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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아무는 시간 / 강재현시 2023. 12. 10. 18:20
상처가 아무는 시간 / 강재현 종이 날에 슬쩍 베인 손가락이 아무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처가 깊이 파일수록 아무는 시간은 그만큼 더 오래 걸리겠지요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연고도 바르고 밴드라도 붙여줄 수 있지만 상대의 억새풀 같은 말과 행동에 베인 마음은 아무리 아리디아려도 약 한 번 발라줄 수가 없습니다 몰매를 맞는다고 맷집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장독으로 죽게 되듯,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강하게 후려친다고 마음이 독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혼이 맑고 투명할 때 오직 자신의 심장에서만 스며 나오는 빨간약 한 방울 "천사의 눈물"이 흘러나오는 때가 마음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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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시모음<2>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시모음/계절 2023. 2. 4. 04:49
정월대보름 시모음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 쥐불놀이 / 기형도 -겨울판화5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걸요? 돌리세요,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 술래 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대보름 / 김재덕 관솔을 넣은 깡통 횃불을 돌리다가 때때옷 불똥 튀고 대갈빡 커진 혹에 아이고 어찌할까나 보름달이 웃는다 나물을 걷어다가 가마솥 비벼 먹고 살얼음 식혜 맛에 조상님 부러울까 부엉이 으슥한 울음 하얀 눈썹 설렌다 정월 대 보름날 / 허정인 오직 하나 둥근 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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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시모음 <1>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시모음/계절 2023. 2. 4. 04:38
정월대보름 시모음 [정월대보름 시] [대보름 시] 정월대보름 기도 / 임영석 찬바람 봄바람 불고 짧은 해님 긴 겨울날 문을 닫는 입춘이라 설날 지나고 십오일 대보름 날 달님 향해 간절한 기도의 마음 전통의 정월대보름 오곡밥에 산나물에 새해도 건강 챙기는 봄날 땅 밑 생동감 새싹의 꿈 봄꽃 향기 피어나는 꽃봉오리 정월대보름 둥근달 기원의 맘 새해 희망 소원의 기도입니다! 정월대보름달 / 김정섭 함지박만한 보름달에 내 얼굴 시리게 드리우네. 어디선가 보름달에 드리워진 핼쑥해진 내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은 웃을까 울까 행여 드리워진 내 얼굴을 보지 못할까봐 자정이 훨씬 저물도록 얼음처럼 찬 보름달에 나는 얼굴을 담금질 하고 있었네. 보름, 그 뜨거운 달 / 박규리 내 안에 누군가 있다 분명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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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관한 시모음<2> [2월 시] [이월 시]시모음/계절 2023. 1. 31. 10:36
2월에 관한 시모음 [2월 시] [이월 시] 2월 / 성백군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러나 아직은 서투른 미동들뿐입니다 좀 모자라는 일 년 중 가장 날수가 적은 허약한 달, 그래서 하찮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러기에 설이 있고, 정월 대보름이 있고 사람들이 힘을 보태는 내공이 쌓인 달이지요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느라 기지개를 켜는 걸까요 뜰앞 나목이 빈 가지에 싹을 틔우느라 붓질을 하는 걸까요 바람[望]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꾸 귀를 후비게 되고 살갗이 터지는 것처럼 가려워 몸 구석구석을 긁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가 시작되나 봅니다 봄이 어떻게 올지, 무엇을 해야 할지, 2월은 소망을 품고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몰래 생명을 잉태하는 영양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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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관한 시모음<1> [2월 시] [이월 시]... 2월 / 오세영시모음/계절 2023. 1. 31. 10:16
2월에 관한 시모음 [2월 시] [이월 시]... 2월 / 오세영 2월 / 목필균 저만치 산모퉁이 돌아가는 겨울바람 산비탈 쌓인 눈 스르르 녹아내리고 꽃눈 비비며 산수유 기지개 편다 2월의 기다림 / 이채 내 당신 기다림에 얼음이 되었어도 내 가슴 벌써 분홍꽃이 피었어요 아침 햇살에 작은 가슴 열었더니 소복이 꽃망울이 맺혔는데 당신을 기다리는 내 뜰은 벌써부터 향기로운 봄꽃이에요 봄보다 마음 먼저 실려 오는 2월의 기다림 눈꽃이 흩날리던 긴 겨울도 내 창을 햇살에게 내어주고 하얀 손을 흔들고 떠나가요 잘 가요. 하얀 아가씨 지난밤 아무도 없는 그 뜰에도 여전히 달빛 고운 그리움 내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별들의 미소에 간절한 마음 작은 소망 실었더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봐요 어서 와요. 예쁜 아가씨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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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일월)을 보내는 시모음, 1월 마무리하는 시모음카테고리 없음 2023. 1. 31. 09:48
1월의 마지막 태양을 보며 / 도지현 시방세계의 흥망성쇠를 보며 힘차게 솟았다 찬란한 영광을 누리고 이제는 세월의 뒤안길로 서서히 스러져가는 저 태양을 보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결 속에 그래도 올곧은 마음 흔들리지 않는 너의 의지 역동하는 힘으로 사람들 가슴속에 꿈을 심어주었지 비록 스러져 가지만 죽진 않아 남아 있는 긴 꼬리가 붉은 피를 수혈하여 넓고도 넓은 바다 수평선 멀리까지 혈류가 맥동한다 이젠 날개 펴고 비상하라 반만년 이어 오는 배달겨레여 웅비하는 기상 활짝 펴라 우리의 얼을 곧추세워서 잃어버린 영광을 다시금 일으키자 1월 끝자락 밤하늘에 서서 / 오애숙 온 세상 덮는 이 황홀한 은빛 순백의 세상 참 아름다워라 1월의 언저리 끝자락 위로 은빛 날개 달아 들판 속에 살포시 잔별들이 반짝인다 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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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관한 시모음<4> [설날 시] [구정]시모음/계절 2023. 1. 20. 11:34
설날에 관한 시모음 [설날 시] [구정] 설(까치 까치 설날은) / 윤극영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 하셔요 우리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리 우리 내동생 울지 않아요 이집 저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정말 좋아요 설날 아침에 / 홍해리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잤더니 눈썹이 하이얗게 세어 버렸네 창 밖엔 흰눈이 세상을 덮고 새소리 바람소리도 얼어붙었네. 설날 / 양광모 고요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