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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한(小寒)에 관한 시모음<1> [24절기 시] [소한 시]
    시모음 2023. 1. 6. 09:23

     

    소한(小寒)에 관한 시모음<1> [24절기 시] [소한 시]

     

     

    소한 / 정양

     

    소한 추위는 꾸어다라도 한단다

    춥고 눈이 많아야 이듬해

     

    오곡이 제대로 여무느니

    어디 꾸어올 게 없어서

     

    추위 따위를 꾸어오냐고

    오며 가며 툴툴거리지들 마시라

     

    꾸어다라도 꾸어다라도

    겪을 건 겪어야 한단다

     

     

    소한(小寒) / 홍사성

     

    얼음이 얼었다 얼굴이 얼은 듯 얼얼하다

    누가 이 추위를 막아낼 수 있겠는가

    청솔무도 눈감고 기다릴 뿐 속수무책

    혹한 앞에서는 멋진 말 그거 진짜 가짜다

     

     

    마음經 1 / 홍신선

     

    올 겨울 제일 춥다는 소한小寒날

    남수원 인적 끊긴 밭구렁쯤

    마음을 끌고 내려가

    항복받든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만신창이로 뻗든가

    몸 밖으로 어느 틈에 번개처럼 줄행랑치는

    그림자

     

     

    소한(小寒) 아침 / 권경업

    -치밭목에서  

     

    어이추워 어이추워

    등 시려 잠이 깬다

     

    마당귀 길을 튼 민씨

    버너 위 설설 끓는 찻물 누굴 기다리나

    할머니 옛 이야기 같은 함박눈

    밤새 한뼘이나 소록대어

    중봉비알 어디 쯤

    우지끈 설해목(雪害木) 넘어지는 소리

     

    이태 지나 소식 없는 얼굴, 못다한 사랑 이별들

    동살 잡히는 창에 허연 성에꽃으로 피고

     

     

    小寒 / 심은섭

     

    입김마저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고
    외양간에 암소 한 바리
    무슨 생각으로 하루 종일 되새김질인가.
     
    긴긴밤 달빛마저 얼어붙고
    꼬르륵 꼬르륵 애잔한 귀뚜라미 소리가
    미아의 손을 꼭 붙잡는다.

     

    듣는 이 하나 없는 仙境의 요람에서
    無極의 한을 풀어본다.

     

    어느 때인가
    투박한 문풍지 소리에 귀를 여니
     
    탐해야 했던 잃음
    잃어야 했던 얻음 들이

     

    아쉬운 듯 瘀血을 남기고
    하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어느덧
    차가와 오는 야윈 발을
    이불속으로 끌어들인다.

     

     

    소한에 내리는 겨울비 / 나상국

    입동 지나고도
    한참
    추워야 한다는데
    추워야 제맛이라는데
    이름값도 못했다는
    소한에
    삼일 간이나
    눈이 아닌 비가
    겨울비가 내린단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던데
    얼어 죽기는커녕
    비에 홀딱 젖어서 왔다 갈 것 같다
    하긴 겨울나무들도
    저렇게
    옷을 홀딱
    홀라당 벗고 서서
    눈 아닌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비에 후줄근하게 젖고 있다

     

     

    소한과 대한 사이 / 김행숙  

     

    종일 쉴 새 없이 내리더니
    덜컹이는 창가에 제법 쌓였다
    베란다에는 제라늄이 소담스런 꽃을 피운 채
    산마다 등성이에 희끗희끗한 눈과
    목련나무 언 가지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겨울밤 동치미는 익어 가지만
    혹한 속에서 시작되는 새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금까지 헤프게 써버린 날들
    각오와 결심이 온종일 오가도
    사흘이 못되어 허물어진다

    매운 한겨울 얼음 강을 건너
    빙판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도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은 아직 멀어서
    내일 추워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듣는다.

     

     

    소한에게 /  권오범

    생일 하루만으로는 체면 안 서는 듯
    안날 뒷날
    한 사날 씩 싸잡아
    여봐란듯이 오들거리도록 치루는 허례허식

    까닭 없거들랑 봄 처녀 징검돌 건너듯
    사부랑삽작 건너뛰지
    핑계마저 꾸어왔는지
    기어이 힘 빼 문 소갈머리

    이름값 하려니
    어쩔 수 없다 치자
    허나 서슬 퍼런 그대 입김으로 인해
    주눅 들어버린 세상은 어쩌란 말이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그대 고집 영 못마땅하니
    어지간하면 하루빨리 성깔 접을 수는 없겠는가
    스트레스 참다 참다
    혈전증 도져 실신해버린 수도라도 살리게

     


    소한 다음날 / 이재호

     

    소한 다음날
    잔치 먹으러 대구갑니다

     

    마시고 싶은 커피는
    아는 이 만나 대접받고
    빛 바랜 억새꽃 마냥
    상고대핀 거랑에 피리찾다가
    무궁화 향기 편에 훌쩍 산을 넘고

     

    빈 가지도 어울리는 겨울 숲
    누더기처럼 잔설 뒹굴고
    머리 푸는 조반연기 따라 하늘가
    손모으다
    햇살 금빛으로 넘치는 빈들에서
    나른한 몸 누이며
    이 땅의 참 꿈을 꿉니다. 


    소한(小寒) / 이재금

     

    소한 대한 지나면 입춘 오지
    보리 뿌리 눈 비비는 봄이 오지
    소한 추위 서슬 푸르게 매워야지
    묵은 껍질 도려내는 바람 차야지
    암, 그래야 오는 봄 우렁차지
    어디 아픔 없이 한세상 열리겠는가
    소한 절후 왜 이리 시들하여
    겨울 한복판 철 이른 봄노래인가
    쩡쩡 금가는 강심 아니고는
    영 넘어 걸어오는 기다리던 이
    달려가 언 손 잡을 수 없지
    가슴 마주하여 안을 수 없지

     

     

    소한(小寒) / 김안로

     

    까치 한 마리

    소복(素服)입은 수양매 위에 앉았네

     

    진득하게 앉아있지도 못하는 깐

    중하기 이를 데 없는 저 새는

    요리조리 무었을 기웃거리는지

     

    쌓인 눈이 무거운가

    맨 살 한 번 크게 더 휘어서

    바닥까지 늘어진 매실가지는

    또 무었을 찾는지

     

    이 설한(雪寒)에, 둘 다

    엉덩이 붙이고 무었을 하시는지

     

    *수양매(垂楊梅): 수양느릅과 더불어 접을 붙인 接梅, 接느릅인데  가지가 거꾸로만 길게 자람, 중국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있었는데  실과가 좋아 요즘엔 우리나라 지방 곳곳 매실농장에도 많이 재배함. *깐중하다: 경상도 등지에 주로 쓰는 사투리인데 干淨(ganjing-中語)에서 온 듯함.

     

     

    소한 / 김경윤

     

    들기러기 찬 하늘로 날아 오른다

    청보리밭에선 아이들이 가오리연을 날리고 있다

    저 건너 들녘에는 쥐불을 놓았는지

    불꽃이 구렁이 혀처럼 논둑길 휘잡아 간다

     

    꿩덫을 놓고 온다는 친구를 만나

    안부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당숙모의 부고가 왔다

     

    먼 산 봉우리에 어제 내린 눈빛이 희고

    발길은 마을 쪽을 향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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