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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양애희시 2022. 12. 8. 19:14
12월의 기도 / 양애희 축복의 하이얀 그리움 따라 훨훨 날아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가슴 오려붙힌,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시간들 사이로 깊은 침묵이 어른거리는 어둠 지나 길게 흐르는 아픔 여의고 한 그루 맑은 인연 빗어대는, 빛이 나는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깊이 동여맨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온 몸이 아파올 때 푸른 약속 흔들며 바람을 덮는, 따뜻한 12월이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색 불빛 찬란한 거리, 그 어딘가, 주름진 달빛 사이로 허기진 외로움 달래는 영혼 살포시 안아주는, 그런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강가, 뉘 오실까 깊은 물소리만 허망한 심장에 출렁거릴때 가슴 빈터에 흠뻑 적셔줄 꽃씨 하나 오롯이, 진하게 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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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시모음<2> [겨울 시] [12월 시] [십이월 시]시모음 2022. 12. 8. 18:55
겨울에 관한 시모음 [12월 시] [십이월 시] 겨울 여행 / 용혜원 새벽 공기가 코끝을 싸늘하게 만든다 달리는 열차의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들판은 밤새 내린 서리에 감기가 들었는지 내 몸까지 들썩거린다 스쳐 지나가는 어느 마을 어느 집 감나무 가지 끝에는 감 하나 남아 오돌오돌 떨고 있다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삶 속에 떠나는 여행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홀로 느껴보는 즐거움이 온몸을 적셔온다. 겨울 끝에서 / 오광수 겨울에 쓴 일기에는 날짜가 없습니다. 행여나 기다림이 지질까 봐 날짜를 좇어버렸습니다. 말라있는 시린 가슴이라도 한숨 한 줌이 꼭 필요할때 눈물은 눈 앞에서소리를 잊고 손톱은 입 안에다 감추고 살았습니다. 발에 밟혀 뒹구는 여린 언어들의 비명이 겨울 길에서 하얗게 얼어가는 날 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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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시모음<1> [겨울 시]시모음 2022. 12. 8. 18:43
겨울에 관한 시모음 [겨울 시] 겨울이 그려준 하얀 보고픔 / 오광수 밤새 소복 소복 하얀 눈이 내려 보고 싶은 당신 모습을 그렸습니다. 당신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큰 줄 알고 온 세상이 다 보도록 크게 그렸습니다. 어제까지 길을 막던 저 언덕은 오뚝한 당신의 코가 되었습니다. 처량해 보이던 마른 풀들도 오늘은 당신의 머리카락입니다. 유난히 큰 까만 눈은 아니어도 수줍어 속눈썹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환하게 미소띤 얼굴은 아니어도 내가 좋아 쳐다보던 그 모습입니다. 조용히 부는 눈바람은 당신이 나를 향한 속삭임 같고 앙상하여 볼품없었던 나무들도 당신의 손에 들린 하얀 꽃송이 같습니다.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아는 하늘은 내 가슴에 새겨져 있는 모습과 같이 간밤에 그렇게 그렸습니다. 하얗게 그리움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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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6> [12월 시]시모음 2022. 12. 8. 18:16
12월에 관한 시모음 [12월 시] 12월에 / 채린(綵璘) 군더더기 없는 그대를 만나고 싶다 경주로 행하는 지름길 어느 길가의 아담한 찻집처럼 녹차를 우려내며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생각을 더하고 싶다 1 더하기 1이 아닌 무한대의 상생의 혼을 12월 공간에 살찌우고 싶다 일 년의 마지막을 여는 새해의 첫 달을 준비하는 따스한 초 한 자루 밝히고 싶다 12월의 詩 / 이명희 파도처럼 철석거리며 지나 간 날들이 한 겹 두 겹 허물을 벗어던진 雪 木처럼 겸허하게 서 있습니다 반성문을 수없이 썼던 일기장에는 물 빛 같은 인연들과 소소하게 나눈 향기 숨죽인 채 엎드려 있습니다 보채는 외로움과 함께 허둥거리며 살아온 시간들 허기짐을 달래려는 듯 노을 속에 빛을 풀어 놓습니다 하루하루를 아껴 쓰고 싶은 달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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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관한 시모음<5> [12월 시]시모음 2022. 12. 8. 17:55
12월에 관한 시모음 [12월 시] 12월의 송가 / 오광수 12월에는 서쪽 하늘에 매달려있는 조바심을 내려서 해 뜨는 아침바다의 고운 색으로 소망의 물을 들여 다시 걸어놓자. 가식과 위선의 어색함은 더 굳기 전에 진솔함으로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는 버릇되기 전에 이해함으로 욕심과 이기심은 조금 더 양보와 배려로 소망의 고운 색깔에다 함께 보태자 우리의 살아온 모습이 실망스러워도 포기는 하지 말자 이젠 그리워하는 만큼 솔직하게 더 그리워하고 사랑을 깨달았던 만큼 열심히 더 사랑하고 망설였던 시간만큼 용기를 내어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리고 저문 해 바라보며 화해와 용서의 촛불을 밝히고 아직도 남은 미움, 아직도 남은 서러움 모두 태우자 우리에겐 소망이 있는 내일의 새해가 있으니까 12월의 연가 / 오순화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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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大雪)에 관한 시모음<2> [24 절기 시] [대설(大雪) 시]시모음 2022. 12. 7. 06:37
대설(大雪)에 관한 시모음 [24 절기 시] [대설(大雪) 시] 대설 / 한성국 매번 약속을 빵구 내더니 이번은 제대로 지키었구나 기겁하여 송년회를 취소 한다는 총무의 문자 걱정되어 내려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전화 발길을 막아버린 푹푹 쌓인 핑계거리 다들 오지 말라고 다음에 오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에서는 왜 연락이 없지? 조금더 기다려 볼까? 가만 오지 말라고 하지 않은 유일한 이곳 그렇다 하마터면 갈 곳이 없을 뻔 했다 집에 빨리 가야겠다 전화가 오기전에 후다닥 뾰~옹 大雪 후 / 김경윤 연 사흘 내린 눈으로 땅끝 가는 길도 광주 가는 길도 모두 막혔다 그날의 눈은 계엄군보다 무섭게 모든 마을과 길목을 얼게 하고 지붕들과 들판을 덮고 잦은 정전으로 귀와 눈을 막아버렸다 섬으로 가는 배들도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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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大雪)에 관한 시모음<1> [대설(大雪) 시] [24 절기 시]시모음 2022. 12. 7. 06:25
대설(大雪)에 관한 시모음 [대설(大雪) 시] [24 절기 시] 대설(大雪) / 안도현 상사화 구근을 몇 얻어다가 담 밑에 묻고 난 다음날, 눈이 내린다 그리하여 내 두근거림은 더 커졌다 꽃대가 뿌리 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어도 들린다 너를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뜨거워졌다 몸살 앓는 머리맡에 눈은 겹겹으로, 내려, 쌓인다 대설(大雪) / 정양 마을 공터에 버스 한 대 며칠째 눈에 파묻혀 있다 길들이 모두 눈에 묻혀서 아무 데나 걸어가면 그게 길이다 아무 때나 들어서면 거기 국수내기 화투판 끝에 세월을 몽땅 저당잡힌 얼굴들이 멸칫국물에 묵은 세월을 말아 먹고 있을 외딴집 앞 눈에 겨운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 덜프덕 눈더미 내려앉는 소리에 외딴집 되창문이 잠시 열렸다 닫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