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에 관한 시모음<1> [일월 시] [일월 시] [정월 시]시모음 2022. 12. 31. 22:46
1월에 관한 시모음<1> [일월 시] [일월 시] [정월 시]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중년의 가슴에1월이 오면 / 이채
시작이라는 말은
내일의 희망을 주고
처음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두려움 없이
용기를 갖고 꿈을 키울 때
그대, 중년들이여!
꿈이 있는 당신은 늙지 않습니다
뜻이 있어도 펼치지 아니하면
문은 열리지 아니하고
발이 있어도 걷지 아니하면
길은 가지 않습니다
책이 있어도 읽지 아니하면
무지를 면치 못하고
뜰이 있어도 가꾸지 아니하면
꽃은 피지 않겠지요
부지런한 사람에겐 하루해가 짧아도
게으른 사람에겐 긴 하루가 지루해
생각은 있어도 실천이 없다면
애당초 없는 생각과 무엇이 다를까요
다시 돌아가
처음으로 돌아가
그대, 중년들이여!
'이 나이에 뭘 하겠어' 라는
포기의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1월의 기도 / 윤보영
사랑하게 하소서
담장과 도로 사이에 핀 들꽃이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새벽잠을 깬 꽃송이가
막 꽃잎을 터뜨리는 향기로
사랑하게 하소서
갓 세상에 나온 나비가
꽃밭을 발견한 설렘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이 메밀꽃 위로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여유로
서두르지 않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그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늘 처음처럼, 내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게 하소서
1월의 시 / 정성수
친구여
최초의 새해가 왔다.
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저 설레이던 우리들의 젊은 날
한마디 유언도 없이
시간 너머로 사라졌다.
스스로 거역할 수 없었던
돌풍과 해일의 시절
소리 없는 통곡과
죽음 앞에서도 식을 줄 모르던 사랑과
눈보라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영혼들
지혜가 오히려 부끄러웠던 시대는 갔다.
친구여, 새벽이다
우리가 갈 길은 멀지 않다.
그믐날이 오면 별이 뜨리니
술잔이 쓰러진 주점을 빠져나와
추억의 무덤 위에 흰 국화꽃을 던지고
너와 나의 푸른 눈빛으로
이제 막 우주의 문을 열기 시작한
저 하늘을 보자
지치지 않는 그 손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또 다른 길 위에
오늘도 어제처럼
투명한 햇빛은 눈부시리니.
1월의 아침 / 허형만
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
한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아직은 햇살도 떨리는 1월의 아침
뜨락의 풀뿌리는 찬바람에 숨을 죽이고
저 푸른 하늘엔 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살아갈수록 사람이 그리웁고
사람이 그리울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우리네 겨울의 가슴,
나처럼 가난한 자
냉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깨끗해진 두 눈으로
신앙 같은 무등이나 마주하지만
나보다 가난한 자는
오히려 이 아침 하느님을 만나 보겠구나.
오늘은 무등산 허리에 눈빛이 고와
춘설차 새 잎 돋는 소리로
귀가 시린 1월의 아침
우리의 기인 기다림은 끝나리라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땅도 풀리고
꽃잎 뜨는 강물도 새로이 흐르리라
우리의 풀잎은 풀잎끼리 서로 볼을 부비리라.
아아, 차고도 깨끗한 바람이 분다
무등산은 한결 가즉해 보이고
한줄기 사랑의 등불이 흔들리고 있다.
