 폭력을 녹이는

    당신의 정의, 당신의 용기, 당신의 평화가

    세상 곳곳에 스며드는 물이 되게 하십시오

     

    예수님, 당신이 오신 날 우리는 비로소

    처음으로 타오르는 축제의 촛불입니다

    처음으로 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은혜로 장식된

    한 그루의 아름하운 성탄 나무입니다

     

    색종이를 오려서

    우리집 유리창에 별을 달듯이

    오늘은 우리 마음의 창마다

    당신의 이름을 별처럼 걸어 놓고

    당신이 오신 기쁨을 노래합니다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

    당신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은방을 쩔렁이며 노래합니다

    사랑의 화음에 맞추어 당신을 찬미하며

    우리 모두 하나가 됩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세계에서

    모든 이가 사랑이신 당신 안에

    당신을 부르며 하나로 태어납니다

     

    어서 오십시오, 예수님

    우리의 별이 되신 예수님 

     

     

    침묵의 말씀이신 당신 앞에 (성탄 3) / 이해인

     

    가장 완전한 사랑의 시로

    세상에 태어나신 작은 예수님

    당신을 맞는 이들의 가슴 속에선

    일제히 기쁨의 종이 울리고

    이 종소리가 곳곳에 퍼져나가

    인류는 오늘

    한가족, 한형제로 마주 보며 웃습니다

    당신이 태어나신 세상은

    온통 설레임으로 축제입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빛을 그리는 마음이 간절하듯이

    우리의 삶의 어둠 속에서

    빛이신 당신을 그리워했습니다

    불의와 폭력과 분열이 난무하는

    세상의 어둠

    미움과 욕심이 불신을 떨쳐 내지 못한

    미움과 어둠 사이를

    수없이 방황하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예수님

    어둠을 빛으로 바꾸러 오신 예수님

    우리는 본디 가난하고 무력하고 고독하지만

    당신은 스스로 선택하여

    가난하고, 무력하고, 고독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시길 서슴지 않으셨으니

     

    감사하다고 성급히 말해 버리기엔

    행복하다고 가볍게 말해 버리기엔

    부끄럽고 송구하여 숨고만 싶어지는

    우리 마음의 기도는

    기쁨 이전에 준비된

    참회의 눈물인 것을 당신은 아십니다

     

    오늘은 겸손 자체이신 당신을 안고

    어린이의 겸손을 배웁니다

    가장 단순하고 거짓 없는 그 눈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사랑으로 먼 길을 오신 당신과 함께

    우리의 눈이 사랑으로 열리어

    오직 당신만을 보게 하소서

    우리의 귀가 사랑으로 열리어

    오직 당신만을 듣게 하소서

    우리의 입이 사랑으로 열리어

    오직 당신만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기이신 당신과 함께 갓 태어난

    희망의 새 얼굴에도 입맞춤하며

    우리는 또 먼 길을 가야 합니다

    아침을 낳기 위한 밤의 어둠

    희망을 낳기 위한 절망의 고통 속에

    오늘도 울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는 당신을 안고 가야 합니다

     

    세상 모두가 당신을 영접하는

    베들레헴이 될 때까지

    사람들 모두가 별의 인도를 따라

    별이신 당신을 경배하며

    하늘의 큰 뜻을 이룰 때까지

    우리는 당신을 품에 안은

    기다림이어야 합니다

     

    가장 완전한 말씀의 시로

    우리 가운데 오신 작은 예수님

    영원한 복음이여, 찬미받으소서

    우리가 당신 안에 하나 되는 기쁨을

    흩어지는 말로써가 아니라

    겸허하게 익어 가는 사랑의 삶으로써

    온 세상에 소리치게 하소서

     

    이 땅에 오신 구세주 예수님

    우리 마음 안에 오신 예수님

    침묵의 말씀이신 당신 앞에

    더 이상 무슨 말씀 아뢰오리까

     

    조용히 타오르는 마음으로

    당신만을 선택할 뿐이오니

    이것이 우리가 오늘

    당신께 봉헌하는 첫 예물입니다

     

     

    성탄목(聖誕木)-겨울 판화(版畵) 3 / 기형도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름답다.

