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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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에 관한 시모음<1> [겨울 시] [겨울강 시]시모음/계절 2023. 1. 18. 20:31
겨울강에 관한 시모음 [겨울 시] [겨울강 시] 겨울강 / 이채 시간이 물처럼 흐르고 흘러 이제 차가운 겨울강이 되었다 온몸이 파르르 떨리는 추위는 몸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나는 것이라고 겨울강은 제 가슴도 보이지 않고 저 강물 소리없이 깊어가듯 당신과 나도 그렇게 꿈을 꾸며 하루 하루 깊어가는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한송이 만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시린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강바람 따뜻한 날 한마리 새가 분명 날아 올 것이라고 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눈물을 모두 제 가슴에 가두고 겨울강은 유달리 말이 없다 겨울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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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 관한 시모음시모음/주제 2023. 1. 12. 08:35
친구 / 김남조 오늘 아침 불현듯 그 사람 생각 간절하니 그 집에 가서 살얼음 아래 샘물 퍼올려 물동이 채워주리 나의 수첩에 그의 공복 시간과 그가 간혹 울음 울 때를 예측하여 기록하리 겨울 지나면 봄이 오는 당연지사도 감격으로 기다리자 일러주고 때때로 폭풍 덮치는 쓸쓸함도 가슴 쓸어 낫게 할 음악 알려주리라 친구여 전날에 그대가 내게 해준 그대로를 내가 되돌려주리 그대의 사랑 원수 갚아주리 친구에게 / 김재진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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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에 관한 시모음<1> [동백꽃 시]시모음/꽃과 나무 2023. 1. 12. 07:43
동백꽃에 관한 시모음 [동백꽃 시] 동백 피는 날 / 도종환 허공에 진눈깨비 치는 날에도 동백꽃 붉게 피어 아름답구나 눈비 오는 저 하늘에 길이 없어도 길을 내어 돌아오는 새들 있으리니 살아 생전 뜻한 일 못다 이루고 그대 앞길 눈보라 가득하여도 동백 한 송이는 가슴에 품어 가시라 다시 올 꽃 한 송이 품어 가시라 혼자 피는 동백꽃 / 이생진 꽃시장에서 꽃을 보는 일은 야전병원에서 전사자를 보는 일이야 꽃이 동백꽃이 왜 저런 절벽에서 피는지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꽃을 좋아했다면 그건 꽃을 무시한 짓이지 좋아한 것이 아냐 꽃은 외로워야 피지 외롭다는 말을 꽃으로 한 거야 몸에 꽃이 필 정도의 외로움 이슬은 하늘의 꽃이고 외로움이지 눈물은 사람의 꽃이며 외로움이고 울어보지 않고는 꽃을 피울 수 없어 꽃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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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小寒)에 관한 시모음<2> [24절기 시] [소한 시]시모음 2023. 1. 6. 09:32
소한(小寒)에 관한 시모음 [24절기 시] [소한 시] 소한 / 장정혜 소한 추위가 창문 아래서 떨고있다 양력 일월 오일이네 어느해 그다지 춥지않던 오늘 결혼식을 했었지 그 날부터 가볍지 않은 삶이 시작되었어 아주 먼 길이었어 까마득하게 생을 마감한 꽃들이 떨어지고 낭만의 가을 단풍이 낙엽되어 딩굴어 절망으로 닥아오면서 내가 내가 아니었음이 서러웠어 먼 길 걸어오면서 이제 어둠이 내리기 전에 남은 숙제가 있다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행한 잘못도 고백하고 흰동자로 바라보게 되던 사람들께 후회하는 삶 접으라고 말 해 주고싶다 그땐 소한이나 일월 오일이나 밤하늘엔 별이 총총 했는데 아! 보고싶다 그때 그 밤하늘 소한(小寒) 밤 / 박성우 장작불을 쬔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던 외할매와 외할매 흰 머리카락을 뽑아 화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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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小寒)에 관한 시모음<1> [24절기 시] [소한 시]시모음 2023. 1. 6. 09:23