1월의 詩 / 이명희
단내가 났던 고난의 기억
눈부신 하늘을 향해
송두리째 접어버린
시간을 건너온 바람소리 따라
변방에서 숨죽인 목마름 풀어
꽃그늘에 묻어둔 채
흩어져 지나간 삶 갈피에 꽂아둔 채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큰 사랑 한 무더기 가슴에 심고
영혼이 갈망하는 기쁨 길어 올리며
다시 또 열두 달 분홍빛으로 안고
한가득 짊어진 짐 부리지도 못한 채
여기까지 또 왔습니다
1월에는 / 목필균
첫차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고,
어둠 털어 내려는 조급한 소망으로
벅찬 가슴일 거예요
일기장 펼쳐들고
새롭게 시작할 내 안의 약속,
맞이할 날짜마다 동그라미 치며
할 일 놓치지 않고 살아갈 것을
다짐하기도 하고요
각오만 해 놓고 시간만 흘려 보낸다고
걱정하지 말아요
올해도 작심 삼일, 벌써 끝이 보인다고
실망하지 말아요
1월에는
열 한 달이나 남은 긴 여유가 있다는 것
누구나 약속과 다짐을 하고도
다 지키지 못하고 산다는 것
알고 나면
초조하고 실망스러웠던 시간들이
다 보통의 삶이란 것 찾게 될 거예요
1월의 기도 / 이응윤
주님, 1월은 하나 더한 나잇살에
철하나 더 들은 지혜 자 되고
사람이 계획을 세워도 일을 이루게 하시는 이
주님이신 줄 꼭 믿게 하소서
높은 그 곳 주님의 얼굴 바라며
낮은 그 곳 주님의 발끝을 바라며
할 수만 있으면 즐거움을 걸음동무하며
소망을 짓는 지혜 자가 되게 하소서
하늘은 어진 자에게 복을 내린다는 말도 있듯이
잇 속없는 그곳에서 누군가의 지팡이와
한 모금의 물이 되는 마음을 주옵소서
지난 날 잰 걸음
빠르지 않아도 실수하지 않는
꽃을 만지듯, 찻잔을 들듯
한 번 더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는
조금은 더 어른스런 삶이 되게 하소서
첫 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 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 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1월 / 이외수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해마다 1월이면 / 심미숙
팽팽하게 부푼 소망의 볼따구니
몸살나도록 어루만져도 좋으리
날카로운 도전이다
새로운 무엇에 저마다 열린 가슴
푸른 숨결 가득 고이게 하자
작고 가난한 꿈인들 어떠랴
머뭇거리지 말고
호흡을 고르듯 찬찬히 비상하자
해마다 1월이면
수정처럼 환하게 일어선 태양이
희망의 벨 지그시 누르지 않더냐
1월의 시(화려한 외출) / 오애숙
오늘 동녘의 해
어제 서녁 저물어가던
그 해 아닌 찬란한 날개 펼친
금빛 태양 너울 쓰고서
그 기 들이켜 마셔
침체 된 늪에서
죽어가던 나목처럼이나
숨죽여 쫓겨 가던 인생 서녘
맘 속 여백 넓혀 가자고
다짐하는 새 아침
어느 새 늪에서
여전히 옴싹 달싹 못하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꽁꽁 묶여 있어 힘들지만
젖먹던 힘 다한 결심
인생 가라지
안 되고자 나그네 인생길
어깨 쫙 펴고 새 마음의 옷을
당당하게 새롭게 차려 입고
화려한 외출합니다
1월의 아침 / 김귀녀
해돋이를보러여행객들이몰려들었다
1월의새아침오늘따라
아침이멀다
새벽일찍스트레칭도미루고
그저반듯하게누운채
지나온내삶을뒤적여본다
며느리가집을나간뒷집에서닭이아침을깨운다
누구를기다리고
누구를그리워하며살아가는지
우리는어떻게살아야하는지
나는잠시쓸쓸하다
내삶의언덕길에바라는소망이있다면
풀잎처럼살일이다
서로나누며살일이다
창문을열어밤새깨끗해진공기를마신다
1월의 그리움 / 고은영
방패연을날리던종순이뒷꼬랑지에
작은행복이히죽웃으면
복사뼈드러난가는발목이유난히추워보이던방죽
1월에는나무팽이가골목마다팽팽돌았지
바람한줄기돌아내리는자락
배고픔에매몰되던시간이
저단층의허름한목조집대문에이르기까지
하루종일허리가휘도록걷다보면어슴푸레날은어둡고
따뜻한우동국물한사발이언제나그리웠지
살에는바람의등걸에올라탄방패연이
쩔쩔매며기우는황혼을손사래치고
깊어지는추위를타고겨울의저잣거리에서
가난한것들은가끔서글픈꿈을품었지
그소박한꿈을꾸는동안은
춥게구부린목덜미가따듯해왔었어
그래그래거기에우리의늪지가있었지
습하고축축한물관을따라졸졸흐르던
가난한사랑의징표같은것
사방에푸른이끼로덮인세월마다