    그것뿐이다.

     

    오늘은 왜 자꾸만 기침이 날까

    내 몸은 얼음으로 꽉 찬 모양이야

    방안이 너무 어두워

    한달 내내 숲에 눈이 퍼부었던

    저 달력은 어찌나 참을성이 많았던지

    바로 뒤의 바람벽을 자꾸 잊곤 했어

    성냥불을 긋지 않으려 했는데

    정말이야, 난 참으려 애썼어

    어느새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네

    그래, 고향에 가고 싶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지만

    사과나무는 나를 사로잡았어

    그 옆에 은박지 같은 예배당이 있었지

    틀린 기억이어도 좋아

    멀고먼 길 한가운데

    알아? 얼음가루 꽉 찬 바다야

    이 작은 성냥불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

    어머니는 나보고

    소다가루를 좀 먹으라셔

    어디선가 통통 기타 소리가 들려

    방금 문을 연 촛불가게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

    , 그런데

    오늘은 왜 아까부터

     

     

    별 아기를 생각하며 / 이해인



    태어나는 순간부터
    목이 마른 예수 아기

    사랑이 너무 많아
    고독한
    별 아기

    그와 함께
    나도
    믿음의 먼 길을
    갈 수 있을까?

    기쁨 못지않게
    그가 받아 안은
    아픔의 세월을
    끝까지 견디어 낼 수 있을까?

    나도 잠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닮는 밤

    하늘에서 내려온
    별 아기를 품에 안고
    나도 별이 되는 꿈을 꾸네

    아기가 태어나신 기쁨이
    너무 커서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왠지 조금은 쓸쓸해지는
    성탄 밤
    별 아기의 밤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聖誕祭 가까운 都市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血液 속에 녹아흐르는 까닭일까. 

     

     

    성탄전야 / 최문자

     

    거리에는 빛

    삶을

    내버려두는 빛.

     

    고드름처럼

    가슴이 얼어붙어도

    찌르지 못하는 빛.

     

    빛이 메시아인 것을 믿는 이들에게

    직립으로 번쩍이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는 빛.

     

    거리에는

    장님들이 웃고 있다.

     

     

    성탄절의 촛불 / 박목월

     

    촛불을 켠다.

    눈을 실어나르는 구름

    위에서는 별자리가

    서서히 옮아가는

    오늘 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이 내리는 지상에서는

    구석마다 촛불이 켜진다.

    믿음으로써만

    화목할 수 있는 지상에서

    오늘 밤 켜지는 촛불

    어느 곳에서 켜든

    모든 불빛은

    그곳으로 향하는

    오늘 밤

    작은 베들레헴에서

    지구 반바퀴의 이편 거리

    한국에는 한국의

    눈이 내리는 오늘 밤

    촛불로 밝혀지는

    환한 장지문

    촛불을 켠다.

     

     

    성탄 전야 / 홍수희

     

    교회당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을 지나치다 갑자기 불빛 하나 훔치고 싶어집니다

     

    나무야 한 해를 꼬박 성탄 트리가 되기 위하여 그 숱한 비바람을 바깥에서 견뎌온 것이라면 저리도 휘황한 불빛 넘치고 넘쳐나도 조금도 지나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어디 온몸에 불빛 휘감아 당신 오시는 길 밝혀드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에게는 미안하지만 불빛 하나만 내 가슴에 살짝 훔쳐다 걸어 행여 아기 님께서 어둡고 초라한 내 마음에 오실 때에 발 헛디디지 않으시도록 배려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교회당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을 지나칠 때에 불빛 하나 없는 내 맘의 구유 부끄러워 눈물이 자꾸 목을 메이게 합니다

     

     

    성탄제(聖誕祭) / 오장환

     

    산밑까지 나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우에 흘린 따뜻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러 나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김승들의 등뒤를 쫓어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가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나리고

    눈 우엔 아직도 따뜻한 핏방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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