소한(小寒)에 관한 시모음 [24절기 시] [소한 시] 소한 / 정양 소한 추위는 꾸어다라도 한단다 춥고 눈이 많아야 이듬해 오곡이 제대로 여무느니 어디 꾸어올 게 없어서 추위 따위를 꾸어오냐고 오며 가며 툴툴거리지들 마시라 꾸어다라도 꾸어다라도 겪을 건 겪어야 한단다 소한(小寒) / 홍사성 얼음이 얼었다 얼굴이 얼은 듯 얼얼하다 누가 이 추위를 막아낼 수 있겠는가 청솔무도 눈감고 기다릴 뿐 속수무책 혹한 앞에서는 멋진 말 그거 진짜 가짜다 마음經 1 / 홍신선 올 겨울 제일 춥다는 소한小寒날 남수원 인적 끊긴 밭구렁쯤 마음을 끌고 내려가 항복받든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만신창이로 뻗든가 몸 밖으로 어느 틈에 번개처럼 줄행랑치는 저 그림자 소한(小寒) 아침 / 권경업 -치밭목에서 어이추워 어이추워 등 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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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관한 시모음<5> [신년 시]...새해 아침에 / 김남조 외시모음 2023. 1. 3. 23:33
새해에 관한 시모음 [신년 시]...새해 아침에 / 김남조 외 새해 아침에 / 김남조 이 깨끗한 아침 두렵고 허전한 마음이 눈을 맞는 나무처럼 생각에 잠긴다 바람에 불려 먼 곳으로 가버린 꽃의 씨앗들 꼭 그처럼 내가 흩어버린 것들이여 뉘우침도 불도 말 없는 말도 안녕 더럽혀지지 않은 돌기둥 하나 크고 거룩하게 남으니 이는 내 믿음이요 다시 소망이니라 날이 날마다 내가 잠들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내가 깨어날 때 맨 먼저 함께 있어 주는 눈매 쓸쓸하나 아름다운 음악 이는 내 영광이요 다시 곧 사랑이니라 이 간절한 새해 첫새벽 기도를 올리는 나무처럼 내가 있다 소중한 사람이여 그대 큰 기쁨 누리시면 나도 기쁘리라 어여쁜 아기 너에게 큰 기쁨 있으면 나도 기쁘리라 새로운 달력을 걸며 / 박종영 십이월이 딱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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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관한 시모음<1> [일월 시] [일월 시] [정월 시]시모음 2022. 12. 31. 22:46
1월에 관한 시모음 [일월 시] [일월 시] [정월 시]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중년의 가슴에1월이 오면 / 이채 시작이라는 말은 내일의 희망을 주고 처음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두려움 없이 용기를 갖고 꿈을 키울 때 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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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관한 시모음<4> [새해 시] [신년 시]시모음 2022. 12. 31. 22:34
새해에 관한 시모음 [새해 시] [신년 시] 새해 / 김남조 송년의 바람이 냉수에 목욕 얼음에 소독한 후 병원 회전의자에 몸을 맡긴다 진맥하여 처방을 줄 의사는 그러나 출타하여 의사의 의사이신 어른을 뵈옵고 있다 어른께서 의사를 고쳐 주시면 의사가 바람을 치유하고 바람이 나를 의자에 앉히리라 그런 다음 부디 새해가 오기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 이 채 싹이 트는 계절엔 잎이 되고 싶고 꽃이 피는 계절엔 향기가 되고 싶어도 꽃처럼 나비처럼, 그렇게 그림처럼 살 수만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요 초원의 순한 양처럼, 목장의 사슴처럼 온순할 수만 없는 것이 우리네 마음이지요 바람 불고 비 내려도 나무의 꿋꿋함으로 견디고 싶고 강물의 부드러움으로 다스리고 싶어도 마른 가슴 빗물은 새어들고 좁은 가슴 넓힐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