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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에 관한 시 모음<1>시 2022. 11. 2. 11:24
단풍에 관한 시 모음 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얗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ㅁ직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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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시 모음... 나태주 외 10편시 2022. 11. 1. 11:17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11월 - 배한봉 늑골 뼈와 뼈 사이에서 나뭇잎 지는 소리 들린다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거실 바닥에 내려놓은 정오 파닥거리는 심장 아래서 누군가 휘파람 불며 낙엽을 밟고 간다 늑골 뼈로 이루어진 가로수 사이 길 그 사람 뒷모습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듯 아픈 명치에서 파랗게 하늘이 흔들린다 11월 - 박용하 한 그루의 나무에서 만 그루 잎이 살았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인간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1월 - 황인숙 너희들은 이제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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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기도 / 이임영카테고리 없음 2022. 11. 1. 09:15
11월의 기도 / 이임영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 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 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주소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인양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