그리운이들이찍어놓은한초롬슬픈발자국들
12월31일과 1월1일 / 이사빈
12월31일과 1월1일은
수많은 날들의 낮과 밤이 교차하는 하루 일뿐
그 하루를 연결해주는 고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지는 해를 되돌아 반성하고
떠오르는 해를 맞아 미래를 설계한다.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잘 알지만
무언가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지난해라는 세월 속에 묻히기를 바라고
새로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꿈을 꾸며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이 펼쳐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허나
실상은 또 다른 미지의 꿈이 아니라
어제 꾸었던 꿈의 연속이기에
머지않아 제자리로 회귀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1월1일에 굳게 다짐했던 마음은 망각해버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12월31일이 다되도록 막연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불현듯 12월31일과 1월1일이 다시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미련과 아쉬움에 후회의 몸짓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며 다시금 부산을 떨어
잠시라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속에 빠질 것이다
정월의 양지 / 이원문
섣달 그믐 그 끝도
정월의 초하루도
설날에 묻어 넘어
이리 쓸쓸히
지나야 하는지
눈은 녹었어도
아직은 추운 겨울
보이는 양지마다
겨우살이 얼굴드니
겨울 아닌 봄이아닌가
며칠 후 보름이면
더 따뜻 할 것 같은데
그 보름에 그믐이면
누가 찾을 냇가인가
광 안의 바구니에
거미줄 걸쳤는데
꿈꾸는 1월 / 최평균
내 삶이
1월이면 좋겠다.
지난 날 후회하며
뒤 돌아볼 일 없을테니
내 사랑이
1월이면 좋겠다.
이별이 아프다고
눈물 찍어낼 일 없을테니
내 꿈도
1월이면 좋겠다.
그대 혹여 못 볼까
안타까워할 일 없을테니
내 삶이
사랑이
나의 꿈이
1월이면 좋겠다.
후회도,이별도,안타까움도 모르는
오늘같이 하이얀 1월.
1월 말없이 가네 / 윤민순
또 왔다
어제 같았는데
또, 왔네
내일은 조금 늦게 오세요
벌써 ! 새벽이라
이슬 내리는 새벽
흰 머리도 따라 내리며
반짝이는 숫자
네개의 눈이 인사하는 아침
꽃이 그리운 봄
저, 만치 다가오라
차가운 겨울보다
무더워 흘러도 그리워지며
마음에 나이는
한살 더 먹어
꽃이 그립고 땀이 그리워
세월은 흘러 가는구나
1월은 또 가네 .
일월에는 / 이도연
일월에 일월에 새날이 오면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다짐을 한다
무심천이 흐르는 세상을 향해
지키지 못할 약속일지라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소망을 키운다
무서리 바람 찬 계절이
한파를 몰고 오는 엄동설한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울 밑에 싹을 틔운다
나무는 동그란 나이테 긋고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늘어도
동토에 꿈틀거리는
생명의 환희는 희망을 키운다.정월 비雨 / 오보영
애탄 기다림에
목말라하는
네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혹한추위
구름 뒤로 잠시 쉬러간 사이
물이 되어 살짝 몰래 다가왔단다
메말라진 네 맘을 좀
적셔주려고
굳어있는 네 몸을 좀
풀어주려고
막아서는 바람 피해 내달려왔단다1월 첫날에 / 이명희
세상이
온통 하얗다
내 맘도
온통 하얗다
그 뉘도
칠하지 않아
그 뉘도 밟지 않아
바람도
설레이나니
나 또한
설렘이어라.
1월 / 이명희
새하얀 신(神)의 캔버스
사람들은 꿈꾸는 듯
영혼까지 환하게
희망을 색칠한다
신새벽
태양의 이랑
자박자박 밟으며.
