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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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 날에 관한 시모음<2> [12월의 끝자락]시모음 2022. 12. 26. 12:30
12월의 마지막 날에 관한 시모음 [12월의 끝자락] 12월의 끝에서 / 정유찬 사랑한 날이 미워한 날보다 많았는지 슬프고 힘들었던 날보다 행복했던 날이 더 많았는지 12월의 끝에서 지난 날들을 떠올려보고 있어 보석같은 날들을 가슴으로 살았니 머리로 살았니 얼마나 웃고 살았어 아니면 찡그렸어 투명한 날들을 뿌연 눈으로 보낸건 아닐까 별이 찬란하던 밤 내가 깨어있었는지 잠들어 있었는지 난 거울을 봐 거울 속의 나를 봐 아름다워진걸까 추해진걸까 무엇이 변한 것일까 밤이 깊어만 가네 한해가 또 저무네 12월을 지나며 / 목필균 마른 잎 한 장 매달린 은행나무 한 해의 쪽수를 넘기려면 저런 안간힘으로 아쉬움을 버텨야 한다 세상살이 점점 어렵다는 이즈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동굴 속처럼 어둠이 고인다 그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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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날에 관한 시모음<1> [12월 끝자락]시모음 2022. 12. 26. 12:00
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 때 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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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歲暮)에 관한 시모음 [세모 시][송년 시]시모음 2022. 12. 26. 11:30
세모(歲暮)에 관한 시모음 [세모 시][송년 시] 세모(歲暮) / 박인걸 세모를 맞아도 거리는 붐비지 않는다. 코로나가 창궐한 도시는 비둘기들도 도망쳤다. 마스크 사이로 내비치는 경계의 눈빛들이 전선 병사의 눈초리보다 더 매섭다. 연일 튀어 나오는 확진 자 숫자와 앰뷸런스의 다급한 사이렌이 고막을 가를 때면 저승사자에게 쫓기는 심정이다. 달력의 마지막 숫자가 지워지던 날에는 한 해를 조용히 갈무리하며 다가오는 시간들을 설계도면에 그려 넣고 두 손을 모으고 예배당에 앉아 세 가지 소원을 적어 간절히 기도했었다. 보신각 종소리가 광화문 벌판에 퍼질 때면 Auld lang syne을 힘주어 부르며 지인과 어깨동무를 한 채 불빛 찬란한 도시를 휘젓던 시절도 있었다. 생애 처음 당하는 팬데믹 공포에 표범에 쫓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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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대한 시모음<4> [크리스마스 시] [성탄절 시]시모음 2022. 12. 23. 18:08
크리스마스에 대한 시모음 [크리스마스 시] [성탄절 시] 성탄 기도 / 손희락 그 옛날 첫 성탄절 깨어 별빛 바라보던 이들의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그대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간구하는 이유 하늘이 주신 고귀한 선물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 그대가 없었더라면 어둠 속 고독만 깊어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길 슬픔의 골짜기 지나고 기쁨의 언덕에서 노래한 그대 있어 한낮에도 무지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대 가슴속 축복의 눈 내리는 복된 성탄 되기를 두 손 모아 간구합니다 성탄절에 올리는 기도 / 이효녕 지치고 어둑한 영혼 만나면 가련한 그 영혼 위해 마음 씻고 내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가슴 채워 추운 아가는 엄마가 되어 안고 지친 아가는 아빠가 되어 업고 종이로 등을 만들어 손에 들고 사방 눈 가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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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寒波)에 관한 시모음<1> [한파] [추위]시모음 2022. 12. 19. 16:52
한파(寒波)에 관한 시모음 [한파] [추위] 한파2 / 권오범 애정결핍증 걸려 죽은 영혼들인지 따듯한 품속이 그리운 듯 막무가내로 파고드는 징글맞은 것들 강물 만나 뛰어들려다 밤새 거절당해 제풀에 지친 게 분명하다 가라앉지도 못한 채 서로서로 허옇게 끌어안아 되레 강 이불이 된 걸 보면 마루밑에서 서성대던 맥주병 속으론 도대체 어떻게 들어갔을까 숨 막히는 사랑 감당 못해 폭발해버린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한파 / 오보영 얼어버렸다 모든 게 다 숲도 나무도.. 산새 울음도 다 그쳐버렸다 휘몰아친 북풍 회오리에 마구잡이 파헤치는 두더지들 등살에 숲에 사는 모두의 머리가 가슴이 다 굳어버렸다 한파 / 나상국 갈대가 길게 드러누워 가만히 숨죽이던 밤 달빛은 저리도 처연한데 저 멀리 골짜기 헤매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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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관한 시 모음<2>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시모음 2022. 12. 18. 23:18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 모음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 사랑의 크리스마스 / 도지현 너와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사랑의 크리스마스 온 누리 하얗게 눈 쌓이고 천사의 사랑 선물을 받았어요. 은은한 캐럴송이 온 누리에 울려 퍼지면 가슴 가슴마다 사랑의 소망 꽃 피어나지요 하얀 눈 송이송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 만들어 주면 천사가 나래 펴고 눈꽃 송이 아름답게 피어나네요 설원의 저쪽에선 빨간 코 루돌프가 끄는 썰매엔 선물 가득 실은 산타할아버지가 빨간 종을 울리며 오시고 있어요 날마다 성탄일 / 정연복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 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아주 똑같이 소중합니다. 아직은 우리가 살아 있어 날마다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 시간은 우리에게서 영영 멀어집니다. 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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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1>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시모음 2022. 12. 18. 23:10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모음 [성탄 시] [크리스마스 시] 서울 크리스마스 / 김광섭 무엇인가 다가오고 있다 고요가 흔들리며 바람이 불어 풍조(風潮)가 인다 먹구름이 초생달 빛에 찢기며 한 조각 푸른 하늘이 면류관을 쓴 예수의 얼굴로 번진다 서울 길 인파(人波)에 밀려 예수는 전신주 꼭대기에 섰고 성탄의 환락에 취한 무리들 붐비고 안고 돈다 번화가의 전등은 장사치들의 속임과 탐욕이 내놓이지 않도록 경축의 광선을 조심스레 상품 거죽에 던진다 모든 나무들은 벌거벗었는데 성탄수만은 솜으로 눈 오는 밤을 가장했다 예수는 군중 속에서 발등을 밟히다 못해 그만 어둠을 남겨 두고 새벽 창조의 시간을 향해 서울을 떠났다 가로수들만이 예수를 따라갔다 어디선가 맨발로 뛰라는 소리가 났다 그날 밤 서울서는 한 방화범(放火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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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관한 시모음<7> [겨울 시] [겨울 나무 시]시모음 2022. 12. 18. 22:36
겨울에 관한 시모음 [겨울 시] [겨울 나무 시] 그해 겨울나무 / 박노해 1 그해 겨울은 창백했다. 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 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 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 그 푸른 꿈은 돌아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 팔락이던 이파리도 새들도 노래소리도 순식간에 떠나보냈다 잿빛 하늘에선 까마귀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 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그해 겨울,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2 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 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 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 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 언 땅에 눈이 내렸다 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 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 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