1월엔 / 정태중
11월엔
낙엽 쌓이는 길 따라
가을의 마지막 안부를 듣자
단풍들이 흘려 놓은
바람의 애무와
빗방울 흔적 같은 얼룩
계절의 틈에서 신음하는
가벼워진 햇살
그 끝으로 절여 오는 아쉬움
11월엔
걷다가 걷다가
마주한 잎새 있거든
아름다웠어라고 속삭여 주자
1월시 / 도종환
시작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설레임을 안겨줍니다.
첫 걸음을 내 딛는 아가처럼
살며시 조심스럽게 1월을 시작합니다.
1991년 1월 어느 흐릿한 오후의.. / 김정란
어떤 숨죽임. 말들의 숲 사이에서
내 안의 어느 아주 온유한 존재가
정말로 너무나 아까와서 아주 조금씩
우주의 숨결로 숨쉬기 시작했다.
아, 아슬아슬해. 그 꼬마 존재가 가슴을
떨며 말했다. 정점이야, 알겠니, 너무
멀리 가지마. 나는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다시 말하면
내다보았다.
밖을, 언제나 팽창하는 우주를! 나는
행간에 있어, 내가 윤곽을 챙기
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야, 나는 휴우
하고 말했다, 나의 작은 꼬마
존재에게, 또는 폭발의 핵에게, 그래, 어떤
날 삶은 정말 참을 수 없이 깊다! 라고
나는 점점더 넓어지는 행간
에 있다. 신비여, 드디어
나는 백색거성에 도착한다. 한 발만 더
딛으면 나는 눈부시게 지워질 것이다.
그때까지, 윤곽이여, 숨을 죽일 것.
1월 1일 / 이영광
새해가 왔다
1월 1일이 왔다
모든 날의 어미로 왔다
등에 해를 업고,
해 속에 삼백예순 네 개 알을 품고 왔다
먼 곳을 걸었다고
몸을 풀고 싶다고,
환히 웃으며 왔다
어제 떠난 사람의 혼령 같은
새 사람이 왔다
삼백예순 다섯 사람이 들이닥쳤다
얼굴은 차차 익히기로 하고
우선 들이었다
모두 같이 살기로 했다
무얼 머뭇거리느냐고 빈집이
굶주린 귀신처럼 속삭여서였다
1월의 폭설 / 홍신선
대형서점에
톤백으로 쏟아져 나와 쌓인
수천톤 쓰레기들 저 생각의 잡동사니들
때 맞춰 시간의 양각풍(羊角風)에 쓸려내려와
텅빈 담론의 계곡이나
감각의 깊은 하수구에 꽉꽉 쌓이고 처박힌
이 말의 폐기물들
분리수거하듯 망각 속에 내용별로 곧 입고시키지만
부서진 고문서 활자들 주소지를 바꾸지만
깡마른 양어깨 속에
묻힌 유골들 발굴한 듯 빗장뼈를 드러내는,
일제히 나무들이 퉁퉁 부은 몸피마다 검은 촉루를 감추고 섰다
썩음썩음한 공기 속에
오늘은 또 몇 ℓ짜리
쓰레기 봉투들을 하늘은 새로 내다놓는가
나는 나를 내다버리는가
1월 1일 / 양광모
누군가에게는 탄식의 언어
누군가에게는 환희의 언어
세상에, 또 한 살을 먹다니!
세상에, 또 일 년을 주시다니!
1월 1일 / 이영지
파란 물
떠 담으신
첫날의
귀한 손님
희디흰
앞치마에 돋도록
하얀 이끼
하야디 하얀 골목을 살풋 딛고 오소서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에 관한 시모음<5> [신년 시]...새해 아침에 / 김남조 외 (1) 2023.01.03 1월에 관한 시모음<2> [1월 시] [일월 시] (2) 2023.01.02 새해에 관한 시모음<4> [새해 시] [신년 시] (2) 2022.12.31 한해를 시작하는 새해(신년)에 대한 시모음<3> (2) 2022.12.31 한해를 맞이하는 새해에 관한 시모음<2> [새해 시] [신년 시] (4) 202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